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의 강한 ‘대선’메시지…실제 발언 내용은?

입력 2016.05.26 (16:32) 수정 2016.05.2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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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 기사] ☞ [뉴스9] 반기문, “확대 해석” 수위 조절…대선 구도 요동?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를 7개월 가량 남긴 반기문 사무총장이 임기가 끝나면 "국민으로서의 역할을 더 생각해보겠다"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2017년 대선이 1년 7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 나온 정치권의 당초 예상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였다.

반 총장은 모두발언에서 유엔에서의 업적을 소회할 때는 "어디까지나 아직 유엔 사무총장"이라며 '대선주자'로서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서는 현재 정치권의 문제점과 자신의 미래 역할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밝히며 대권 도전 가능성을 드러냈다. 어제(25일) 반 총장의 관훈클럽 토론회 발언 주요 부분을 요약 정리했다.

<모두 발언>

흔히들 유엔 사무총장 직업을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직업(the most impossible job)'이라고 하는데 내가 취임하면서 이걸 '세계에서 가장 좋은 직업(the best possible job)'으로 바꾸겠다고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 전임자들보다는 제가 일이 100배 쯤 늘어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유로존 위기나 아랍의 봄 등 대변혁이 국제사회에서 있었고, 재정위기(Financial crisis), 식량위기(Food crisis), 연료위기(Fuel crisis), 에볼라 등이 잇따라 일어났다. 한국에서 단련되고 훈련된 공직에 대한 투철한 정신을 최대한도로 발휘해 지난 10년 간을 마라톤을 해야 하는데 100미터 뛰는 기분으로 계속 뛰었다.

취임 첫 해부터 가장 보람있게 생각하는 업적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는데 그 때마다 '역사가들이 평가할 것'이라고 답해왔다. 이제 10년 쯤 지나 잘했다고 할 만한 것을 고민해보니 기후변화협정 체결에 남다른 노력을 해왔고 2016년부터 시작하는 '지속가능 성장계획(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등을 꼽을 수 있다. 시리아 분쟁 등 많은 분쟁이 있을 때마다 유엔이 뭐하고 있느냐는 불만을 많이 듣는데, 사실 가장 막강한 권력은 (사무총장이 아닌) 안전보장이사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목소리 높여 가능한 한 약자 편에 서서 독재자들에게 쓴소리 하고 강대국 반대에도 미얀마에 들어가 미얀마 민주화를 열기도 했다. 이란 핵문제 해결에도 반대가 있었지만 제가 이란에 가서 물꼬를 터 결국 몇 년에 걸친 협상 끝에 해결됐다는 자부심이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어제(25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포럼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어제(25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포럼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여러분들이 왜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느냐는 말을 저에게 많이 하시는데, 제가 남북 분단국인 사이프러스를 통일시키기 위해 2007년부터 노력을 많이 했는데 몇년 전 사이프러스 방문 당시 사람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보고, 여기서 할 게 아니라 북한을 가서 이런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2007년부터 한반도 문제 관련해 여러 노력을 했지만, 사이프러스 문제와는 달리 한반도 문제는 유엔 안보리가 저에게 위임을 하지 않았다. 북핵 제재 이행 과정을 검토하라는 데 대한 위임만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사무총장의 개인 이니셔티브로 북측과 계속 대화해왔는데 사실 몇 차례 북한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지만 갑자기 하루전에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상황이 있어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계속 고위급 간 대화 채널을 열고 있다. 남북 간에 그래도 대화 채널을 계속 유지해온 것은 제가 유일하지 않나 생각하고 기회가 되면 계속 노력하려고 한다.

