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유엔 대북 제재’ 그 후…현장을 가다!

입력 2016.03.12 (08:02) 수정 2016.03.1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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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주 유엔 안보리가 역대 최고 수위의 대북 제재를 결의한 뒤, 벌써부터 제재의 여파가 세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KBS 특파원들이 직접 그 현장을 찾아 대북 제재 상황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았는데요.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는 대북 제재의 구체적인 현장 모습과 함께 북한 내부의 움직임을 긴급 진단했습니다.

<리포트>

남중국해 해상로의 전략 요충지인 필리핀 수비크만.

대형 화물선 주위를 해양경비정 한 척이 맴돈다.

굳은 표정의 해양경비대원들과 이민국 직원들이 배 위를 수시로 오르내린다.

<인터뷰> 필리핀 이민국 직원 : "(배 안에 몇 명의 직원이 있습니까?) 3명 있습니다. (이민국 직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전자 무기 탐지기까지 동원한 강도 높은 조사.

<녹취> 필리핀 해양경비대원 : "해안 경비대가 지금 진텅호 안에서 검색하고 있습니다. 밖에서는 감시하는 중입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뒤 첫 몰수 조치가 이뤄진 북한 선박 ‘진텅호’의 수색현장이다.

북한 선박에 대해서는 주의하라는 UN의 경고가 있었습니다.

안전과 보안 문제 등을 검색했습니다.

북한이 선박을 이용해 무기류 등을 밀반입하던 관행을 봉쇄하기 위한 필리핀 당국의 조치다.

배 위에 발이 묶인 북한 선원들의 표정엔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녹취> 진텅호의 북한 선원 : "쉬지도 못하고 내리지도 못하게 하고 (내리지도 못하게 하고요?) 외출증도 안줘요."

제 뒤로 보이는 진펑호는 이제 필리핀 항구를 떠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번 진텅호 몰수를 시작으로 북한 선박에 대한 유엔 회원국들의 연이은 제재가 이어질 것으로 것보입니다.

북한산 광물을 실은 선박들이 주로 드나드는 중국 산둥성의 란샨항.

항구로부터 35km 떨어진 바다에 캄보디아 국기를 단 검은 선박이 서 있다.

앞서 인근 르자오항에서 입항을 거부당한 북한 화물선 ‘그랜드 카로호’다.

<녹취> 그랜드카로호의 북한 선원 : "(입항을 왜 안하고 계세요?) 입항에 필요한 수속이 아직 안 됐어요. (8일 날 왔다고요?) 8일째. 우리는 지시 없이는 못 들어가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목록에 포함된 뒤 잇단 입항 거부로 곤경에 처한 것이다.

북한 선박은 보시는 것처럼 현재 해상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허가를 받지 않고 항구에 입항할 경우 중국 해양 당국이 곧바로 몰 수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또 다른 북한 선박 퍼스트 클림호 역시 상하이에서 입항이 거부돼 뱃머리를 돌려야 했다.

북한 선박에 대한 중국 당국의 입항 거부 지시는 안보리의 제재 직후 각 항만에 하달됐던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다.

<녹취> 중국 교통운송부 관계자 : "3월 2일 (안보리 결의)통과 당시 즉시 집행된 겁니다. 이것은 유엔의 요구대로 즉시 집행한 겁니다. 현재 31개 제재선박에 대해 엄격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동남아 국가들도 잇따라 북한 선박의 입항금지와 몰수 대열에 합류했다.

이 때문에 유엔의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선박 바다 위를 떠돌거나 선박의 위치추적 장치를 끈 채 북한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뷰> 조봉현(수석연구위원/IBK 경제연구소) : "불법적인 해운을 통해 그동안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고 불법적인 화물들을 운송해 왔는데 이러한 관행이 차단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수출입 화물 자체가 막힘으로써 결국은 정상적인 무역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멀리 함경북도의 무산 마을이 보이는 북중 접경 중국 지린성의 화룡시.

무산과 국경을 맞댄 남평역 부근에 다다르자 광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한해 1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내며 ‘북한의 보배’라고 불리는 북한 최대 철광석 산지, ‘무산광산’에서 넘어온 광물이다.

하지만 북한산 광물 거래는 이미 지지부진한 상태.

