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가짜 부모’ 내세운 사기극…도 넘은 ‘역할 대행’
입력 2016.05.30 (08:34)
수정 2016.05.3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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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역할 대행 서비스.
이제는 익숙한 용어죠.
돈을 받고 결혼식 하객 같은 특정 역할을 대신해주는 일을 말하는 데요.
이 역할 대행 서비스가 최근엔 각종 사기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결혼을 빙자해 상대방에게 돈을 뜯어내는 범죄에 이 역할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가짜 부모 역할로 피해자를 감쪽같이 속이는 겁니다.
최근에도 한 20대 여성이 역할 대행 서비스를 이용한 유부남에게 속아 1억 원을 날렸습니다.
남성은 자신이 재벌가의 숨겨진 자제인 걸로 속였다고 하는데요.
사건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6일, 강남의 한 식당에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녹취> “(긴급 체포한다니까요.) 긴급이고 뭐고 영장을 보여줘요. 영장 보여주라고요.”
같은 자리에 있던 30대 남성도 경찰에 긴급 체포됩니다.
결혼할 것처럼 속여 피해 여성에게 돈을 뜯어낸 혐의로 경찰이 35살 김 모 씨와 그의 부모를 체포하는 현장입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일가족 사기꾼이다 그렇게 처음에 수사가 시작된 거예요. 체포현장에서도 “얘 왜 그러느냐” 울면서 “경찰이 무슨 말이냐” (하며) 마치 자기 아들 걱정하듯이 (해서) 진짜 부모인 줄 알았죠."
그런데! 경찰서로 도착한 부모의 태도는 급변했습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잡혀오고 나서 (부모가) “나는 부모 아닙니다. 알바입니다 알바. 역할 대행해 준 알바입니다."
부모는 이른바 ‘역할대행 업체’를 통해 돈을 받고 김 씨가 피해 여성을 속이는데 동참했던 겁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여성한테 본인이 대학병원 의사이고, 재벌 혼외 외손자라고 (했어요) 6개월 정도 강남 지역의 가정학습지 교사로 (일했는데) 12년 전에 결혼해서 처하고 딸이 있습니다."
김 씨 거짓말이 시작된 건, 지난 2013년.
김 씨는 자신 소유도 아닌 리스 차량으로 한 외제차 동호회에 가입합니다.
이후 김 씨는 동호회원들에게 자신이 미혼의 ‘대학 병원 의사’라고 속입니다.
김 씨의 말을 믿고 한 회원이 김 씨에게 20대 여성을 소개해 줬는데요.
김 씨는 여성에게 자신이 사실은 “재벌가 혼외 손자”라며 허무맹랑한 말을 꺼냅니다.
하지만 여성의 눈에 비친 상황들은 김 씨를 대단한 집 안 사람처럼 느끼게 했습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외제차도 번갈아가면서 바꿔 타고 오고, 외제차 그 운전기사가 내리며 (김 씨에게) 90도로 경례를 하면서 ‘도련님, 도련님’하니까."
하지만 외제 차들은 모두 렌트 업체에서 빌린 차량
그런 김 씨를 철석같이 믿고 결혼 이야기가 나올 무렵.
김 씨의 사기행각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그럴싸한 결혼 준비를 위해 김 씨가 생각해 낸 건, 다름 아닌 “역할대행 서비스”였습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역할대행 사이트에서 가짜 어머니, 가짜 아버지를 섭외한 다음, 자기가 돈도 많고, 의사고 이런 내용을 여자한테 이야기해 줘라."
가짜 부모는 돈을 받곤 김 씨의 시나리오에 따라 사기극에 동참합니다.
<녹취> 가짜 아버지 역할 대행(음성변조) : "난 진짜 고통이 많은 사람이고,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
2년 동안 상견례를 비롯한 각종 만남에 김 씨는 가짜 부모를 모시고 나갑니다.
결국, 결혼 날짜까지 잡게 되자, 여성은 예단비 5천만 원을 포함해 예물 시계 등 1억 원에 달하는 금품을 김 씨에게 건넵니다.
