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산부인과·사진관 ‘부당거래’…신생아 정보까지

입력 2016.04.28 (08:32) 수정 2016.04.2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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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5년 사이 유출된 개인정보가 1억 건이 넘었습니다.

사실상 국민 대부분의 개인정보가 새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심지어 이제 막 태어난 신생아의 정보까지 유출한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유명 산부인과들이 아이의 주소와 생일은 물론 산모의 연락처까지 담긴 정보를 대가를 받고 사진관에 넘겨 준겁니다.

사진관은 받아간 정보로 아이의 백일과 돌 같은 기념일에 맞춰 산모들을 상대로 영업했습니다.

신생아와 산모의 개인 정보를 두고 벌어진 산부인과와 사진관의 부당거래.

뉴스따라잡기에서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초 부산의 한 유명 산부인과에 경찰들이 들이닥쳤습니다.

그동안 병원을 거쳐 간 산모들의 분만대장과 신생아 확인표 등을 살펴보는 경찰들.

대체 무슨 일 때문일까?

<인터뷰> 박성룡(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 경감) : "산부인과 전문 병원에서 지난 4년간 초음파 영상 전송 장비 업체 및 사진관과 결탁하여 산모 1만 4천여명의 개인 정보를 무단으로 제공하고..."

부산과 김해 일대의 산부인과 3곳에서 산모의 개인 정보를 백일이나 돌 사진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사진관 3곳에 넘겼다는 겁니다.

지난해, 해당 병원에서 출산했던 박 모 씨는 자신의 정보가 동의도 없이 사진관에 넘어간 사실에 당황했습니다.

<녹취> 박○○(피해 산모) : “거기가 되게 오래된 병원이거든요. 부산에서 많이 유명해요.”

손꼽아 기다리던 첫 아이였던 만큼 믿을 수 있는 병원을 선택했던 박 씨.

사진관에 넘어간 정보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자세했습니다.

<녹취> 박○○(피해 산모) : “(아기의) 생년월일 태어난 시간, 뭐 제왕절개를 했는지 자연분만을 했는지 이런 것까지 다 알고 있더라고요. 정말 화가 났어요.”

산모는 물론 갓 태어난 아이의 신상까지 모두 털어갔다는 건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인터뷰> 박성룡(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 경감) : “신생아실에 보관하고 있는 신생아 확인표 내지 분만 대장을 촬영해가는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했고, (거기에) 성명 주소 연락처 혈액형 등이 기재 되어있었습니다.”

사진관 직원이 아이의 탄생 사진을 찍는다는 핑계로 신생아실에 들어와 산모의 이름과 연락처를 수집했는데, 그 과정에서 출산 기록과 신생아의 정보, 한마디로 의료 기록을 고스란히 촬영해 갔던 겁니다.

박 씨가 그제야 수유실에서 만난 사진 기사를 떠올렸습니다.

<녹취> 박○○(피해 산모) :“사진 기사 아저씨가 오셔가지고 거기서 찍었었어요. 사진을 갖다가 (홍보 용도로 써도) 되는지 동의서를 써달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동의 안한다고 했었죠.”

하지만 박 씨는 아이의 성장 사진을 찍을 업체를 따로 생각해 두었기 때문에 문제의 사진관과의 인연은 그렇게 끝이 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해당 업체가 아이의 탄생 사진을 촬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머리에 리본을 메고 자세도 잡고 사랑스럽게 찍은 사진!

하지만 산모 박 씨는 아이 사진 촬영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신생아실은 면역력이 약한 아기들을 위해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곳!

그렇다면 사진관 직원은 어떻게 출입이 가능했던 걸까?

<녹취> 해당 병원 관계자 : "당연히 신생아실에 들어가면 안 되잖아요. 근데 우리 직원들이 이 사진사가 이거 빨리 찍고 가야 된다고 하니까 급한 나머지 몇 번 허락해줬던 모양입니다."

병원 측은 단지 몇몇 직원들이 실수라고 했는데, 사진관 업체의 말은 조금 달랐습니다.

<녹취> 해당 사진관 관계자 : "저희가 강제로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죠. 허가라기보다는 앞에 스튜디오도 그렇게 해 왔었고 그러니까 암묵적으로 동의가 돼 있는 상황 아니겠습니까."

병원 측으로부터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다는 겁니다.

아이의 탄생 사진이 병원 측의 선물인 줄 알았던 또 다른 피해자 역시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녹취> 이○○(피해 가족) : “첫 아기다 보니까 그냥 간호사 선생님들이 병원 측에서 찍어주고 한 줄 알았는데 (사진관) 사람들 직접 들어가서 그렇게 했다는 건 저희는 몰랐어요.”

