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나라’ 부탄 이야기] ② 그들이 행복한 이유

입력 2016.05.28 (16:51) 수정 2016.05.28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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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궁극의 목표"…부탄 정부의 의지

 5대 국왕 지그메 케사르는 1980년 생으로, 2008년 세계 최연소 국왕으로 즉위했다.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5대 국왕 지그메 케사르는 1980년 생으로, 2008년 세계 최연소 국왕으로 즉위했다.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부탄은 1972년 4대 국왕 때 국민총행복 정책(Gross National Happiness, GNH)의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이전 3대 국왕은 토지 개혁을 통해 농민들에게 토지를 공평하게 나눠줬다. 사람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가장 기초적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이어 2008년 즉위한 5대 국왕 지그메 케사르는 왕권을 내려놓고, 행복 정책의 개념과 나아갈 방향을 헌법으로 명시했다.

부탄이 '행복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면, 꼭 한국의 1960~80년대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이 떠오른다. 그만큼 적극적이란 얘기다. 다만 한국이 '성장'을 위해 달렸다면, 부탄은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게 다를 뿐이다. 부탄 행복청의 '두뇌' 역할을 하는 닝톱 페마 노르부 씨와의 인터뷰다.

닝톱 페마 노르부 (부탄 국민행복청 계획관)닝톱 페마 노르부 (부탄 국민행복청 계획관)


- 부탄이 추구하는 행복은 무엇입니까?
"서구에서는 행복이 개인적이고 일시적인 감정이죠. '난 지금 행복해, 불행해' 이런 식으로요.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은 '깊은 만족'입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소속감·공동체의 활성화 같은 것들이죠. 게다가 부탄이 추구하는 건 개인의 행복이 아닌 공동의 행복(Collective Happiness)입니다."

- 행복을 구성하는 조건도 궁금한데요?
"우선 지속 가능한 사회·경제적 발전이 있어야겠죠. 전통문화에 대한 자존감, 또 좋은 정치체계(굿 거버넌스)도 갖춰야 할 겁니다. 사람들은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푹 쉬는 게 중요합니다. 이게 행복정책의 4개 축입니다. 하지만 행복은 주관적입니다. 어떤 사람은 행복할 때 다른 사람은 슬플 수 있습니다. 우리도 배워가는 과정입니다. 행복을 객관화하기 위해 국가행복지수(GNH Index)를 설계했습니다."

- 그럼 국가행복지수(GNH Index)라는 건 어떻게 조사합니까?
"몇 년에 한 번씩 하죠.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서 자주는 못해요. 부탄은 가난한 나라입니다. 9개 분야에 걸쳐 134개 정도의 질문을 던집니다. 2015년 조사에서는 대략 8천5백 명을 조사했는데 전체 인구의 약 2~2.5% 정도 됩니다. 우리는 조사를 할 때마다 질문을 바꿔 갑니다. 환경이 바뀌면 행복의 개념도 바뀌니까요. 2015년 조사에서는 74%가 행복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부탄 국민의 97%가 행복하다는 말도 있던데요?
"아 그건 '당신은 행복합니까?'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97% 정도가 '예'라고 답한 걸 오해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행복하다'는 답변만으로 행복의 정도를 측정하지 않습니다. 종합적으로 판단해야죠. 그리고 부탄이 가장 행복한 나라는 아닐 겁니다. 다만 우리 방식으로는 우리가 가장 행복합니다. 행복에 마법 공식은 없습니다."

- 가난한 나라도 행복할 수 있나요?
"말했잖아요. 돈은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하다니까요. 하지만 행복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라는 거예요. 반대로 제가 묻죠. 단 1%의 사람들이 50% 넘는 부(富)를 독점하는 사회가 과연 '진전'인가요? 몇몇 국가는 교도소 시스템을 만드는 데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그걸 GDP에 반영한다고 하는데 그게 과연 '성취'이고 '발전'인가요?"

- 요즘 한국 사람들은 불행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한국은 훌륭한 기술력이 있고, 여러 자원이 있잖아요. 우수한 두뇌들도 있고요. 그리고 경제적으로 부유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말이 나온다는 건 글쎄요. 말하기 어렵네요."

- 조언을 부탁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까 말했듯이 여러 조건은 갖춰져 있잖아요.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건 '정부의 의지' 아닌가요? 정부의 의지는 사람들의 요구로 만들어집니다."