여성은 부담됐지만, 그런 여성에게 김 씨는 자신이 강남에 40억 원짜리 신혼집을 샀다며 매매 계약서를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결혼식 직전 김 씨는 갑자기 어머니가 미국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결혼식을 미루자고 합니다.
그렇게 결혼이 한 차례 취소된 뒤 김 씨의 가짜 어머니는 직접 피해 여성 앞에 나타나 여성을 안심시킵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미국에 가서 수술을 한 다음에 그 이후에 (어머니가) 미국에서 왔다고 또 한 번 (여성을) 만났어요. 유방암 완전히 완치됐고 결혼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그 뒤에도 결혼식은 해가 바뀌도록 진행되지 않았고, 급기야 김 씨는 여성에게 신혼집 잔금 ‘5억 원’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김 씨는 여성에게 금융법에 걸려 자신의 돈이 묶여 있다며 100억 원이 넘는 통장 잔고 서류 보여 줍니다.
하지만 계속된 김 씨의 변명과 돈 요구에 여성은 의심을 품고 결국, 김 씨를 경찰에 신고합니다.
경찰 조사결과 100억 원 넘게 있다던 김 씨의 통장에는 60여만 원이 전부였고, 신혼집 매매 계약서와 차량등록증도 모두 김 씨가 위조한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사기혐의로 김 씨는 물론 가짜 부모 2명도 함께 붙잡았습니다.
김 씨의 지속적인 사기행각을 알고도 계속 거짓말을 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겁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자기네들은 몰랐다고 하는데, 돈 많은 부잣집 아들이 어떻게 저런 식으로 해서 역할 대행까지 시켜서 결혼을 하려고 하는지 당연히 보통 사람 같으면 의심을 하죠."
역할대행 서비스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취재진은 “가짜부모 역할 대행”을 문의해 봤습니다.
<녹취> 역할 대행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도우미 분들 연기력이나 경력에 따라서 (비용이) 비용이 A, B, C등급으로 나눠지고요. 철저한 보안 속에 잘 진행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의뢰인의 신상은 묻지도 않고, 비밀보장을 해준다는 업체.
역할 대행 일을 하는 60대 여성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녹취> 역할 대행 종사자(음성변조) : "입은 맞춰야지 그래도 그날 엄마로 나가는 마당에. (내가) 물 마시면 대신 답을 해주고 해 돼요. (상대 측이) 만약 느닷없는 질문을 하면 백 퍼센트 다 알 수가 없으니까요."
상대 가족에게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한 거짓말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녹취> 역할 대행 종사자(음성변조) : "지금 중국에서 대학 공부하고 있다고 그래. 이름 모르는 대학 갖다 대면 그 사람들 모르니까 알았지?"
<인터뷰> 황다연(KBS 자문변호사) : "가짜 부모 역할을 함으로써 상대방 및 상대 측 부모 모두를 속인다는 것은 사기 결혼을 도와준다는 점에 대하여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입니다. 역할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본인의 행위가 처벌될 수 있는 행위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목적이건 나쁜 목적이건 결국,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사용되는 “역할 대행 서비스”
각종 사기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늘면서 단속과 규제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역할 대행 서비스.
이제는 익숙한 용어죠.
돈을 받고 결혼식 하객 같은 특정 역할을 대신해주는 일을 말하는 데요.
이 역할 대행 서비스가 최근엔 각종 사기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결혼을 빙자해 상대방에게 돈을 뜯어내는 범죄에 이 역할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가짜 부모 역할로 피해자를 감쪽같이 속이는 겁니다.
최근에도 한 20대 여성이 역할 대행 서비스를 이용한 유부남에게 속아 1억 원을 날렸습니다.
남성은 자신이 재벌가의 숨겨진 자제인 걸로 속였다고 하는데요.
사건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6일, 강남의 한 식당에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녹취> “(긴급 체포한다니까요.) 긴급이고 뭐고 영장을 보여줘요. 영장 보여주라고요.”
같은 자리에 있던 30대 남성도 경찰에 긴급 체포됩니다.
