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오른 경유 가격…환경 우선? 경제 우선?

입력 2016.05.25 (17:55) 수정 2016.05.25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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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기사] ☞ [뉴스9] 불붙는 ‘경유가’ 논란…환경부-기재부 ‘이견’

"전국 미세먼지·오존 농도 '나쁨'…큰 일교차 주의"

오늘의 기상예보를 우리는 이렇게 접한다. 기온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더 중요한 정보다. 비가 온 다음날의 맑고 쾌적한 대기를 기대하던 시민들은 이 예보를 보면서 마스크를 챙기거나 부득이한 외출을 줄일 계획을 세우곤 한다.

전국 곳곳에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7일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서울 경복궁을 관람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7일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서울 경복궁을 관람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입자가 작아 코나 구강 등에서 걸러지지 않고 우리 몸속으로 파고들어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한반도의 미세먼지는 심각한 수준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다 최근 들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주요 선진국 도시와 비교해도 여전히 높은 편이다. 2014년을 기준으로 황사를 포함한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미국 LA의 1.5배, 프랑스 파리나 영국 런던의
2.1~2.3배에 이를 정도다.

얼마 전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환경성과지수(EPI) 2016'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초미세먼지 노출 부문에서 180개국 중 173위를 기록했다.

(자료: 환경부)(자료: 환경부)


이렇게 치명적인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는 어디서 어떻게 생겨날까? 전문가들은 30~50%가 중국에서 들어 오고,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와 산업단지, 경유 차량 등에서 나머지 절반이 생겨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가 미세먼지 줄이기를 위한 노후 경유 차량 배출가스 특별 단속에 나섰다. 디젤 차량은 정부의 육성 정책에 힘입어 전체 차량의 40%에 이를 정도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환경부가 미세먼지 줄이기를 위한 노후 경유 차량 배출가스 특별 단속에 나섰다. 디젤 차량은 정부의 육성 정책에 힘입어 전체 차량의 40%에 이를 정도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환경부는 특히 경유 차량을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는다. 경유 차량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가 전체 미세먼지 발생의 40%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경유 차량이 계속 증가하자 특단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동안 '클린 디젤'을 구호로 경유 차량을 육성하던 정부 정책을 앞으로는 억제 정책으로 선회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낡은 경유차는 폐차를 유도하고 공해가 심각한 차량은 도심 진입을 금지하는 등의 기본 대책과 함께 경유 가격과 세금 인상을 추진하고 나섰다. 그동안 금기시해온 문제이지만 경유차 증가를 억제하려면 결국 경유 가격을 올리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100대 85 수준, 정부는 2007년 각종 유류세를 조정해 경유의 세금을 다소 싸게 맞춰 놓은 다음 지속해서 기준을 유지해왔다. 그리고 이 같은 가격 상의 '매력'은 경유차 증가의 핵심 원인으로 꼽혀왔다.



환경부는 상대적으로 싼 이 경유 가격을 올려 '가격 매력'을 없애면 경유차 판매가 줄어들고 결국 미세먼지 발생도 그만큼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신 휘발유 가격을 내리면 국민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의 기본 방안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의 수준을 95대 90수준으로 하자는 것, 2018년 말 교통·에너지·환경세가 폐지되고 개별소비세가 부과되는 시점에 맞춰 휘발유와 경유 가격의 비중을 재조정하자는 구상이다.

그러나 경유 가격 인상 방안은 정부 부처 내에서조차 반론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발이 거세다. 경유 가격을 올리면 물가가 오르게 되고 서민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활동이 위축돼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경유 가격이 오르면 화물 운송업에 지원하는 유류 보조금도 덩달아 오르게 돼 정책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나오고 있다.



'미세먼지를 막는다며 국민 호주머니만 털어간다'는 시민단체의 비판과 정부의 '클린 디젤' 정책에 호응해 경유 차량을 선택한 운전자들의 반발도 예정된 순서다.

