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검은색 ‘반타블랙’…독점권 논란까지

입력 2016.04.11 (09:55) 수정 2016.04.1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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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흥미로운 국제 뉴스가 눈길을 끈다. 인도 출신의 세계적인 미술가인 '아니쉬 카푸어'가 검은색의 독점 사용권을 사들여 예술계의 반발이 일고 있다는 내용이다.



아니쉬 카푸어는 미국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에 '구름문'(cloud gate)이라는 작품을 설치해 유명세를 탔고, 국내에서도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전시회를 연 작가다. 그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주고 검은색의 독점권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색깔이 독점 가능한 것인지, 도대체 왜 하필 검은색 독점권인지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왼쪽은 반타블랙으로 색칠한 두상이고, 오른쪽은 황금색 톤으로 색칠한 두상.왼쪽은 반타블랙으로 색칠한 두상이고, 오른쪽은 황금색 톤으로 색칠한 두상.


사람의 얼굴을 조각한 2개의 두상이 있다. 오른쪽은 이목구비의 굴곡이 뚜렷한 흔히 볼 수 두상이고, 왼쪽은 이목구비의 굴곡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평면처럼 보이는 두상이다. 그러나 2개의 두상은 색깔만 다른, 똑같은 두상이다.

왼쪽은 무반사의 검정을 칠했을 뿐이고 오른쪽은 반짝이는 황금색 피부톤을 칠했을 뿐이다. 색깔만 다를 뿐인데 왼쪽은 입체감이 전혀 없다. 이 검정이 문제의 '독점권' 논란을 부른 검정이다. 정식 명칭은 '반타블랙'(Vantablack)이다.

반타블랙, 빛 흡수율 99.96%

'반타블랙'은 Vertically Aligned Nano Tube Arrays(수직으로 정렬된 나노튜브의 배열)의 머리글자 Vanta와 Black(검정)이 합성된 것으로, 영국의 나노회사인 서리나노시스템에서 개발한 신물질이다. 가장 큰 특징은 세상의 검정 가운데 가장 까맣다는 것이다. 빛을 99.96% 흡수해 우주의 블랙홀만큼이나 검게 보이고, 실제로 빛을 비추면 그 흔적이 전혀 남지 않는 검은색이다.

구겨진 알루미늄 포일 위에 반타블랙 페인트를 도색한 모습. 페인트가 도색된 표면의 굴곡은, 주변의 굴곡과는 달리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다.구겨진 알루미늄 포일 위에 반타블랙 페인트를 도색한 모습. 페인트가 도색된 표면의 굴곡은, 주변의 굴곡과는 달리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구겨진 은박지도 반타블랙을 칠하면 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반타블랙은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뿐 아니라 적외선 영역까지 흡수한다. 머리카락 만 분의 1 굵기의 탄소 구조체가 거의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것이다.

권영균 교수(경희대 물리학과)는 "튜브와 튜브 사이에 서로 반사, 반사, 반사하는 과정을 거쳐서 들어온 빛들은 대부분 흡수해서 빛이 나가지 못하도록 잡아두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반타블랙은 머리카락 10,000분의 1 크기의 튜브들 사이로 빛이 스며들도록 흡수한다.반타블랙은 머리카락 10,000분의 1 크기의 튜브들 사이로 빛이 스며들도록 흡수한다.


독점권 논란을 부르면서까지 반타블랙을 사들이는 것은 그 용도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가장 검은색인 반타블랙을 망원경에 적용하면 우주를 관측하는 획기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멀리 떨어진 별을 관측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은 주변 빛의 난반사다. 망원경 내부에 검은색을 칠해 불필요한 빛을 흡수하지만 한계가 있다.

국내 망원경의 빛 반사율이 7%, 미국 나사 망원경은 1% 수준인데, 반타블랙을 쓰면 0.04%로 줄어든다. 박성준 박사(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는 "난반사에 의한 효과가 거의 제로가 되기 때문에 검출 효율과 카메라의 감도를 많이 올릴 수 있게 된다"면서 망원경의 정확도와 효율성이 훨씬 커진다고 설명한다.