<인터뷰> 중국 화룡역 관계자 : "(화물열차가 남평에 갑니까?) 화물열차는 철가루를 실을 때만 남평으로 갑니다. 지금은 철가루를 싣지 않아서 가지 않습니다."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광물 거래 중단이 본격화되면, 북한 당국의 외화 확보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인터뷰> 최경수(소장) : "북한이 지하자원 수출로 벌어들이는 게 연간 한 13억 불 정도 되지 않습니까. 그러면 전체 중간무역의 54% 정도, 52.4% 정도 됐는데 북한으로서는 타격이겠죠."

유엔 제재의 여파는 북중 교역의 중심지인 접경도시에서도 감지된다.

중국의 훈춘과 북한 나진을 잇는 두만강 대교.

여전히 각종 물품을 실은 차량들이 오가고 있지만,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뜸해진 모습이다.

이번엔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신의주와 맞닿아있는 북한과 중국의 최대 교역도시 ‘단둥’이다.

한때 북적이던 북한 근로자와 장사꾼을 쉬 찾기 어렵다.

주민들이 관세 없이 물건을 사고팔 수 있도록 지난 해 10월 개장했던 호시무역구도 아직 텅 비어있다.

<인터뷰> 대북투자자 : "아직까지 영향이 어느 정도 미칠지 확정할 수 없고 또 어떻게 대비할 방법도 없다."

유엔의 대북 제재로 주민들 간의 교역 위축은 물론 북한과 중국 당국이 추진해온 각종 경제협력 사업마저 위기에 놓인 것이다.

돈줄이 막힌 북한에게 그나마 한 가닥 희망은 제재 대상에서 빠진 해외 인력 송출.

이 곳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도 북한 근로자가 많이 진출해있다.

취재진이 찾은 현장에서 북한 근로자들은 안전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

공사장 한편에 마련된 식사 공간도 열악하기만 하다.

<녹취> 북한 노동자(음성변조) : "우리 동지들이 나가서 작은 집에 변소 만들고 거기에 식당 전개(설치)를 했대. 근데 한쪽에선 국 푸고, 하는데 한쪽에선 소변 보고, 똥 싸고 한다는 거야."

하지만 이들이 어렵게 번 돈의 대부분은 소위 국가계획분이란 명목으로 북한 당국이 챙겨간다.

<녹취> 외화벌이책임자 출신 탈북자(음성변조) : "제가 나갔을 때 월급이 그때 한 110불이나 됐나 그런데 실제 제 월급은 500불이 넘었어요. 넘었는데 나머지는 국가가 다 챙겨 먹고, 우리한테 보내는 건 한 110불이나 100불이 돌아오니까. 노동자들이 버는 돈의 80%는 아마 거의 국가가 가진다고 생각하면 돼요. 정말 앉아서 버는 거죠. 앉아서."

이번 대북제재에 해외 인력송출은 빠졌지만 해외 북한 근로자들 사이엔 벌써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유엔 제재 발표 직후인 지난 3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

중동에 파견됐다 귀국하는 북한 간부급 근로자는 제재 소식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녹취> 북한 간부급 근로자 : "꿈쩍도 안합니다. 상관없습니다. 상관없어요. 우리가 무슨 지금까지 자력으로 살았지 언제 제재 안 받고 살았어요?"

일반 근로자들의 모습에도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녹취> 북한 일반 근로자 : "(유엔 제재 때문에 들어가세요?) 몰라요..."

러시아가 불법 근로자 추방 방침을 밝히는 등 각국의 제재 수위가 높아질수록 인력 송출 역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인터뷰> 조봉현(수석연구위원/IBK 경제연구소) :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일부 인력들을 이미 북한으로 돌려보내고 있고 그 다음에 북한의 나오고자 하는 인력에 대한 비자 발급 자체를 통제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인력이 많이 나와 있는 중국 같은 경우에도 앞으로는 중국 당국이 나서서 북한의 이러한 비인권적인 행위에 대해서 통제를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단 폐쇄 한 달을 맞은 개성공단.

간간이 군인들과 순찰차의 모습만 보일 뿐, 근로자들로 북적이던 단지는 텅 비어 있고, 활기차던 출근길 도로 위엔 정적만 흐른다.

공단 폐쇄로 5만 명이 넘던 근로자의 절반 이상은 개성을 떠나 고향으로 돌려보내진 상황.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은 당장 생계조차 어려워졌다.