최근 북한이 여러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제가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문제 떠나 인도적 문제는 물꼬 터놓는게 좋다고 말씀드리고 특히 영유아들에 대한 지원 해주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려서 정부 차원에서 동의하기도 했다. 최근에 분위기가 많이 경색돼있다. 제 임기 중에 유엔이 나름대로 원조를 해주기도 했지만, 지금 북핵이나 미사일 문제 등으로 분위기가 좋지는 않다. 하지만 제 생각에 남북 문제는 숙명이다. 그간 여러가지 대북 압박을 계속 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인도적 문제를 통해 물꼬 터가며 대화하고 긴장 완화시키는 노력 필요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 들고 제 임기가 7달 남았지만 그 기간에라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씀드린다.

제가 7개월 뒤 퇴임 하면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한 질문을 국내 뿐 아니라 많은 국가의 정상들이 물어본다. 선거운동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국제사회에서 이런 말들이 커지니까 제 입장이 좀 난처해지는 경우가 많다. 제가 초심을 버리고 다른 데 신경을 쓰는 게 아니냐, 혹은 관심이 국내에 더 가있는 게 아니냐...이런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저는 어디까지나 유엔 사무총장이다. 물론 제가 돌아오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역할은 제가 그 때 더 생각해보겠지만 지금 현재는 제가 맡은 소명을 성공적으로 마쳐서 제가 여러분께 자랑스럽게 보고할 수 있는 게 더 바람직한 것 아니겠는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특별히 도와줬으면 고맙겠다.



<질의 응답>
Q. 한국인이 갖지 못했던 경륜 쌓으시고 비전을 갖고 있는데, 대통령 출마 여부와는 무관하게 한국 사회 발전이나 문제 해결과 관련해 어떤 지혜를 보태고 싶은가?

A. 대략적으로 느끼는 것은 여러가지를 개선하고 스스로 더 노력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대한 기대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높다. 제가 2006년에 (한국을) 떠나면서 국회 본회의에서 고별인사를 하며 세계 속의 한국, 한국 속의 세계를 만들어놓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정치 지도자들도 많이 노력해 달라고 했는데, 제 기준에서 볼 때는 훨씬 더 해야 한다. 우리는 경제적으로도 세계 15대 안에 들어가는 강국이다. 세계 많은 정상들이 (한국이 자신들을) 도와주기를 원하기도 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어제(25일) 오후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제주포럼 만찬을 마친 뒤 퇴장하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귀엣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앙일보 제공)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어제(25일) 오후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제주포럼 만찬을 마친 뒤 퇴장하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귀엣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앙일보 제공)


그런데 사실 국가가 너무 분열되어 있다. 남북 분단도 문제인데 우리 내부에서 여러 분열된 모습을 보여주고 이런 것이 해외에 가끔 보도될 때마다 약간 창피할 때가 많다. 제 생각에는 정치 지도자들이 국가 통합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물론 우선순위는 남북 통일에 둬야 겠지만 지난 70년 동안 남북통일이 안됐는데 당장 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가통합은 정치지도자들의 뜻만 있으면 내일이라도 가능하다고 저는 생각한다. 특정 지역이나 정당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정쟁이다. 이런 것은 지양했으면 좋겠다.

누군가 대통합을 선언하고 나와서 솔선수범하고, 국가 통합 위해 모든 것을 다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파, 계파, 지역파벌 등은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아무리 좋은 법안을 내도 통과가 안 된다. 전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되니까...남북 통일 전에 남한이라도 통합을 해야 한다. 제가 각국 지도자들에게도 국민들과 포용적인 대화를 하고 모든 문제는 평화적으로 하라고 조언한다. 많은 문제가 일어나는 국가들이 대통령이나 지도자가 당선되면 국민들 위로 올라가려 하니 분쟁이 많이 생긴다.