이런 식으로 병원 3곳에서 유출한 개인정보는 무려 만 4천여 건.

사진관은 이렇게 빼돌린 정보를 자신들의 홍보와 영업에 활용했습니다.

해당 사진관들의 주요 수입원은 아이의 50일, 백일, 돌 사진 같은 기념사진.

그 비용이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이 훌쩍 넘는 경우도 많고, 한번 촬영한 사진관을 고객들이 계속해 이용하는 경우도 많아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빼돌린 정보는 사진관들의 고객 유치에 매우 요긴한 정보로 활용됐습니다.

<인터뷰> 박성룡(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 경감) : “월 매출이 3천에서 5천정도 되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그런 스튜디오 사진관으로 보시면 돼요. 그 정도의 수익이 있기 때문에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병원들 역시 공짜로 사진관에 정보를 준 건 아니었습니다.

개인정보에 대한 대가로 사진관 3개 업체는 병원이 초음파 관련 업체에 내야 하는 초음파 영상 저장 장비 구입비와 관리비를 병원 대신 지불해왔습니다.

초음파 관련 업체를 사이에 두고 산부인과 병원과 사진관 사이 부당거래가 이뤄진 겁니다.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사진관 3곳이 병원 대신 지불한 금액은 무려 1억 400만 원에 이릅니다.

<녹취> 해당 사진관 관계자 : "어어차피 광고비 라든가 영업비가 들어가는 걸 그 (초음파 영상) 소프트웨어에 우리가 한 30-40만 원 들어가는 있어요. 솔직히 깨놓고 얘기하면요. A/S 비용이라든가 이런 걸 대행을 해주는 거죠."

5년간 이어진 부당 거래는 비용 부담이 부담스러워진 한 사진관 업주가 제보하면서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전문가들은 개인 정보 유출에 무감각해져 있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배상훈(서울 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 : “만약에 개인 정보에 대한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하면 감히 이런 범죄자들이 한 걸음 더 들어올 생각은 못 했겠죠. 실형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고 말하자면 벌금 정도거든요. 그 벌금 물고 말지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경찰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병원장과 사진관 업주, 초음파 관련 업체 대표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경찰은 비슷한 피해 사례가 더 있을 걸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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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산부인과·사진관 ‘부당거래’…신생아 정보까지
    • 입력 2016-04-28 08:40:30
    • 수정2016-04-28 10: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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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5년 사이 유출된 개인정보가 1억 건이 넘었습니다.

사실상 국민 대부분의 개인정보가 새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심지어 이제 막 태어난 신생아의 정보까지 유출한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유명 산부인과들이 아이의 주소와 생일은 물론 산모의 연락처까지 담긴 정보를 대가를 받고 사진관에 넘겨 준겁니다.

사진관은 받아간 정보로 아이의 백일과 돌 같은 기념일에 맞춰 산모들을 상대로 영업했습니다.

신생아와 산모의 개인 정보를 두고 벌어진 산부인과와 사진관의 부당거래.

뉴스따라잡기에서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초 부산의 한 유명 산부인과에 경찰들이 들이닥쳤습니다.

그동안 병원을 거쳐 간 산모들의 분만대장과 신생아 확인표 등을 살펴보는 경찰들.

대체 무슨 일 때문일까?

<인터뷰> 박성룡(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 경감) : "산부인과 전문 병원에서 지난 4년간 초음파 영상 전송 장비 업체 및 사진관과 결탁하여 산모 1만 4천여명의 개인 정보를 무단으로 제공하고..."

부산과 김해 일대의 산부인과 3곳에서 산모의 개인 정보를 백일이나 돌 사진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사진관 3곳에 넘겼다는 겁니다.

지난해, 해당 병원에서 출산했던 박 모 씨는 자신의 정보가 동의도 없이 사진관에 넘어간 사실에 당황했습니다.

<녹취> 박○○(피해 산모) : “거기가 되게 오래된 병원이거든요. 부산에서 많이 유명해요.”

손꼽아 기다리던 첫 아이였던 만큼 믿을 수 있는 병원을 선택했던 박 씨.

사진관에 넘어간 정보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자세했습니다.

<녹취> 박○○(피해 산모) : “(아기의) 생년월일 태어난 시간, 뭐 제왕절개를 했는지 자연분만을 했는지 이런 것까지 다 알고 있더라고요. 정말 화가 났어요.”

