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게 맞나…혼란스러운 건강 보도

입력 2016.02.14 (17:09) 수정 2016.02.1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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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제‘백세 시대'라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도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관련 뉴스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는 건강에 도움을 주기 보다는 오히려 혼란만 부추기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보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먼저, 우리 일상의 주요 관심사로 자리 잡은 건강 관련 보도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보겠습니다.

김진희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질문>
김 기자, TV나 신문, 인터넷 등을 보면 정말 다양한 건강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주로 어떤 내용인가요?

<답변>
새로 나온 치료법, 연구결과, 민간요법, 운동법, 또 건강에 좋다는 식품까지 내용도 아주 다양합니다.

하지만, 그 많은 기사들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워하는 뉴스 이용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서서 일하기’

과연, 서서 일하는 것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이에 대해 언론들은 지난 해, 수백 건의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녹취> SBS 뉴스8(2015. 3.14) : "오래 앉아 있는 게 일의 효율은 물론이고,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서서 일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서서 일하면, 체중 감량은 물론 집중력, 혈액 순환에도 좋고, 암 발병률도 상대적으로 낮아진다는 겁니다.

하지만, 동시에 서서 일하기의 부작용을 같이 언급한 기사도 나왔습니다.

<녹취> KBS 뉴스광장(2015.10.14) : "앉아있는 것이 건강이나 사망 위험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마크 화이틀리(교수) : "오래 서서 일하면 하지 정맥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는 무릎 관절염도 우려됩니다."

서서 일하기가 효과가 없고, 서 있는 자세를 오래 유지할 경우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처럼 한가지 사실에 대해 상반되는 내용의 기사는 이뿐 만이 아닙니다.

건강을 위해 햇빛을 피해야 한다. 아니다, 쬐야 한다.

밤에 사과를 먹으면 좋지 않다. 먹어도 괜찮다.

이를 바라보는 뉴스 이용자들은 대체로 혼란스럽다는 반응입니다.

<인터뷰> 천수정(대학생) : "너무 무분별하게 정보가 많다 보니까 뭘 믿어야 되는지에 대해서 헷갈리는 경우가 많아요.

<질문>
사실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양한 만큼 관련 보도를 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는데, 언론들이 너무 단순화해서 다루는 건 아닌가요?

<답변>
말씀하신대로, 건강과 관련된 내용은 여러 가지 측면이 있는데, 언론들은 지나치게 한쪽 측면만을 강조하면서 뉴스 이용자들의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합니다.

<녹취> 세계일보(2015.11.14/인터넷판) : "오른쪽으로 누워자면, 위액 식도 타고 역류한다“/ 공개된 사진과 설명에 따르면 잠을 잘 때 반드시 왼쪽으로 누워서 자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고 한다.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건강 상식을 인용한 이 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왼쪽으로 누워 자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반면, 왼쪽으로 자면 안 좋다는 기사도 있습니다.

<녹취> 파이낸셜뉴스 인터넷판(2016.1.6) : “왼쪽으로 누워자면, 악몽 더 잘 꾼다.“/ 연구팀에 따르면 왼쪽으로 누워 자면 악몽을 꾸게 될 위험이 높고, 오른쪽으로 자면 상대적으로 기분좋은 꿈을 꾸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녹취> KBS 뉴스 홈페이지 ‘고봉순’ : "왼쪽으로 자면 악몽. 오른쪽으로 자면 식도 역류. 어떻게 자라는 거야?"

한 ‘카드 뉴스’는 이처럼 한쪽 측면만 강조한 관련 기사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각자 몸 상태에 따라 수면 자세를 선택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전했습니다.

<인터뷰>심재억/한국과학기자협회장, 의학전문기자 신문기자는 지면의 제약, 방송 기자는 시간의 제약, 그런 것 때문에 총체적인 모습을 그려내는 포괄적인 기사를 쓰지 않습니다. 아주 구체적으로 세부적인 항목 하나를 잡아가지고 기사화하는데 그 기사가 그 건강법의 모든 면을 다 담아내지 못한다는 거죠.

