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관리비는 집주인 ‘쌈짓돈’?

입력 2016.03.09 (17:19) 수정 2016.03.0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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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혜화동의 한 원룸에 거주하는 윤정인(24·여, 대학생)씨는 지난 1월 월세 계약이 끝나자 이사를 결심했다. 월세는 30만 원으로 저렴한 편이었지만 매달 7만 원이나 되는 관리비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일반 관리비, 인터넷 이용료, 수도요금은 포함됐지만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은 별도였다. 그러다보니 월세와 관리비 등 주거비용이 한 달에 40만 원을 넘었다. 부모님께 생활비를 받아 쓰는 윤 씨에겐 1~2만 원도 큰 돈이다. 윤 씨는 결국 한 달 내내 발품을 팔아 비슷한 수준의 원룸(월세 35만 원)을 구해 얼마 전 이사를 했다. 새 원룸 월세는 5만 원 더 비싸지만 대신 관리비가 없다. 관리비 부담을 덜어내니 주거비는 오히려 낮아졌다.



도곡동 아파트보다 몇 배 비싼 원룸 관리비

윤 씨는 운이 좋은 편이다. 관리비가 없는 원룸은 '가뭄에 콩나듯' 드물다. 대부분의 원룸은 3~10만 원 사이 관리비를 내야 한다. 청년주거복지 시민단체인 민달팽이유니온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원룸관리비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원룸 평균 관리비는 6만 9,771원이다. 면적당 관리비로 따지면 주차장이나 놀이터 등 공용시설이 많은 아파트보다 5배 가까이 비싸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교수는 "원룸이나 고시원 관리비는 면적으로 따지면 서울에서도 가장 비싼 도곡동 아파트 관리비의 몇 배나 된다"고 지적했다.

[바로가기] ☞ 원룸관리비실태조사및가이드라인 [PDF]




고지서 없는 '깜깜이' 원룸 관리비

원룸에 사는 세입자들은 관리비에 대한 불만이 많다. 높은 금액도 금액이지만 관리비 고지서가 없어서 세부 내역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 명륜동 원룸에 사는 김기경(23)씨는 "관리비 3만 원이 어디에 쓰이는지, 어떻게 관리되는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많은 집주인들은 계약 당시 관리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세입자들이 관리비 세부 내역을 파악하고 싶어도 집주인이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 성산동 원룸에 거주하는 이유진(21)씨는 "어렵게 전세로 방을 얻었기 때문에 집주인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정확한 관리비 내역을 묻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 명륜동 원룸에 거주하는 김기경(22)씨는 “관리비에 수도요금이 포함되지만 한 번도 정확한 금액을 본 적이 없다. 관리비 3만 원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관리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명륜동 원룸에 거주하는 김기경(22)씨는 “관리비에 수도요금이 포함되지만 한 번도 정확한 금액을 본 적이 없다. 관리비 3만 원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관리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소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데도 청소비를 내거나, 개인적으로 더 싸게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이용 요금을 관리비에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비싼 관리비를 내면서도 잠금장치가 부실하거나 CCTV가 없어 불안을 느껴야 하는 세입자도 많다.

서울 연희동 원룸에 거주하는 서채리(22)씨는 “관리비가 지난해 4만 원에서 올해 5만 원으로 올랐지만 여전히 관리인이나 잠금장치는 물론 CCTV조차 없어 치안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연희동 원룸에 거주하는 서채리(22)씨는 “관리비가 지난해 4만 원에서 올해 5만 원으로 올랐지만 여전히 관리인이나 잠금장치는 물론 CCTV조차 없어 치안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불광동 원룸에 거주하는 김학봉(26)씨는 “선택하지도 않은 인터넷 사용요금이 관리비에 포함됐는데 내가 알아서 하면 더 싸게 이용할 수도 있다”며 “관리비가 부풀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서울 불광동 원룸에 거주하는 김학봉(26)씨는 “선택하지도 않은 인터넷 사용요금이 관리비에 포함됐는데 내가 알아서 하면 더 싸게 이용할 수도 있다”며 “관리비가 부풀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집주인 원하는데 어쩌겠어"...주택법 사각지대

집주인들은 세입자에게 관리비를 어떻게 안내할까? 한 인터넷 부동산 직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원룸 집주인에게 직접 문의했다.