Q. 대선 출마설에 대한 입장은?

A. 솔직히 제가 대통령을 한다는 것을 전에 생각해본 적이 없다. 김영삼 대통령은 중학교 시절부터 대통령을 꿈꿨다는데 솔직히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제가 유엔 사무총장이 되고나니 1기 때부터도 그런 얘기가 자꾸 나왔다. 그 때는 2기에 관심이 있다고 했는데 그 이후에도 자꾸 이야기가 나온다. 제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자생적으로 나오는 이런 이야기에 대해 저 자신은 개인적으로는 제가 인생을 열심히 살아왔는데, 헛되게 살지는 않았고 노력한데 대한 평가가 있구나 자부심 느끼고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 그러나 제가 이걸 그만두고 어떤 일을 해야하느냐에 대해서는 솔직히 아직 생각 안 했고, 가족 간에도 이야기들이 좀 다르고, 그래서 제가 지금 어떻게 뭐라 말씀드릴 수 없는 상황이다. (저에 대해) 어떤 분이 어떤 말씀을 하시고 하는 걸 언론에서 가끔 보지만 외신 보기도 바빠 매일 보지는 못한다. 한국 문제에 대해 브리핑 받는 것도 거의 없다. 그런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을 했으니 기대가 있다는 것은 염두에 두겠다. 내년 1월 1일에 오면 저는 이제는 한국사람이 되니까….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임기종료 후) 가서 고민, 결심하고 필요하면 여러분께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오늘(26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 행사장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등과 면담한 뒤 면담장을 빠져나오면서 학생들의 요청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오늘(26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 행사장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등과 면담한 뒤 면담장을 빠져나오면서 학생들의 요청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Q. 내년이면 만 73세로 대선 후보로서 나서기에는 연령이 많다는 지적도 있는데?

A. 1948년 가량의 국민들 체력이나 수명과 지금의 자연수명과는 지금의 자연 수명과는 최소 15년 많게는 20년까지 차이 있다고 본다. 미국 대통령 (후보) 나온 사람들을 보면 민주당은 전부 70세, 76세 이렇다. 나는 10년 동안 마라톤을 100m 뛰듯이 했는데 역대 어떤 사무총장도 저보다 열심히 한 사람은 없었을 것으로 믿는다. 기록 보면 1년간 정상을 몇 명 만나고 여행을 몇십만 마일을 하고 사람을 얼마나 만나고…. 일정의 수를 보면 대충 안다. 1년에 하루도 아파서 결근하거나 감기에 걸려 쉰 적도 없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아파서 결석한 적은 없다고 아시면 된다. 부모님께 참 감사하는데 내가 운동도 안 한다. 부지런한데 운동에는 게으르다. 시간도 없다. 체력 같은 건 요즘은 별문제가 안 된다. 특히 한국 같은 선진사회에서는 그렇다.

Q. 1985년 외교부 공무원으로 미국에서 연수할 때, 미국에서 망명생활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향을 상부에 보고했다는 내용의 외교문서가 공개돼 논란이 일었는데?

A. 언론 비판 기사를 보면서 기가 막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도 안 되는 비판이다. 내가 연수생으로서 있었던 당시 총영사관이 보스턴에 없었다. 정부 고급 귀빈들 많이 오니까 내가 거의 명예 총영사 역할 비슷하게 했다. 부이사관이니까 거기서 정부의 어떤 공무원보다도 내가 선임자다. 내가 (당시) 대학신문에 난 것을 복사해서 보냈다. 그때는 학생 아니라 펠로우로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들어서 제가 보고한 것뿐이다. 내가 정당이나 정치인을 위해서 한 것도 아니고 정부와 국가를 위해 있는 것을 관찰, 보고한 것이고 개인 의견이 들어간 것이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내가 따라다니면서 그런 것도 아니고 그런 걸 보면 기가 막히다. 흠집을 내는 건데 내 인격에 비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Q. 박근혜 대통령을 자주 만난 것 아닌가? 대통령에게 언질을 받은 적은?