결혼할 것처럼 속여 피해 여성에게 돈을 뜯어낸 혐의로 경찰이 35살 김 모 씨와 그의 부모를 체포하는 현장입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일가족 사기꾼이다 그렇게 처음에 수사가 시작된 거예요. 체포현장에서도 “얘 왜 그러느냐” 울면서 “경찰이 무슨 말이냐” (하며) 마치 자기 아들 걱정하듯이 (해서) 진짜 부모인 줄 알았죠."
그런데! 경찰서로 도착한 부모의 태도는 급변했습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잡혀오고 나서 (부모가) “나는 부모 아닙니다. 알바입니다 알바. 역할 대행해 준 알바입니다."
부모는 이른바 ‘역할대행 업체’를 통해 돈을 받고 김 씨가 피해 여성을 속이는데 동참했던 겁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여성한테 본인이 대학병원 의사이고, 재벌 혼외 외손자라고 (했어요) 6개월 정도 강남 지역의 가정학습지 교사로 (일했는데) 12년 전에 결혼해서 처하고 딸이 있습니다."
김 씨 거짓말이 시작된 건, 지난 2013년.
김 씨는 자신 소유도 아닌 리스 차량으로 한 외제차 동호회에 가입합니다.
이후 김 씨는 동호회원들에게 자신이 미혼의 ‘대학 병원 의사’라고 속입니다.
김 씨의 말을 믿고 한 회원이 김 씨에게 20대 여성을 소개해 줬는데요.
김 씨는 여성에게 자신이 사실은 “재벌가 혼외 손자”라며 허무맹랑한 말을 꺼냅니다.
하지만 여성의 눈에 비친 상황들은 김 씨를 대단한 집 안 사람처럼 느끼게 했습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외제차도 번갈아가면서 바꿔 타고 오고, 외제차 그 운전기사가 내리며 (김 씨에게) 90도로 경례를 하면서 ‘도련님, 도련님’하니까."
하지만 외제 차들은 모두 렌트 업체에서 빌린 차량
그런 김 씨를 철석같이 믿고 결혼 이야기가 나올 무렵.
김 씨의 사기행각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그럴싸한 결혼 준비를 위해 김 씨가 생각해 낸 건, 다름 아닌 “역할대행 서비스”였습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역할대행 사이트에서 가짜 어머니, 가짜 아버지를 섭외한 다음, 자기가 돈도 많고, 의사고 이런 내용을 여자한테 이야기해 줘라."
가짜 부모는 돈을 받곤 김 씨의 시나리오에 따라 사기극에 동참합니다.
<녹취> 가짜 아버지 역할 대행(음성변조) : "난 진짜 고통이 많은 사람이고,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
2년 동안 상견례를 비롯한 각종 만남에 김 씨는 가짜 부모를 모시고 나갑니다.
결국, 결혼 날짜까지 잡게 되자, 여성은 예단비 5천만 원을 포함해 예물 시계 등 1억 원에 달하는 금품을 김 씨에게 건넵니다.
여성은 부담됐지만, 그런 여성에게 김 씨는 자신이 강남에 40억 원짜리 신혼집을 샀다며 매매 계약서를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결혼식 직전 김 씨는 갑자기 어머니가 미국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결혼식을 미루자고 합니다.
그렇게 결혼이 한 차례 취소된 뒤 김 씨의 가짜 어머니는 직접 피해 여성 앞에 나타나 여성을 안심시킵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미국에 가서 수술을 한 다음에 그 이후에 (어머니가) 미국에서 왔다고 또 한 번 (여성을) 만났어요. 유방암 완전히 완치됐고 결혼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그 뒤에도 결혼식은 해가 바뀌도록 진행되지 않았고, 급기야 김 씨는 여성에게 신혼집 잔금 ‘5억 원’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김 씨는 여성에게 금융법에 걸려 자신의 돈이 묶여 있다며 100억 원이 넘는 통장 잔고 서류 보여 줍니다.
하지만 계속된 김 씨의 변명과 돈 요구에 여성은 의심을 품고 결국, 김 씨를 경찰에 신고합니다.
