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불통에 ‘분통’ 부른 국세청 시스템 개선

입력 2016.02.12 (09:12) 수정 2016.02.1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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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연말정산이 마무리됐다. 누군가는 세금 환급액을 보너스처럼 돌려받아 행복해 할 것이고, 누군가는 세금을 토해내 불쾌해 할 것이다. 1년 전,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연말 정산 대란을 겪은 터에 올해는 특히 연말정산에 대한 관심이 더 컸다. 이런 관심을 알기에 세정당국도 긴장했다.

우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팀장으로 연말정산 이행 점검 태스크 포스 팀을 꾸려 상황을 꾸준히 점검했다. 홈택스 사이트도 대폭 개편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미리 보는 연말정산'이었다. 올해 9월까지의 신용카드 사용 금액과 전년도 정산 내역을 이용해서 연말 정산 결과를 예상하는 서비스를 처음으로 제공했다.

공제 항목별로 절세 방법도 국세청이 안내했다. 맞벌이 부부의 절세를 위해 부양가족을 선택하는 방법도 알려줬다. 세금을 더 걷을수록 좋은 세정당국으로서는 정말 '친절'한 조치였다.

종이 없는 연말정산 서비스 도입도 환영할 만했다. 그동안 서류로 된 공제신고서와 출력물을 회사에 제출하던 중소기업 직원들은 홈택스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공제신고서 제출이 가능해졌다. 자체 프로그램이 없어서 그동안 수기로 계산하고 서류를 제출했던 중소기업들은 편리함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회사마다 준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회사가 도입할 순 없겠지만, 올해를 시작으로 차츰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 연말정산 자료 변동 가능▲ 연말정산 자료 변동 가능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아쉬움이 남는다. 홈택스는 여전히 접속이 간단치 않았다. 접속할 때마다 5분 이상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이용자는 대기 중 접속 시간이 너무 길어 로그인을 1시간 넘게 반복했다고 말했다. 또 의료비 정정 건수가 예상보다 많아지면서 연말정산 간소화 자료 확정 날짜가 예정보다 이틀 늦어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할인용품 가게 '다이소'가 전통시장으로 분류되고 신용카드 자료와 의료비 자료가 누락되는 등의 오류도 있었다.

가장 심각한 건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담하고 논의할 '세미래 콜센터'는 사실상 연결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한 제보자는 중간에 연결량이 많다고 전화가 끊어져 버리기 일쑤였다며, 수십 번 넘게 통화를 시도했지만 단 한 번도 연결된 적이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답답함을 풀어주고 안내하는 '소통' 창구만 있었어도 이용자들의 불만은 훨씬 적었을 것이다.

▲ 홈택스 마비▲ 홈택스 마비


문제는 다른 곳에서도 터졌다. 연말정산 홈택스 마비 사태를 우려한 세정당국이 연말정산 서버만 신경 쓰면서 다른 전자신고 서버 관리는 소홀히 한 것이다. 결국 1월 25일까지 진행해야 하는 부가가치세 전자신고가 타격을 입었다.

25일이 월요일인 데다 한 주 전에 전국적인 폭설까지 겹쳤기 때문에, 마감일에 신고가 몰릴 것은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 당일 오후 1시부터 부가세 전자신고 사이트는 접속이 어려웠다. 특히 회계 프로그램을 가지고 파일을 등록하는 절차는 처음부터 작동이 안 됐다. 자정을 넘기면 최대 20%의 가산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인 사업자들과 세무사, 세무법인 직원들의 속은 타들어 갔다.

이 상황에서도 '소통'이 문제였다. 국세청은 오후 4시 30분과 6시, 7시 30분과 9시 30분에 서버가 정상화됐다는 일방적인 공지만 올렸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마감이 다가오는데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고 있고, 국세청은 무조건 마감 기한을 지키라는 상황. 야근을 하던 사업자와 세무사들은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국세청은 저녁에 차장 주재로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고, 마감 시간을 1시간 30분 남겨둔 밤 10시 30분에야 신고 기한을 하루 연장해주기로 했다. 밤늦게까지 마음 졸이던 사람들은 안도감을 느끼기보다는 국세청의 행태에 분노했다.

