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의 일상화…반칙의 끝은 어디인가?

입력 2016.06.08 (15:21) 수정 2016.06.0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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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만 주의 주식을 돈 한 푼 안 주고 샀다. 4억 2천여만 원어치다. 그리고 10년 뒤 30배로 불린 뒤 팔았다. 중간에 매입 자금을 갚았다고 하지만 그래도 120억 원이 넘는 차액을 남겼다. 그러나 그 주인공은 별다른 형사 처벌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월 140여만 원의 급여를 받고 계약직으로 일했다. 정규직의 꿈을 안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던 19살의 스크린도어 수리공은 작업 중 열차에 치어 숨졌다. 그리고 그의 가방 속에는 주인 잃은 사발면 하나가 남아 있었다. 엄청난 부조리도 함께 숨어있었다.>

구의역 사고현장구의역 사고현장


2016년 6월 대한민국. 오늘도 국민들은 사고와 비리, 이념 싸움의 소식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주식 대박' 검사장에, 메피아 논란, 외딴 지역 여자 선생님 안전 논란, 공사장 사고 소식에 이어 또 다시 새로운 '위법' 기록을 세워가는 국회까지..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닌 비정상이 정상인 듯

미세먼지도 좋은 날이 가뭄에 콩 나듯 하고 있다. 무엇이 정상인지 무엇이 비정상인지 헛갈릴 정도다. 대통령이 여러 차례에 걸쳐 기회 있을 때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쳤다. 범정부적인 '비정상의 정상화' 작업도 지속되고 있다.

정부 비정상의 정상화 누리집정부 비정상의 정상화 누리집


하지만 수 없이 도려내고 처벌 해도 사회 곳곳에 있는 비정상은 여전히 양파 껍질이다. 불법과 편법, 반칙과 변칙들이 판치는 세상이 계속되면서 이제는 비정상적인 일들이 일상화 된 분위기다.

로또 1등 5번 당첨금도 법조계에서는 식은 죽?

올해 공직자 재산 공개 현황을 보면 주식 대박 논란을 빚은 진경준 검사장이 156억 원으로 법조계 재산 공개 대상 공무원들 가운데 최고 부자로 나타났다. 검사와 판사 등 법조계의 고위직 재산 공개 대상자는 214명이다.

진경준 검사장은 지난해 말 처분한 넥슨 주식 126억 원이 대부분을 차지 했지만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엄청난 자산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넥슨 주식 매입 과정에서의 논란을 아직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처음에 자신의 돈으로 샀다고 했다가 자신의 돈에 장모의 돈을 합쳐서 샀다고 했다. 그 후 금융 거래 증거가 나오니까 넥슨에서 돈을 빌려 샀다가 나중에 정산했다고 했다.

이 또한 투명하지 않다. 검찰에서 본격적인 수사를 벌인다고 하니 결과를 지켜 볼 일이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경준 검사장 주식 관련 넥슨 사옥김경준 검사장 주식 관련 넥슨 사옥


검찰에서는 우선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수사 결과에 따라 징계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파면이든 해임이든 연금의 절반을 받느냐 다 받을 수 있느냐 여부에 불과하다. 그동안에 비정상 적으로 번 돈에 비하면 그야 말로 '새발의 피' 수준이다. 변호사 개업 여부 또한 아직은 논란 거리 수준이다.

100억 원은 기본, 법조계 돈의 단위는 다르다?

또 다른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의 1년 수임료가 100억 원에 육박한다. 직간접적으로 구입한 오피스텔도 백 채가 넘는다고 한다. 이 또한 100억원 대가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장 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는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정씨 측으로부터만 100억 원의 수임료를 받았다. 이 사건과 관련해 불법 변론 등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지만 서민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빙산의 일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로또 1등 당첨금 평균 23억

이처럼 최근 국민들이 접한 법조 관련 소식에서 거론된 돈의 기본 단위가 모두 100억 원 대이다. 로또의 1등 당첨금이 평균 23억 원 정도. 로또의 1등 당첨 확률은 814만분의 1이다. 이 같은 로또 1등을 4~5 번 정도를 맞아야 만져 볼 수 있는 금액이다. 그나마 로또의 1등 당첨금은 33%가 세금으로 나간다.

요행을 바라고 사는 복권과 특정한 목표를 향해 부당한 로비를 하고 편법을 동원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과의 차이는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을 한참 넘었다.

그리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19살 청년의 월급을 500년 이상 모아도 닿기 힘든 액수이다.

사고 부르는 사고 방지 시설

박원순 서울시장이 또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스크린 도어 수리중 사망 사고와 관련한 것이다. 박시장은 어제 기자 회견을 열고 고인과 유가족,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시민의 생명이나 안전과 직결된 업무에 대해선 외주화 대신 직영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지하철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고는 서울 메트로의 오래된 비리와 부조리가 한꺼번에 드러났다. 스크린도어는 잦은 역구내 추락 사고가 잇따르자 승객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2천 년대 초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설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 설치한 스크린 도어 자체의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만 지난 2013년 이후 3명의 수리공이 숨졌다.