A. 왜 대통령을 자주 만나냐고 하는데...어느 대통령님이 와도 제가 간다. 이명박 대통령 때도 그랬고...제가 (박 대통령을) 7번 만났다고 하는데 다 공개된 장소였다. 회의가 있어서 가니까 사진 찍히는거다. 그런 것을 너무 확대해석해서 다른 방향으로 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도 기가 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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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기문의 강한 ‘대선’메시지…실제 발언 내용은?
    • 입력 2016-05-26 16:32:49
    • 수정2016-05-26 22:3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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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 기사] ☞ [뉴스9] 반기문, “확대 해석” 수위 조절…대선 구도 요동?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를 7개월 가량 남긴 반기문 사무총장이 임기가 끝나면 "국민으로서의 역할을 더 생각해보겠다"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2017년 대선이 1년 7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 나온 정치권의 당초 예상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였다. 반 총장은 모두발언에서 유엔에서의 업적을 소회할 때는 "어디까지나 아직 유엔 사무총장"이라며 '대선주자'로서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서는 현재 정치권의 문제점과 자신의 미래 역할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밝히며 대권 도전 가능성을 드러냈다. 어제(25일) 반 총장의 관훈클럽 토론회 발언 주요 부분을 요약 정리했다. <모두 발언> 흔히들 유엔 사무총장 직업을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직업(the most impossible job)'이라고 하는데 내가 취임하면서 이걸 '세계에서 가장 좋은 직업(the best possible job)'으로 바꾸겠다고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 전임자들보다는 제가 일이 100배 쯤 늘어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유로존 위기나 아랍의 봄 등 대변혁이 국제사회에서 있었고, 재정위기(Financial crisis), 식량위기(Food crisis), 연료위기(Fuel crisis), 에볼라 등이 잇따라 일어났다. 한국에서 단련되고 훈련된 공직에 대한 투철한 정신을 최대한도로 발휘해 지난 10년 간을 마라톤을 해야 하는데 100미터 뛰는 기분으로 계속 뛰었다. 취임 첫 해부터 가장 보람있게 생각하는 업적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는데 그 때마다 '역사가들이 평가할 것'이라고 답해왔다. 이제 10년 쯤 지나 잘했다고 할 만한 것을 고민해보니 기후변화협정 체결에 남다른 노력을 해왔고 2016년부터 시작하는 '지속가능 성장계획(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등을 꼽을 수 있다. 시리아 분쟁 등 많은 분쟁이 있을 때마다 유엔이 뭐하고 있느냐는 불만을 많이 듣는데, 사실 가장 막강한 권력은 (사무총장이 아닌) 안전보장이사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목소리 높여 가능한 한 약자 편에 서서 독재자들에게 쓴소리 하고 강대국 반대에도 미얀마에 들어가 미얀마 민주화를 열기도 했다. 이란 핵문제 해결에도 반대가 있었지만 제가 이란에 가서 물꼬를 터 결국 몇 년에 걸친 협상 끝에 해결됐다는 자부심이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어제(25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포럼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여러분들이 왜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느냐는 말을 저에게 많이 하시는데, 제가 남북 분단국인 사이프러스를 통일시키기 위해 2007년부터 노력을 많이 했는데 몇년 전 사이프러스 방문 당시 사람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보고, 여기서 할 게 아니라 북한을 가서 이런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2007년부터 한반도 문제 관련해 여러 노력을 했지만, 사이프러스 문제와는 달리 한반도 문제는 유엔 안보리가 저에게 위임을 하지 않았다. 