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 자살…‘C형 간염 사건’ 수사 난항

입력 2016.03.04 (15:52) 수정 2016.03.0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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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C형 간염 사태와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아온 강원도 원주 시내 옛 한양정형외과 전 원장인 노모(59세)씨가 오늘(4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오늘 경찰의 2차 소환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노 씨의 사망으로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에 대한 경찰의 수사도 쉽지 않게 됐다.

[연관기사] ☞ 원주 ‘C형 간염’ 전 병원장 자택서 숨진 채 발견

4일 오전 7시 50분쯤 원주시 무실동 노 씨의 집에서 노 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부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4일 오전 7시 50분쯤 원주시 무실동 노 씨의 집에서 노 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부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원주 C형 간염 사건 병원장 자살

4일 오전 7시 50분쯤, 강원도 원주시 무실동의 한 아파트에서 원주 시내 옛 한양정형외과 전 원장 노 모 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부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노 씨의 아내는 경찰에서 "안방과 거실에서 따로 잠을 잤고 일어났는데, 인기척이 없어 안방으로 가보니 남편이 숨져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정형외과는 원주 C형 간염 집단 감염사태의 진원지로 지목돼 왔다. 이곳에서 자가혈 주사(PRP) 시술을 받은 사람 가운데 지금까지 C형 간염 환자가 215명 확인됐다.

노 씨는 지난해 4월 자신의 병원에서 자가혈 시술 후 C형 간염에 걸렸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주사기 재사용 등을 부인하면서 한 달여 만에 병원을 자진 폐업하고 다른 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연관기사] ☞ 원주 C형간염 감염 환자 무더기 추가 확진

10시간 소환조사, 오늘 2차 소환 예정

숨진 노 씨는 지난달 29일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10여 시간가량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고 오늘 2차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당시 경찰은 노 씨를 상대로 자가혈 주사(PRP) 시술을 하면서 주사기를 재사용했는지에 대해 집중 조사했는데 노 씨는 일회용 주사기나 PRP 자가혈 시술 도구 재사용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차 조사 당시 변호인과 함께 진술 녹화실에서 조사한 만큼 수사 과정에서 압박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간호사와 피해자 등의 진술과 그동안 확보한 증거 등을 바탕으로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C형 간염 사태의 핵심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이번 사태의 원인 규명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원주 한양정형외과를 다녀간 환자 가운데 지난달 24일까지 C형간염 항체 검사를 완료한 1천545명 중 양성 판정을 받은 감염자는 217명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C형간염에 걸린 적이 있거나 현재 감염 중인 사람 모두를 포함한 수치다.

이 가운데 현재 치료가 필요한 'RNA(리보핵산) 양성'은 모두 95명이다. 나머지 122명은 감염된 흔적이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질병관리본부는 설명했다.

지난달 15일 이 병원을 거쳐 간 환자들이 원주시 보건소 3층에 마련된 ‘C형 간염 비상대책본부’를 찾아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한 검사를 받고 있다.지난달 15일 이 병원을 거쳐 간 환자들이 원주시 보건소 3층에 마련된 ‘C형 간염 비상대책본부’를 찾아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한 검사를 받고 있다.


혈액·체액 통해 감염…예방백신도 없어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PRP 시술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PRP 시술은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원심분리한 후 추출한 혈소판을 환자에게 재주사하는 방식이다. 한양정형외과에 환자가 몰린 것은 2004년 9월 개원 직후부터다. PRP 시술을 잘한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4월부터 "PRP 시술 후 잠이 계속 오고 몸무게가 급감하는 증세 끝에 C형 간염에 걸렸다"는 등 민원이 쇄도했다. 주로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감염되는 C형 간염은 아직까지 예방 백신도 나오지 않았다.


[연관기사] ☞ 백신 없는 ‘C형 간염’ 예방법은?

'공소권 없음' 가능성 커, 수사 난항

노 원장의 병원에서 자가혈 주사 시술(PRP)을 받은 환자들이 C형 간염에 무더기로 감염됐다는 것을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직후 경찰은 병원에서 근무했던 사무장과 간호사를 비롯해 의료기기 납품업자 등 10여 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달 16일 노 원장을 출국 금지 조치한 경찰은 원심분리기 2대 등 의료기기를 압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한 상태였다.