경찰 조사결과 100억 원 넘게 있다던 김 씨의 통장에는 60여만 원이 전부였고, 신혼집 매매 계약서와 차량등록증도 모두 김 씨가 위조한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사기혐의로 김 씨는 물론 가짜 부모 2명도 함께 붙잡았습니다.
김 씨의 지속적인 사기행각을 알고도 계속 거짓말을 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겁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자기네들은 몰랐다고 하는데, 돈 많은 부잣집 아들이 어떻게 저런 식으로 해서 역할 대행까지 시켜서 결혼을 하려고 하는지 당연히 보통 사람 같으면 의심을 하죠."
역할대행 서비스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취재진은 “가짜부모 역할 대행”을 문의해 봤습니다.
<녹취> 역할 대행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도우미 분들 연기력이나 경력에 따라서 (비용이) 비용이 A, B, C등급으로 나눠지고요. 철저한 보안 속에 잘 진행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의뢰인의 신상은 묻지도 않고, 비밀보장을 해준다는 업체.
역할 대행 일을 하는 60대 여성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녹취> 역할 대행 종사자(음성변조) : "입은 맞춰야지 그래도 그날 엄마로 나가는 마당에. (내가) 물 마시면 대신 답을 해주고 해 돼요. (상대 측이) 만약 느닷없는 질문을 하면 백 퍼센트 다 알 수가 없으니까요."
상대 가족에게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한 거짓말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녹취> 역할 대행 종사자(음성변조) : "지금 중국에서 대학 공부하고 있다고 그래. 이름 모르는 대학 갖다 대면 그 사람들 모르니까 알았지?"
<인터뷰> 황다연(KBS 자문변호사) : "가짜 부모 역할을 함으로써 상대방 및 상대 측 부모 모두를 속인다는 것은 사기 결혼을 도와준다는 점에 대하여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입니다. 역할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본인의 행위가 처벌될 수 있는 행위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목적이건 나쁜 목적이건 결국,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사용되는 “역할 대행 서비스”
각종 사기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늘면서 단속과 규제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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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6-05-30 08:37:08
- 수정2016-05-30 09:31:51
<앵커 멘트>
역할 대행 서비스.
이제는 익숙한 용어죠.
돈을 받고 결혼식 하객 같은 특정 역할을 대신해주는 일을 말하는 데요.
이 역할 대행 서비스가 최근엔 각종 사기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결혼을 빙자해 상대방에게 돈을 뜯어내는 범죄에 이 역할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가짜 부모 역할로 피해자를 감쪽같이 속이는 겁니다.
최근에도 한 20대 여성이 역할 대행 서비스를 이용한 유부남에게 속아 1억 원을 날렸습니다.
남성은 자신이 재벌가의 숨겨진 자제인 걸로 속였다고 하는데요.
사건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6일, 강남의 한 식당에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녹취> “(긴급 체포한다니까요.) 긴급이고 뭐고 영장을 보여줘요. 영장 보여주라고요.”
같은 자리에 있던 30대 남성도 경찰에 긴급 체포됩니다.
결혼할 것처럼 속여 피해 여성에게 돈을 뜯어낸 혐의로 경찰이 35살 김 모 씨와 그의 부모를 체포하는 현장입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일가족 사기꾼이다 그렇게 처음에 수사가 시작된 거예요. 체포현장에서도 “얘 왜 그러느냐” 울면서 “경찰이 무슨 말이냐” (하며) 마치 자기 아들 걱정하듯이 (해서) 진짜 부모인 줄 알았죠."
그런데! 경찰서로 도착한 부모의 태도는 급변했습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잡혀오고 나서 (부모가) “나는 부모 아닙니다. 알바입니다 알바. 역할 대행해 준 알바입니다."
부모는 이른바 ‘역할대행 업체’를 통해 돈을 받고 김 씨가 피해 여성을 속이는데 동참했던 겁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여성한테 본인이 대학병원 의사이고, 재벌 혼외 외손자라고 (했어요) 6개월 정도 강남 지역의 가정학습지 교사로 (일했는데) 12년 전에 결혼해서 처하고 딸이 있습니다."
