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자기부상열차 고장…예견된 ‘망신살’

입력 2016.02.04 (09:51) 수정 2016.02.0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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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의 성과…자기부상 상용화 성공

마찰 없이 저소음·저진동으로 달리는 친환경 열차. 자기부상열차를 설명하는 말입니다. 정부가 이 자기부상열차를 추진한 건 굉장히 오래된 일입니다. 장기간의 대형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2006년 자기부상열차 실용화사업 기본계획이 확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습니다. 그동안 4,149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2007년 대구와 광주, 대전을 제치고 인천과 인천공항이 시범 노선 지역으로 선정됐는데 아무래도 대한민국의 관문, 공항이라는 이점이 작용했다는 평가입니다. 2009년에 현대 로템에서 실제 차량을 만들었고 3년 뒤인 2012년 8월엔 노선 건설공사도 완료돼 종합 시운전을 시작했습니다.

■ 시운전 시작, 오류…오류…

하지만 초장부터 시스템이 엉켰습니다. 2012년 11월부터 시작된 시운전 도중 수많은 오류가 발견된 겁니다. 그래서 2013년 국토부와 한국기계연구원, 철도시설공단, 현대로템 등 관련 기관들이 모여 합동 점검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무려 585건의 크고 작은 결함이 발견됐습니다. 개통은 무기한 연기됐고 그동안 564건을 보완했다고 합니다. 열심히 고쳤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까지 20건 정도가 개선되지 않고 남아 있었습니다. 해결되지 않은 주요 결함은 무엇이었을까요? 가장 큰 문제는 초속 17m 이상의 바람이 불 때 자기부상열차가 뜨지 않는 겁니다. 아무래도 레일과 접촉되어 있지 않으니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겁니다.

또 비 올 때 전력이 차단되는 문제, 스크린 도어 오작동 등 안전과 떼어놓을 수 없는 문제들도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이 조금 지나 갑자기 개통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를 상용화 했다(!)고 했습니다.

▲ 자기부상열차▲ 자기부상열차


■ 세계 2번째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상용화 성공!

일본 나고야에는 2005년부터 자기부상열차가 운행 중입니다. 중국 상해에는 최고 시속 430km로 달리는 고속형 자기부상열차가 있고요. 그런데 왜 세계 2번째 냐고요? 우리가 세계 2번째라고 하는 건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최고 시속 110km, 평균 80km 정도로 도심에서 운영할 수 있는 자기부상열차로 일본 나고야에 이어 세계 2번째로 실제 운영된다는 얘깁니다.

거기에다 자체 기술. 중국 상해의 고속형 자기부상열차는 독일에서 수입한 거고, 일본 나고야와 우리 자기부상열차는 자체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거라는 겁니다.

어쨌든 이렇게 개통된 자기부상열차는 최고 시속 110km. 인천공항에서 용유역까지 6개 역, 6.1㎞를 오가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자기부상열차는 차량 본체에 붙은 전자석에 전기를 보내 레일과 8mm 정도 떠서 이동하죠. 레일과 접촉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열차보다 진동과 소음이 적고 바퀴나 레일 등의 마모도 없어 유지보수비도 기존 철도보다 최고 60% 정도 적게 든다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타보니 과연 진동도 적고 소음도 적었습니다. 미끄러지듯 운행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다 보니 인근 사무실이나 주택가를 통과할 수 있는데 이럴 때 자동으로 창문이 반투명으로 바뀌는 것도 꽤 신경을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안전 문제없습니다”…“17m 이상 조건에서 풍속테스트 못해”

하지만 역시 사람을 태우고 달리는 열차. 안전한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우리 자기부상열차는 안전성 문제로 그동안 연기에 연기를 거듭했던 터라 당연히 노출됐던 문제점들을 모두 고쳤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이런 질문에 자기부상열차 연구단은 기존에 노출됐던 문제점들을 모두 보완했다고 자신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가장 문제가 됐던 풍속테스트에 대해 집요하게 묻자 말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17m 이상 바람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선 테스트를 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태풍이 불어야 하는데 지난해에 태풍이 없어서 실험을 못 해봤다는 거지요. 초속 17m 이상의 강풍, 그렇다면 이 지역에서 거의 없는 외부조건일까요?