2016 UN 행복리포트 2016 UN 행복리포트


유엔은 올해 3월 세계 157개 나라의 행복 점수를 집계한 2016 행복리포트를 발간했다. 이 리포트에서 1위는 덴마크였고 한국은 58위, 부탄은 84위였다. 흥미로운 건 항목별 점수다. 한국은 GDP(소득)와 건강 기대수명에서 부탄을 앞섰다. 주로 부유한 국가들이 높은 점수를 받는 항목들이다.

반면 부탄은 '국가의 지원'과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자유', '관대함(Generosity) 같은 항목들에서 한국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총점도 한국이 5.835점, 부탄은 5.196점으로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다. 참고로 1위를 차지한 덴마크는 행복 총점이 7.526점으로 한국과 2점 가까이 차이가 난다.

부탄은 변화를 이겨낼 수 있을까

부탄은 1999년에 TV를, 2000년에 인터넷을 도입했다. 휴대전화를 허용한 것도 2003년이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젊은이들이 최신형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한국의 아이돌 그룹을 좋아한다. '은둔의 나라' 부탄이 이런 개방의 물결 속에서도 변하지 않고 꿋꿋이 행복정책을 이어갈 수 있을까.



부탄에서는 대졸자가 해마다 7천 명(2014년 기준)씩 쏟아진다. 이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국가 공무원직인데, 매년 5백 명 정도만 뽑는다. 인구는 많지 않지만 취업할 기업이나 공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일자리가 부족한 실정이다. 공식 실업률은 5%라고 하지만, 청년들이 체감하는 실업률은 그보다 훨씬 높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중동이나 동남아 국가로 나가고 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의 '약물 중독' 문제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부탄의 농촌에서 건물을 짓는 모습. 수도 팀푸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부탄의 농촌에서 건물을 짓는 모습. 수도 팀푸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부탄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블루컬러' 경시 풍조도 문제다. 수력발전은 부탄의 최대 산업이지만, 기술직 임금은 사무직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러다보니 사무직 아니면, 연금까지 받을 수 있는 국가 공무원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창 건설 붐이 일고 있는데도 모든 일을 인도의 저임금 노동자가 도맡다시피한다. 인도 노동자들이 부탄에서 자고 일하며 받는 돈은 한 달에 7,000루피(약 12만 원)정도로, 인도에서 받는 돈의 2배 이상이라고 한다.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는 부족한 반면 필요한 부문에서 일할 사람은 없고, 소비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빈부격차 심화…농촌 공동화 현상?



부탄은 과거 금융기관의 대출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이제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대출을 받아 아파트나 건물을 짓고 자산을 불려가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돈'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팀푸 외곽에는 아파트 3천 채 가량이 들어선 일종의 신도시도 만들어졌다. 물론 여기에 살 수 있는 사람은 한정돼 있다. 부탄 직장인들의 평균 월급은 1달에 $400~$500 정도인데 아파트의 한 달 렌트비가 $150 정도나 되기 때문이다. 길에는 BMW와 레인지로버 등 럭셔리 카도 늘고 있다. 우리 1970~80년대처럼 농촌에서 도시로 많은 사람이 몰려들고 있는 것도 고민이다. 부탄은 이러다, 행복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인 '지역 공동체의 유대감'이 약해질까 우려하고 있다. 네팔 출신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 인도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문제다.

부탄의 행복은 뒷걸음질치지 않는다

그러나 부탄의 행복 정책이 뒷걸음칠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인다. 여러 변수가 있긴 하지만 부탄 정부가 모든 정책의 최종 목표를 '행복'에 두고 있고, 국민들은 이런 정부의 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나라들이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한다. 지금 한국 정부가 내건 슬로건 역시 '국민 행복시대'다. 하지만 부탄처럼 국민의 '행복'을 실질적이고, 최후적인 목표로 삼은 나라는 없어 보인다.

부탄사회연구소(Center for Bhutan Studies)의 쩌링 푼초 박사는 왜 행복정책이 중요하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행복은 그 자체로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겁니다. 세상에 불행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비참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그래서 우리가 그걸 제1 정책 목표로 삼고 노력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적어도 부탄에서는 경쟁에서 이긴다고, 더 많은 부를 소유했다고 더 행복해 하지 않는다. 아니 그것을 행복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도 지금까지 삶의 점수를 매겨오던 방식이
과연 맞는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순위는 앞으로도 계속 바뀔 것이다. 행복의 기준을 무엇으로 볼지, 또 평가에 어떤 조건이 들어갔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탄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나라인 건 분명해 보인다.