김 씨 거짓말이 시작된 건, 지난 2013년.
김 씨는 자신 소유도 아닌 리스 차량으로 한 외제차 동호회에 가입합니다.
이후 김 씨는 동호회원들에게 자신이 미혼의 ‘대학 병원 의사’라고 속입니다.
김 씨의 말을 믿고 한 회원이 김 씨에게 20대 여성을 소개해 줬는데요.
김 씨는 여성에게 자신이 사실은 “재벌가 혼외 손자”라며 허무맹랑한 말을 꺼냅니다.
하지만 여성의 눈에 비친 상황들은 김 씨를 대단한 집 안 사람처럼 느끼게 했습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외제차도 번갈아가면서 바꿔 타고 오고, 외제차 그 운전기사가 내리며 (김 씨에게) 90도로 경례를 하면서 ‘도련님, 도련님’하니까."
하지만 외제 차들은 모두 렌트 업체에서 빌린 차량
그런 김 씨를 철석같이 믿고 결혼 이야기가 나올 무렵.
김 씨의 사기행각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그럴싸한 결혼 준비를 위해 김 씨가 생각해 낸 건, 다름 아닌 “역할대행 서비스”였습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역할대행 사이트에서 가짜 어머니, 가짜 아버지를 섭외한 다음, 자기가 돈도 많고, 의사고 이런 내용을 여자한테 이야기해 줘라."
가짜 부모는 돈을 받곤 김 씨의 시나리오에 따라 사기극에 동참합니다.
<녹취> 가짜 아버지 역할 대행(음성변조) : "난 진짜 고통이 많은 사람이고,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
2년 동안 상견례를 비롯한 각종 만남에 김 씨는 가짜 부모를 모시고 나갑니다.
결국, 결혼 날짜까지 잡게 되자, 여성은 예단비 5천만 원을 포함해 예물 시계 등 1억 원에 달하는 금품을 김 씨에게 건넵니다.
여성은 부담됐지만, 그런 여성에게 김 씨는 자신이 강남에 40억 원짜리 신혼집을 샀다며 매매 계약서를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결혼식 직전 김 씨는 갑자기 어머니가 미국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결혼식을 미루자고 합니다.
그렇게 결혼이 한 차례 취소된 뒤 김 씨의 가짜 어머니는 직접 피해 여성 앞에 나타나 여성을 안심시킵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미국에 가서 수술을 한 다음에 그 이후에 (어머니가) 미국에서 왔다고 또 한 번 (여성을) 만났어요. 유방암 완전히 완치됐고 결혼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그 뒤에도 결혼식은 해가 바뀌도록 진행되지 않았고, 급기야 김 씨는 여성에게 신혼집 잔금 ‘5억 원’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김 씨는 여성에게 금융법에 걸려 자신의 돈이 묶여 있다며 100억 원이 넘는 통장 잔고 서류 보여 줍니다.
하지만 계속된 김 씨의 변명과 돈 요구에 여성은 의심을 품고 결국, 김 씨를 경찰에 신고합니다.
경찰 조사결과 100억 원 넘게 있다던 김 씨의 통장에는 60여만 원이 전부였고, 신혼집 매매 계약서와 차량등록증도 모두 김 씨가 위조한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사기혐의로 김 씨는 물론 가짜 부모 2명도 함께 붙잡았습니다.
김 씨의 지속적인 사기행각을 알고도 계속 거짓말을 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겁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자기네들은 몰랐다고 하는데, 돈 많은 부잣집 아들이 어떻게 저런 식으로 해서 역할 대행까지 시켜서 결혼을 하려고 하는지 당연히 보통 사람 같으면 의심을 하죠."
역할대행 서비스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취재진은 “가짜부모 역할 대행”을 문의해 봤습니다.
<녹취> 역할 대행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도우미 분들 연기력이나 경력에 따라서 (비용이) 비용이 A, B, C등급으로 나눠지고요. 철저한 보안 속에 잘 진행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의뢰인의 신상은 묻지도 않고, 비밀보장을 해준다는 업체.