기상청 자료를 통해 지난 한 해 분을 점검해봤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인천공항에서 초속 15m의 강풍이 분 날은 36일이었고요. 문제가 된 17m 이상 바람이 분 날은 365일 가운데 12일이었습니다. 일년에 12일. 안전에 관한 한, 가장 보수적인 판단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 플랫폼 스크린 도어(PSD : Platform Screen Door) 고장▲ 플랫폼 스크린 도어(PSD : Platform Screen Door) 고장


■ 개통 직전 시운전에서도 ‘고장’

사업단은 자기부상열차 개통 이틀 전인 2월 1일 기자들을 태우고 이른바 팸투어라는 걸 했습니다. 자기부상열차를 실제 타보고, 취재해서 어떤 상태인지 검증받겠다는 거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차량기지 내에 있는 종합상황실에 저희 KBS 취재진이 들렀을 때 전광판에 스크린 도어 고장이 뜨더군요. 불과 10분 정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자기부상열차는 세계에서 유례가 많지 않은 첨단시설, 국내에서도 최초로 개발되는 만큼 100% 안전한 상태에서 운영돼야 합니다.

물론 잘 정착이 되면 좋겠습니다. 안전하게 다녀서 새로운 명소가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죠. 하지만 먼저 열차를 타 본 저한테 물으신다면 바람이 심하거나 태풍이 불 땐 '글쎄요'입니다.

■ 첫 운행 8분만에 선로 위에 급정지

자, 조금 더 첨언할 일이 생겼습니다. 3일 첫 운행을 시작한 인천국제공항의 도심형 자기부상열차가 운행 시작 8분여 만에 선로 위에서 멈춰섰습니다. 개통식 직후 국토부 차관 등 내빈을 태우고 첫 운행을 시작한 자기부상열차가 시속 60km로 달리다가 종착역인 용유역을 300여m 남기고 갑자기 급정거한 거죠.

8mm 떠서 운행하다가 선로 위에 내려앉았습니다.열차가 선로와 부딪치는 충격으로 승객들의 몸이 한쪽으로 쏠렸고 열차 주변으로는 큰 먼지가 일기도 했습니다.다행히 열차는 10여 초 뒤 다시 움직여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국토부는 철로 위 장애물을 감지하는 센서가 과민 반응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사고 원인을 파악중이라고 밝혔는데요.

탑승했다 급정거를 경험한 최정호 국토부 2차관은 "이런 일이 반복되면 시민들이 안심하고 탈 수 없다", "추가적인 안전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많이 놀라셨을 겁니다.

[연관 기사] ☞ 자기부상열차 내일 개통…안전 문제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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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자기부상열차 고장…예견된 ‘망신살’
    • 입력 2016-02-04 09:51:05
    • 수정2016-02-04 15:39:24
    취재후·사건후
■ 10년의 성과…자기부상 상용화 성공

마찰 없이 저소음·저진동으로 달리는 친환경 열차. 자기부상열차를 설명하는 말입니다. 정부가 이 자기부상열차를 추진한 건 굉장히 오래된 일입니다. 장기간의 대형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2006년 자기부상열차 실용화사업 기본계획이 확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습니다. 그동안 4,149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2007년 대구와 광주, 대전을 제치고 인천과 인천공항이 시범 노선 지역으로 선정됐는데 아무래도 대한민국의 관문, 공항이라는 이점이 작용했다는 평가입니다. 2009년에 현대 로템에서 실제 차량을 만들었고 3년 뒤인 2012년 8월엔 노선 건설공사도 완료돼 종합 시운전을 시작했습니다.

■ 시운전 시작, 오류…오류…

하지만 초장부터 시스템이 엉켰습니다. 2012년 11월부터 시작된 시운전 도중 수많은 오류가 발견된 겁니다. 그래서 2013년 국토부와 한국기계연구원, 철도시설공단, 현대로템 등 관련 기관들이 모여 합동 점검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무려 585건의 크고 작은 결함이 발견됐습니다. 개통은 무기한 연기됐고 그동안 564건을 보완했다고 합니다. 열심히 고쳤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까지 20건 정도가 개선되지 않고 남아 있었습니다. 해결되지 않은 주요 결함은 무엇이었을까요? 가장 큰 문제는 초속 17m 이상의 바람이 불 때 자기부상열차가 뜨지 않는 겁니다. 아무래도 레일과 접촉되어 있지 않으니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겁니다.

또 비 올 때 전력이 차단되는 문제, 스크린 도어 오작동 등 안전과 떼어놓을 수 없는 문제들도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이 조금 지나 갑자기 개통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를 상용화 했다(!)고 했습니다.

▲ 자기부상열차


■ 세계 2번째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상용화 성공!