산모는 물론 갓 태어난 아이의 신상까지 모두 털어갔다는 건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인터뷰> 박성룡(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 경감) : “신생아실에 보관하고 있는 신생아 확인표 내지 분만 대장을 촬영해가는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했고, (거기에) 성명 주소 연락처 혈액형 등이 기재 되어있었습니다.”

사진관 직원이 아이의 탄생 사진을 찍는다는 핑계로 신생아실에 들어와 산모의 이름과 연락처를 수집했는데, 그 과정에서 출산 기록과 신생아의 정보, 한마디로 의료 기록을 고스란히 촬영해 갔던 겁니다.

박 씨가 그제야 수유실에서 만난 사진 기사를 떠올렸습니다.

<녹취> 박○○(피해 산모) :“사진 기사 아저씨가 오셔가지고 거기서 찍었었어요. 사진을 갖다가 (홍보 용도로 써도) 되는지 동의서를 써달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동의 안한다고 했었죠.”

하지만 박 씨는 아이의 성장 사진을 찍을 업체를 따로 생각해 두었기 때문에 문제의 사진관과의 인연은 그렇게 끝이 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해당 업체가 아이의 탄생 사진을 촬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머리에 리본을 메고 자세도 잡고 사랑스럽게 찍은 사진!

하지만 산모 박 씨는 아이 사진 촬영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신생아실은 면역력이 약한 아기들을 위해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곳!

그렇다면 사진관 직원은 어떻게 출입이 가능했던 걸까?

<녹취> 해당 병원 관계자 : "당연히 신생아실에 들어가면 안 되잖아요. 근데 우리 직원들이 이 사진사가 이거 빨리 찍고 가야 된다고 하니까 급한 나머지 몇 번 허락해줬던 모양입니다."

병원 측은 단지 몇몇 직원들이 실수라고 했는데, 사진관 업체의 말은 조금 달랐습니다.

<녹취> 해당 사진관 관계자 : "저희가 강제로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죠. 허가라기보다는 앞에 스튜디오도 그렇게 해 왔었고 그러니까 암묵적으로 동의가 돼 있는 상황 아니겠습니까."

병원 측으로부터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다는 겁니다.

아이의 탄생 사진이 병원 측의 선물인 줄 알았던 또 다른 피해자 역시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녹취> 이○○(피해 가족) : “첫 아기다 보니까 그냥 간호사 선생님들이 병원 측에서 찍어주고 한 줄 알았는데 (사진관) 사람들 직접 들어가서 그렇게 했다는 건 저희는 몰랐어요.”

이런 식으로 병원 3곳에서 유출한 개인정보는 무려 만 4천여 건.

사진관은 이렇게 빼돌린 정보를 자신들의 홍보와 영업에 활용했습니다.

해당 사진관들의 주요 수입원은 아이의 50일, 백일, 돌 사진 같은 기념사진.

그 비용이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이 훌쩍 넘는 경우도 많고, 한번 촬영한 사진관을 고객들이 계속해 이용하는 경우도 많아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빼돌린 정보는 사진관들의 고객 유치에 매우 요긴한 정보로 활용됐습니다.

<인터뷰> 박성룡(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 경감) : “월 매출이 3천에서 5천정도 되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그런 스튜디오 사진관으로 보시면 돼요. 그 정도의 수익이 있기 때문에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병원들 역시 공짜로 사진관에 정보를 준 건 아니었습니다.

개인정보에 대한 대가로 사진관 3개 업체는 병원이 초음파 관련 업체에 내야 하는 초음파 영상 저장 장비 구입비와 관리비를 병원 대신 지불해왔습니다.

초음파 관련 업체를 사이에 두고 산부인과 병원과 사진관 사이 부당거래가 이뤄진 겁니다.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사진관 3곳이 병원 대신 지불한 금액은 무려 1억 400만 원에 이릅니다.

<녹취> 해당 사진관 관계자 : "어어차피 광고비 라든가 영업비가 들어가는 걸 그 (초음파 영상) 소프트웨어에 우리가 한 30-40만 원 들어가는 있어요. 솔직히 깨놓고 얘기하면요. A/S 비용이라든가 이런 걸 대행을 해주는 거죠."

5년간 이어진 부당 거래는 비용 부담이 부담스러워진 한 사진관 업주가 제보하면서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전문가들은 개인 정보 유출에 무감각해져 있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배상훈(서울 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 : “만약에 개인 정보에 대한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하면 감히 이런 범죄자들이 한 걸음 더 들어올 생각은 못 했겠죠. 실형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고 말하자면 벌금 정도거든요. 그 벌금 물고 말지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경찰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병원장과 사진관 업주, 초음파 관련 업체 대표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경찰은 비슷한 피해 사례가 더 있을 걸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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