또한 지난 2월 1호선 서울역에서 80대 승객이 스크린 도어 사고로 숨졌다. 지난 2014년 9월에도 4호선 이수역에서 80대 노인 승객이 스크린 도어에 끼여 숨졌다.

서울메트로의 지하철 노선 중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121개 역에서 발생한 스크린도어 안전 사고와 고장은 지난해에만 모두 만 2천 여건에 이르고 있다. 안전을 위한다는 스크린도어 설치 이유가 무색한 실정이다.

아이들과 산모의 건강을 위해 많은 돈을 주고 열심히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또한 목숨을 앗아간 원흉이 되었다. 그러나 제조 업체도 판매 업체도 정부 당국도 위험성에 대해서는 물론 사고 이후에도 은폐하거나 묵살하기에 급급했다. 안전성 여부에 대한 용역 의뢰를 받은 대학 교수들도 보고서를 조작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이어졌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LED 추모 행사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LED 추모 행사


그리고 최근 몇 년간 수없이 보아온 사고와 판박이.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사고도 비정상의 집합체다. 스크린도어 사고와 마찬가지로 희생자들은 관련 업무의 하도급 업체 직원들과 일용직 근로자들이었다.

[연관 기사]☞ [뉴스해설] 하도급 뒷전에 밀린 ‘안전’(2016.6.3)

사고 전에도 문제의 공사 현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작업이 진행되었다. 여태껏 해온 것처럼 별다른 사고가 없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서둘러 작업을 마치는 것이 중요했다.

자격증 여부는 애초에 묻지도 않았다. 안전 교육도 없었다. 환풍기도 경보기도 없었다. 안전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가스통도 용접기도 지정된 보관소에 가지 않았다. 그 틈에 보이지 않는 가스는 지하 공간에 켜켜히 쌓여만 갔다. 그리고 아까운 목숨들이 스러져갔다.

남양주 지하철 사고 현장 감식남양주 지하철 사고 현장 감식


밀폐된 것과 큰 차이 없는 지하 공간이었지만 밀폐된 공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용접기능사 자격증이 필요 없는 현장이었다고 한다. 애매한 규정과 유권 해석으로 또 많은 관계자들이 사고 책임에서 벗어나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변칙과 반칙, 불법과 편법, 그리고...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많은 반성과 함께 우리 사회 곳곳에서 부패 척결에 나서고 있으나 여전히 돈과 권력과 편함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야가 널려있다.

끝 없이 불거져 나오는 방위산업 관련 비리, 분야를 가리지 않고 펼쳐지는 낙하산 논란. 인기 스포츠 경기의 승부 조작과 심판 매수 사건. 미술계의 대작, 위작 논란까지. 분야와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상식 밖의 반칙과 불법이 횡횡하고 있다.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사람들이 불이익을 보는 세상이 21세기를 진입한 지 한참되는 지금도 당연시되고 있는 것이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기조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은 가운데 올해 초 황교안 국무총리는 부패 방지 4대 백신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부정과 비리를 근절하고 대한민국이 더욱 깨끗한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강조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부패방지 4대 백신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16.1.12.)황교안 국무총리가 부패방지 4대 백신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16.1.12.)


곧 부정 청탁과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인 이른바 김영란 법도 곧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사회 전반에 걸친 부조리와 불법 행위 등은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잇단 비리와 부정 행위 속에 정부와 법 집행 기관에 대한 불신도 한몫하고 있다.

법이 있고 사람 사는 세상에 범법 행위나 비리가 없을 수 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정하고 공평하게 법이 집행되고 죄를 지은 만큼 처벌을 받는다는 원칙과 사회적 룰이 지켜진다면 편법과 불법, 반칙과 변칙이 발붙일 자리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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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08 15:21:23
    • 수정2016-06-09 15:29:29
    취재K
<80만 주의 주식을 돈 한 푼 안 주고 샀다. 4억 2천여만 원어치다. 그리고 10년 뒤 30배로 불린 뒤 팔았다. 중간에 매입 자금을 갚았다고 하지만 그래도 120억 원이 넘는 차액을 남겼다. 그러나 그 주인공은 별다른 형사 처벌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월 140여만 원의 급여를 받고 계약직으로 일했다. 정규직의 꿈을 안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던 19살의 스크린도어 수리공은 작업 중 열차에 치어 숨졌다. 그리고 그의 가방 속에는 주인 잃은 사발면 하나가 남아 있었다. 엄청난 부조리도 함께 숨어있었다.>

구의역 사고현장

2016년 6월 대한민국. 오늘도 국민들은 사고와 비리, 이념 싸움의 소식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주식 대박' 검사장에, 메피아 논란, 외딴 지역 여자 선생님 안전 논란, 공사장 사고 소식에 이어 또 다시 새로운 '위법' 기록을 세워가는 국회까지..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닌 비정상이 정상인 듯

미세먼지도 좋은 날이 가뭄에 콩 나듯 하고 있다. 무엇이 정상인지 무엇이 비정상인지 헛갈릴 정도다. 대통령이 여러 차례에 걸쳐 기회 있을 때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쳤다. 범정부적인 '비정상의 정상화' 작업도 지속되고 있다.