<인터뷰> 탈북자(음성변조) : "실업자들도 많이 생기고 식생활 수준이 벌써 팍 차이나서 (생활수준이) 떨어져 살아가기 위한 전투라는 게 이제부터 또 신경 써야 되다보니까 엄청 힘들대요. 갑자기 이렇게 폐쇄되다보니까 엄청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이 때문에 북한 당국도 이례적으로 사태 수습을 위한 조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이윤걸(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 "앞으로 가망이 없다는 말도 듣고 있고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 여론이 확산돼서 지금 북한 최고지도부에서 직접 내려가서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고 조치가 내려갈 것으로 보이는데 그게 아마 2주내로 완결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부 근로자들은 공장에서 배운 기술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고 한다.

<인터뷰> 최성국(탈북자) : "먹고 살아야 되니까 공단에서 배운 기술을 가지고 중국에서 들여온 천을 이불, 그리고 자켓 이런 걸 만들어서 국내에 유통시키려고 하고 있고 당국은 또 이걸 통제하고 그런 상황이에요."

주민들의 동요는 개성 뿐 아니라 북한 내부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장마당 물가가 들썩이고, 일부에선 사재기 현상도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김흥광(NK지식인연대 대표) : "식량 가격이 폭등하고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던 원단이 끊어지면서 시장 물품들이 바닥나고 있다 이런 소식을 들었습니다. 15일 전까지만 해도 (쌀) 1kg당 5600원 하던 것이 7500원까지 뛰었다고, 이렇게 다급한 비명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제재 조치가 가시화할수록 주민들이 동요하는 등 북한 사회 전반에 불만도 확산될 전망이다.

<인터뷰> 조봉현(수석연구위원/IBK 경제연구소) : "북한 내에서는 기업을 비롯한 주민들이 실제적으로 경제적 타격에 의해서 피해가 커지기 때문에 당국에 대한 어떤 불만이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이 북한 지도부를 압박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가 지구촌 곳곳에서 구체화되는 모습이 KBS 취재진에 의해 생생히 확인됐다.

국제 제재의 수위는 유례없이 높아지고 있지만 김정은 정권은 여전히 그들만의 길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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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3-12 08:38:24
    • 수정2016-03-12 08: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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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유엔 안보리가 역대 최고 수위의 대북 제재를 결의한 뒤, 벌써부터 제재의 여파가 세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KBS 특파원들이 직접 그 현장을 찾아 대북 제재 상황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았는데요.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는 대북 제재의 구체적인 현장 모습과 함께 북한 내부의 움직임을 긴급 진단했습니다.

<리포트>

남중국해 해상로의 전략 요충지인 필리핀 수비크만.

대형 화물선 주위를 해양경비정 한 척이 맴돈다.

굳은 표정의 해양경비대원들과 이민국 직원들이 배 위를 수시로 오르내린다.

<인터뷰> 필리핀 이민국 직원 : "(배 안에 몇 명의 직원이 있습니까?) 3명 있습니다. (이민국 직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전자 무기 탐지기까지 동원한 강도 높은 조사.

<녹취> 필리핀 해양경비대원 : "해안 경비대가 지금 진텅호 안에서 검색하고 있습니다. 밖에서는 감시하는 중입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뒤 첫 몰수 조치가 이뤄진 북한 선박 ‘진텅호’의 수색현장이다.

북한 선박에 대해서는 주의하라는 UN의 경고가 있었습니다.

안전과 보안 문제 등을 검색했습니다.

북한이 선박을 이용해 무기류 등을 밀반입하던 관행을 봉쇄하기 위한 필리핀 당국의 조치다.

배 위에 발이 묶인 북한 선원들의 표정엔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녹취> 진텅호의 북한 선원 : "쉬지도 못하고 내리지도 못하게 하고 (내리지도 못하게 하고요?) 외출증도 안줘요."

제 뒤로 보이는 진펑호는 이제 필리핀 항구를 떠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번 진텅호 몰수를 시작으로 북한 선박에 대한 유엔 회원국들의 연이은 제재가 이어질 것으로 것보입니다.

북한산 광물을 실은 선박들이 주로 드나드는 중국 산둥성의 란샨항.

항구로부터 35km 떨어진 바다에 캄보디아 국기를 단 검은 선박이 서 있다.

