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가짜 부모’ 내세운 사기극…도 넘은 ‘역할 대행’

입력 2016.05.30 (08:34) 수정 2016.05.3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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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역할 대행 서비스.

이제는 익숙한 용어죠.

돈을 받고 결혼식 하객 같은 특정 역할을 대신해주는 일을 말하는 데요.

이 역할 대행 서비스가 최근엔 각종 사기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결혼을 빙자해 상대방에게 돈을 뜯어내는 범죄에 이 역할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가짜 부모 역할로 피해자를 감쪽같이 속이는 겁니다.

최근에도 한 20대 여성이 역할 대행 서비스를 이용한 유부남에게 속아 1억 원을 날렸습니다.

남성은 자신이 재벌가의 숨겨진 자제인 걸로 속였다고 하는데요.

사건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6일, 강남의 한 식당에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녹취> “(긴급 체포한다니까요.) 긴급이고 뭐고 영장을 보여줘요. 영장 보여주라고요.”

같은 자리에 있던 30대 남성도 경찰에 긴급 체포됩니다.

결혼할 것처럼 속여 피해 여성에게 돈을 뜯어낸 혐의로 경찰이 35살 김 모 씨와 그의 부모를 체포하는 현장입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일가족 사기꾼이다 그렇게 처음에 수사가 시작된 거예요. 체포현장에서도 “얘 왜 그러느냐” 울면서 “경찰이 무슨 말이냐” (하며) 마치 자기 아들 걱정하듯이 (해서) 진짜 부모인 줄 알았죠."

그런데! 경찰서로 도착한 부모의 태도는 급변했습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잡혀오고 나서 (부모가) “나는 부모 아닙니다. 알바입니다 알바. 역할 대행해 준 알바입니다."

부모는 이른바 ‘역할대행 업체’를 통해 돈을 받고 김 씨가 피해 여성을 속이는데 동참했던 겁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여성한테 본인이 대학병원 의사이고, 재벌 혼외 외손자라고 (했어요) 6개월 정도 강남 지역의 가정학습지 교사로 (일했는데) 12년 전에 결혼해서 처하고 딸이 있습니다."

김 씨 거짓말이 시작된 건, 지난 2013년.

김 씨는 자신 소유도 아닌 리스 차량으로 한 외제차 동호회에 가입합니다.

이후 김 씨는 동호회원들에게 자신이 미혼의 ‘대학 병원 의사’라고 속입니다.

김 씨의 말을 믿고 한 회원이 김 씨에게 20대 여성을 소개해 줬는데요.

김 씨는 여성에게 자신이 사실은 “재벌가 혼외 손자”라며 허무맹랑한 말을 꺼냅니다.

하지만 여성의 눈에 비친 상황들은 김 씨를 대단한 집 안 사람처럼 느끼게 했습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외제차도 번갈아가면서 바꿔 타고 오고, 외제차 그 운전기사가 내리며 (김 씨에게) 90도로 경례를 하면서 ‘도련님, 도련님’하니까."

하지만 외제 차들은 모두 렌트 업체에서 빌린 차량

그런 김 씨를 철석같이 믿고 결혼 이야기가 나올 무렵.

김 씨의 사기행각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그럴싸한 결혼 준비를 위해 김 씨가 생각해 낸 건, 다름 아닌 “역할대행 서비스”였습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역할대행 사이트에서 가짜 어머니, 가짜 아버지를 섭외한 다음, 자기가 돈도 많고, 의사고 이런 내용을 여자한테 이야기해 줘라."

가짜 부모는 돈을 받곤 김 씨의 시나리오에 따라 사기극에 동참합니다.

<녹취> 가짜 아버지 역할 대행(음성변조) : "난 진짜 고통이 많은 사람이고,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

2년 동안 상견례를 비롯한 각종 만남에 김 씨는 가짜 부모를 모시고 나갑니다.

결국, 결혼 날짜까지 잡게 되자, 여성은 예단비 5천만 원을 포함해 예물 시계 등 1억 원에 달하는 금품을 김 씨에게 건넵니다.

여성은 부담됐지만, 그런 여성에게 김 씨는 자신이 강남에 40억 원짜리 신혼집을 샀다며 매매 계약서를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결혼식 직전 김 씨는 갑자기 어머니가 미국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결혼식을 미루자고 합니다.

그렇게 결혼이 한 차례 취소된 뒤 김 씨의 가짜 어머니는 직접 피해 여성 앞에 나타나 여성을 안심시킵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미국에 가서 수술을 한 다음에 그 이후에 (어머니가) 미국에서 왔다고 또 한 번 (여성을) 만났어요. 유방암 완전히 완치됐고 결혼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그 뒤에도 결혼식은 해가 바뀌도록 진행되지 않았고, 급기야 김 씨는 여성에게 신혼집 잔금 ‘5억 원’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김 씨는 여성에게 금융법에 걸려 자신의 돈이 묶여 있다며 100억 원이 넘는 통장 잔고 서류 보여 줍니다.