하지만 해당 병원의 원장의 사망으로 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경찰의 수사가 완료돼 과실치상 혐의와 의료법 위반 혐의가 밝혀져야 민형사상 처벌이나 보상이 가능하지만 피의자의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되면 보상은 고사하고 원인 규명도 미지수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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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3-04 15:52:02
    • 수정2016-03-04 16:06:42
    취재K
집단 C형 간염 사태와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아온 강원도 원주 시내 옛 한양정형외과 전 원장인 노모(59세)씨가 오늘(4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오늘 경찰의 2차 소환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노 씨의 사망으로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에 대한 경찰의 수사도 쉽지 않게 됐다.

[연관기사] ☞ 원주 ‘C형 간염’ 전 병원장 자택서 숨진 채 발견

4일 오전 7시 50분쯤 원주시 무실동 노 씨의 집에서 노 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부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원주 C형 간염 사건 병원장 자살

4일 오전 7시 50분쯤, 강원도 원주시 무실동의 한 아파트에서 원주 시내 옛 한양정형외과 전 원장 노 모 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부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노 씨의 아내는 경찰에서 "안방과 거실에서 따로 잠을 잤고 일어났는데, 인기척이 없어 안방으로 가보니 남편이 숨져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정형외과는 원주 C형 간염 집단 감염사태의 진원지로 지목돼 왔다. 이곳에서 자가혈 주사(PRP) 시술을 받은 사람 가운데 지금까지 C형 간염 환자가 215명 확인됐다.

노 씨는 지난해 4월 자신의 병원에서 자가혈 시술 후 C형 간염에 걸렸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주사기 재사용 등을 부인하면서 한 달여 만에 병원을 자진 폐업하고 다른 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연관기사] ☞ 원주 C형간염 감염 환자 무더기 추가 확진

10시간 소환조사, 오늘 2차 소환 예정

숨진 노 씨는 지난달 29일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10여 시간가량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고 오늘 2차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당시 경찰은 노 씨를 상대로 자가혈 주사(PRP) 시술을 하면서 주사기를 재사용했는지에 대해 집중 조사했는데 노 씨는 일회용 주사기나 PRP 자가혈 시술 도구 재사용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차 조사 당시 변호인과 함께 진술 녹화실에서 조사한 만큼 수사 과정에서 압박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간호사와 피해자 등의 진술과 그동안 확보한 증거 등을 바탕으로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C형 간염 사태의 핵심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이번 사태의 원인 규명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원주 한양정형외과를 다녀간 환자 가운데 지난달 24일까지 C형간염 항체 검사를 완료한 1천545명 중 양성 판정을 받은 감염자는 217명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C형간염에 걸린 적이 있거나 현재 감염 중인 사람 모두를 포함한 수치다.

이 가운데 현재 치료가 필요한 'RNA(리보핵산) 양성'은 모두 95명이다. 나머지 122명은 감염된 흔적이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질병관리본부는 설명했다.

지난달 15일 이 병원을 거쳐 간 환자들이 원주시 보건소 3층에 마련된 ‘C형 간염 비상대책본부’를 찾아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한 검사를 받고 있다.

혈액·체액 통해 감염…예방백신도 없어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PRP 시술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PRP 시술은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원심분리한 후 추출한 혈소판을 환자에게 재주사하는 방식이다. 한양정형외과에 환자가 몰린 것은 2004년 9월 개원 직후부터다. PRP 시술을 잘한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4월부터 "PRP 시술 후 잠이 계속 오고 몸무게가 급감하는 증세 끝에 C형 간염에 걸렸다"는 등 민원이 쇄도했다. 주로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감염되는 C형 간염은 아직까지 예방 백신도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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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권 없음' 가능성 커, 수사 난항

노 원장의 병원에서 자가혈 주사 시술(PRP)을 받은 환자들이 C형 간염에 무더기로 감염됐다는 것을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직후 경찰은 병원에서 근무했던 사무장과 간호사를 비롯해 의료기기 납품업자 등 10여 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달 16일 노 원장을 출국 금지 조치한 경찰은 원심분리기 2대 등 의료기기를 압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한 상태였다.

하지만 해당 병원의 원장의 사망으로 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경찰의 수사가 완료돼 과실치상 혐의와 의료법 위반 혐의가 밝혀져야 민형사상 처벌이나 보상이 가능하지만 피의자의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되면 보상은 고사하고 원인 규명도 미지수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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