그러나, 건강 관련 보도가 이렇게 일부분이나 한쪽 측면만 강조할 경우, 기사 내용이 틀리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녹취> 한겨레(1.20) : "같은 위암 환자라 해도 과체중인 경우가 표준 몸무게인 환자보다 오래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심근경색, 치매, 뇌졸중과 같은 질병에서도 이런 ‘비만의 역설’은 확인된 바 있다."

<녹취> YTN(1.13) : "치매 환자에게도 비만의 역설은 존재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뉴욕주립대는 "뚱뚱하면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낮다"고 발표한 바 있고요."

‘비만’의 긍정적인 면을 조명한 이 기사들은 뚱뚱한 사람들이 특정질병을 더 잘 견뎌낸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기사들은 보도 내용 중에 비만의 나쁜 점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현석(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 : "나이가 들어서 제대로 식사를 못 하시는 분들에 비해서 조금 비만하다, 또 영양 섭취가 좋은 분들이 좀 더 오래 산다는 의미 정도로 받아들이면 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엔 지방질 많은 음식들을 많이 섭취해서 비만해져도 무방하다 라는 뜻으로 잘못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점이 있거든요."

건강 관련 보도는 뉴스 이용자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효과와 부작용, 또 기대와 우려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질문>
김 기자, 건강 관련 기사 가운데는 특정 연구 결과를 무분별하게 인용한 것도 적지 않은데, 이것도 문제 아닌가요?

<답변>
네. 특히 ‘연구 논문’하면 보는 사람들이 전문가가 내놓은 결과물로 인식해 좀 더 신뢰하기 마련인데요,

하지만, 이 경우에도 언론의 기본 자세인 '검증’을 소홀히 해선 안될 것입니다.

지난 한 달 동안 포털사이트를 통해 건강 관련 기사를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는 어떤 연구기관의 어떤 연구인지도 불분명한 기사가 적지 않습니다.

<녹취> 동아일보(1.27) :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난청은 귀뿐만 아니라 뇌와도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다. 뉴시스 2016.2.1 미국 암 연구기구의 최근 연구 결과도 커피가 간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기관이 어느 정도의 공신력이 있는지, 그에 따라 연구 결과가 어느 정도 믿을만한지도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연구기관을 밝혔더라도 검증은 필요합니다.

석달 전, 몇몇 인터넷언론은 외신을 인용해 다이어트 콜라가 실제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는 영국 대학의 연구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녹취> 헤럴드경제(2015.11.11) : "불신 받아온 다이어트콜라, 실제 다이어트 된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연구진에 의해 다이어트 탄산음료에 첨가된 인공감미료가 일반 탄산음료의 설탕보다 칼로리 섭취를 줄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영국 언론들의 추후 검증 과정에서 다이어트 콜라 업체 관련 협회의 후원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영국에서는 연구 결과 자체를 믿을 수 없다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녹취> 영국 인디펜던트(2016.1.18) : "영국 국가비만포럼(National Obesity Forum)의 아심 말호트라 박사는 "다이어트 콜라가 물보다 몸에 좋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비상식적이며 웃긴 일"이라며 "과학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다면 기업의 후원을 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건강 관련 기사의 경우, 보도의 신속성보다 충분한 검증이 우선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인터뷰> 이현석(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장) : "그 보도내용이 어디에서 나왔느냐 하는 것을 살펴보는 게 중요해요. 이를 테면 제약 회사의 후원을 많이 받은 논문이라든가/이런 것들이 만약 걸러지지 않고 보도가 될 경우에는 굉장히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해외 학술지에 실린 연구 논문이라고 해서 무비판적으로 권위를 인정하고, 보도하는 관행도 바뀌어야 합니다.

의학 연구 논문을 게재하는 국제 학술지가 수천여 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그 내용을 모두 신뢰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녹취> 심재억(한국과학기자협회장/의학전문기자) : "외국에서 발표된 자료들을 거의 무비판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사실은 좀 뚜렷한 편입니다. 정말 공신력 있는 연구 논문을 싣는 그런 저널도 있고, 사실은 그 공신력을 한번쯤 의심해야 되는 그런 논문들이 실리는 저널도 있거든요.그래서 기자들이 이제는 그런 걸 좀 분별해서 기사화하고..."

<질문>
기자들이 분별력을 가지고 기사를 써야 한다는 건 모든 분야가 마찬가집니다만, 특히 건강 관련 기사를 쓸 때는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요?