하지만 계속된 김 씨의 변명과 돈 요구에 여성은 의심을 품고 결국, 김 씨를 경찰에 신고합니다.

경찰 조사결과 100억 원 넘게 있다던 김 씨의 통장에는 60여만 원이 전부였고, 신혼집 매매 계약서와 차량등록증도 모두 김 씨가 위조한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사기혐의로 김 씨는 물론 가짜 부모 2명도 함께 붙잡았습니다.

김 씨의 지속적인 사기행각을 알고도 계속 거짓말을 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겁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자기네들은 몰랐다고 하는데, 돈 많은 부잣집 아들이 어떻게 저런 식으로 해서 역할 대행까지 시켜서 결혼을 하려고 하는지 당연히 보통 사람 같으면 의심을 하죠."

역할대행 서비스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취재진은 “가짜부모 역할 대행”을 문의해 봤습니다.

<녹취> 역할 대행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도우미 분들 연기력이나 경력에 따라서 (비용이) 비용이 A, B, C등급으로 나눠지고요. 철저한 보안 속에 잘 진행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의뢰인의 신상은 묻지도 않고, 비밀보장을 해준다는 업체.

역할 대행 일을 하는 60대 여성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녹취> 역할 대행 종사자(음성변조) : "입은 맞춰야지 그래도 그날 엄마로 나가는 마당에. (내가) 물 마시면 대신 답을 해주고 해 돼요. (상대 측이) 만약 느닷없는 질문을 하면 백 퍼센트 다 알 수가 없으니까요."

상대 가족에게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한 거짓말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녹취> 역할 대행 종사자(음성변조) : "지금 중국에서 대학 공부하고 있다고 그래. 이름 모르는 대학 갖다 대면 그 사람들 모르니까 알았지?"

<인터뷰> 황다연(KBS 자문변호사) : "가짜 부모 역할을 함으로써 상대방 및 상대 측 부모 모두를 속인다는 것은 사기 결혼을 도와준다는 점에 대하여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입니다. 역할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본인의 행위가 처벌될 수 있는 행위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목적이건 나쁜 목적이건 결국,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사용되는 “역할 대행 서비스”

각종 사기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늘면서 단속과 규제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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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가짜 부모’ 내세운 사기극…도 넘은 ‘역할 대행’
    • 입력 2016-05-30 08:37:08
    • 수정2016-05-30 09:31:51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역할 대행 서비스.

이제는 익숙한 용어죠.

돈을 받고 결혼식 하객 같은 특정 역할을 대신해주는 일을 말하는 데요.

이 역할 대행 서비스가 최근엔 각종 사기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결혼을 빙자해 상대방에게 돈을 뜯어내는 범죄에 이 역할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가짜 부모 역할로 피해자를 감쪽같이 속이는 겁니다.

최근에도 한 20대 여성이 역할 대행 서비스를 이용한 유부남에게 속아 1억 원을 날렸습니다.

남성은 자신이 재벌가의 숨겨진 자제인 걸로 속였다고 하는데요.

사건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6일, 강남의 한 식당에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녹취> “(긴급 체포한다니까요.) 긴급이고 뭐고 영장을 보여줘요. 영장 보여주라고요.”

같은 자리에 있던 30대 남성도 경찰에 긴급 체포됩니다.

결혼할 것처럼 속여 피해 여성에게 돈을 뜯어낸 혐의로 경찰이 35살 김 모 씨와 그의 부모를 체포하는 현장입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일가족 사기꾼이다 그렇게 처음에 수사가 시작된 거예요. 체포현장에서도 “얘 왜 그러느냐” 울면서 “경찰이 무슨 말이냐” (하며) 마치 자기 아들 걱정하듯이 (해서) 진짜 부모인 줄 알았죠."

그런데! 경찰서로 도착한 부모의 태도는 급변했습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잡혀오고 나서 (부모가) “나는 부모 아닙니다. 알바입니다 알바. 역할 대행해 준 알바입니다."

부모는 이른바 ‘역할대행 업체’를 통해 돈을 받고 김 씨가 피해 여성을 속이는데 동참했던 겁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여성한테 본인이 대학병원 의사이고, 재벌 혼외 외손자라고 (했어요) 6개월 정도 강남 지역의 가정학습지 교사로 (일했는데) 12년 전에 결혼해서 처하고 딸이 있습니다."

김 씨 거짓말이 시작된 건, 지난 2013년.

김 씨는 자신 소유도 아닌 리스 차량으로 한 외제차 동호회에 가입합니다.

이후 김 씨는 동호회원들에게 자신이 미혼의 ‘대학 병원 의사’라고 속입니다.

