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사외이사 “권력기관 출신 44%”

입력 2016.03.07 (21:22) 수정 2016.03.07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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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주부터 대기업들의 주주총회가 잇따라 열립니다.

KBS가 10대 그룹의 올해 사외이사 선임 실태를 분석해 보니, 두 명 중 한 명 정도가 권력기관 출신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기업정책을 총괄했던 경제 관료 출신들이, 사외이사가 된 경우가 많았는데요,

송수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연관기사]☞ 10대그룹 사외이사 44% 권력기관 출신

<리포트>

청와대 국정기획 수석을 거쳐 2011년부터 2013년 초까지 기획재정부를 이끌었던 박재완 전 장관.

삼성전자는 박 전 장관을 사외 이사로 새로 선임했습니다.

박 전 장관은 롯데쇼핑의 신규 사외이사로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박 전 장관에게 장관직을 물려줬던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도 두산인프라코어 사외 이사로 영입됐습니다.

주요 경제부처 수장이 대기업 사외 이사로 자리를 옮기는 겁니다.

장관 뿐 아니라 김석동, 임영록, 허경욱 등 전직 기재부 차관들도 대기업 사외 이사로 변신합니다.

<인터뷰> 기업 홍보실 관계자(음성변조) : "인맥이 굉장히 광범위하고 넓다 보니까 대관 업무 등에 활용하기가 용이한 측면이 있겠죠."

KBS와 재벌닷컴이 분석한 결과 신규 또는 재선임 사외 이사의 44%가 이른바 권력기관 출신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기재부를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대기업 정책에 직접 관여하거나 규제, 관리하던 부처 출신이 많았습니다.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 등 판검사 출신 인사도 16명에 이릅니다.

<인터뷰> 정선섭(재벌닷컴 대표) : "권력기관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어서 (사외이사 제도의) 본질적인 측면과는 좀 멀어져 있습니다."

지난해 같은 조사때 보다 관료 출신 사외이사의 비율이 5%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KBS 뉴스 송수진입니다.

▼기업 직접 이해관계자에서 사외이사로▼

<기자 멘트>

이처럼 사외이사로 자리를 바꾼 권력기관 출신들중에는 단연 전직 경제 관료들이 눈에 띄는데요.

현직에 있을 때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관련 정책과 규제를 만든 장본인들이기 때문입니다.

퇴직 후의 영향력도 적지않습니다.

그래서 재계에서는 고위급 관료를 얼마나 영입했는지가 회사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합니다.

또다른 형태의 전관예우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기업의 방패막이용 사외이사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사외이사란 본래 기업 총수의 전횡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죠.

기업에 간 고위 경제관료들은 그 역할에 충실했을까요?

KBS가 전직 경제관료들이 어떤식으로 사외이사 역할을 수행했는지 분석했습니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 경제 정책을 총괄한 기획재정부 장·차관은 모두 41명입니다.

현직 관료와 국회의원을 제외한 전직 경제 사령탑은 모두 32명.

이중에 대기업 사외이사 후보로 한번이라도 이름을 올린 경우는 26명, 전체의 84%에 달했습니다.

7명은 두 개 이상의 대기업에서 사외이사를 역임했고, 최대 네 곳에서 사외이사를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들이 간 기업은 삼성, 현대차, SK와 두산, 효성 등 대기업과 미래에셋과 메리츠증권 등 금융회사 등 모두 27곳으로 다양했습니다.

이들은 기업으로 가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금융감독원 공시 사이트에 나온 이사회 회의록을 살펴봤습니다.

회의록 상 전직 경제 사령탑은 7백 차례 이상 이사회에 참석했습니다.

이사회 참석 한 번에 지급하는 금액은 적게는 3백만 원에서 많게는 천 만 원.

전체적으로는 1인당 연평균 5,260만 원을 받았고, 일부는 사무실과 차량, 건강검진 등도 제공받았습니다.

<녹취> 대기업 관계자(음성변조) : "(보수는) 한 달에 몇 백만 원 수준으로 알고 있습니다. 차량 제공이라든지 그런 부분도 (지원을 합니다.)"

안건 찬성률은 100%였습니다.

기업이 내놓은 안건에 반대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사전 논의를 통해 안건을 수정해 반영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높은 비중입니다.

<인터뷰> 김우찬(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 "단 한 번도 전직 장차관이 사외이사로 재직 중에 회사 정책에 반발해서 중도 사퇴를 한다거나 어떤 뉴스를 만든 일이 없기 때문에 견제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을 해볼 수 있습니다."

미국 100대 기업의 경우 사외이사의 4분의 3은 경쟁사 CEO를 포함한 재계 인사들이고 관료 출신은 10%에 못 미칩니다.

경제사령탑 출신들이 다른 사람 눈에 안띄게 사실상 전관예우를 받는 수단으로 전락한 사외이사의 실태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해 봐야하는 이유입니다.