앞서 인근 르자오항에서 입항을 거부당한 북한 화물선 ‘그랜드 카로호’다.

<녹취> 그랜드카로호의 북한 선원 : "(입항을 왜 안하고 계세요?) 입항에 필요한 수속이 아직 안 됐어요. (8일 날 왔다고요?) 8일째. 우리는 지시 없이는 못 들어가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목록에 포함된 뒤 잇단 입항 거부로 곤경에 처한 것이다.

북한 선박은 보시는 것처럼 현재 해상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허가를 받지 않고 항구에 입항할 경우 중국 해양 당국이 곧바로 몰 수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또 다른 북한 선박 퍼스트 클림호 역시 상하이에서 입항이 거부돼 뱃머리를 돌려야 했다.

북한 선박에 대한 중국 당국의 입항 거부 지시는 안보리의 제재 직후 각 항만에 하달됐던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다.

<녹취> 중국 교통운송부 관계자 : "3월 2일 (안보리 결의)통과 당시 즉시 집행된 겁니다. 이것은 유엔의 요구대로 즉시 집행한 겁니다. 현재 31개 제재선박에 대해 엄격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동남아 국가들도 잇따라 북한 선박의 입항금지와 몰수 대열에 합류했다.

이 때문에 유엔의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선박 바다 위를 떠돌거나 선박의 위치추적 장치를 끈 채 북한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뷰> 조봉현(수석연구위원/IBK 경제연구소) : "불법적인 해운을 통해 그동안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고 불법적인 화물들을 운송해 왔는데 이러한 관행이 차단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수출입 화물 자체가 막힘으로써 결국은 정상적인 무역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멀리 함경북도의 무산 마을이 보이는 북중 접경 중국 지린성의 화룡시.

무산과 국경을 맞댄 남평역 부근에 다다르자 광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한해 1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내며 ‘북한의 보배’라고 불리는 북한 최대 철광석 산지, ‘무산광산’에서 넘어온 광물이다.

하지만 북한산 광물 거래는 이미 지지부진한 상태.

<인터뷰> 중국 화룡역 관계자 : "(화물열차가 남평에 갑니까?) 화물열차는 철가루를 실을 때만 남평으로 갑니다. 지금은 철가루를 싣지 않아서 가지 않습니다."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광물 거래 중단이 본격화되면, 북한 당국의 외화 확보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인터뷰> 최경수(소장) : "북한이 지하자원 수출로 벌어들이는 게 연간 한 13억 불 정도 되지 않습니까. 그러면 전체 중간무역의 54% 정도, 52.4% 정도 됐는데 북한으로서는 타격이겠죠."

유엔 제재의 여파는 북중 교역의 중심지인 접경도시에서도 감지된다.

중국의 훈춘과 북한 나진을 잇는 두만강 대교.

여전히 각종 물품을 실은 차량들이 오가고 있지만,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뜸해진 모습이다.

이번엔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신의주와 맞닿아있는 북한과 중국의 최대 교역도시 ‘단둥’이다.

한때 북적이던 북한 근로자와 장사꾼을 쉬 찾기 어렵다.

주민들이 관세 없이 물건을 사고팔 수 있도록 지난 해 10월 개장했던 호시무역구도 아직 텅 비어있다.

<인터뷰> 대북투자자 : "아직까지 영향이 어느 정도 미칠지 확정할 수 없고 또 어떻게 대비할 방법도 없다."

유엔의 대북 제재로 주민들 간의 교역 위축은 물론 북한과 중국 당국이 추진해온 각종 경제협력 사업마저 위기에 놓인 것이다.

돈줄이 막힌 북한에게 그나마 한 가닥 희망은 제재 대상에서 빠진 해외 인력 송출.

이 곳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도 북한 근로자가 많이 진출해있다.

취재진이 찾은 현장에서 북한 근로자들은 안전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

공사장 한편에 마련된 식사 공간도 열악하기만 하다.

<녹취> 북한 노동자(음성변조) : "우리 동지들이 나가서 작은 집에 변소 만들고 거기에 식당 전개(설치)를 했대. 근데 한쪽에선 국 푸고, 하는데 한쪽에선 소변 보고, 똥 싸고 한다는 거야."

하지만 이들이 어렵게 번 돈의 대부분은 소위 국가계획분이란 명목으로 북한 당국이 챙겨간다.