<답변>
네. 사실 건강, 의학 관련 하면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전문 기자가 아니라도 이렇게 하면 보다 나은 건강 기사를 쓸 수 있다 하는 몇 가지 기준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각국의 과학, 의학 언론인들이 모여서 개최한 세계과학기자대회에서는 ‘의학 논문, 속지 않고 보도하기’ 라는 주제의 논의가 펼쳐졌습니다.

이 자리에선 *대조군과 실험군 결과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실험 대상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임상실험을 하고 발표한 논문인지, *발표된 논문은 전문기관에서 인정을 받았는지 *또 통계 자료의 표본은 얼마나 되는지를 반드시 확인하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보건 전문기자 연합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보도를 정확히 하기 위해 연구 과정을 자세히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그 연구가 적절한 재정 지원을 받은 것인지, 어떠한 이해 관계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묻고 밝히는 노력을 다해야 하며,

*한 가지 관점에서만 기사를 쓰지 말고 다양한 관점을 제공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건강 관련 보도를 이용하는 이들 중에는 상황에 따라 절박한 상태인 경우도 있는만큼 치유, 기적, 획기적인, 극적인 등 모호하고 선정적인 언어를 쓰지 말라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건강 정보를 전할 때, 언론은 단순한 전달자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인터뷰> 정의철(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홍보이사) : "공중에게 무차별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그런 미디어의 위력에 비해서 그 정보가 과연 신뢰성이 그만큼 있는가는 언론이 철저하게 검증하는 그런 시스템이 확립되어야 된다. 어떤 정보가 결국은 그 사람의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공동체 전체의 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좀 더 엄격한 언론사 방송사 또는 신문사 내에서 그 어떤 검증하는 그런 시스템들이 있어야 되겠고요."

건강 관련 보도는 단순한 정보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보도를 보고, 어떤 사람은 어떤 요법을 따라할 수도 있고, 또 절박한 상황에 놓인 환자들은 기사 한줄 한줄을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건강은 생명과도 관련된 문제인만큼, 흥미를 넘어 보다 정확한 기사를 보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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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게 맞나…혼란스러운 건강 보도
    • 입력 2016-02-14 17:25:19
    • 수정2016-02-14 17:41:26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이제‘백세 시대'라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도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관련 뉴스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는 건강에 도움을 주기 보다는 오히려 혼란만 부추기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보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먼저, 우리 일상의 주요 관심사로 자리 잡은 건강 관련 보도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보겠습니다.

김진희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질문>
김 기자, TV나 신문, 인터넷 등을 보면 정말 다양한 건강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주로 어떤 내용인가요?

<답변>
새로 나온 치료법, 연구결과, 민간요법, 운동법, 또 건강에 좋다는 식품까지 내용도 아주 다양합니다.

하지만, 그 많은 기사들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워하는 뉴스 이용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서서 일하기’

과연, 서서 일하는 것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이에 대해 언론들은 지난 해, 수백 건의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녹취> SBS 뉴스8(2015. 3.14) : "오래 앉아 있는 게 일의 효율은 물론이고,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서서 일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서서 일하면, 체중 감량은 물론 집중력, 혈액 순환에도 좋고, 암 발병률도 상대적으로 낮아진다는 겁니다.

하지만, 동시에 서서 일하기의 부작용을 같이 언급한 기사도 나왔습니다.

<녹취> KBS 뉴스광장(2015.10.14) : "앉아있는 것이 건강이나 사망 위험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마크 화이틀리(교수) : "오래 서서 일하면 하지 정맥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는 무릎 관절염도 우려됩니다."

서서 일하기가 효과가 없고, 서 있는 자세를 오래 유지할 경우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처럼 한가지 사실에 대해 상반되는 내용의 기사는 이뿐 만이 아닙니다.

건강을 위해 햇빛을 피해야 한다. 아니다, 쬐야 한다.

밤에 사과를 먹으면 좋지 않다. 먹어도 괜찮다.

이를 바라보는 뉴스 이용자들은 대체로 혼란스럽다는 반응입니다.

<인터뷰> 천수정(대학생) : "너무 무분별하게 정보가 많다 보니까 뭘 믿어야 되는지에 대해서 헷갈리는 경우가 많아요.