KBS 뉴스 김경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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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그룹 사외이사 “권력기관 출신 44%”
    • 입력 2016-03-07 21:23:50
    • 수정2016-03-07 21:34:15
    뉴스 9
<앵커 멘트>

이번 주부터 대기업들의 주주총회가 잇따라 열립니다.

KBS가 10대 그룹의 올해 사외이사 선임 실태를 분석해 보니, 두 명 중 한 명 정도가 권력기관 출신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기업정책을 총괄했던 경제 관료 출신들이, 사외이사가 된 경우가 많았는데요,

송수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연관기사]☞ 10대그룹 사외이사 44% 권력기관 출신

<리포트>

청와대 국정기획 수석을 거쳐 2011년부터 2013년 초까지 기획재정부를 이끌었던 박재완 전 장관.

삼성전자는 박 전 장관을 사외 이사로 새로 선임했습니다.

박 전 장관은 롯데쇼핑의 신규 사외이사로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박 전 장관에게 장관직을 물려줬던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도 두산인프라코어 사외 이사로 영입됐습니다.

주요 경제부처 수장이 대기업 사외 이사로 자리를 옮기는 겁니다.

장관 뿐 아니라 김석동, 임영록, 허경욱 등 전직 기재부 차관들도 대기업 사외 이사로 변신합니다.

<인터뷰> 기업 홍보실 관계자(음성변조) : "인맥이 굉장히 광범위하고 넓다 보니까 대관 업무 등에 활용하기가 용이한 측면이 있겠죠."

KBS와 재벌닷컴이 분석한 결과 신규 또는 재선임 사외 이사의 44%가 이른바 권력기관 출신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기재부를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대기업 정책에 직접 관여하거나 규제, 관리하던 부처 출신이 많았습니다.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 등 판검사 출신 인사도 16명에 이릅니다.

<인터뷰> 정선섭(재벌닷컴 대표) : "권력기관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어서 (사외이사 제도의) 본질적인 측면과는 좀 멀어져 있습니다."

지난해 같은 조사때 보다 관료 출신 사외이사의 비율이 5%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KBS 뉴스 송수진입니다.

▼기업 직접 이해관계자에서 사외이사로▼

<기자 멘트>

이처럼 사외이사로 자리를 바꾼 권력기관 출신들중에는 단연 전직 경제 관료들이 눈에 띄는데요.

현직에 있을 때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관련 정책과 규제를 만든 장본인들이기 때문입니다.

퇴직 후의 영향력도 적지않습니다.

그래서 재계에서는 고위급 관료를 얼마나 영입했는지가 회사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합니다.

또다른 형태의 전관예우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기업의 방패막이용 사외이사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사외이사란 본래 기업 총수의 전횡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죠.

기업에 간 고위 경제관료들은 그 역할에 충실했을까요?

KBS가 전직 경제관료들이 어떤식으로 사외이사 역할을 수행했는지 분석했습니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 경제 정책을 총괄한 기획재정부 장·차관은 모두 41명입니다.

현직 관료와 국회의원을 제외한 전직 경제 사령탑은 모두 32명.

이중에 대기업 사외이사 후보로 한번이라도 이름을 올린 경우는 26명, 전체의 84%에 달했습니다.

7명은 두 개 이상의 대기업에서 사외이사를 역임했고, 최대 네 곳에서 사외이사를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들이 간 기업은 삼성, 현대차, SK와 두산, 효성 등 대기업과 미래에셋과 메리츠증권 등 금융회사 등 모두 27곳으로 다양했습니다.

이들은 기업으로 가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금융감독원 공시 사이트에 나온 이사회 회의록을 살펴봤습니다.

회의록 상 전직 경제 사령탑은 7백 차례 이상 이사회에 참석했습니다.

이사회 참석 한 번에 지급하는 금액은 적게는 3백만 원에서 많게는 천 만 원.

전체적으로는 1인당 연평균 5,260만 원을 받았고, 일부는 사무실과 차량, 건강검진 등도 제공받았습니다.

<녹취> 대기업 관계자(음성변조) : "(보수는) 한 달에 몇 백만 원 수준으로 알고 있습니다. 차량 제공이라든지 그런 부분도 (지원을 합니다.)"

안건 찬성률은 100%였습니다.

기업이 내놓은 안건에 반대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사전 논의를 통해 안건을 수정해 반영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높은 비중입니다.

<인터뷰> 김우찬(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 "단 한 번도 전직 장차관이 사외이사로 재직 중에 회사 정책에 반발해서 중도 사퇴를 한다거나 어떤 뉴스를 만든 일이 없기 때문에 견제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을 해볼 수 있습니다."

미국 100대 기업의 경우 사외이사의 4분의 3은 경쟁사 CEO를 포함한 재계 인사들이고 관료 출신은 10%에 못 미칩니다.

경제사령탑 출신들이 다른 사람 눈에 안띄게 사실상 전관예우를 받는 수단으로 전락한 사외이사의 실태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해 봐야하는 이유입니다.

KBS 뉴스 김경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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