<녹취> 외화벌이책임자 출신 탈북자(음성변조) : "제가 나갔을 때 월급이 그때 한 110불이나 됐나 그런데 실제 제 월급은 500불이 넘었어요. 넘었는데 나머지는 국가가 다 챙겨 먹고, 우리한테 보내는 건 한 110불이나 100불이 돌아오니까. 노동자들이 버는 돈의 80%는 아마 거의 국가가 가진다고 생각하면 돼요. 정말 앉아서 버는 거죠. 앉아서."

이번 대북제재에 해외 인력송출은 빠졌지만 해외 북한 근로자들 사이엔 벌써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유엔 제재 발표 직후인 지난 3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

중동에 파견됐다 귀국하는 북한 간부급 근로자는 제재 소식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녹취> 북한 간부급 근로자 : "꿈쩍도 안합니다. 상관없습니다. 상관없어요. 우리가 무슨 지금까지 자력으로 살았지 언제 제재 안 받고 살았어요?"

일반 근로자들의 모습에도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녹취> 북한 일반 근로자 : "(유엔 제재 때문에 들어가세요?) 몰라요..."

러시아가 불법 근로자 추방 방침을 밝히는 등 각국의 제재 수위가 높아질수록 인력 송출 역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인터뷰> 조봉현(수석연구위원/IBK 경제연구소) :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일부 인력들을 이미 북한으로 돌려보내고 있고 그 다음에 북한의 나오고자 하는 인력에 대한 비자 발급 자체를 통제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인력이 많이 나와 있는 중국 같은 경우에도 앞으로는 중국 당국이 나서서 북한의 이러한 비인권적인 행위에 대해서 통제를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단 폐쇄 한 달을 맞은 개성공단.

간간이 군인들과 순찰차의 모습만 보일 뿐, 근로자들로 북적이던 단지는 텅 비어 있고, 활기차던 출근길 도로 위엔 정적만 흐른다.

공단 폐쇄로 5만 명이 넘던 근로자의 절반 이상은 개성을 떠나 고향으로 돌려보내진 상황.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은 당장 생계조차 어려워졌다.

<인터뷰> 탈북자(음성변조) : "실업자들도 많이 생기고 식생활 수준이 벌써 팍 차이나서 (생활수준이) 떨어져 살아가기 위한 전투라는 게 이제부터 또 신경 써야 되다보니까 엄청 힘들대요. 갑자기 이렇게 폐쇄되다보니까 엄청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이 때문에 북한 당국도 이례적으로 사태 수습을 위한 조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이윤걸(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 "앞으로 가망이 없다는 말도 듣고 있고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 여론이 확산돼서 지금 북한 최고지도부에서 직접 내려가서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고 조치가 내려갈 것으로 보이는데 그게 아마 2주내로 완결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부 근로자들은 공장에서 배운 기술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고 한다.

<인터뷰> 최성국(탈북자) : "먹고 살아야 되니까 공단에서 배운 기술을 가지고 중국에서 들여온 천을 이불, 그리고 자켓 이런 걸 만들어서 국내에 유통시키려고 하고 있고 당국은 또 이걸 통제하고 그런 상황이에요."

주민들의 동요는 개성 뿐 아니라 북한 내부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장마당 물가가 들썩이고, 일부에선 사재기 현상도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김흥광(NK지식인연대 대표) : "식량 가격이 폭등하고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던 원단이 끊어지면서 시장 물품들이 바닥나고 있다 이런 소식을 들었습니다. 15일 전까지만 해도 (쌀) 1kg당 5600원 하던 것이 7500원까지 뛰었다고, 이렇게 다급한 비명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제재 조치가 가시화할수록 주민들이 동요하는 등 북한 사회 전반에 불만도 확산될 전망이다.

<인터뷰> 조봉현(수석연구위원/IBK 경제연구소) : "북한 내에서는 기업을 비롯한 주민들이 실제적으로 경제적 타격에 의해서 피해가 커지기 때문에 당국에 대한 어떤 불만이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이 북한 지도부를 압박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가 지구촌 곳곳에서 구체화되는 모습이 KBS 취재진에 의해 생생히 확인됐다.

국제 제재의 수위는 유례없이 높아지고 있지만 김정은 정권은 여전히 그들만의 길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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