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둘째 출산인데…경찰, 음주 도주 차량에 치여 숨져

입력 2016.05.26 (11:58) 수정 2016.05.26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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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기사] ☞ [뉴스9] 곧 둘째 출산인데…음주 도주차에 경찰관 순직

자료사진. 한 경찰관이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한 경찰관이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지난 19일 밤 경북 김천경찰서 역전파출소 소속 정기화 경위(37)는 김천시 평화동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단속 중이었다.

둘째 자녀의 출산 예정일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있던 정 경위는 여느 때처럼 높은 사명감으로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음주운전 단속 근무에 철저했다.

경북 김천경찰서 역전파출소 정기화 경위경북 김천경찰서 역전파출소 정기화 경위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건 이날 밤 11시 30분쯤이었다. 단속 중 음주 감지기가 반응하자 정 경위는 운전자에게 하차를 요구했다.

하지만 운전자 문모씨(33)는 정 경위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차를 몰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정 경위는 포기하지 않고 운전석 창문에 매달려 음주운전을 막으려 했다. 그렇게 10여m 끌려가던 정 경위는 도주 차량의 뒷바퀴에 치여 다쳤다.

도주하던 운전자 문씨는 200여m 달아나다가 순찰차와 일반 승용차에 가로막혀 붙잡혔다.

사고 직후 정 경위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사라진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고 25일 오전, 아내와 10세 아들, 그리고 한 달 뒤 태어날 둘째 아이를 남긴 채 정 경위는 세상을 떠났다.



정 경위의 형인 정기호씨는 분향소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드러냈다.

정씨는 "둘째 아이의 출생을 한 달도 안 남긴 상황에서 이런 일을 겪게 돼 암담하다"며 "저보다도 제수씨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정씨는 "오늘에야 어머니와 조카에게 동생의 사망 소식을 알렸고 모두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며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서 두 번 다시는 안 일어났으면 하는 게 저희 가족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정 경위와 함께 생활했던 남기정 김천경찰서 경사는 "꿈에 그리던 둘째 아이와 내 집 마련, 승진까지 이룬 정 경위에게 올해는 기쁜 일만 가득한 해였는데 이렇게 돼 황량한 마음"이라며 "정 경위의 고귀한 죽음을 끝으로 더는 이러한 희생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향소에 마련된 정기화 경위의 영정 사진분향소에 마련된 정기화 경위의 영정 사진


경찰청은 정 경위에 대해 경감으로 1계급 특별승진을 추서하고 경찰공로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더해 경찰청은 행정자치부에 훈장 수여를 건의했다.

정 경위의 분향소는 김천 제일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내일(27일) 오전 9시 김천시 종합운동장 스포츠 센터 주차장에서 김천경찰서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한편 정 경위를 매단 채 도주했던 차량 운전자 문씨는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063%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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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곧 둘째 출산인데…경찰, 음주 도주 차량에 치여 숨져
    • 입력 2016-05-26 11:58:28
    • 수정2016-05-26 22:13:32
    사회
[연관기사] ☞ [뉴스9] 곧 둘째 출산인데…음주 도주차에 경찰관 순직 자료사진. 한 경찰관이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지난 19일 밤 경북 김천경찰서 역전파출소 소속 정기화 경위(37)는 김천시 평화동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단속 중이었다. 둘째 자녀의 출산 예정일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있던 정 경위는 여느 때처럼 높은 사명감으로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음주운전 단속 근무에 철저했다. 경북 김천경찰서 역전파출소 정기화 경위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건 이날 밤 11시 30분쯤이었다. 단속 중 음주 감지기가 반응하자 정 경위는 운전자에게 하차를 요구했다. 하지만 운전자 문모씨(33)는 정 경위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차를 몰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정 경위는 포기하지 않고 운전석 창문에 매달려 음주운전을 막으려 했다. 그렇게 10여m 끌려가던 정 경위는 도주 차량의 뒷바퀴에 치여 다쳤다. 도주하던 운전자 문씨는 200여m 달아나다가 순찰차와 일반 승용차에 가로막혀 붙잡혔다. 사고 직후 정 경위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사라진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고 25일 오전, 아내와 10세 아들, 그리고 한 달 뒤 태어날 둘째 아이를 남긴 채 정 경위는 세상을 떠났다.
정 경위의 형인 정기호씨는 분향소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드러냈다. 정씨는 "둘째 아이의 출생을 한 달도 안 남긴 상황에서 이런 일을 겪게 돼 암담하다"며 "저보다도 제수씨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정씨는 "오늘에야 어머니와 조카에게 동생의 사망 소식을 알렸고 모두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며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서 두 번 다시는 안 일어났으면 하는 게 저희 가족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정 경위와 함께 생활했던 남기정 김천경찰서 경사는 "꿈에 그리던 둘째 아이와 내 집 마련, 승진까지 이룬 정 경위에게 올해는 기쁜 일만 가득한 해였는데 이렇게 돼 황량한 마음"이라며 "정 경위의 고귀한 죽음을 끝으로 더는 이러한 희생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향소에 마련된 정기화 경위의 영정 사진 경찰청은 정 경위에 대해 경감으로 1계급 특별승진을 추서하고 경찰공로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더해 경찰청은 행정자치부에 훈장 수여를 건의했다. 정 경위의 분향소는 김천 제일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내일(27일) 오전 9시 김천시 종합운동장 스포츠 센터 주차장에서 김천경찰서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한편 정 경위를 매단 채 도주했던 차량 운전자 문씨는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063%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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