역할 대행 일을 하는 60대 여성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녹취> 역할 대행 종사자(음성변조) : "입은 맞춰야지 그래도 그날 엄마로 나가는 마당에. (내가) 물 마시면 대신 답을 해주고 해 돼요. (상대 측이) 만약 느닷없는 질문을 하면 백 퍼센트 다 알 수가 없으니까요."
상대 가족에게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한 거짓말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녹취> 역할 대행 종사자(음성변조) : "지금 중국에서 대학 공부하고 있다고 그래. 이름 모르는 대학 갖다 대면 그 사람들 모르니까 알았지?"
<인터뷰> 황다연(KBS 자문변호사) : "가짜 부모 역할을 함으로써 상대방 및 상대 측 부모 모두를 속인다는 것은 사기 결혼을 도와준다는 점에 대하여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입니다. 역할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본인의 행위가 처벌될 수 있는 행위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목적이건 나쁜 목적이건 결국,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사용되는 “역할 대행 서비스”
각종 사기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늘면서 단속과 규제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역할 대행 서비스.
이제는 익숙한 용어죠.
돈을 받고 결혼식 하객 같은 특정 역할을 대신해주는 일을 말하는 데요.
이 역할 대행 서비스가 최근엔 각종 사기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결혼을 빙자해 상대방에게 돈을 뜯어내는 범죄에 이 역할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가짜 부모 역할로 피해자를 감쪽같이 속이는 겁니다.
최근에도 한 20대 여성이 역할 대행 서비스를 이용한 유부남에게 속아 1억 원을 날렸습니다.
남성은 자신이 재벌가의 숨겨진 자제인 걸로 속였다고 하는데요.
사건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6일, 강남의 한 식당에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녹취> “(긴급 체포한다니까요.) 긴급이고 뭐고 영장을 보여줘요. 영장 보여주라고요.”
같은 자리에 있던 30대 남성도 경찰에 긴급 체포됩니다.
결혼할 것처럼 속여 피해 여성에게 돈을 뜯어낸 혐의로 경찰이 35살 김 모 씨와 그의 부모를 체포하는 현장입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일가족 사기꾼이다 그렇게 처음에 수사가 시작된 거예요. 체포현장에서도 “얘 왜 그러느냐” 울면서 “경찰이 무슨 말이냐” (하며) 마치 자기 아들 걱정하듯이 (해서) 진짜 부모인 줄 알았죠."
그런데! 경찰서로 도착한 부모의 태도는 급변했습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잡혀오고 나서 (부모가) “나는 부모 아닙니다. 알바입니다 알바. 역할 대행해 준 알바입니다."
부모는 이른바 ‘역할대행 업체’를 통해 돈을 받고 김 씨가 피해 여성을 속이는데 동참했던 겁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여성한테 본인이 대학병원 의사이고, 재벌 혼외 외손자라고 (했어요) 6개월 정도 강남 지역의 가정학습지 교사로 (일했는데) 12년 전에 결혼해서 처하고 딸이 있습니다."
김 씨 거짓말이 시작된 건, 지난 2013년.
김 씨는 자신 소유도 아닌 리스 차량으로 한 외제차 동호회에 가입합니다.
이후 김 씨는 동호회원들에게 자신이 미혼의 ‘대학 병원 의사’라고 속입니다.
김 씨의 말을 믿고 한 회원이 김 씨에게 20대 여성을 소개해 줬는데요.
김 씨는 여성에게 자신이 사실은 “재벌가 혼외 손자”라며 허무맹랑한 말을 꺼냅니다.
하지만 여성의 눈에 비친 상황들은 김 씨를 대단한 집 안 사람처럼 느끼게 했습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외제차도 번갈아가면서 바꿔 타고 오고, 외제차 그 운전기사가 내리며 (김 씨에게) 90도로 경례를 하면서 ‘도련님, 도련님’하니까."
하지만 외제 차들은 모두 렌트 업체에서 빌린 차량
그런 김 씨를 철석같이 믿고 결혼 이야기가 나올 무렵.