김 씨의 말을 믿고 한 회원이 김 씨에게 20대 여성을 소개해 줬는데요.

김 씨는 여성에게 자신이 사실은 “재벌가 혼외 손자”라며 허무맹랑한 말을 꺼냅니다.

하지만 여성의 눈에 비친 상황들은 김 씨를 대단한 집 안 사람처럼 느끼게 했습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외제차도 번갈아가면서 바꿔 타고 오고, 외제차 그 운전기사가 내리며 (김 씨에게) 90도로 경례를 하면서 ‘도련님, 도련님’하니까."

하지만 외제 차들은 모두 렌트 업체에서 빌린 차량

그런 김 씨를 철석같이 믿고 결혼 이야기가 나올 무렵.

김 씨의 사기행각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그럴싸한 결혼 준비를 위해 김 씨가 생각해 낸 건, 다름 아닌 “역할대행 서비스”였습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역할대행 사이트에서 가짜 어머니, 가짜 아버지를 섭외한 다음, 자기가 돈도 많고, 의사고 이런 내용을 여자한테 이야기해 줘라."

가짜 부모는 돈을 받곤 김 씨의 시나리오에 따라 사기극에 동참합니다.

<녹취> 가짜 아버지 역할 대행(음성변조) : "난 진짜 고통이 많은 사람이고,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

2년 동안 상견례를 비롯한 각종 만남에 김 씨는 가짜 부모를 모시고 나갑니다.

결국, 결혼 날짜까지 잡게 되자, 여성은 예단비 5천만 원을 포함해 예물 시계 등 1억 원에 달하는 금품을 김 씨에게 건넵니다.

여성은 부담됐지만, 그런 여성에게 김 씨는 자신이 강남에 40억 원짜리 신혼집을 샀다며 매매 계약서를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결혼식 직전 김 씨는 갑자기 어머니가 미국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결혼식을 미루자고 합니다.

그렇게 결혼이 한 차례 취소된 뒤 김 씨의 가짜 어머니는 직접 피해 여성 앞에 나타나 여성을 안심시킵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미국에 가서 수술을 한 다음에 그 이후에 (어머니가) 미국에서 왔다고 또 한 번 (여성을) 만났어요. 유방암 완전히 완치됐고 결혼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그 뒤에도 결혼식은 해가 바뀌도록 진행되지 않았고, 급기야 김 씨는 여성에게 신혼집 잔금 ‘5억 원’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김 씨는 여성에게 금융법에 걸려 자신의 돈이 묶여 있다며 100억 원이 넘는 통장 잔고 서류 보여 줍니다.

하지만 계속된 김 씨의 변명과 돈 요구에 여성은 의심을 품고 결국, 김 씨를 경찰에 신고합니다.

경찰 조사결과 100억 원 넘게 있다던 김 씨의 통장에는 60여만 원이 전부였고, 신혼집 매매 계약서와 차량등록증도 모두 김 씨가 위조한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사기혐의로 김 씨는 물론 가짜 부모 2명도 함께 붙잡았습니다.

김 씨의 지속적인 사기행각을 알고도 계속 거짓말을 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겁니다.

<인터뷰> 유명균(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자기네들은 몰랐다고 하는데, 돈 많은 부잣집 아들이 어떻게 저런 식으로 해서 역할 대행까지 시켜서 결혼을 하려고 하는지 당연히 보통 사람 같으면 의심을 하죠."

역할대행 서비스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취재진은 “가짜부모 역할 대행”을 문의해 봤습니다.

<녹취> 역할 대행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도우미 분들 연기력이나 경력에 따라서 (비용이) 비용이 A, B, C등급으로 나눠지고요. 철저한 보안 속에 잘 진행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의뢰인의 신상은 묻지도 않고, 비밀보장을 해준다는 업체.

역할 대행 일을 하는 60대 여성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녹취> 역할 대행 종사자(음성변조) : "입은 맞춰야지 그래도 그날 엄마로 나가는 마당에. (내가) 물 마시면 대신 답을 해주고 해 돼요. (상대 측이) 만약 느닷없는 질문을 하면 백 퍼센트 다 알 수가 없으니까요."

상대 가족에게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한 거짓말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녹취> 역할 대행 종사자(음성변조) : "지금 중국에서 대학 공부하고 있다고 그래. 이름 모르는 대학 갖다 대면 그 사람들 모르니까 알았지?"

<인터뷰> 황다연(KBS 자문변호사) : "가짜 부모 역할을 함으로써 상대방 및 상대 측 부모 모두를 속인다는 것은 사기 결혼을 도와준다는 점에 대하여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입니다. 역할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본인의 행위가 처벌될 수 있는 행위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목적이건 나쁜 목적이건 결국,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사용되는 “역할 대행 서비스”

각종 사기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늘면서 단속과 규제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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