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탄핵에 한발 더 다가서다

입력 2016.04.08 (16:09) 수정 2016.04.0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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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이 대통령 탄핵에 한발 더 다가섰다. 브라질 하원 특별위원회에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 추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지지하는 의원들의 강력한 항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열린 브라질 하원 탄핵특별위원회는 연방 상원에 탄핵절차를 시작할 것을 주문했다. 조바이르 아란테스 조사위원은 호세프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을 요청하지 않고 정부회계를 조작한 혐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호세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다루는 하원 특위는 오는 11일 표결을 통해 탄핵 의견서를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의원 65명으로 이루어진 특위는 호세프 대통령 탄핵 추진이 적법한지를 따지는 심의를 벌이고 있으며, 탄핵 추진에 찬성하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언론들은 32∼33명이 탄핵 추진에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16∼20명은 반대하고 있으며 10명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했고 3∼6명은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특위를 구성하는 의원 65명 가운데 과반이 찬성하면 탄핵 의견서가 공식으로 채택된다. 그러니까 33명이 찬성하면 탄핵 추진 합의가 이뤄진다. 찬성자가 과반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탄핵 의견서가 채택되면 하원은 탄핵안을 놓고 표결을 벌이게 된다. 표결은 오는 15∼17일 사흘 동안 계속되는데 전체 하원의원 513명 가운데 3분의 2인 342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은 가결된다.

이와 관련해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를 보면 하원에서 호세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은 259명, 반대하는 의원은 110명으로 나타났다. 69명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했고, 75명은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상원으로 넘겨지고, 상원에서 일정한 심의 절차를 거치고 나서 표결이 이뤄져 전체 상원의원 81명 가운데 3분의 2인 54명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탄핵안이 최종 가결된다.



호세프 대통령은 강력히 반발했다.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것은 쿠데타와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또다시 폈다.

호세프 대통령과 집권 노동자당(PT)은 하원 특위에서 탄핵 의견서 채택 가능성이 커지면서 하원 전체 회의 표결을 통해 탄핵안을 부결시키는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진보당(PP)과 공화당(PR), 사회민주당(PSD) 등 주요 정당을 대상으로 각료직을 제의하는 등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이 가운데 49명의 하원의원과 6명의 상원의원을 보유한 제4당 진보당은 연립정권 잔류를 결정했다. 나머지 공화당과 사회민주당도 같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호세프 대통령과 집권 노동당은 지난달 말 브라질 민주노동당(PMDB) 가 연립정권 탈퇴를 선언한 이후 테메르 부통령을 '기회주의자' '쿠데타 주모자'로 몰아붙이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우마가 탄핵을 당해 쫓겨나면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려고, 민주노동당 출신인 부통령이 연정탈퇴와 탄핵에 동조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 [바로가기]브라질의 정당 소개

이런 가운데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으로 쫓겨날 것을 예상해 정권 인수 작업을 벌여온 테메르 부통령도 탄핵을 당했다.

호세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테메르 부통령도 의회 심의를 받지 않은 채 정부지출을 늘리는 법안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마르쿠 아우렐리우 멜루 연방대법관이 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를 개시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테메르 부통령은 멜루 대법관의 판결에 대해 침묵했으나 전날 민주노동당 대표 자리를 소속 당의 다른 상원의원에게 넘겼다. 호세프 대통령과 집권 노동자당의 반격에 대비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브라질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고 있는 에두아르도 쿠냐 하원의장브라질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고 있는 에두아르도 쿠냐 하원의장


사실 테메르 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지난해 말 한 변호사에 의해 제기됐으나 쿠냐 의장에 의해 거부됐다. 브라질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운동당의 쿠냐의장이 테메르 부통령을 보호하려 했다는 의심을 살만한 대목이다. 쿠냐 의장은 테메르 부통령과 같은 브라질 민주운동당(PMDB) 소속이다.

멜루 대법관은 쿠냐 의장이 정치적 이익 때문에 권한을 남용했다고 지적하면서 "쿠냐 의장이 테메르 부통령 탄핵 절차를 개시하라는 명령을 존중하지 않으면 범죄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냐 의장은 "멜루 대법관의 판결은 터무니없는 명령이며 의회의 권위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연방대법원 전체회의에 재심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지지해온 사회단체 자유브라질운동(MBL)은 멜루 대법관 탄핵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에 가세했다.