문의했던 집주인들은 모두 관리비 상세 내역을 알려주지 않았다. 한 공인중개사는 "수도요금과 인터넷요금이 포함된다 해도 한 달에 7만 원 수준의 관리비는 비싸다"면서도 "집주인이 원하면 다들 그렇게 낸다"며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원룸 관리비는 주택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주택법」제45조1항, 제43조제1항, 「주택법 시행령」제48조에 따르면 가구수가 300세대 이상이거나 승강기가 설치된 건물, 또는 중앙·지역난방이 설치된 공동주택의 경우 해당 임대인은 관리비와 관련된 법규를 반드시 준수해야 하며 정기적인 감사 대상에도 포함된다. 다시 말해 평균 30세대 내외인 일반적인 원룸 건물의 경우는 감사와 감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때문에 집주인 입장에서는 관리비 책정 이유나 세부 내역을 굳이 세입자에게 알릴 필요가 없다. 세입자가 문제를 제기해도 '불만이면 나가라'는 식의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연관기사]
☞ 집주인 마음대로?…주먹구구 원룸 관리비
☞ 부모 등골 휘는 대학생 원룸…수리 거부·보증금 부당


원룸 적정관리비 1만 4,000원

관리비는 세입자의 거주 공간과 그 주변을 관리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지출되는 금액'이다. 그러나 많은 집주인들은 이용하지 않는 시설에 대한 사용요금 등 불필요한 항목을 관리비에 포함하고, 심지어 이를 월세 이외의 부가 수입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서울시는 민달팽이유니온과 함께 지난해 공용 원룸 세대의 세입자들이 반드시 내야 하는 관리비 항목의 '실제 금액'을 조사해, ☞ ‘원룸 관리비 대응 가이드라인’ ☞ ‘표준 원룸 관리비 기준표’를 만들었다.



원룸 관리비는 집주인 쌈짓돈?

한 가구당 내야 하는 관리비의 적정 금액은 1만 4,305원이다. 이는 전기요금과 수도요금, 난방비, 인터넷이용 요금을 제외한 것으로 총 고지 금액은 이보다 높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7만 원에 이르는 현재 평균 원룸 관리비는 매우 비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명래 교수는 "집주인이 굳이 포함하지 않아도 될 항목을 관리비에 넣거나 공용으로 내야 하는 금액을 임의로 나누어서 부과한다"고 말했다. 원룸 관리비가 집주인 '쌈짓돈'인 셈이다.



