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로또 1등 됐는데”…수억 원 빌린 수상한 당첨자

입력 2016.05.02 (08:33) 수정 2016.05.0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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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생 역전하면 아마 많은 분들이 로또부터 떠올리실 겁니다.

숫자 6개만 맞추면 평생 만져보기도 힘든 돈을 한 번에 가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한 30대 남성이 주변 사람들에게 로또 1등에 당첨됐다며 당첨 용지를 찍은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당시 1등 당첨금액은 약 17억 원 부러움을 살만하죠.

그런데 이 남성의 행동이 뭔가 좀 이상했습니다.

은행으로 달려가 돈을 바꾸기는커녕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꾸기 시작한 겁니다.

남성은 왜 로또 1등에 당첨되고도 돈을 빌렸을까?

이 수상한 남성의 정체를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4년 28살 조 모 씨는 오토바이 동호회에서 한 남성을 만났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처음 이제 바이크 동호회 통해서 알게 됐고 같이 바이크 타면서 형, 동생 사이로 알고 지냈죠."

그는 30살 송 모 씨.

송 씨는 회원들에게 자신이 재력가의 아들이자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아버지가 이제 치과의사라고 했었고 일단은 재산이 많다고 얘기를 했고요. 외제 차를 타고 다니거나 차가 3~4대 있다는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서……."

그렇게 동호회 회원들과 친분을 쌓아가던 송 씨.

송 씨는 특히 조 씨와 사이가 각별했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많이 친하게 지냈죠. 일주일에 다섯 번 정도 보는 사이였고 (새벽) 두 세시까지도 뭐 커피 마시면서 이야기하면서 오토바이 타고……."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시간을 보내던 송 씨가 조 씨 앞에서 난처한 기색을 내비쳤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할머니가 아프시다.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 200만 원 빌려 달라.’ 그런 식으로 얘기했었죠."

안타까운 이야기에 조 씨는 선뜻 돈을 빌려줬습니다.

이후 송 씨는 점점 돈을 빌리는 횟수도 늘어나고 금액도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 내가 돈을 어디다 잠깐 써야 하는데 지금 이체가 안 된다. 300만 원만 (빌려 달라.)"

돈을 빌려주면서 조 씨는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바로 송 씨가 보여준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저도 막 로또 1등이라고 해서 ‘어! 진짜 로또 당첨됐나?’ 이 생각을 했죠."

송 씨가 보낸 사진에는 당첨 번호 6개가 모두가 나란히 적힌 로또 용지가 있었습니다.

당시 1등 당첨금은 무려 17억여 원.

하지만 송 씨는 사연이 있어 당장은 당첨금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로또 1등 당첨이 됐는데 내가 지금 당장 돈을 찾으면 세금이 너무 많이 나오니까 탈세 작업을 한 번 해야겠다. 조금만 기다려라.”

송 씨는 당첨금을 바로 받으면 자신이 상속세를 많이 내야 한다며 부자들에게 로또를 판 뒤 판매금을 받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조 씨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송 씨에게 3천 8백여만 원을 빌려줬습니다.

그런데 금세 돌려받을 수 있을 것 같던 돈은 시간이 지나도 감감무소식 이었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전화기가 꺼져있거나 연락을 피하거나 지방에 있다고 얘기를 하거나 그런 식으로 계속 피하다가……."

혹시 로또 판매금을 받아도 빌린 돈을 갚지 않는 건 아닐까.

혼자 고민하던 조 씨는 동호회 회원들에게 고민 상담을 하게 됩니다.

그러자,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동호회) 형님들하고 이제 협조를 하게 된 거죠. 그러니까 “어? 야! 나도 얼마를 빌려줬었는데 한 번 모여서 얘기를 하자.” 해서 피해자들이 모이니까 한 11명 정도 되어서……."

그런데 송 씨가 돈을 빌린 곳은 오토바이 동호회뿐만 아니었습니다.

이혼한 남성과 여성들이 모인 동호회에서도 돈을 빌렸는가 하면 심지어 한 여성과는 결혼할 것처럼 접근한 뒤 돈 얘기를 꺼냈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 아버지(음성변조) : "우리 아이하고 둘이 치킨집을 운영하고 싶다 해서 “돈이 좀 모자라니 아버님 좀 보태주십시오.” 하기에 제가 천만 원을 빌려주고 우리 딸아이 돈과 합쳐서 멋있게 개업을 해라……."