북핵 제재 이행 과정을 검토하라는 데 대한 위임만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사무총장의 개인 이니셔티브로 북측과 계속 대화해왔는데 사실 몇 차례 북한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지만 갑자기 하루전에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상황이 있어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계속 고위급 간 대화 채널을 열고 있다. 남북 간에 그래도 대화 채널을 계속 유지해온 것은 제가 유일하지 않나 생각하고 기회가 되면 계속 노력하려고 한다. 최근 북한이 여러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제가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문제 떠나 인도적 문제는 물꼬 터놓는게 좋다고 말씀드리고 특히 영유아들에 대한 지원 해주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려서 정부 차원에서 동의하기도 했다. 최근에 분위기가 많이 경색돼있다. 제 임기 중에 유엔이 나름대로 원조를 해주기도 했지만, 지금 북핵이나 미사일 문제 등으로 분위기가 좋지는 않다. 하지만 제 생각에 남북 문제는 숙명이다. 그간 여러가지 대북 압박을 계속 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인도적 문제를 통해 물꼬 터가며 대화하고 긴장 완화시키는 노력 필요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 들고 제 임기가 7달 남았지만 그 기간에라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씀드린다. 제가 7개월 뒤 퇴임 하면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한 질문을 국내 뿐 아니라 많은 국가의 정상들이 물어본다. 선거운동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국제사회에서 이런 말들이 커지니까 제 입장이 좀 난처해지는 경우가 많다. 제가 초심을 버리고 다른 데 신경을 쓰는 게 아니냐, 혹은 관심이 국내에 더 가있는 게 아니냐...이런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저는 어디까지나 유엔 사무총장이다. 물론 제가 돌아오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역할은 제가 그 때 더 생각해보겠지만 지금 현재는 제가 맡은 소명을 성공적으로 마쳐서 제가 여러분께 자랑스럽게 보고할 수 있는 게 더 바람직한 것 아니겠는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특별히 도와줬으면 고맙겠다. <질의 응답> Q. 한국인이 갖지 못했던 경륜 쌓으시고 비전을 갖고 있는데, 대통령 출마 여부와는 무관하게 한국 사회 발전이나 문제 해결과 관련해 어떤 지혜를 보태고 싶은가? A. 대략적으로 느끼는 것은 여러가지를 개선하고 스스로 더 노력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대한 기대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높다. 제가 2006년에 (한국을) 떠나면서 국회 본회의에서 고별인사를 하며 세계 속의 한국, 한국 속의 세계를 만들어놓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정치 지도자들도 많이 노력해 달라고 했는데, 제 기준에서 볼 때는 훨씬 더 해야 한다. 우리는 경제적으로도 세계 15대 안에 들어가는 강국이다. 세계 많은 정상들이 (한국이 자신들을) 도와주기를 원하기도 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어제(25일) 오후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제주포럼 만찬을 마친 뒤 퇴장하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귀엣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앙일보 제공) 그런데 사실 국가가 너무 분열되어 있다. 남북 분단도 문제인데 우리 내부에서 여러 분열된 모습을 보여주고 이런 것이 해외에 가끔 보도될 때마다 약간 창피할 때가 많다. 제 생각에는 정치 지도자들이 국가 통합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물론 우선순위는 남북 통일에 둬야 겠지만 지난 70년 동안 남북통일이 안됐는데 당장 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가통합은 정치지도자들의 뜻만 있으면 내일이라도 가능하다고 저는 생각한다. 특정 지역이나 정당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정쟁이다. 이런 것은 지양했으면 좋겠다. 누군가 대통합을 선언하고 나와서 솔선수범하고, 국가 통합 위해 모든 것을 다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파, 계파, 지역파벌 등은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아무리 좋은 법안을 내도 통과가 안 된다. 