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힐 권리’ 어디까지?

입력 2016.04.03 (23:10) 수정 2016.04.03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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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녹취> "유명해지고 성공하고 싶은 꿈을 생각할 때마다 저의 과거가 떠올라 괴로워요."

<녹취> "가수를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생인데요. 제가 과거에 찍었던 사진들이나 글들을 지우고 싶어요."

<녹취> "계속 계속 올라오는 거에요. 다른 아이디로. 내 눈에 보이는데 삭제를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오프닝>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고 물건을 사고 친구를 만나고, SNS에 자신의 일상과 의견을 올려서 공유하는 세상입니다.

자발적이든 아니든 사이버 공간에서 한 모든 행동들은 디지털 흔적을 남기고 없애기도 쉽지 않습니다.

최근 자신이 원한다면 인터넷 공간에서 잊힐 수 있어야 한다는 이른바 '잊힐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과연 잊힐 권리는 보장될까요?

<리포트>

28살 김 모씨는 지난해 다니던 회사에 대한 불만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썼다가 큰 곤욕을 치렀습니다.

일찍 출근하라고 강요하는 팀장의 메시지를 캡처해서 불만과 함께 올렸는데 해당 팀장이 그 게시물을 보게 된 겁니다.

<인터뷰> 김 모씨(음성변조) : "회사 앞으로 모여서 체조하고 시작하자 이런 건데. 8시 반 출근도 회사랑 집이 멀어서 힘들었는데 그것보다 30분에서 40분 일찍 더 나와야 되니까 그게 좀 힘들어서 올린 거죠. 처음에는 죄송하다 이런 걸로 그냥 지우면 끝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계속 고소한다 이런 말도 나오니까..."

김 씨는 결국 회사를 그만둬야 했습니다.

자신의 과거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서 인터넷 기록을 지우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터뷰> 이 모씨(음성변조) : "(과거 학력이) 걸림돌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요. 남아있는 기록들이. 취업하는데 이런 부분이라든가. (학벌 때문에) 차별도 받아봤고 모욕적인 발언도 들었고…."

'잊힐 권리' 는 온라인에서 자신과 관련된 정보에 대해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지난 1995년 유럽연합이 채택한 정보보호지침에 처음 등장한 개념입니다.

<인터뷰> 이상직(변호사) : "시발점은 유럽의 곤잘레스 사건입니다. 곤잘레스 라는 사람이 12년 전에 파산한 사실이 있고 파산으로 인해 강제 경매당한 사실도 있었습니다. 그러한 사실이 십여 년이 지난 이후에도 검색사이트에서 검색되고 있어서 본인의 사생활이 침해된다 그런 주장을 해서 유럽 사법재판소는 그러한 검색 결과를 보이지 않게 하라는 판결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기가 남긴 디지털 흔적을 지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돈을 받고 개인정보 삭제를 대행해주는 이른바 온라인 평판관리 업체도 15개가 영업 중입니다.

<인터뷰>김소라(평판관리업체) : "최근에는 개인이 작성한 글에 대해서 삭제를 요청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이 늘었습니다. 위험하구나 인지를 하지 못한 채 인터넷에 올렸고 그 상황으로 인해서 소송이라든가 고소에 휘말려서."

한 개인정보 삭제업체의 월별 접수 현황입니다.

지난해 3월 255건에서 매달 꾸준히 늘어 1년 만에 30% 이상 증가했습니다.

전체 3천4백여 건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과거에 자신이 올린 부정적인 글을 삭제해달라는 요청이 39%로 가장 많았습니다.

본인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삭제해 달라는 요청이 27%로 다음이었습니다.

<녹취> 성관계 동영상 유출 피해 여성(음성변조) : "음란 동영상 이런 게 저도 몰랐던 게 올라오게 되어가지고. 제 친한 친구가 봐 가지고 알게 됐고. 그때가 남자친구랑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거든요. 이게 계속 올라오는 거에요. 다른 아이디로. 내 눈에 보이는데 삭제를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이 밖에 개인신상정보를 지워달라는 의뢰가 15%, 탈퇴한 계정에 남아있는 게시물을 지워달라는 요청이 8% 순이었습니다.

게시물을 지워달라고 요청이 들어온 주요 SNS는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텀블러였고, 사이트는 네이버, 다음, 구글, 디씨인사이드 일베, 소라넷 등이었습니다.

특히 개인정보 삭제를 요청한 의뢰인 10명 가운데 4명은 미성년자였습니다.

<녹취>고등학생(개인정보 삭제 의뢰/음성대역) : "현재 연기활동을 하며 기획사에 소속되어 가수를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생인데요. 제가 과거에 찍었던 사진들이나 글들을 지우고 싶어요. 학생신분에 어긋난 행동을 한 적은 없지만, 아이돌을 준비하는데 예민할뿐더러 조금 창피하고 민망한, 흔히 말해 흑역사로 남을만한 사진들을 과거에 많이 찍고 싸이월드에 올렸던 기억이 나요. 또 아이돌 준비 시작하면서 얼굴도 약간 다듬었고요."