[연관 기사]☞ [‘행복의 나라’ 부탄 이야기] ① “이런 나라가 행복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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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의 나라’ 부탄 이야기] ② 그들이 행복한 이유
    • 입력 2016-05-28 16:51:16
    • 수정2016-05-28 22:59:02
    취재K
"행복은 궁극의 목표"…부탄 정부의 의지

 5대 국왕 지그메 케사르는 1980년 생으로, 2008년 세계 최연소 국왕으로 즉위했다.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부탄은 1972년 4대 국왕 때 국민총행복 정책(Gross National Happiness, GNH)의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이전 3대 국왕은 토지 개혁을 통해 농민들에게 토지를 공평하게 나눠줬다. 사람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가장 기초적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이어 2008년 즉위한 5대 국왕 지그메 케사르는 왕권을 내려놓고, 행복 정책의 개념과 나아갈 방향을 헌법으로 명시했다.

부탄이 '행복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면, 꼭 한국의 1960~80년대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이 떠오른다. 그만큼 적극적이란 얘기다. 다만 한국이 '성장'을 위해 달렸다면, 부탄은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게 다를 뿐이다. 부탄 행복청의 '두뇌' 역할을 하는 닝톱 페마 노르부 씨와의 인터뷰다.

닝톱 페마 노르부 (부탄 국민행복청 계획관)

- 부탄이 추구하는 행복은 무엇입니까?
"서구에서는 행복이 개인적이고 일시적인 감정이죠. '난 지금 행복해, 불행해' 이런 식으로요.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은 '깊은 만족'입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소속감·공동체의 활성화 같은 것들이죠. 게다가 부탄이 추구하는 건 개인의 행복이 아닌 공동의 행복(Collective Happiness)입니다."

- 행복을 구성하는 조건도 궁금한데요?
"우선 지속 가능한 사회·경제적 발전이 있어야겠죠. 전통문화에 대한 자존감, 또 좋은 정치체계(굿 거버넌스)도 갖춰야 할 겁니다. 사람들은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푹 쉬는 게 중요합니다. 이게 행복정책의 4개 축입니다. 하지만 행복은 주관적입니다. 어떤 사람은 행복할 때 다른 사람은 슬플 수 있습니다. 우리도 배워가는 과정입니다. 행복을 객관화하기 위해 국가행복지수(GNH Index)를 설계했습니다."

- 그럼 국가행복지수(GNH Index)라는 건 어떻게 조사합니까?
"몇 년에 한 번씩 하죠.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서 자주는 못해요. 부탄은 가난한 나라입니다. 9개 분야에 걸쳐 134개 정도의 질문을 던집니다. 2015년 조사에서는 대략 8천5백 명을 조사했는데 전체 인구의 약 2~2.5% 정도 됩니다. 우리는 조사를 할 때마다 질문을 바꿔 갑니다. 환경이 바뀌면 행복의 개념도 바뀌니까요. 2015년 조사에서는 74%가 행복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부탄 국민의 97%가 행복하다는 말도 있던데요?
"아 그건 '당신은 행복합니까?'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97% 정도가 '예'라고 답한 걸 오해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행복하다'는 답변만으로 행복의 정도를 측정하지 않습니다. 종합적으로 판단해야죠. 그리고 부탄이 가장 행복한 나라는 아닐 겁니다. 다만 우리 방식으로는 우리가 가장 행복합니다. 행복에 마법 공식은 없습니다."

- 가난한 나라도 행복할 수 있나요?
"말했잖아요. 돈은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하다니까요. 하지만 행복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라는 거예요. 반대로 제가 묻죠. 단 1%의 사람들이 50% 넘는 부(富)를 독점하는 사회가 과연 '진전'인가요? 몇몇 국가는 교도소 시스템을 만드는 데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그걸 GDP에 반영한다고 하는데 그게 과연 '성취'이고 '발전'인가요?"

- 요즘 한국 사람들은 불행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한국은 훌륭한 기술력이 있고, 여러 자원이 있잖아요. 우수한 두뇌들도 있고요. 그리고 경제적으로 부유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말이 나온다는 건 글쎄요. 말하기 어렵네요."

- 조언을 부탁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까 말했듯이 여러 조건은 갖춰져 있잖아요.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건 '정부의 의지' 아닌가요? 정부의 의지는 사람들의 요구로 만들어집니다."