▲ 국세청▲ 국세청


세정당국은 이번 연말정산 파동을 실수 없이 마무리하기 위해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고, 실제로 연말정산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스템을 개편하고 확대하면서 편리해진 점도 생겼다. 그러나 모든 역량을 시스템 확대와 개선에만 몰두하다 보니, 정작 세정을 이용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은 등한시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세법은 정말 어렵다. 그러나 세금만큼 실생활에 밀접하고 피부에 와 닿는 것도 없다. 때문에 소통이 중요하다. 울려도 받지 않는 전화,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는 대답. 이런 경험을 겪으면 안 그래도 어려운 세정당국이 더 불편하고 어려워진다. 이용하는 사람들이 '불통'에 '분통' 터지지 않도록, 내년 연말정산은 소통하는 세정당국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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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불통에 ‘분통’ 부른 국세청 시스템 개선
    • 입력 2016-02-12 09:12:43
    • 수정2016-02-12 13:31:22
    취재후·사건후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정산이 마무리됐다. 누군가는 세금 환급액을 보너스처럼 돌려받아 행복해 할 것이고, 누군가는 세금을 토해내 불쾌해 할 것이다. 1년 전,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연말 정산 대란을 겪은 터에 올해는 특히 연말정산에 대한 관심이 더 컸다. 이런 관심을 알기에 세정당국도 긴장했다. 우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팀장으로 연말정산 이행 점검 태스크 포스 팀을 꾸려 상황을 꾸준히 점검했다. 홈택스 사이트도 대폭 개편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미리 보는 연말정산'이었다. 올해 9월까지의 신용카드 사용 금액과 전년도 정산 내역을 이용해서 연말 정산 결과를 예상하는 서비스를 처음으로 제공했다. 공제 항목별로 절세 방법도 국세청이 안내했다. 맞벌이 부부의 절세를 위해 부양가족을 선택하는 방법도 알려줬다. 세금을 더 걷을수록 좋은 세정당국으로서는 정말 '친절'한 조치였다. 종이 없는 연말정산 서비스 도입도 환영할 만했다. 그동안 서류로 된 공제신고서와 출력물을 회사에 제출하던 중소기업 직원들은 홈택스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공제신고서 제출이 가능해졌다. 자체 프로그램이 없어서 그동안 수기로 계산하고 서류를 제출했던 중소기업들은 편리함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회사마다 준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회사가 도입할 순 없겠지만, 올해를 시작으로 차츰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 연말정산 자료 변동 가능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아쉬움이 남는다. 홈택스는 여전히 접속이 간단치 않았다. 접속할 때마다 5분 이상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이용자는 대기 중 접속 시간이 너무 길어 로그인을 1시간 넘게 반복했다고 말했다. 또 의료비 정정 건수가 예상보다 많아지면서 연말정산 간소화 자료 확정 날짜가 예정보다 이틀 늦어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할인용품 가게 '다이소'가 전통시장으로 분류되고 신용카드 자료와 의료비 자료가 누락되는 등의 오류도 있었다. 가장 심각한 건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담하고 논의할 '세미래 콜센터'는 사실상 연결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한 제보자는 중간에 연결량이 많다고 전화가 끊어져 버리기 일쑤였다며, 수십 번 넘게 통화를 시도했지만 단 한 번도 연결된 적이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답답함을 풀어주고 안내하는 '소통' 창구만 있었어도 이용자들의 불만은 훨씬 적었을 것이다. ▲ 홈택스 마비 문제는 다른 곳에서도 터졌다. 연말정산 홈택스 마비 사태를 우려한 세정당국이 연말정산 서버만 신경 쓰면서 다른 전자신고 서버 관리는 소홀히 한 것이다. 결국 1월 25일까지 진행해야 하는 부가가치세 전자신고가 타격을 입었다. 25일이 월요일인 데다 한 주 전에 전국적인 폭설까지 겹쳤기 때문에, 마감일에 신고가 몰릴 것은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 당일 오후 1시부터 부가세 전자신고 사이트는 접속이 어려웠다. 특히 회계 프로그램을 가지고 파일을 등록하는 절차는 처음부터 작동이 안 됐다. 자정을 넘기면 최대 20%의 가산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인 사업자들과 세무사, 세무법인 직원들의 속은 타들어 갔다. 이 상황에서도 '소통'이 문제였다. 국세청은 오후 4시 30분과 6시, 7시 30분과 9시 30분에 서버가 정상화됐다는 일방적인 공지만 올렸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마감이 다가오는데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고 있고, 국세청은 무조건 마감 기한을 지키라는 상황. 야근을 하던 사업자와 세무사들은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국세청은 저녁에 차장 주재로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고, 마감 시간을 1시간 30분 남겨둔 밤 10시 30분에야 신고 기한을 하루 연장해주기로 했다. 밤늦게까지 마음 졸이던 사람들은 안도감을 느끼기보다는 국세청의 행태에 분노했다. ▲ 국세청 세정당국은 이번 연말정산 파동을 실수 없이 마무리하기 위해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고, 실제로 연말정산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스템을 개편하고 확대하면서 편리해진 점도 생겼다. 그러나 모든 역량을 시스템 확대와 개선에만 몰두하다 보니, 정작 세정을 이용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은 등한시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세법은 정말 어렵다. 그러나 세금만큼 실생활에 밀접하고 피부에 와 닿는 것도 없다. 때문에 소통이 중요하다. 울려도 받지 않는 전화,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는 대답. 이런 경험을 겪으면 안 그래도 어려운 세정당국이 더 불편하고 어려워진다. 이용하는 사람들이 '불통'에 '분통' 터지지 않도록, 내년 연말정산은 소통하는 세정당국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연관 기사] ☞ ‘종이 없는 연말정산’ 시작…맞벌이 절세법은? ☞ ‘부가가치세 신고’ 홈택스 마비…기한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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