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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차별받는 것은 나”…그들은 왜 서로를 혐오하나?
입력 2016.04.01 (09:05) 수정 2016.04.01 (09:46) 취재후
[취재후] “차별받는 것은 나”…그들은 왜 서로를 혐오하나?
■ '벌레'가 된 사람들…혐오의 일상화

벌레를 뜻하는 한자어 '충(蟲)'을 붙인 각종 신조어가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싫어하는 대상에 '충'자만 붙이면 되니 이보다 간단할 수 없다. 한때 온,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많이 사용됐던 '무뇌충'이 '충' 시리즈의 원조 격이라고 한다.

'충' 표현은 언젠가부터 특정 계층과 집단 전체를 비난하는 혐오 표현의 대명사가 됐다. 한국 남자 전체를 벌레에 비유한 '한남충'부터 일부 비양심적인 엄마들의 행동에서 비롯된 '맘충'(엄마+벌레)'까지, 민폐를 끼친 특정 사례가 마치 전체 집단의 모습인 양 확대된다.

■ '혐오표현' 지난해 40배 급증…남녀 대결 양상


일부 커뮤니티에서 주로 사용되던 혐오 표현은 최근 개인 SNS와 블로그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빅데이터 전문업체 다음소프트가 지난 2011년부터 SNS와 블로그 상의 '혐오 표현' 언급량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40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5,910건에 불과하던 혐오표현은 지난해 285,931건까지 증가했다. 데이터 왜곡을 막기 위해 커뮤니티를 제외한 SNS와 블로그를 대상으로 조사했으니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혐오 대상의 변화도 눈에 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혐오 대상이 주로 정치, 동성애, 여성이었다. 여성 혐오는 된장녀 등이 회자된 시점부터 이미 언급되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건 2015년부터 여성 혐오와 함께 남성 혐오가 검색어 상위권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여성 혐오에 반대하는 일부 여성 커뮤니티 회원들을 중심으로 '미러링(거울 효과)'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여성 혐오에 대응하기 위해 똑같이 '남성 혐오'로 맞선 것이다.

마땅히 대응할 방안이 없는 여성들의 고육지책이란 의견과 함께 이성 혐오로 혐오의 양상이 바뀌는 시발점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 男 Say "대접받기만 원하니까" VS 女 Say "가부장적 모습 싫어"


취재 과정에서 만난 상당수 남성은 여성 혐오 표현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평소 혐오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남성들도 비슷한 인식을 보였다. 특히 경제적 부담 등이 남자에게 집중된다는 데 불만이 컸다.


여성들도 할 말은 많았다. 맞벌이하는 가정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가사와 육아가 여성의 몫으로 남아 있고, 사회적으로도 여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여성 혐오에 대응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보니 똑같이 거친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 '댓글 전쟁'…불안한 시대상 반영

전문가들은 혐오 표현이 넘치는 온라인의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익명성 그리고 비교적 젊은 층이 주 이용자라는 점이다. 청년들의 해소되지 않는 좌절과 분노가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로 익명 공간에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경제불황과 취업난 등으로 젊은 세대의 삶이 힘들어지면서 반대 성별에 의해 차별받거나 불이익을 받는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이성 혐오'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이 불안감과 분노를 해소할 주 무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 갈등하는 남과 여…어디로 가야 하나?

시대가 변하면서 성 역할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성별 간 생각의 차이는 크다. 여성들은 이제 육아나 가사 노동이 공동 영역이라고 보고 있지만, 남성들은 전통적으로 여성들이 해온 역할을 요구하는 데 대한 반감이 여전히 크다.

대학입학과 취업 등 사회적 경쟁에서 여성이 약진하면서 남성들의 경계 심리도 커졌다. 군대에 다녀와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받아야 한다는 이야기 등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여성은 여성대로 여전히 공고한 우리 사회의 유리 천장에 좌절하고 있다. 남녀 간 임금 격차와 승진 차별 등에 직면한 여성들은 거침없이 남성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고 있다.

혐오 표현의 법적 규제 논의에 앞서 고민해야 할 것은 '왜'일 것이다. 왜 남녀가 이토록 서로를 미워하게 됐는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애꿎게 젊은 남녀를 반목하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한번 생각해볼 때다.