전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되니까...남북 통일 전에 남한이라도 통합을 해야 한다. 제가 각국 지도자들에게도 국민들과 포용적인 대화를 하고 모든 문제는 평화적으로 하라고 조언한다. 많은 문제가 일어나는 국가들이 대통령이나 지도자가 당선되면 국민들 위로 올라가려 하니 분쟁이 많이 생긴다. Q. 대선 출마설에 대한 입장은? A. 솔직히 제가 대통령을 한다는 것을 전에 생각해본 적이 없다. 김영삼 대통령은 중학교 시절부터 대통령을 꿈꿨다는데 솔직히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제가 유엔 사무총장이 되고나니 1기 때부터도 그런 얘기가 자꾸 나왔다. 그 때는 2기에 관심이 있다고 했는데 그 이후에도 자꾸 이야기가 나온다. 제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자생적으로 나오는 이런 이야기에 대해 저 자신은 개인적으로는 제가 인생을 열심히 살아왔는데, 헛되게 살지는 않았고 노력한데 대한 평가가 있구나 자부심 느끼고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 그러나 제가 이걸 그만두고 어떤 일을 해야하느냐에 대해서는 솔직히 아직 생각 안 했고, 가족 간에도 이야기들이 좀 다르고, 그래서 제가 지금 어떻게 뭐라 말씀드릴 수 없는 상황이다. (저에 대해) 어떤 분이 어떤 말씀을 하시고 하는 걸 언론에서 가끔 보지만 외신 보기도 바빠 매일 보지는 못한다. 한국 문제에 대해 브리핑 받는 것도 거의 없다. 그런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을 했으니 기대가 있다는 것은 염두에 두겠다. 내년 1월 1일에 오면 저는 이제는 한국사람이 되니까….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임기종료 후) 가서 고민, 결심하고 필요하면 여러분께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오늘(26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 행사장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등과 면담한 뒤 면담장을 빠져나오면서 학생들의 요청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Q. 내년이면 만 73세로 대선 후보로서 나서기에는 연령이 많다는 지적도 있는데? A. 1948년 가량의 국민들 체력이나 수명과 지금의 자연수명과는 지금의 자연 수명과는 최소 15년 많게는 20년까지 차이 있다고 본다. 미국 대통령 (후보) 나온 사람들을 보면 민주당은 전부 70세, 76세 이렇다. 나는 10년 동안 마라톤을 100m 뛰듯이 했는데 역대 어떤 사무총장도 저보다 열심히 한 사람은 없었을 것으로 믿는다. 기록 보면 1년간 정상을 몇 명 만나고 여행을 몇십만 마일을 하고 사람을 얼마나 만나고…. 일정의 수를 보면 대충 안다. 1년에 하루도 아파서 결근하거나 감기에 걸려 쉰 적도 없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아파서 결석한 적은 없다고 아시면 된다. 부모님께 참 감사하는데 내가 운동도 안 한다. 부지런한데 운동에는 게으르다. 시간도 없다. 체력 같은 건 요즘은 별문제가 안 된다. 특히 한국 같은 선진사회에서는 그렇다. Q. 1985년 외교부 공무원으로 미국에서 연수할 때, 미국에서 망명생활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향을 상부에 보고했다는 내용의 외교문서가 공개돼 논란이 일었는데? A. 언론 비판 기사를 보면서 기가 막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도 안 되는 비판이다. 내가 연수생으로서 있었던 당시 총영사관이 보스턴에 없었다. 정부 고급 귀빈들 많이 오니까 내가 거의 명예 총영사 역할 비슷하게 했다. 부이사관이니까 거기서 정부의 어떤 공무원보다도 내가 선임자다. 내가 (당시) 대학신문에 난 것을 복사해서 보냈다. 그때는 학생 아니라 펠로우로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들어서 제가 보고한 것뿐이다. 내가 정당이나 정치인을 위해서 한 것도 아니고 정부와 국가를 위해 있는 것을 관찰, 보고한 것이고 개인 의견이 들어간 것이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내가 따라다니면서 그런 것도 아니고 그런 걸 보면 기가 막히다. 흠집을 내는 건데 내 인격에 비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Q. 박근혜 대통령을 자주 만난 것 아닌가? 대통령에게 언질을 받은 적은? A. 왜 대통령을 자주 만나냐고 하는데...어느 대통령님이 와도 제가 간다. 이명박 대통령 때도 그랬고...제가 (박 대통령을) 7번 만났다고 하는데 다 공개된 장소였다. 회의가 있어서 가니까 사진 찍히는거다. 그런 것을 너무 확대해석해서 다른 방향으로 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도 기가 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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