피해 여성과 가족이 수천만 원을 선뜻 빌려 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송 씨가 보여준 로또 1등 당첨 용지 때문이었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 아버지(음성변조) : “내가 로또 복권에 당첨되었다.” 아! 당첨됐대 라고 하니까 철석같이 믿었던 거죠."

로또 당첨 용지를 믿고 송 씨에게 돈을 빌려 준 사람은 모두 11명, 금액은 모두 합쳐 2억 3천만 원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송 씨는 왜 17억 원이 넘는 로또 1등에 당첨되고도 사람들에게 돈을 빌린 걸까.

피해자들은 송 씨가 돈을 갚지 않자 결국,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합니다.

경찰에 나온 송 씨는 충격적인 말을 꺼냈습니다.

1등에 당첨됐다는 로또 용지가 가짜라는 겁니다.

<인터뷰> 이인기(경위/서울 방배서찰서 수사과 경제팀) : "실제 로또를 구매했고 추첨 결과 4등에 당첨됐습니다. 4등에 당첨된 부분을 이 친구가 1등 당첨으로 위장하기로 마음먹고 다른 로또 용지에 있는 1등 당첨 번호 2개를 임의로 오려 붙여서……."

4등에 당첨된 로또 용지를 이용해 사기극을 꾸미기로 마음을 먹은 겁니다.

1등과 4등이 6개 숫자 가운데 2개만 다르다는 점을 노린 겁니다.

송 씨는 4등 로또 용지에서 당첨번호가 아닌 2개의 숫자 위에 실제 당첨 번호를 오려 붙였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사인펜으로 표시하는데요.

<인터뷰> 이인기(경위/서울 방배서찰서 수사과 경제팀) : "아무래도 오려 붙였으니까 위조 부분이 표시가 날 것이니 그 부분을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모든 번호에 동그라미를 그리는 방법으로 위조된 부분을 가렸고……."

송 씨는 범행이 들키지 않도록 로또 용지를 절대 직접 보여주지 않고 꼭 사진으로만 보여줬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 아버지(음성변조) : "어느 누가 그 근거 보고 안 속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저도 깜빡 속았습니다. 그러니 우리 딸아이가 오죽했겠어요."

송 씨는 빌려 간 돈 대부분을 도박에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11명에게 피해를 준 송 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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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로또 1등 됐는데”…수억 원 빌린 수상한 당첨자
    • 입력 2016-05-02 08:35:10
    • 수정2016-05-02 09: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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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생 역전하면 아마 많은 분들이 로또부터 떠올리실 겁니다.

숫자 6개만 맞추면 평생 만져보기도 힘든 돈을 한 번에 가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한 30대 남성이 주변 사람들에게 로또 1등에 당첨됐다며 당첨 용지를 찍은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당시 1등 당첨금액은 약 17억 원 부러움을 살만하죠.

그런데 이 남성의 행동이 뭔가 좀 이상했습니다.

은행으로 달려가 돈을 바꾸기는커녕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꾸기 시작한 겁니다.

남성은 왜 로또 1등에 당첨되고도 돈을 빌렸을까?

이 수상한 남성의 정체를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4년 28살 조 모 씨는 오토바이 동호회에서 한 남성을 만났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처음 이제 바이크 동호회 통해서 알게 됐고 같이 바이크 타면서 형, 동생 사이로 알고 지냈죠."

그는 30살 송 모 씨.

송 씨는 회원들에게 자신이 재력가의 아들이자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아버지가 이제 치과의사라고 했었고 일단은 재산이 많다고 얘기를 했고요. 외제 차를 타고 다니거나 차가 3~4대 있다는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서……."

그렇게 동호회 회원들과 친분을 쌓아가던 송 씨.

송 씨는 특히 조 씨와 사이가 각별했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많이 친하게 지냈죠. 일주일에 다섯 번 정도 보는 사이였고 (새벽) 두 세시까지도 뭐 커피 마시면서 이야기하면서 오토바이 타고……."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시간을 보내던 송 씨가 조 씨 앞에서 난처한 기색을 내비쳤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할머니가 아프시다.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 200만 원 빌려 달라.’ 그런 식으로 얘기했었죠."

안타까운 이야기에 조 씨는 선뜻 돈을 빌려줬습니다.

이후 송 씨는 점점 돈을 빌리는 횟수도 늘어나고 금액도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 내가 돈을 어디다 잠깐 써야 하는데 지금 이체가 안 된다. 300만 원만 (빌려 달라.)"