일본 나고야에는 2005년부터 자기부상열차가 운행 중입니다. 중국 상해에는 최고 시속 430km로 달리는 고속형 자기부상열차가 있고요. 그런데 왜 세계 2번째 냐고요? 우리가 세계 2번째라고 하는 건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최고 시속 110km, 평균 80km 정도로 도심에서 운영할 수 있는 자기부상열차로 일본 나고야에 이어 세계 2번째로 실제 운영된다는 얘깁니다.

거기에다 자체 기술. 중국 상해의 고속형 자기부상열차는 독일에서 수입한 거고, 일본 나고야와 우리 자기부상열차는 자체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거라는 겁니다.

어쨌든 이렇게 개통된 자기부상열차는 최고 시속 110km. 인천공항에서 용유역까지 6개 역, 6.1㎞를 오가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자기부상열차는 차량 본체에 붙은 전자석에 전기를 보내 레일과 8mm 정도 떠서 이동하죠. 레일과 접촉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열차보다 진동과 소음이 적고 바퀴나 레일 등의 마모도 없어 유지보수비도 기존 철도보다 최고 60% 정도 적게 든다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타보니 과연 진동도 적고 소음도 적었습니다. 미끄러지듯 운행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다 보니 인근 사무실이나 주택가를 통과할 수 있는데 이럴 때 자동으로 창문이 반투명으로 바뀌는 것도 꽤 신경을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안전 문제없습니다”…“17m 이상 조건에서 풍속테스트 못해”

하지만 역시 사람을 태우고 달리는 열차. 안전한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우리 자기부상열차는 안전성 문제로 그동안 연기에 연기를 거듭했던 터라 당연히 노출됐던 문제점들을 모두 고쳤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이런 질문에 자기부상열차 연구단은 기존에 노출됐던 문제점들을 모두 보완했다고 자신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가장 문제가 됐던 풍속테스트에 대해 집요하게 묻자 말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17m 이상 바람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선 테스트를 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태풍이 불어야 하는데 지난해에 태풍이 없어서 실험을 못 해봤다는 거지요. 초속 17m 이상의 강풍, 그렇다면 이 지역에서 거의 없는 외부조건일까요?

기상청 자료를 통해 지난 한 해 분을 점검해봤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인천공항에서 초속 15m의 강풍이 분 날은 36일이었고요. 문제가 된 17m 이상 바람이 분 날은 365일 가운데 12일이었습니다. 일년에 12일. 안전에 관한 한, 가장 보수적인 판단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 플랫폼 스크린 도어(PSD : Platform Screen Door) 고장


■ 개통 직전 시운전에서도 ‘고장’

사업단은 자기부상열차 개통 이틀 전인 2월 1일 기자들을 태우고 이른바 팸투어라는 걸 했습니다. 자기부상열차를 실제 타보고, 취재해서 어떤 상태인지 검증받겠다는 거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차량기지 내에 있는 종합상황실에 저희 KBS 취재진이 들렀을 때 전광판에 스크린 도어 고장이 뜨더군요. 불과 10분 정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자기부상열차는 세계에서 유례가 많지 않은 첨단시설, 국내에서도 최초로 개발되는 만큼 100% 안전한 상태에서 운영돼야 합니다.

물론 잘 정착이 되면 좋겠습니다. 안전하게 다녀서 새로운 명소가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죠. 하지만 먼저 열차를 타 본 저한테 물으신다면 바람이 심하거나 태풍이 불 땐 '글쎄요'입니다.

■ 첫 운행 8분만에 선로 위에 급정지

자, 조금 더 첨언할 일이 생겼습니다. 3일 첫 운행을 시작한 인천국제공항의 도심형 자기부상열차가 운행 시작 8분여 만에 선로 위에서 멈춰섰습니다. 개통식 직후 국토부 차관 등 내빈을 태우고 첫 운행을 시작한 자기부상열차가 시속 60km로 달리다가 종착역인 용유역을 300여m 남기고 갑자기 급정거한 거죠.

8mm 떠서 운행하다가 선로 위에 내려앉았습니다.열차가 선로와 부딪치는 충격으로 승객들의 몸이 한쪽으로 쏠렸고 열차 주변으로는 큰 먼지가 일기도 했습니다.다행히 열차는 10여 초 뒤 다시 움직여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국토부는 철로 위 장애물을 감지하는 센서가 과민 반응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사고 원인을 파악중이라고 밝혔는데요.

탑승했다 급정거를 경험한 최정호 국토부 2차관은 "이런 일이 반복되면 시민들이 안심하고 탈 수 없다", "추가적인 안전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많이 놀라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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