요즘 브라질은 누가 대통령인지, 부통령이 적인지 아군인지, 연방대법관이 대통령 위에 있는 건 아닌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혼란스럽다. 집권 연정 내부에 적과 동지가 뒤섞여 서로가 서로를 탄핵하고,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가 서로를 부정하고 비난하며 단죄를 외치고 있다. 도대체 브라질에서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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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라질, 대통령 탄핵에 한발 더 다가서다
    • 입력 2016-04-08 16:09:04
    • 수정2016-04-08 16:34:48
    취재K
브라질이 대통령 탄핵에 한발 더 다가섰다. 브라질 하원 특별위원회에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 추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지지하는 의원들의 강력한 항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열린 브라질 하원 탄핵특별위원회는 연방 상원에 탄핵절차를 시작할 것을 주문했다. 조바이르 아란테스 조사위원은 호세프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을 요청하지 않고 정부회계를 조작한 혐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호세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다루는 하원 특위는 오는 11일 표결을 통해 탄핵 의견서를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의원 65명으로 이루어진 특위는 호세프 대통령 탄핵 추진이 적법한지를 따지는 심의를 벌이고 있으며, 탄핵 추진에 찬성하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언론들은 32∼33명이 탄핵 추진에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16∼20명은 반대하고 있으며 10명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했고 3∼6명은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특위를 구성하는 의원 65명 가운데 과반이 찬성하면 탄핵 의견서가 공식으로 채택된다. 그러니까 33명이 찬성하면 탄핵 추진 합의가 이뤄진다. 찬성자가 과반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탄핵 의견서가 채택되면 하원은 탄핵안을 놓고 표결을 벌이게 된다. 표결은 오는 15∼17일 사흘 동안 계속되는데 전체 하원의원 513명 가운데 3분의 2인 342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은 가결된다.

이와 관련해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를 보면 하원에서 호세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은 259명, 반대하는 의원은 110명으로 나타났다. 69명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했고, 75명은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상원으로 넘겨지고, 상원에서 일정한 심의 절차를 거치고 나서 표결이 이뤄져 전체 상원의원 81명 가운데 3분의 2인 54명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탄핵안이 최종 가결된다.



호세프 대통령은 강력히 반발했다.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것은 쿠데타와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또다시 폈다.

호세프 대통령과 집권 노동자당(PT)은 하원 특위에서 탄핵 의견서 채택 가능성이 커지면서 하원 전체 회의 표결을 통해 탄핵안을 부결시키는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진보당(PP)과 공화당(PR), 사회민주당(PSD) 등 주요 정당을 대상으로 각료직을 제의하는 등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이 가운데 49명의 하원의원과 6명의 상원의원을 보유한 제4당 진보당은 연립정권 잔류를 결정했다. 나머지 공화당과 사회민주당도 같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호세프 대통령과 집권 노동당은 지난달 말 브라질 민주노동당(PMDB) 가 연립정권 탈퇴를 선언한 이후 테메르 부통령을 '기회주의자' '쿠데타 주모자'로 몰아붙이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우마가 탄핵을 당해 쫓겨나면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려고, 민주노동당 출신인 부통령이 연정탈퇴와 탄핵에 동조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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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으로 쫓겨날 것을 예상해 정권 인수 작업을 벌여온 테메르 부통령도 탄핵을 당했다.

호세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테메르 부통령도 의회 심의를 받지 않은 채 정부지출을 늘리는 법안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마르쿠 아우렐리우 멜루 연방대법관이 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를 개시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테메르 부통령은 멜루 대법관의 판결에 대해 침묵했으나 전날 민주노동당 대표 자리를 소속 당의 다른 상원의원에게 넘겼다. 호세프 대통령과 집권 노동자당의 반격에 대비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브라질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고 있는 에두아르도 쿠냐 하원의장

사실 테메르 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지난해 말 한 변호사에 의해 제기됐으나 쿠냐 의장에 의해 거부됐다. 브라질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운동당의 쿠냐의장이 테메르 부통령을 보호하려 했다는 의심을 살만한 대목이다. 쿠냐 의장은 테메르 부통령과 같은 브라질 민주운동당(PMDB) 소속이다.

멜루 대법관은 쿠냐 의장이 정치적 이익 때문에 권한을 남용했다고 지적하면서 "쿠냐 의장이 테메르 부통령 탄핵 절차를 개시하라는 명령을 존중하지 않으면 범죄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냐 의장은 "멜루 대법관의 판결은 터무니없는 명령이며 의회의 권위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연방대법원 전체회의에 재심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지지해온 사회단체 자유브라질운동(MBL)은 멜루 대법관 탄핵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에 가세했다.

요즘 브라질은 누가 대통령인지, 부통령이 적인지 아군인지, 연방대법관이 대통령 위에 있는 건 아닌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혼란스럽다. 집권 연정 내부에 적과 동지가 뒤섞여 서로가 서로를 탄핵하고,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가 서로를 부정하고 비난하며 단죄를 외치고 있다. 도대체 브라질에서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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