기재부는 이에 따라 환경개선 부담금을 오히려 높이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이번엔 환경부가 난색을 보이고 있어 협의가 진척을 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부처 간 엇박자가 이어지자 국무조정실이 입장 조율에 나섰지만, 오늘 열려던 관계부처 차관회의는 결국 취소됐다. 그만큼 경유 가격 인상은 서민 생활과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환경 친화를 우선시하는 환경부와 경제논리를 앞세운 기획재정부의 경유 가격 '대결'은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정리될 전망이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와 관련한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한 상태인 데다 논란이 길어질 경우 정부의 정책 혼선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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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5 17:55:24
    • 수정2016-05-25 21:39:08
    취재K
[연관기사] ☞ [뉴스9] 불붙는 ‘경유가’ 논란…환경부-기재부 ‘이견’ "전국 미세먼지·오존 농도 '나쁨'…큰 일교차 주의" 오늘의 기상예보를 우리는 이렇게 접한다. 기온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더 중요한 정보다. 비가 온 다음날의 맑고 쾌적한 대기를 기대하던 시민들은 이 예보를 보면서 마스크를 챙기거나 부득이한 외출을 줄일 계획을 세우곤 한다. 전국 곳곳에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7일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서울 경복궁을 관람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입자가 작아 코나 구강 등에서 걸러지지 않고 우리 몸속으로 파고들어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한반도의 미세먼지는 심각한 수준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다 최근 들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주요 선진국 도시와 비교해도 여전히 높은 편이다. 2014년을 기준으로 황사를 포함한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미국 LA의 1.5배, 프랑스 파리나 영국 런던의 2.1~2.3배에 이를 정도다. 얼마 전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환경성과지수(EPI) 2016'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초미세먼지 노출 부문에서 180개국 중 173위를 기록했다. (자료: 환경부) 이렇게 치명적인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는 어디서 어떻게 생겨날까? 전문가들은 30~50%가 중국에서 들어 오고,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와 산업단지, 경유 차량 등에서 나머지 절반이 생겨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가 미세먼지 줄이기를 위한 노후 경유 차량 배출가스 특별 단속에 나섰다. 디젤 차량은 정부의 육성 정책에 힘입어 전체 차량의 40%에 이를 정도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환경부는 특히 경유 차량을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는다. 경유 차량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가 전체 미세먼지 발생의 40%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경유 차량이 계속 증가하자 특단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동안 '클린 디젤'을 구호로 경유 차량을 육성하던 정부 정책을 앞으로는 억제 정책으로 선회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낡은 경유차는 폐차를 유도하고 공해가 심각한 차량은 도심 진입을 금지하는 등의 기본 대책과 함께 경유 가격과 세금 인상을 추진하고 나섰다. 그동안 금기시해온 문제이지만 경유차 증가를 억제하려면 결국 경유 가격을 올리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100대 85 수준, 정부는 2007년 각종 유류세를 조정해 경유의 세금을 다소 싸게 맞춰 놓은 다음 지속해서 기준을 유지해왔다. 그리고 이 같은 가격 상의 '매력'은 경유차 증가의 핵심 원인으로 꼽혀왔다. 환경부는 상대적으로 싼 이 경유 가격을 올려 '가격 매력'을 없애면 경유차 판매가 줄어들고 결국 미세먼지 발생도 그만큼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신 휘발유 가격을 내리면 국민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의 기본 방안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의 수준을 95대 90수준으로 하자는 것, 2018년 말 교통·에너지·환경세가 폐지되고 개별소비세가 부과되는 시점에 맞춰 휘발유와 경유 가격의 비중을 재조정하자는 구상이다. 그러나 경유 가격 인상 방안은 정부 부처 내에서조차 반론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발이 거세다. 경유 가격을 올리면 물가가 오르게 되고 서민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활동이 위축돼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경유 가격이 오르면 화물 운송업에 지원하는 유류 보조금도 덩달아 오르게 돼 정책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나오고 있다. '미세먼지를 막는다며 국민 호주머니만 털어간다'는 시민단체의 비판과 정부의 '클린 디젤' 정책에 호응해 경유 차량을 선택한 운전자들의 반발도 예정된 순서다. 기재부는 이에 따라 환경개선 부담금을 오히려 높이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이번엔 환경부가 난색을 보이고 있어 협의가 진척을 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부처 간 엇박자가 이어지자 국무조정실이 입장 조율에 나섰지만, 오늘 열려던 관계부처 차관회의는 결국 취소됐다. 그만큼 경유 가격 인상은 서민 생활과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환경 친화를 우선시하는 환경부와 경제논리를 앞세운 기획재정부의 경유 가격 '대결'은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정리될 전망이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와 관련한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한 상태인 데다 논란이 길어질 경우 정부의 정책 혼선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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