<질문>
사실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양한 만큼 관련 보도를 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는데, 언론들이 너무 단순화해서 다루는 건 아닌가요?

<답변>
말씀하신대로, 건강과 관련된 내용은 여러 가지 측면이 있는데, 언론들은 지나치게 한쪽 측면만을 강조하면서 뉴스 이용자들의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합니다.

<녹취> 세계일보(2015.11.14/인터넷판) : "오른쪽으로 누워자면, 위액 식도 타고 역류한다“/ 공개된 사진과 설명에 따르면 잠을 잘 때 반드시 왼쪽으로 누워서 자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고 한다.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건강 상식을 인용한 이 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왼쪽으로 누워 자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반면, 왼쪽으로 자면 안 좋다는 기사도 있습니다.

<녹취> 파이낸셜뉴스 인터넷판(2016.1.6) : “왼쪽으로 누워자면, 악몽 더 잘 꾼다.“/ 연구팀에 따르면 왼쪽으로 누워 자면 악몽을 꾸게 될 위험이 높고, 오른쪽으로 자면 상대적으로 기분좋은 꿈을 꾸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녹취> KBS 뉴스 홈페이지 ‘고봉순’ : "왼쪽으로 자면 악몽. 오른쪽으로 자면 식도 역류. 어떻게 자라는 거야?"

한 ‘카드 뉴스’는 이처럼 한쪽 측면만 강조한 관련 기사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각자 몸 상태에 따라 수면 자세를 선택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전했습니다.

<인터뷰>심재억/한국과학기자협회장, 의학전문기자 신문기자는 지면의 제약, 방송 기자는 시간의 제약, 그런 것 때문에 총체적인 모습을 그려내는 포괄적인 기사를 쓰지 않습니다. 아주 구체적으로 세부적인 항목 하나를 잡아가지고 기사화하는데 그 기사가 그 건강법의 모든 면을 다 담아내지 못한다는 거죠.

그러나, 건강 관련 보도가 이렇게 일부분이나 한쪽 측면만 강조할 경우, 기사 내용이 틀리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녹취> 한겨레(1.20) : "같은 위암 환자라 해도 과체중인 경우가 표준 몸무게인 환자보다 오래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심근경색, 치매, 뇌졸중과 같은 질병에서도 이런 ‘비만의 역설’은 확인된 바 있다."

<녹취> YTN(1.13) : "치매 환자에게도 비만의 역설은 존재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뉴욕주립대는 "뚱뚱하면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낮다"고 발표한 바 있고요."

‘비만’의 긍정적인 면을 조명한 이 기사들은 뚱뚱한 사람들이 특정질병을 더 잘 견뎌낸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기사들은 보도 내용 중에 비만의 나쁜 점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현석(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 : "나이가 들어서 제대로 식사를 못 하시는 분들에 비해서 조금 비만하다, 또 영양 섭취가 좋은 분들이 좀 더 오래 산다는 의미 정도로 받아들이면 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엔 지방질 많은 음식들을 많이 섭취해서 비만해져도 무방하다 라는 뜻으로 잘못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점이 있거든요."

건강 관련 보도는 뉴스 이용자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효과와 부작용, 또 기대와 우려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질문>
김 기자, 건강 관련 기사 가운데는 특정 연구 결과를 무분별하게 인용한 것도 적지 않은데, 이것도 문제 아닌가요?

<답변>
네. 특히 ‘연구 논문’하면 보는 사람들이 전문가가 내놓은 결과물로 인식해 좀 더 신뢰하기 마련인데요,

하지만, 이 경우에도 언론의 기본 자세인 '검증’을 소홀히 해선 안될 것입니다.

지난 한 달 동안 포털사이트를 통해 건강 관련 기사를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는 어떤 연구기관의 어떤 연구인지도 불분명한 기사가 적지 않습니다.

<녹취> 동아일보(1.27) :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난청은 귀뿐만 아니라 뇌와도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다. 뉴시스 2016.2.1 미국 암 연구기구의 최근 연구 결과도 커피가 간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기관이 어느 정도의 공신력이 있는지, 그에 따라 연구 결과가 어느 정도 믿을만한지도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연구기관을 밝혔더라도 검증은 필요합니다.