청소년들은 인터넷에 무심코 남겼던 글 하나가 자신의 장래를 준비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녹취> 고등학생(개인정보 삭제 의뢰/음성대역) : "요리사가 되기 위해 자격증 준비도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며 꿈에 대한 간절함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어요.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쯤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잘못된 사고를 하며 인터넷 사이트에 성관계하자는 글을 올리고 장난을 쳤었어요. 물론 상대방을 놀리고 만나지는 않았지만요. 중학생이 되고 나서야 정신 차리고 그런 짓을 안 했습니다. 유명해지고 성공하고 싶은 꿈을 생각할 때마다 저의 과거가 떠올라 괴로워요."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이드라인 초안을 내놓았습니다.

'잊힐 권리'를 보장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겁니다.

<인터뷰> 엄열(방송통신위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 : "이용자와 사업자 간의 공감을 통해서 일정하게 시장에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는 가이들안이 만들어짐으로써 좀 더 수월하게 국민의 입장에서도 더 공식적인 프로세스를 통해서 자기정보에 대한 통제, 관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주목되는 건 자기가 올린 게시물이라도 삭제가 안될 수 있다는 겁니다.

먼저, 게시물을 올렸던 사이트에서 장기간 활동을 하지 않거나 계정을 탈퇴한 경우입니다.

글을 올린 것이 본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녹취> 자기 게시물 삭제 요청 의뢰(음성 대역) : "19금 야설을 구한다고 제 메일주소를 게시물에 올렸었습니다. 시간이 꽤 오래 지났는데 제 아이디를 검색해보니 바로 뜨더라고요. 그래서 사이트 관리자님께 삭제를 부탁드렸지만, 제 아이디는 이미 너무 오래되어 삭제되었고. 제가 당사자인지 알 수 없기에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받았어요."

자기 게시물에 댓글이 달렸거나, 다른 사람이 자신의 게시물을 퍼갔을 경우 역시 지우기가 어렵습니다.

한 고등학생은 과거 정치인을 조롱하는 패러디물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이 게시물이 퍼지면서 개인적으로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녹취> 자기게시물 삭제요청 고등학생(음성 대역) : "몇 년이 지나도 제가 만든 사진이나 댓글들을 그대로 퍼간 게시글이 수두룩 하더라고요. 그 당시에 가지고 있던 생각은 이미 버렸는데 그걸 들켜서 안 좋은 인상이 남겨진다면 끔찍할 것 같아요. 어찌어찌해서 글들의 60% 정도는 제힘으로 지웠어요. 근데 아직도 지우지 못한 글들이 있어요. 더 이상 게시자와 연락이 되지 않거나, 누가 어떤 게시글을 댓글째로 퍼갔는데 그 댓글 사이에 제 댓글이 끼어 있다거나…."

방통위 가이드라인은 이에 대해 우선 접근 배제, 임시차단을 하고 검색도 되지 않도록 요청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었습니다.

서비스 사업자는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또, 다른 사람에게 삭제를 위임한 당사자가 사망해도 위임받은 사람이 게시물 삭제를 요청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서 올린 글은 삭제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타인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사생활침해나 명예훼손에 해당하면 현행법을 통해서도 타인의 글에 대해 임시차단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습니다.

<인터뷰> 이상직(변호사) : "방통위 가이드라인이 자기 게시물에 국한하게 된 것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감안한 결과입니다. 제3자가 올린 게시물이 적법했는데 적법한 게시물을 내가 함부로 지울 수 있다면 그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치인 등 공인의 게시물과 정보를 어디까지 삭제할 수 있는지도 논란의 대상입니다.

<녹취> 손지은(변호사) : "(한국투명성보고서) 공인들이 예전에 올렸던 글들 많이 논란이 됐던 트위터 글이라든지 그런 것도 하나의 자기 책임 영역에 들어오는 행위인데 그걸 나중에 삭제를 할 수 있게 된다 하면 공적 토론의 장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그러면에서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입니다."

게시물을 지워야 할 책임을 가진 인터넷 사업자들은 실무적으로 본인 확인 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성진(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 : "기본적으로 개인정보가 없기 때문에 해당 글을 작성했는지 알기가 어렵고, 그 게시글을 어떤 특정 개인의 개인정보가 정확하게 노출돼 있지 않은 이상은 동일인이라고 판단하기가 어려운 것이죠."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세상에서 '잊힐 권리'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정보 주체인 '나'의 권리를 강화하되 '타인'의 '기억돼야 할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절충점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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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잊힐 권리’ 어디까지?
    • 입력 2016-04-03 23:27:33
    • 수정2016-04-03 23:59:40
    취재파일K
<프롤로그>

<녹취> "유명해지고 성공하고 싶은 꿈을 생각할 때마다 저의 과거가 떠올라 괴로워요."