2016 UN 행복리포트

유엔은 올해 3월 세계 157개 나라의 행복 점수를 집계한 2016 행복리포트를 발간했다. 이 리포트에서 1위는 덴마크였고 한국은 58위, 부탄은 84위였다. 흥미로운 건 항목별 점수다. 한국은 GDP(소득)와 건강 기대수명에서 부탄을 앞섰다. 주로 부유한 국가들이 높은 점수를 받는 항목들이다.

반면 부탄은 '국가의 지원'과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자유', '관대함(Generosity) 같은 항목들에서 한국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총점도 한국이 5.835점, 부탄은 5.196점으로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다. 참고로 1위를 차지한 덴마크는 행복 총점이 7.526점으로 한국과 2점 가까이 차이가 난다.

부탄은 변화를 이겨낼 수 있을까

부탄은 1999년에 TV를, 2000년에 인터넷을 도입했다. 휴대전화를 허용한 것도 2003년이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젊은이들이 최신형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한국의 아이돌 그룹을 좋아한다. '은둔의 나라' 부탄이 이런 개방의 물결 속에서도 변하지 않고 꿋꿋이 행복정책을 이어갈 수 있을까.



부탄에서는 대졸자가 해마다 7천 명(2014년 기준)씩 쏟아진다. 이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국가 공무원직인데, 매년 5백 명 정도만 뽑는다. 인구는 많지 않지만 취업할 기업이나 공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일자리가 부족한 실정이다. 공식 실업률은 5%라고 하지만, 청년들이 체감하는 실업률은 그보다 훨씬 높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중동이나 동남아 국가로 나가고 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의 '약물 중독' 문제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부탄의 농촌에서 건물을 짓는 모습. 수도 팀푸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부탄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블루컬러' 경시 풍조도 문제다. 수력발전은 부탄의 최대 산업이지만, 기술직 임금은 사무직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러다보니 사무직 아니면, 연금까지 받을 수 있는 국가 공무원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창 건설 붐이 일고 있는데도 모든 일을 인도의 저임금 노동자가 도맡다시피한다. 인도 노동자들이 부탄에서 자고 일하며 받는 돈은 한 달에 7,000루피(약 12만 원)정도로, 인도에서 받는 돈의 2배 이상이라고 한다.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는 부족한 반면 필요한 부문에서 일할 사람은 없고, 소비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빈부격차 심화…농촌 공동화 현상?



부탄은 과거 금융기관의 대출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이제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대출을 받아 아파트나 건물을 짓고 자산을 불려가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돈'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팀푸 외곽에는 아파트 3천 채 가량이 들어선 일종의 신도시도 만들어졌다. 물론 여기에 살 수 있는 사람은 한정돼 있다. 부탄 직장인들의 평균 월급은 1달에 $400~$500 정도인데 아파트의 한 달 렌트비가 $150 정도나 되기 때문이다. 길에는 BMW와 레인지로버 등 럭셔리 카도 늘고 있다. 우리 1970~80년대처럼 농촌에서 도시로 많은 사람이 몰려들고 있는 것도 고민이다. 부탄은 이러다, 행복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인 '지역 공동체의 유대감'이 약해질까 우려하고 있다. 네팔 출신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 인도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문제다.

부탄의 행복은 뒷걸음질치지 않는다

그러나 부탄의 행복 정책이 뒷걸음칠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인다. 여러 변수가 있긴 하지만 부탄 정부가 모든 정책의 최종 목표를 '행복'에 두고 있고, 국민들은 이런 정부의 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나라들이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한다. 지금 한국 정부가 내건 슬로건 역시 '국민 행복시대'다. 하지만 부탄처럼 국민의 '행복'을 실질적이고, 최후적인 목표로 삼은 나라는 없어 보인다.

부탄사회연구소(Center for Bhutan Studies)의 쩌링 푼초 박사는 왜 행복정책이 중요하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행복은 그 자체로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겁니다. 세상에 불행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비참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그래서 우리가 그걸 제1 정책 목표로 삼고 노력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적어도 부탄에서는 경쟁에서 이긴다고, 더 많은 부를 소유했다고 더 행복해 하지 않는다. 아니 그것을 행복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도 지금까지 삶의 점수를 매겨오던 방식이
과연 맞는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순위는 앞으로도 계속 바뀔 것이다. 행복의 기준을 무엇으로 볼지, 또 평가에 어떤 조건이 들어갔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탄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나라인 건 분명해 보인다.

[연관 기사]☞ [‘행복의 나라’ 부탄 이야기] ① “이런 나라가 행복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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