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양보 안 해?”…검은 SUV의 18km 보복운전

입력 2016.02.22 (15:02) 수정 2016.02.22 (22:4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7월 22일 오후 4시. 남해고속도로에서 마티즈 승용차를 운전하던 조모(37) 씨는 갑자기 끼어드는 검은 SUV 차량에 깜짝 놀랐다. 사천 나들목에 막 진입하려는 순간이었다.

SUV 차량 운전자는 설모(46) 씨. 설 씨는 나들목 진입로에서 끼어들기를 하려다 조 씨가 양보하지 않고 경적을 울리자 격분했다. 설 씨는 결국 조 씨 차량에 앞서 나들목에 진입했지만 나들목을 통과한 뒤 보복운전에 나섰다.

설 씨는 조 씨 차량과 나란히 주행하며 운전석 창문을 열고 손짓과 욕설을 하며 차량을 정차할 것을 요구했다. 조 씨가 응하지 않자 상향등을 수차례 깜박이더니 급기야 차로를 가로막고 급정거를 했다. 조 씨는 이를 피해 옆 차로로 주행했지만 설 씨는 다시 추월해 차로를 가로막았다.

끼어들기와 급정거 등 설 씨의 보복운전은 18Km를 달려 진주 나들목까지 이어졌다. 18Km는 경부고속도로 한남 나들목에서 분당까지의 거리다.



아찔한 보복운전을 당한 조 씨는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따로 저장했다. 하지만 같은 출근길을 이용하는 운전자인 만큼 도로에서 또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신고는 하지 못하다가 보복운전 집중 단속기간(2015년 7월 10일~8월 10일)에 신고를 독려하는 경찰의 인터넷 게시 글을 읽고 블랙박스 영상을 제보했다.

경찰 조사에서 설 씨는 조 씨가 차선을 양보해주지 않고 경적을 울린 데 화가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설 씨는 특수협박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난폭·보복운전 처벌 강화에 신고·제보 잇따라

앞서 지난 20일에는 앞선 차량이 천천히 간다는 이유로 보복운전을 한 화물차 운전자 최모(44)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택배기사인 최 씨는 지난 16일 오후 4시쯤 광주 북구 양산로의 한 거리에서 앞서가던 승용차를 뒤쫓아가 경적을 울리며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승용차 운전자가 내려 화물차를 유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려 하자 최 씨는 화물차를 승용차 운전자를 향해 몰기도 했다. 주행속도가 비교적 느려 승용차 운전자가 다치지 않았지만 경찰은 이를 위협운전으로 판단했다.

지난 16일 오후 광주 북구 양산로의 한 거리에서 앞서가던 차량운전자가 서행하다 정차했다는 이유로 이 차량 운전자를 자신의 화물차로 들이받는 택배기사의 모습(붉은 원)이 CCTV에 찍혔다. 지난 16일 오후 광주 북구 양산로의 한 거리에서 앞서가던 차량운전자가 서행하다 정차했다는 이유로 이 차량 운전자를 자신의 화물차로 들이받는 택배기사의 모습(붉은 원)이 CCTV에 찍혔다.


21일엔 진로를 양보하지 않고 서행한다는 이유로 보복운전을 해 사고를 낸 혐의로 김모(46)씨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김 씨는 지난 17일 울산시 중구 학성동의 한 도로에서 앞서 가던 레미콘 차량이 서행하며 진로를 양보하지 않는 것에 격분해 자신의 승합차로 레미콘 차량을 앞지른 뒤 급정거해 추돌사고를 유발한 혐의를 받고있다.

울산 중부경찰서는 앞서 가던 레미콘 차량이 진로를 양보하지 않고 서행한다는 이유로 보복 운전해 사고를 낸 혐의(특수폭행 등)로 김모(4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울산 중부경찰서는 앞서 가던 레미콘 차량이 진로를 양보하지 않고 서행한다는 이유로 보복 운전해 사고를 낸 혐의(특수폭행 등)로 김모(4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최근 난폭·보복운전에 대한 형사처벌이 잇따르면서 관련 신고와 제보도 늘고 있다.

지난 16일엔 보복운전으로 급제동해 운전자 1명이 숨지는 4중 추돌사고를 낸 25t 화물차 운전자에 대해 징역 6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오용규 부장판사)는 "위협운전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고 비슷한 사고를 막으려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지난 12일부터는 난폭운전을 한 운전자에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 도로교통법령이 적용된다.

경찰은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과속, 횡단·유턴·후진 금지 위반, 진로변경 방법 위반, 급제동, 앞지르기 방법 위반, 안전거리 미확보, 소음발생 등 9개 위반행위 가운데 둘 이상을 연달아 하거나 하나의 해위를 반복해 다른 운전자에게 위협을 가한 행위를 난폭운전으로 규정했다.