<녹취> "가수를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생인데요. 제가 과거에 찍었던 사진들이나 글들을 지우고 싶어요."

<녹취> "계속 계속 올라오는 거에요. 다른 아이디로. 내 눈에 보이는데 삭제를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오프닝>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고 물건을 사고 친구를 만나고, SNS에 자신의 일상과 의견을 올려서 공유하는 세상입니다.

자발적이든 아니든 사이버 공간에서 한 모든 행동들은 디지털 흔적을 남기고 없애기도 쉽지 않습니다.

최근 자신이 원한다면 인터넷 공간에서 잊힐 수 있어야 한다는 이른바 '잊힐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과연 잊힐 권리는 보장될까요?

<리포트>

28살 김 모씨는 지난해 다니던 회사에 대한 불만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썼다가 큰 곤욕을 치렀습니다.

일찍 출근하라고 강요하는 팀장의 메시지를 캡처해서 불만과 함께 올렸는데 해당 팀장이 그 게시물을 보게 된 겁니다.

<인터뷰> 김 모씨(음성변조) : "회사 앞으로 모여서 체조하고 시작하자 이런 건데. 8시 반 출근도 회사랑 집이 멀어서 힘들었는데 그것보다 30분에서 40분 일찍 더 나와야 되니까 그게 좀 힘들어서 올린 거죠. 처음에는 죄송하다 이런 걸로 그냥 지우면 끝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계속 고소한다 이런 말도 나오니까..."

김 씨는 결국 회사를 그만둬야 했습니다.

자신의 과거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서 인터넷 기록을 지우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터뷰> 이 모씨(음성변조) : "(과거 학력이) 걸림돌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요. 남아있는 기록들이. 취업하는데 이런 부분이라든가. (학벌 때문에) 차별도 받아봤고 모욕적인 발언도 들었고…."

'잊힐 권리' 는 온라인에서 자신과 관련된 정보에 대해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지난 1995년 유럽연합이 채택한 정보보호지침에 처음 등장한 개념입니다.

<인터뷰> 이상직(변호사) : "시발점은 유럽의 곤잘레스 사건입니다. 곤잘레스 라는 사람이 12년 전에 파산한 사실이 있고 파산으로 인해 강제 경매당한 사실도 있었습니다. 그러한 사실이 십여 년이 지난 이후에도 검색사이트에서 검색되고 있어서 본인의 사생활이 침해된다 그런 주장을 해서 유럽 사법재판소는 그러한 검색 결과를 보이지 않게 하라는 판결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기가 남긴 디지털 흔적을 지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돈을 받고 개인정보 삭제를 대행해주는 이른바 온라인 평판관리 업체도 15개가 영업 중입니다.

<인터뷰>김소라(평판관리업체) : "최근에는 개인이 작성한 글에 대해서 삭제를 요청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이 늘었습니다. 위험하구나 인지를 하지 못한 채 인터넷에 올렸고 그 상황으로 인해서 소송이라든가 고소에 휘말려서."

한 개인정보 삭제업체의 월별 접수 현황입니다.

지난해 3월 255건에서 매달 꾸준히 늘어 1년 만에 30% 이상 증가했습니다.

전체 3천4백여 건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과거에 자신이 올린 부정적인 글을 삭제해달라는 요청이 39%로 가장 많았습니다.

본인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삭제해 달라는 요청이 27%로 다음이었습니다.

<녹취> 성관계 동영상 유출 피해 여성(음성변조) : "음란 동영상 이런 게 저도 몰랐던 게 올라오게 되어가지고. 제 친한 친구가 봐 가지고 알게 됐고. 그때가 남자친구랑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거든요. 이게 계속 올라오는 거에요. 다른 아이디로. 내 눈에 보이는데 삭제를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이 밖에 개인신상정보를 지워달라는 의뢰가 15%, 탈퇴한 계정에 남아있는 게시물을 지워달라는 요청이 8% 순이었습니다.

게시물을 지워달라고 요청이 들어온 주요 SNS는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텀블러였고, 사이트는 네이버, 다음, 구글, 디씨인사이드 일베, 소라넷 등이었습니다.

특히 개인정보 삭제를 요청한 의뢰인 10명 가운데 4명은 미성년자였습니다.

