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속에 감춰진 비리

입력 2016.02.17 (16:45) 수정 2016.02.1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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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나 고속도로 터널 공사를 하면서 공법을 임의로 바꾸거나 핵심부품을 빼돌려 공사비를 가로챈 건설업체 관계자와 이를 묵인한 감리단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특히 이들은 안전을 무시한 채 공법을 바꾸고 규정된 자재를 덜 쓰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수년전부터 이어져온 부실 시공의 관행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법 바꿔 공사비 빼돌린 현장소장 구속

대구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7일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울산~포항 복선전철 3공구 경주 인근 입실터널 공사현장에서 규정된 '무진동 암반파쇄공법' 대신 붕괴위험이 큰 화약발파로 터널굴착을 진행하는 방법으로 5억8천만 원을 빼돌린 혐의(특경법 사기, 업무상 횡령 등)로 하도급업체 현장소장 배모(42)씨를 구속했다.

또 배씨의 범행을 묵인하는 대가로 150만원 상당의 골프채 등 금품을 받은 감리단 관계자와 시공사 관계자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무진동 파쇄공법 대신 저렴한 '화약발파'

경찰에 따르면 배씨 등은 2015년 3월부터 경북 경주시 외동면 울산∼포항 복선전철 3공구 입실터널 공사를 하면서 설계 당시와 다른 공법으로 변경하고 발주처에 17억여원을 과다 청구했다. 이 공구는 붕괴 우려 때문에 화약 발파 대신 비용이 4배 가량 많이 들고 공사기간도 훨씬 긴 '무진동 암반파쇄공법'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배씨는 이를 무시하고 발파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터널 속 '내부자들'…핵심 '락볼트' 누락 시공

전철 터널공사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터널공사 과정에서도 비리가 드러났다.

경찰은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울산~포항 고속도로 10공구 양북, 진전 등 4개 구간 터널공사를 하면서 암반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는 부품인 '락볼트'를 설계수량보다 적게 시공하는 방법으로 12억2천여만 원을 챙긴 혐의로 (특경법상 사기 등) 시공사 현장소장 정모(52)씨 등 3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울산~포항 고속도로 11공구 오천, 갈평 등 4개 터널공사 현장에서 '락볼트'를 누락 시공해 8억5천여만원을 빼돌린 하도급업체 대표 전모(52)씨 등 3명을 입건했다.

울산~포항 고속도로 10공구와 11공구 현장에서는 각각 2만여개와 1만4천여개의 락볼트를 누락 시공한 뒤 거래명세표를 위조해 발주처로부터 공사비를 타낸 것으로 밝혀졌다.

락볼트는 시공 과정 특성상 시공 후 콘크리트에 묻히기 때문에 터널 안쪽의 실제 시공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허점을 노린 범죄였다.



지난해 연말 권익위 수사의뢰가 단초

이번 경찰의 수사는 지난해 연말 국민권익위원회가 터널 분야 부패 실태를 점검한 결과 공사비 차액을 빼돌린 정황이 있다며 수사기관과 감사기관에 비리 내용을 넘기면서 시작됐다.

[연관 기사] ☞ 권익위, 터널공사비 140억 과다 청구 적발

지난 2014년에도 터널공사 과정에서 락볼트 누락시공이 이뤄진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끝에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을 사법처리했다.

[연관 기사]
☞ 고속도로 터널 자재 빼돌려 공사비 187억 ‘꿀꺽’
☞ [현장추적] 필수 자재 ¼만 투입…터널 부실 시공


반복되는 부실시공 근절대책 나와야

이번에도 거의 비슷한 수법의 비리가 드러남에 따라 터널공사 현장에서의 부실 시공의 관행이 여전히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세간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대규모 공사현장의 경우 발주처가 감리업무를 특정회사에 위탁하는 전면 책임감리를 하면서 불법시공 사실을 적발하기가 쉽지 않고 발주처의 관리·감독도 소홀한 경우가 많아 이 같은 비리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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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널 속에 감춰진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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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6-02-17 18:13:37
    취재K
철도나 고속도로 터널 공사를 하면서 공법을 임의로 바꾸거나 핵심부품을 빼돌려 공사비를 가로챈 건설업체 관계자와 이를 묵인한 감리단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특히 이들은 안전을 무시한 채 공법을 바꾸고 규정된 자재를 덜 쓰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수년전부터 이어져온 부실 시공의 관행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법 바꿔 공사비 빼돌린 현장소장 구속

대구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7일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울산~포항 복선전철 3공구 경주 인근 입실터널 공사현장에서 규정된 '무진동 암반파쇄공법' 대신 붕괴위험이 큰 화약발파로 터널굴착을 진행하는 방법으로 5억8천만 원을 빼돌린 혐의(특경법 사기, 업무상 횡령 등)로 하도급업체 현장소장 배모(42)씨를 구속했다.

또 배씨의 범행을 묵인하는 대가로 150만원 상당의 골프채 등 금품을 받은 감리단 관계자와 시공사 관계자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무진동 파쇄공법 대신 저렴한 '화약발파'

경찰에 따르면 배씨 등은 2015년 3월부터 경북 경주시 외동면 울산∼포항 복선전철 3공구 입실터널 공사를 하면서 설계 당시와 다른 공법으로 변경하고 발주처에 17억여원을 과다 청구했다. 이 공구는 붕괴 우려 때문에 화약 발파 대신 비용이 4배 가량 많이 들고 공사기간도 훨씬 긴 '무진동 암반파쇄공법'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배씨는 이를 무시하고 발파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터널 속 '내부자들'…핵심 '락볼트' 누락 시공

전철 터널공사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터널공사 과정에서도 비리가 드러났다.

경찰은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울산~포항 고속도로 10공구 양북, 진전 등 4개 구간 터널공사를 하면서 암반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는 부품인 '락볼트'를 설계수량보다 적게 시공하는 방법으로 12억2천여만 원을 챙긴 혐의로 (특경법상 사기 등) 시공사 현장소장 정모(52)씨 등 3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울산~포항 고속도로 11공구 오천, 갈평 등 4개 터널공사 현장에서 '락볼트'를 누락 시공해 8억5천여만원을 빼돌린 하도급업체 대표 전모(52)씨 등 3명을 입건했다.

울산~포항 고속도로 10공구와 11공구 현장에서는 각각 2만여개와 1만4천여개의 락볼트를 누락 시공한 뒤 거래명세표를 위조해 발주처로부터 공사비를 타낸 것으로 밝혀졌다.

락볼트는 시공 과정 특성상 시공 후 콘크리트에 묻히기 때문에 터널 안쪽의 실제 시공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허점을 노린 범죄였다.



지난해 연말 권익위 수사의뢰가 단초

이번 경찰의 수사는 지난해 연말 국민권익위원회가 터널 분야 부패 실태를 점검한 결과 공사비 차액을 빼돌린 정황이 있다며 수사기관과 감사기관에 비리 내용을 넘기면서 시작됐다.

[연관 기사] ☞ 권익위, 터널공사비 140억 과다 청구 적발

지난 2014년에도 터널공사 과정에서 락볼트 누락시공이 이뤄진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끝에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을 사법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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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부실시공 근절대책 나와야

이번에도 거의 비슷한 수법의 비리가 드러남에 따라 터널공사 현장에서의 부실 시공의 관행이 여전히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세간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대규모 공사현장의 경우 발주처가 감리업무를 특정회사에 위탁하는 전면 책임감리를 하면서 불법시공 사실을 적발하기가 쉽지 않고 발주처의 관리·감독도 소홀한 경우가 많아 이 같은 비리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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