김 씨의 사기행각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그럴싸한 결혼 준비를 위해 김 씨가 생각해 낸 건, 다름 아닌 “역할대행 서비스”였습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역할대행 사이트에서 가짜 어머니, 가짜 아버지를 섭외한 다음, 자기가 돈도 많고, 의사고 이런 내용을 여자한테 이야기해 줘라."
가짜 부모는 돈을 받곤 김 씨의 시나리오에 따라 사기극에 동참합니다.
<녹취> 가짜 아버지 역할 대행(음성변조) : "난 진짜 고통이 많은 사람이고,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
2년 동안 상견례를 비롯한 각종 만남에 김 씨는 가짜 부모를 모시고 나갑니다.
결국, 결혼 날짜까지 잡게 되자, 여성은 예단비 5천만 원을 포함해 예물 시계 등 1억 원에 달하는 금품을 김 씨에게 건넵니다.
여성은 부담됐지만, 그런 여성에게 김 씨는 자신이 강남에 40억 원짜리 신혼집을 샀다며 매매 계약서를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결혼식 직전 김 씨는 갑자기 어머니가 미국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결혼식을 미루자고 합니다.
그렇게 결혼이 한 차례 취소된 뒤 김 씨의 가짜 어머니는 직접 피해 여성 앞에 나타나 여성을 안심시킵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미국에 가서 수술을 한 다음에 그 이후에 (어머니가) 미국에서 왔다고 또 한 번 (여성을) 만났어요. 유방암 완전히 완치됐고 결혼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그 뒤에도 결혼식은 해가 바뀌도록 진행되지 않았고, 급기야 김 씨는 여성에게 신혼집 잔금 ‘5억 원’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김 씨는 여성에게 금융법에 걸려 자신의 돈이 묶여 있다며 100억 원이 넘는 통장 잔고 서류 보여 줍니다.
하지만 계속된 김 씨의 변명과 돈 요구에 여성은 의심을 품고 결국, 김 씨를 경찰에 신고합니다.
경찰 조사결과 100억 원 넘게 있다던 김 씨의 통장에는 60여만 원이 전부였고, 신혼집 매매 계약서와 차량등록증도 모두 김 씨가 위조한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사기혐의로 김 씨는 물론 가짜 부모 2명도 함께 붙잡았습니다.
김 씨의 지속적인 사기행각을 알고도 계속 거짓말을 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겁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자기네들은 몰랐다고 하는데, 돈 많은 부잣집 아들이 어떻게 저런 식으로 해서 역할 대행까지 시켜서 결혼을 하려고 하는지 당연히 보통 사람 같으면 의심을 하죠."
역할대행 서비스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취재진은 “가짜부모 역할 대행”을 문의해 봤습니다.
<녹취> 역할 대행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도우미 분들 연기력이나 경력에 따라서 (비용이) 비용이 A, B, C등급으로 나눠지고요. 철저한 보안 속에 잘 진행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의뢰인의 신상은 묻지도 않고, 비밀보장을 해준다는 업체.
역할 대행 일을 하는 60대 여성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녹취> 역할 대행 종사자(음성변조) : "입은 맞춰야지 그래도 그날 엄마로 나가는 마당에. (내가) 물 마시면 대신 답을 해주고 해 돼요. (상대 측이) 만약 느닷없는 질문을 하면 백 퍼센트 다 알 수가 없으니까요."
상대 가족에게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한 거짓말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녹취> 역할 대행 종사자(음성변조) : "지금 중국에서 대학 공부하고 있다고 그래. 이름 모르는 대학 갖다 대면 그 사람들 모르니까 알았지?"
<인터뷰> 황다연(KBS 자문변호사) : "가짜 부모 역할을 함으로써 상대방 및 상대 측 부모 모두를 속인다는 것은 사기 결혼을 도와준다는 점에 대하여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입니다. 역할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본인의 행위가 처벌될 수 있는 행위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목적이건 나쁜 목적이건 결국,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사용되는 “역할 대행 서비스”
각종 사기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늘면서 단속과 규제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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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윤 기자 l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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