<녹취>고등학생(개인정보 삭제 의뢰/음성대역) : "현재 연기활동을 하며 기획사에 소속되어 가수를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생인데요. 제가 과거에 찍었던 사진들이나 글들을 지우고 싶어요. 학생신분에 어긋난 행동을 한 적은 없지만, 아이돌을 준비하는데 예민할뿐더러 조금 창피하고 민망한, 흔히 말해 흑역사로 남을만한 사진들을 과거에 많이 찍고 싸이월드에 올렸던 기억이 나요. 또 아이돌 준비 시작하면서 얼굴도 약간 다듬었고요."

청소년들은 인터넷에 무심코 남겼던 글 하나가 자신의 장래를 준비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녹취> 고등학생(개인정보 삭제 의뢰/음성대역) : "요리사가 되기 위해 자격증 준비도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며 꿈에 대한 간절함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어요.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쯤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잘못된 사고를 하며 인터넷 사이트에 성관계하자는 글을 올리고 장난을 쳤었어요. 물론 상대방을 놀리고 만나지는 않았지만요. 중학생이 되고 나서야 정신 차리고 그런 짓을 안 했습니다. 유명해지고 성공하고 싶은 꿈을 생각할 때마다 저의 과거가 떠올라 괴로워요."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이드라인 초안을 내놓았습니다.

'잊힐 권리'를 보장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겁니다.

<인터뷰> 엄열(방송통신위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 : "이용자와 사업자 간의 공감을 통해서 일정하게 시장에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는 가이들안이 만들어짐으로써 좀 더 수월하게 국민의 입장에서도 더 공식적인 프로세스를 통해서 자기정보에 대한 통제, 관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주목되는 건 자기가 올린 게시물이라도 삭제가 안될 수 있다는 겁니다.

먼저, 게시물을 올렸던 사이트에서 장기간 활동을 하지 않거나 계정을 탈퇴한 경우입니다.

글을 올린 것이 본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녹취> 자기 게시물 삭제 요청 의뢰(음성 대역) : "19금 야설을 구한다고 제 메일주소를 게시물에 올렸었습니다. 시간이 꽤 오래 지났는데 제 아이디를 검색해보니 바로 뜨더라고요. 그래서 사이트 관리자님께 삭제를 부탁드렸지만, 제 아이디는 이미 너무 오래되어 삭제되었고. 제가 당사자인지 알 수 없기에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받았어요."

자기 게시물에 댓글이 달렸거나, 다른 사람이 자신의 게시물을 퍼갔을 경우 역시 지우기가 어렵습니다.

한 고등학생은 과거 정치인을 조롱하는 패러디물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이 게시물이 퍼지면서 개인적으로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녹취> 자기게시물 삭제요청 고등학생(음성 대역) : "몇 년이 지나도 제가 만든 사진이나 댓글들을 그대로 퍼간 게시글이 수두룩 하더라고요. 그 당시에 가지고 있던 생각은 이미 버렸는데 그걸 들켜서 안 좋은 인상이 남겨진다면 끔찍할 것 같아요. 어찌어찌해서 글들의 60% 정도는 제힘으로 지웠어요. 근데 아직도 지우지 못한 글들이 있어요. 더 이상 게시자와 연락이 되지 않거나, 누가 어떤 게시글을 댓글째로 퍼갔는데 그 댓글 사이에 제 댓글이 끼어 있다거나…."

방통위 가이드라인은 이에 대해 우선 접근 배제, 임시차단을 하고 검색도 되지 않도록 요청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었습니다.

서비스 사업자는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또, 다른 사람에게 삭제를 위임한 당사자가 사망해도 위임받은 사람이 게시물 삭제를 요청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서 올린 글은 삭제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타인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사생활침해나 명예훼손에 해당하면 현행법을 통해서도 타인의 글에 대해 임시차단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습니다.

<인터뷰> 이상직(변호사) : "방통위 가이드라인이 자기 게시물에 국한하게 된 것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감안한 결과입니다. 제3자가 올린 게시물이 적법했는데 적법한 게시물을 내가 함부로 지울 수 있다면 그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치인 등 공인의 게시물과 정보를 어디까지 삭제할 수 있는지도 논란의 대상입니다.

<녹취> 손지은(변호사) : "(한국투명성보고서) 공인들이 예전에 올렸던 글들 많이 논란이 됐던 트위터 글이라든지 그런 것도 하나의 자기 책임 영역에 들어오는 행위인데 그걸 나중에 삭제를 할 수 있게 된다 하면 공적 토론의 장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그러면에서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입니다."

게시물을 지워야 할 책임을 가진 인터넷 사업자들은 실무적으로 본인 확인 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성진(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 : "기본적으로 개인정보가 없기 때문에 해당 글을 작성했는지 알기가 어렵고, 그 게시글을 어떤 특정 개인의 개인정보가 정확하게 노출돼 있지 않은 이상은 동일인이라고 판단하기가 어려운 것이죠."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세상에서 '잊힐 권리'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정보 주체인 '나'의 권리를 강화하되 '타인'의 '기억돼야 할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절충점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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