석달 전, 몇몇 인터넷언론은 외신을 인용해 다이어트 콜라가 실제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는 영국 대학의 연구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녹취> 헤럴드경제(2015.11.11) : "불신 받아온 다이어트콜라, 실제 다이어트 된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연구진에 의해 다이어트 탄산음료에 첨가된 인공감미료가 일반 탄산음료의 설탕보다 칼로리 섭취를 줄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영국 언론들의 추후 검증 과정에서 다이어트 콜라 업체 관련 협회의 후원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영국에서는 연구 결과 자체를 믿을 수 없다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녹취> 영국 인디펜던트(2016.1.18) : "영국 국가비만포럼(National Obesity Forum)의 아심 말호트라 박사는 "다이어트 콜라가 물보다 몸에 좋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비상식적이며 웃긴 일"이라며 "과학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다면 기업의 후원을 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건강 관련 기사의 경우, 보도의 신속성보다 충분한 검증이 우선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인터뷰> 이현석(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장) : "그 보도내용이 어디에서 나왔느냐 하는 것을 살펴보는 게 중요해요. 이를 테면 제약 회사의 후원을 많이 받은 논문이라든가/이런 것들이 만약 걸러지지 않고 보도가 될 경우에는 굉장히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해외 학술지에 실린 연구 논문이라고 해서 무비판적으로 권위를 인정하고, 보도하는 관행도 바뀌어야 합니다.

의학 연구 논문을 게재하는 국제 학술지가 수천여 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그 내용을 모두 신뢰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녹취> 심재억(한국과학기자협회장/의학전문기자) : "외국에서 발표된 자료들을 거의 무비판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사실은 좀 뚜렷한 편입니다. 정말 공신력 있는 연구 논문을 싣는 그런 저널도 있고, 사실은 그 공신력을 한번쯤 의심해야 되는 그런 논문들이 실리는 저널도 있거든요.그래서 기자들이 이제는 그런 걸 좀 분별해서 기사화하고..."

<질문>
기자들이 분별력을 가지고 기사를 써야 한다는 건 모든 분야가 마찬가집니다만, 특히 건강 관련 기사를 쓸 때는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요?

<답변>
네. 사실 건강, 의학 관련 하면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전문 기자가 아니라도 이렇게 하면 보다 나은 건강 기사를 쓸 수 있다 하는 몇 가지 기준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각국의 과학, 의학 언론인들이 모여서 개최한 세계과학기자대회에서는 ‘의학 논문, 속지 않고 보도하기’ 라는 주제의 논의가 펼쳐졌습니다.

이 자리에선 *대조군과 실험군 결과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실험 대상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임상실험을 하고 발표한 논문인지, *발표된 논문은 전문기관에서 인정을 받았는지 *또 통계 자료의 표본은 얼마나 되는지를 반드시 확인하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보건 전문기자 연합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보도를 정확히 하기 위해 연구 과정을 자세히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그 연구가 적절한 재정 지원을 받은 것인지, 어떠한 이해 관계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묻고 밝히는 노력을 다해야 하며,

*한 가지 관점에서만 기사를 쓰지 말고 다양한 관점을 제공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건강 관련 보도를 이용하는 이들 중에는 상황에 따라 절박한 상태인 경우도 있는만큼 치유, 기적, 획기적인, 극적인 등 모호하고 선정적인 언어를 쓰지 말라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건강 정보를 전할 때, 언론은 단순한 전달자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인터뷰> 정의철(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홍보이사) : "공중에게 무차별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그런 미디어의 위력에 비해서 그 정보가 과연 신뢰성이 그만큼 있는가는 언론이 철저하게 검증하는 그런 시스템이 확립되어야 된다. 어떤 정보가 결국은 그 사람의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공동체 전체의 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좀 더 엄격한 언론사 방송사 또는 신문사 내에서 그 어떤 검증하는 그런 시스템들이 있어야 되겠고요."

건강 관련 보도는 단순한 정보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보도를 보고, 어떤 사람은 어떤 요법을 따라할 수도 있고, 또 절박한 상황에 놓인 환자들은 기사 한줄 한줄을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건강은 생명과도 관련된 문제인만큼, 흥미를 넘어 보다 정확한 기사를 보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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