현재 '표준 원룸 관리비 기준표'는 법적 강제성이 없는 데다가 집주인과 세입자들에게도 알려지지 않아 무용지물이다. 조 교수는 "지금도 입주자 30% 이상이 동의할 경우 원룸 관리비에 대한 감사가 가능하다"며 "원룸 관리비 가이드라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주택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 보다 정확한 관리비를 책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KBS 디지털뉴스 인턴 김혜지 hyez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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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룸 관리비는 집주인 ‘쌈짓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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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6-03-09 18: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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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혜화동의 한 원룸에 거주하는 윤정인(24·여, 대학생)씨는 지난 1월 월세 계약이 끝나자 이사를 결심했다. 월세는 30만 원으로 저렴한 편이었지만 매달 7만 원이나 되는 관리비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일반 관리비, 인터넷 이용료, 수도요금은 포함됐지만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은 별도였다. 그러다보니 월세와 관리비 등 주거비용이 한 달에 40만 원을 넘었다. 부모님께 생활비를 받아 쓰는 윤 씨에겐 1~2만 원도 큰 돈이다. 윤 씨는 결국 한 달 내내 발품을 팔아 비슷한 수준의 원룸(월세 35만 원)을 구해 얼마 전 이사를 했다. 새 원룸 월세는 5만 원 더 비싸지만 대신 관리비가 없다. 관리비 부담을 덜어내니 주거비는 오히려 낮아졌다. 도곡동 아파트보다 몇 배 비싼 원룸 관리비 윤 씨는 운이 좋은 편이다. 관리비가 없는 원룸은 '가뭄에 콩나듯' 드물다. 대부분의 원룸은 3~10만 원 사이 관리비를 내야 한다. 청년주거복지 시민단체인 민달팽이유니온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원룸관리비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원룸 평균 관리비는 6만 9,771원이다. 면적당 관리비로 따지면 주차장이나 놀이터 등 공용시설이 많은 아파트보다 5배 가까이 비싸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교수는 "원룸이나 고시원 관리비는 면적으로 따지면 서울에서도 가장 비싼 도곡동 아파트 관리비의 몇 배나 된다"고 지적했다. [바로가기] ☞ 원룸관리비실태조사및가이드라인 [PDF] 고지서 없는 '깜깜이' 원룸 관리비 원룸에 사는 세입자들은 관리비에 대한 불만이 많다. 높은 금액도 금액이지만 관리비 고지서가 없어서 세부 내역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 명륜동 원룸에 사는 김기경(23)씨는 "관리비 3만 원이 어디에 쓰이는지, 어떻게 관리되는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많은 집주인들은 계약 당시 관리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세입자들이 관리비 세부 내역을 파악하고 싶어도 집주인이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 성산동 원룸에 거주하는 이유진(21)씨는 "어렵게 전세로 방을 얻었기 때문에 집주인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정확한 관리비 내역을 묻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 명륜동 원룸에 거주하는 김기경(22)씨는 “관리비에 수도요금이 포함되지만 한 번도 정확한 금액을 본 적이 없다. 관리비 3만 원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관리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소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데도 청소비를 내거나, 개인적으로 더 싸게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이용 요금을 관리비에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비싼 관리비를 내면서도 잠금장치가 부실하거나 CCTV가 없어 불안을 느껴야 하는 세입자도 많다. 서울 연희동 원룸에 거주하는 서채리(22)씨는 “관리비가 지난해 4만 원에서 올해 5만 원으로 올랐지만 여전히 관리인이나 잠금장치는 물론 CCTV조차 없어 치안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불광동 원룸에 거주하는 김학봉(26)씨는 “선택하지도 않은 인터넷 사용요금이 관리비에 포함됐는데 내가 알아서 하면 더 싸게 이용할 수도 있다”며 “관리비가 부풀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집주인 원하는데 어쩌겠어"...주택법 사각지대 집주인들은 세입자에게 관리비를 어떻게 안내할까? 한 인터넷 부동산 직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원룸 집주인에게 직접 문의했다. 문의했던 집주인들은 모두 관리비 상세 내역을 알려주지 않았다. 한 공인중개사는 "수도요금과 인터넷요금이 포함된다 해도 한 달에 7만 원 수준의 관리비는 비싸다"면서도 "집주인이 원하면 다들 그렇게 낸다"며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원룸 관리비는 주택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주택법」제45조1항, 제43조제1항, 「주택법 시행령」제48조에 따르면 가구수가 300세대 이상이거나 승강기가 설치된 건물, 또는 중앙·지역난방이 설치된 공동주택의 경우 해당 임대인은 관리비와 관련된 법규를 반드시 준수해야 하며 정기적인 감사 대상에도 포함된다. 다시 말해 평균 30세대 내외인 일반적인 원룸 건물의 경우는 감사와 감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때문에 집주인 입장에서는 관리비 책정 이유나 세부 내역을 굳이 세입자에게 알릴 필요가 없다. 세입자가 문제를 제기해도 '불만이면 나가라'는 식의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연관기사] ☞ 집주인 마음대로?…주먹구구 원룸 관리비 ☞ 부모 등골 휘는 대학생 원룸…수리 거부·보증금 부당 원룸 적정관리비 1만 4,000원 관리비는 세입자의 거주 공간과 그 주변을 관리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지출되는 금액'이다. 그러나 많은 집주인들은 이용하지 않는 시설에 대한 사용요금 등 불필요한 항목을 관리비에 포함하고, 심지어 이를 월세 이외의 부가 수입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서울시는 민달팽이유니온과 함께 지난해 공용 원룸 세대의 세입자들이 반드시 내야 하는 관리비 항목의 '실제 금액'을 조사해, ☞ ‘원룸 관리비 대응 가이드라인’ ☞ ‘표준 원룸 관리비 기준표’를 만들었다. 원룸 관리비는 집주인 쌈짓돈? 한 가구당 내야 하는 관리비의 적정 금액은 1만 4,305원이다. 이는 전기요금과 수도요금, 난방비, 인터넷이용 요금을 제외한 것으로 총 고지 금액은 이보다 높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7만 원에 이르는 현재 평균 원룸 관리비는 매우 비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명래 교수는 "집주인이 굳이 포함하지 않아도 될 항목을 관리비에 넣거나 공용으로 내야 하는 금액을 임의로 나누어서 부과한다"고 말했다. 원룸 관리비가 집주인 '쌈짓돈'인 셈이다. 현재 '표준 원룸 관리비 기준표'는 법적 강제성이 없는 데다가 집주인과 세입자들에게도 알려지지 않아 무용지물이다. 조 교수는 "지금도 입주자 30% 이상이 동의할 경우 원룸 관리비에 대한 감사가 가능하다"며 "원룸 관리비 가이드라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주택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 보다 정확한 관리비를 책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KBS 디지털뉴스 인턴 김혜지 hyez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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