반타블랙으로 도색하면 인공위성도 감쪽같이 위장할 수 있다. 적의 눈에 띄지 않는 완벽한 첩보 위성 등 군사 분야 활용도 가능하다. 최근엔 이 신기한 창작 재료의 예술적 사용 권한을 인도 출신 미술가가 독점하면서 표현의 자유 논란도 일고 있다. 1990년대 개발된 탄소 나노 기술의 새로운 고부가가치 창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연관 기사] ☞ 세상에서 가장 검은색 ‘반타블랙’…활용 가치 무궁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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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서 가장 검은색 ‘반타블랙’…독점권 논란까지
    • 입력 2016-04-11 09:55:39
    • 수정2016-04-11 17:05:06
    취재K
최근 흥미로운 국제 뉴스가 눈길을 끈다. 인도 출신의 세계적인 미술가인 '아니쉬 카푸어'가 검은색의 독점 사용권을 사들여 예술계의 반발이 일고 있다는 내용이다.



아니쉬 카푸어는 미국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에 '구름문'(cloud gate)이라는 작품을 설치해 유명세를 탔고, 국내에서도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전시회를 연 작가다. 그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주고 검은색의 독점권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색깔이 독점 가능한 것인지, 도대체 왜 하필 검은색 독점권인지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왼쪽은 반타블랙으로 색칠한 두상이고, 오른쪽은 황금색 톤으로 색칠한 두상.

사람의 얼굴을 조각한 2개의 두상이 있다. 오른쪽은 이목구비의 굴곡이 뚜렷한 흔히 볼 수 두상이고, 왼쪽은 이목구비의 굴곡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평면처럼 보이는 두상이다. 그러나 2개의 두상은 색깔만 다른, 똑같은 두상이다.

왼쪽은 무반사의 검정을 칠했을 뿐이고 오른쪽은 반짝이는 황금색 피부톤을 칠했을 뿐이다. 색깔만 다를 뿐인데 왼쪽은 입체감이 전혀 없다. 이 검정이 문제의 '독점권' 논란을 부른 검정이다. 정식 명칭은 '반타블랙'(Vantablack)이다.

반타블랙, 빛 흡수율 99.96%

'반타블랙'은 Vertically Aligned Nano Tube Arrays(수직으로 정렬된 나노튜브의 배열)의 머리글자 Vanta와 Black(검정)이 합성된 것으로, 영국의 나노회사인 서리나노시스템에서 개발한 신물질이다. 가장 큰 특징은 세상의 검정 가운데 가장 까맣다는 것이다. 빛을 99.96% 흡수해 우주의 블랙홀만큼이나 검게 보이고, 실제로 빛을 비추면 그 흔적이 전혀 남지 않는 검은색이다.

구겨진 알루미늄 포일 위에 반타블랙 페인트를 도색한 모습. 페인트가 도색된 표면의 굴곡은, 주변의 굴곡과는 달리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구겨진 은박지도 반타블랙을 칠하면 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반타블랙은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뿐 아니라 적외선 영역까지 흡수한다. 머리카락 만 분의 1 굵기의 탄소 구조체가 거의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것이다.

권영균 교수(경희대 물리학과)는 "튜브와 튜브 사이에 서로 반사, 반사, 반사하는 과정을 거쳐서 들어온 빛들은 대부분 흡수해서 빛이 나가지 못하도록 잡아두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반타블랙은 머리카락 10,000분의 1 크기의 튜브들 사이로 빛이 스며들도록 흡수한다.

독점권 논란을 부르면서까지 반타블랙을 사들이는 것은 그 용도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가장 검은색인 반타블랙을 망원경에 적용하면 우주를 관측하는 획기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멀리 떨어진 별을 관측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은 주변 빛의 난반사다. 망원경 내부에 검은색을 칠해 불필요한 빛을 흡수하지만 한계가 있다.

국내 망원경의 빛 반사율이 7%, 미국 나사 망원경은 1% 수준인데, 반타블랙을 쓰면 0.04%로 줄어든다. 박성준 박사(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는 "난반사에 의한 효과가 거의 제로가 되기 때문에 검출 효율과 카메라의 감도를 많이 올릴 수 있게 된다"면서 망원경의 정확도와 효율성이 훨씬 커진다고 설명한다.



반타블랙으로 도색하면 인공위성도 감쪽같이 위장할 수 있다. 적의 눈에 띄지 않는 완벽한 첩보 위성 등 군사 분야 활용도 가능하다. 최근엔 이 신기한 창작 재료의 예술적 사용 권한을 인도 출신 미술가가 독점하면서 표현의 자유 논란도 일고 있다. 1990년대 개발된 탄소 나노 기술의 새로운 고부가가치 창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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