“무조건 현장 선착순”…저가 항공에 분통

입력 2016.01.26 (17:46) 수정 2016.01.2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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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제주공항, 저가항공 창구 앞에서 길게 줄 서 있는 승객들

"저가항공이요? 앞으로는 공짜로 줘도 안 탈 생각입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윤한신(46) 씨에게 지난 23~25일 사흘 동안 제주에서 있었던 일은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악몽이다.

애초 그는 23일 낮 12시30분 김포행 제주항공 비행기를 탔어야 했다. 갑자기 불어닥친 한파와 폭설은 윤 씨의 일정을 바꿔놨다. 35년 만의 폭설에 따른 비행 금지는 그러려니 했다.

☞ [연관기사] 운항 재개 이틀째…이 시각 제주공항

문제는 항공사의 대처였다.

"23일 결항된 표를 25일 20시 표로 바꿨습니다. 이것도 6시간 기다린 후에야 받은 겁니다."

그러나 윤 씨는 25일 항공사가 정기편을 모두 결항시켰다는 말을 들었다. 부랴부랴 제주항공 창구로 달려간 그는 8시간을 기다린 끝에 대기표를 받았다.

줄서있는 이용객들줄서있는 이용객들


항의 피켓 든 이용객들항의 피켓 든 이용객들


"대형 항공사는 예매 순서대로 대기표를 줬는데, 저가항공사들은 무조건 현장 선착순이었습니다. 그러니 다들 현장에 몰려든 거죠."

항공사는 기다리는 윤 씨에게 정기편이 결항됐으니 26일 오전 6시에 다시 오라고 했다. 그는 그 말을 듣고 자리를 떴다가 26일 오전 6시에 돌아왔다. 그런데 전날(25일) 결항됐다던 비행기들이 모두 정상 운행했다는 말을 들었다. 윤 씨는 "문자든 전화든 아무 고지도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윤 씨와 다른 고객들은 항공사 창구로 몰려가 강하게 항의했지만, 항공사 직원은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결국 윤 씨는 6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야 김포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그는 "저가항공사는 현장에 안내하는 사람도 없더라. 다시는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말 제주공항 결항사태를 겪은 저가항공사 이용객들의 불만이 거세다. 대형 항공사와 달리 미흡한 대처로 현장 혼란을 불러온 데다, 고객들이 크게 불편을 겪은 탓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 등 저가항공사는 현장에서 기다린 순서대로 대기표를 줬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저비용 항공사를 예약했던 체류자들이 대기표를 빨리 받아 가려고 한꺼번에 몰려 공항이 북새통으로 변했다.

특히 일부 저비용항공사는 항공권을 발급할 때도 호명해서 없으면 다음 순번의 대기자로 넘겨버려 체류객들의 불만을 샀다. 한 승객은 "10시간 이상 기다렸는데도 대기표 순번이 2000번째였다"며 "항공권을 발급받을 때까지 다른 곳으로 가서 쉬지 못하고 공항에 남아 호명될 때까지 또 기다려야 했다"고 토로했다.

대조적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결항이 시작된 23일 탑승 예정자부터 차례대로 자동 예약하게 해 혼잡이 덜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현장에 너무 많은 고객들이 몰려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오는 순서대로 대기표를 나눠주기로 한 것"이라며 "제주공항 자체가 크지 않아 현장이 열악했던 면도 있다"고 해명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문자 시스템이 없어서 일일이 연락을 취해야 하는데, 저가 항공사들이 제일 쉬운 방법(선착순 대기표 배부)을 택한 것 같다"면서 "업무 편의주의가 가져온 혼잡"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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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조건 현장 선착순”…저가 항공에 분통
    • 입력 2016-01-26 17:46:07
    • 수정2016-01-26 18:44:34
    사회
▲25일 제주공항, 저가항공 창구 앞에서 길게 줄 서 있는 승객들

"저가항공이요? 앞으로는 공짜로 줘도 안 탈 생각입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윤한신(46) 씨에게 지난 23~25일 사흘 동안 제주에서 있었던 일은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악몽이다.

애초 그는 23일 낮 12시30분 김포행 제주항공 비행기를 탔어야 했다. 갑자기 불어닥친 한파와 폭설은 윤 씨의 일정을 바꿔놨다. 35년 만의 폭설에 따른 비행 금지는 그러려니 했다.

☞ [연관기사] 운항 재개 이틀째…이 시각 제주공항

문제는 항공사의 대처였다.

"23일 결항된 표를 25일 20시 표로 바꿨습니다. 이것도 6시간 기다린 후에야 받은 겁니다."

그러나 윤 씨는 25일 항공사가 정기편을 모두 결항시켰다는 말을 들었다. 부랴부랴 제주항공 창구로 달려간 그는 8시간을 기다린 끝에 대기표를 받았다.

줄서있는 이용객들

항의 피켓 든 이용객들


"대형 항공사는 예매 순서대로 대기표를 줬는데, 저가항공사들은 무조건 현장 선착순이었습니다. 그러니 다들 현장에 몰려든 거죠."

항공사는 기다리는 윤 씨에게 정기편이 결항됐으니 26일 오전 6시에 다시 오라고 했다. 그는 그 말을 듣고 자리를 떴다가 26일 오전 6시에 돌아왔다. 그런데 전날(25일) 결항됐다던 비행기들이 모두 정상 운행했다는 말을 들었다. 윤 씨는 "문자든 전화든 아무 고지도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윤 씨와 다른 고객들은 항공사 창구로 몰려가 강하게 항의했지만, 항공사 직원은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결국 윤 씨는 6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야 김포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그는 "저가항공사는 현장에 안내하는 사람도 없더라. 다시는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말 제주공항 결항사태를 겪은 저가항공사 이용객들의 불만이 거세다. 대형 항공사와 달리 미흡한 대처로 현장 혼란을 불러온 데다, 고객들이 크게 불편을 겪은 탓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 등 저가항공사는 현장에서 기다린 순서대로 대기표를 줬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저비용 항공사를 예약했던 체류자들이 대기표를 빨리 받아 가려고 한꺼번에 몰려 공항이 북새통으로 변했다.

특히 일부 저비용항공사는 항공권을 발급할 때도 호명해서 없으면 다음 순번의 대기자로 넘겨버려 체류객들의 불만을 샀다. 한 승객은 "10시간 이상 기다렸는데도 대기표 순번이 2000번째였다"며 "항공권을 발급받을 때까지 다른 곳으로 가서 쉬지 못하고 공항에 남아 호명될 때까지 또 기다려야 했다"고 토로했다.

대조적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결항이 시작된 23일 탑승 예정자부터 차례대로 자동 예약하게 해 혼잡이 덜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현장에 너무 많은 고객들이 몰려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오는 순서대로 대기표를 나눠주기로 한 것"이라며 "제주공항 자체가 크지 않아 현장이 열악했던 면도 있다"고 해명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문자 시스템이 없어서 일일이 연락을 취해야 하는데, 저가 항공사들이 제일 쉬운 방법(선착순 대기표 배부)을 택한 것 같다"면서 "업무 편의주의가 가져온 혼잡"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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