다음달 31일까지 경찰은 난폭·보복 운전에 대한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앱 '목격자를 찾습니다'에 '난폭·보복운전 신고 전용창구'를 마련해 휴대전화나 블랙박스 촬영 동영상을 활용해 손쉽고 빠르게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되면 교통범죄수사팀이 곧바로 블랙박스 동영상이나 목격자 확보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피해 진술조서를 가명으로 하는 등 신고자 신변 보호도 철저히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관 기사]

☞ [뉴스픽] “짜증 유발 운전자, 이젠 신고하세요”
☞ “양보 왜 안 해”… 고속도로 18km ‘보복운전’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왜 양보 안 해?”…검은 SUV의 18km 보복운전
    • 입력 2016-02-22 15:02:48
    • 수정2016-02-22 22:43:41
    취재K
지난해 7월 22일 오후 4시. 남해고속도로에서 마티즈 승용차를 운전하던 조모(37) 씨는 갑자기 끼어드는 검은 SUV 차량에 깜짝 놀랐다. 사천 나들목에 막 진입하려는 순간이었다.

SUV 차량 운전자는 설모(46) 씨. 설 씨는 나들목 진입로에서 끼어들기를 하려다 조 씨가 양보하지 않고 경적을 울리자 격분했다. 설 씨는 결국 조 씨 차량에 앞서 나들목에 진입했지만 나들목을 통과한 뒤 보복운전에 나섰다.

설 씨는 조 씨 차량과 나란히 주행하며 운전석 창문을 열고 손짓과 욕설을 하며 차량을 정차할 것을 요구했다. 조 씨가 응하지 않자 상향등을 수차례 깜박이더니 급기야 차로를 가로막고 급정거를 했다. 조 씨는 이를 피해 옆 차로로 주행했지만 설 씨는 다시 추월해 차로를 가로막았다.

끼어들기와 급정거 등 설 씨의 보복운전은 18Km를 달려 진주 나들목까지 이어졌다. 18Km는 경부고속도로 한남 나들목에서 분당까지의 거리다.



아찔한 보복운전을 당한 조 씨는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따로 저장했다. 하지만 같은 출근길을 이용하는 운전자인 만큼 도로에서 또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신고는 하지 못하다가 보복운전 집중 단속기간(2015년 7월 10일~8월 10일)에 신고를 독려하는 경찰의 인터넷 게시 글을 읽고 블랙박스 영상을 제보했다.

경찰 조사에서 설 씨는 조 씨가 차선을 양보해주지 않고 경적을 울린 데 화가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설 씨는 특수협박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난폭·보복운전 처벌 강화에 신고·제보 잇따라

앞서 지난 20일에는 앞선 차량이 천천히 간다는 이유로 보복운전을 한 화물차 운전자 최모(44)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택배기사인 최 씨는 지난 16일 오후 4시쯤 광주 북구 양산로의 한 거리에서 앞서가던 승용차를 뒤쫓아가 경적을 울리며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승용차 운전자가 내려 화물차를 유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려 하자 최 씨는 화물차를 승용차 운전자를 향해 몰기도 했다. 주행속도가 비교적 느려 승용차 운전자가 다치지 않았지만 경찰은 이를 위협운전으로 판단했다.

지난 16일 오후 광주 북구 양산로의 한 거리에서 앞서가던 차량운전자가 서행하다 정차했다는 이유로 이 차량 운전자를 자신의 화물차로 들이받는 택배기사의 모습(붉은 원)이 CCTV에 찍혔다.

21일엔 진로를 양보하지 않고 서행한다는 이유로 보복운전을 해 사고를 낸 혐의로 김모(46)씨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김 씨는 지난 17일 울산시 중구 학성동의 한 도로에서 앞서 가던 레미콘 차량이 서행하며 진로를 양보하지 않는 것에 격분해 자신의 승합차로 레미콘 차량을 앞지른 뒤 급정거해 추돌사고를 유발한 혐의를 받고있다.

울산 중부경찰서는 앞서 가던 레미콘 차량이 진로를 양보하지 않고 서행한다는 이유로 보복 운전해 사고를 낸 혐의(특수폭행 등)로 김모(4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최근 난폭·보복운전에 대한 형사처벌이 잇따르면서 관련 신고와 제보도 늘고 있다.

지난 16일엔 보복운전으로 급제동해 운전자 1명이 숨지는 4중 추돌사고를 낸 25t 화물차 운전자에 대해 징역 6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오용규 부장판사)는 "위협운전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고 비슷한 사고를 막으려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지난 12일부터는 난폭운전을 한 운전자에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 도로교통법령이 적용된다.

경찰은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과속, 횡단·유턴·후진 금지 위반, 진로변경 방법 위반, 급제동, 앞지르기 방법 위반, 안전거리 미확보, 소음발생 등 9개 위반행위 가운데 둘 이상을 연달아 하거나 하나의 해위를 반복해 다른 운전자에게 위협을 가한 행위를 난폭운전으로 규정했다.



다음달 31일까지 경찰은 난폭·보복 운전에 대한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앱 '목격자를 찾습니다'에 '난폭·보복운전 신고 전용창구'를 마련해 휴대전화나 블랙박스 촬영 동영상을 활용해 손쉽고 빠르게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되면 교통범죄수사팀이 곧바로 블랙박스 동영상이나 목격자 확보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피해 진술조서를 가명으로 하는 등 신고자 신변 보호도 철저히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관 기사]

☞ [뉴스픽] “짜증 유발 운전자, 이젠 신고하세요”
☞ “양보 왜 안 해”… 고속도로 18km ‘보복운전’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