[연관기사] ☞ [심층 리포트] ‘이성 혐오’ 확산…성 대결 양상까지
  • [취재후] “차별받는 것은 나”…그들은 왜 서로를 혐오하나?
    • 입력 2016.04.01 (09:05)
    • 수정 2016.04.01 (09:46)
    취재후
[취재후] “차별받는 것은 나”…그들은 왜 서로를 혐오하나?
■ '벌레'가 된 사람들…혐오의 일상화

벌레를 뜻하는 한자어 '충(蟲)'을 붙인 각종 신조어가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싫어하는 대상에 '충'자만 붙이면 되니 이보다 간단할 수 없다. 한때 온,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많이 사용됐던 '무뇌충'이 '충' 시리즈의 원조 격이라고 한다.

'충' 표현은 언젠가부터 특정 계층과 집단 전체를 비난하는 혐오 표현의 대명사가 됐다. 한국 남자 전체를 벌레에 비유한 '한남충'부터 일부 비양심적인 엄마들의 행동에서 비롯된 '맘충'(엄마+벌레)'까지, 민폐를 끼친 특정 사례가 마치 전체 집단의 모습인 양 확대된다.

■ '혐오표현' 지난해 40배 급증…남녀 대결 양상


일부 커뮤니티에서 주로 사용되던 혐오 표현은 최근 개인 SNS와 블로그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빅데이터 전문업체 다음소프트가 지난 2011년부터 SNS와 블로그 상의 '혐오 표현' 언급량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40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5,910건에 불과하던 혐오표현은 지난해 285,931건까지 증가했다. 데이터 왜곡을 막기 위해 커뮤니티를 제외한 SNS와 블로그를 대상으로 조사했으니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혐오 대상의 변화도 눈에 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혐오 대상이 주로 정치, 동성애, 여성이었다. 여성 혐오는 된장녀 등이 회자된 시점부터 이미 언급되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건 2015년부터 여성 혐오와 함께 남성 혐오가 검색어 상위권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여성 혐오에 반대하는 일부 여성 커뮤니티 회원들을 중심으로 '미러링(거울 효과)'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여성 혐오에 대응하기 위해 똑같이 '남성 혐오'로 맞선 것이다.

마땅히 대응할 방안이 없는 여성들의 고육지책이란 의견과 함께 이성 혐오로 혐오의 양상이 바뀌는 시발점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 男 Say "대접받기만 원하니까" VS 女 Say "가부장적 모습 싫어"


취재 과정에서 만난 상당수 남성은 여성 혐오 표현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평소 혐오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남성들도 비슷한 인식을 보였다. 특히 경제적 부담 등이 남자에게 집중된다는 데 불만이 컸다.


여성들도 할 말은 많았다. 맞벌이하는 가정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가사와 육아가 여성의 몫으로 남아 있고, 사회적으로도 여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여성 혐오에 대응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보니 똑같이 거친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 '댓글 전쟁'…불안한 시대상 반영

전문가들은 혐오 표현이 넘치는 온라인의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익명성 그리고 비교적 젊은 층이 주 이용자라는 점이다. 청년들의 해소되지 않는 좌절과 분노가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로 익명 공간에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경제불황과 취업난 등으로 젊은 세대의 삶이 힘들어지면서 반대 성별에 의해 차별받거나 불이익을 받는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이성 혐오'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이 불안감과 분노를 해소할 주 무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 갈등하는 남과 여…어디로 가야 하나?

시대가 변하면서 성 역할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성별 간 생각의 차이는 크다. 여성들은 이제 육아나 가사 노동이 공동 영역이라고 보고 있지만, 남성들은 전통적으로 여성들이 해온 역할을 요구하는 데 대한 반감이 여전히 크다.

대학입학과 취업 등 사회적 경쟁에서 여성이 약진하면서 남성들의 경계 심리도 커졌다. 군대에 다녀와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받아야 한다는 이야기 등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여성은 여성대로 여전히 공고한 우리 사회의 유리 천장에 좌절하고 있다. 남녀 간 임금 격차와 승진 차별 등에 직면한 여성들은 거침없이 남성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고 있다.

혐오 표현의 법적 규제 논의에 앞서 고민해야 할 것은 '왜'일 것이다. 왜 남녀가 이토록 서로를 미워하게 됐는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애꿎게 젊은 남녀를 반목하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한번 생각해볼 때다.

[연관기사] ☞ [심층 리포트] ‘이성 혐오’ 확산…성 대결 양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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