돈을 빌려주면서 조 씨는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바로 송 씨가 보여준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저도 막 로또 1등이라고 해서 ‘어! 진짜 로또 당첨됐나?’ 이 생각을 했죠."

송 씨가 보낸 사진에는 당첨 번호 6개가 모두가 나란히 적힌 로또 용지가 있었습니다.

당시 1등 당첨금은 무려 17억여 원.

하지만 송 씨는 사연이 있어 당장은 당첨금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로또 1등 당첨이 됐는데 내가 지금 당장 돈을 찾으면 세금이 너무 많이 나오니까 탈세 작업을 한 번 해야겠다. 조금만 기다려라.”

송 씨는 당첨금을 바로 받으면 자신이 상속세를 많이 내야 한다며 부자들에게 로또를 판 뒤 판매금을 받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조 씨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송 씨에게 3천 8백여만 원을 빌려줬습니다.

그런데 금세 돌려받을 수 있을 것 같던 돈은 시간이 지나도 감감무소식 이었습니다.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전화기가 꺼져있거나 연락을 피하거나 지방에 있다고 얘기를 하거나 그런 식으로 계속 피하다가……."

혹시 로또 판매금을 받아도 빌린 돈을 갚지 않는 건 아닐까.

혼자 고민하던 조 씨는 동호회 회원들에게 고민 상담을 하게 됩니다.

그러자,

<녹취> 조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동호회) 형님들하고 이제 협조를 하게 된 거죠. 그러니까 “어? 야! 나도 얼마를 빌려줬었는데 한 번 모여서 얘기를 하자.” 해서 피해자들이 모이니까 한 11명 정도 되어서……."

그런데 송 씨가 돈을 빌린 곳은 오토바이 동호회뿐만 아니었습니다.

이혼한 남성과 여성들이 모인 동호회에서도 돈을 빌렸는가 하면 심지어 한 여성과는 결혼할 것처럼 접근한 뒤 돈 얘기를 꺼냈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 아버지(음성변조) : "우리 아이하고 둘이 치킨집을 운영하고 싶다 해서 “돈이 좀 모자라니 아버님 좀 보태주십시오.” 하기에 제가 천만 원을 빌려주고 우리 딸아이 돈과 합쳐서 멋있게 개업을 해라……."

피해 여성과 가족이 수천만 원을 선뜻 빌려 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송 씨가 보여준 로또 1등 당첨 용지 때문이었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 아버지(음성변조) : “내가 로또 복권에 당첨되었다.” 아! 당첨됐대 라고 하니까 철석같이 믿었던 거죠."

로또 당첨 용지를 믿고 송 씨에게 돈을 빌려 준 사람은 모두 11명, 금액은 모두 합쳐 2억 3천만 원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송 씨는 왜 17억 원이 넘는 로또 1등에 당첨되고도 사람들에게 돈을 빌린 걸까.

피해자들은 송 씨가 돈을 갚지 않자 결국,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합니다.

경찰에 나온 송 씨는 충격적인 말을 꺼냈습니다.

1등에 당첨됐다는 로또 용지가 가짜라는 겁니다.

<인터뷰> 이인기(경위/서울 방배서찰서 수사과 경제팀) : "실제 로또를 구매했고 추첨 결과 4등에 당첨됐습니다. 4등에 당첨된 부분을 이 친구가 1등 당첨으로 위장하기로 마음먹고 다른 로또 용지에 있는 1등 당첨 번호 2개를 임의로 오려 붙여서……."

4등에 당첨된 로또 용지를 이용해 사기극을 꾸미기로 마음을 먹은 겁니다.

1등과 4등이 6개 숫자 가운데 2개만 다르다는 점을 노린 겁니다.

송 씨는 4등 로또 용지에서 당첨번호가 아닌 2개의 숫자 위에 실제 당첨 번호를 오려 붙였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사인펜으로 표시하는데요.

<인터뷰> 이인기(경위/서울 방배서찰서 수사과 경제팀) : "아무래도 오려 붙였으니까 위조 부분이 표시가 날 것이니 그 부분을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모든 번호에 동그라미를 그리는 방법으로 위조된 부분을 가렸고……."

송 씨는 범행이 들키지 않도록 로또 용지를 절대 직접 보여주지 않고 꼭 사진으로만 보여줬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 아버지(음성변조) : "어느 누가 그 근거 보고 안 속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저도 깜빡 속았습니다. 그러니 우리 딸아이가 오죽했겠어요."

송 씨는 빌려 간 돈 대부분을 도박에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11명에게 피해를 준 송 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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