정부 비정상의 정상화 누리집

하지만 수 없이 도려내고 처벌 해도 사회 곳곳에 있는 비정상은 여전히 양파 껍질이다. 불법과 편법, 반칙과 변칙들이 판치는 세상이 계속되면서 이제는 비정상적인 일들이 일상화 된 분위기다.

로또 1등 5번 당첨금도 법조계에서는 식은 죽?

올해 공직자 재산 공개 현황을 보면 주식 대박 논란을 빚은 진경준 검사장이 156억 원으로 법조계 재산 공개 대상 공무원들 가운데 최고 부자로 나타났다. 검사와 판사 등 법조계의 고위직 재산 공개 대상자는 214명이다.

진경준 검사장은 지난해 말 처분한 넥슨 주식 126억 원이 대부분을 차지 했지만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엄청난 자산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넥슨 주식 매입 과정에서의 논란을 아직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처음에 자신의 돈으로 샀다고 했다가 자신의 돈에 장모의 돈을 합쳐서 샀다고 했다. 그 후 금융 거래 증거가 나오니까 넥슨에서 돈을 빌려 샀다가 나중에 정산했다고 했다.

이 또한 투명하지 않다. 검찰에서 본격적인 수사를 벌인다고 하니 결과를 지켜 볼 일이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경준 검사장 주식 관련 넥슨 사옥

검찰에서는 우선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수사 결과에 따라 징계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파면이든 해임이든 연금의 절반을 받느냐 다 받을 수 있느냐 여부에 불과하다. 그동안에 비정상 적으로 번 돈에 비하면 그야 말로 '새발의 피' 수준이다. 변호사 개업 여부 또한 아직은 논란 거리 수준이다.

100억 원은 기본, 법조계 돈의 단위는 다르다?

또 다른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의 1년 수임료가 100억 원에 육박한다. 직간접적으로 구입한 오피스텔도 백 채가 넘는다고 한다. 이 또한 100억원 대가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장 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는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정씨 측으로부터만 100억 원의 수임료를 받았다. 이 사건과 관련해 불법 변론 등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지만 서민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빙산의 일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로또 1등 당첨금 평균 23억

이처럼 최근 국민들이 접한 법조 관련 소식에서 거론된 돈의 기본 단위가 모두 100억 원 대이다. 로또의 1등 당첨금이 평균 23억 원 정도. 로또의 1등 당첨 확률은 814만분의 1이다. 이 같은 로또 1등을 4~5 번 정도를 맞아야 만져 볼 수 있는 금액이다. 그나마 로또의 1등 당첨금은 33%가 세금으로 나간다.

요행을 바라고 사는 복권과 특정한 목표를 향해 부당한 로비를 하고 편법을 동원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과의 차이는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을 한참 넘었다.

그리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19살 청년의 월급을 500년 이상 모아도 닿기 힘든 액수이다.

사고 부르는 사고 방지 시설

박원순 서울시장이 또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스크린 도어 수리중 사망 사고와 관련한 것이다. 박시장은 어제 기자 회견을 열고 고인과 유가족,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시민의 생명이나 안전과 직결된 업무에 대해선 외주화 대신 직영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지하철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고는 서울 메트로의 오래된 비리와 부조리가 한꺼번에 드러났다. 스크린도어는 잦은 역구내 추락 사고가 잇따르자 승객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2천 년대 초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설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 설치한 스크린 도어 자체의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만 지난 2013년 이후 3명의 수리공이 숨졌다.

또한 지난 2월 1호선 서울역에서 80대 승객이 스크린 도어 사고로 숨졌다. 지난 2014년 9월에도 4호선 이수역에서 80대 노인 승객이 스크린 도어에 끼여 숨졌다.

서울메트로의 지하철 노선 중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121개 역에서 발생한 스크린도어 안전 사고와 고장은 지난해에만 모두 만 2천 여건에 이르고 있다. 안전을 위한다는 스크린도어 설치 이유가 무색한 실정이다.

아이들과 산모의 건강을 위해 많은 돈을 주고 열심히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또한 목숨을 앗아간 원흉이 되었다. 그러나 제조 업체도 판매 업체도 정부 당국도 위험성에 대해서는 물론 사고 이후에도 은폐하거나 묵살하기에 급급했다. 안전성 여부에 대한 용역 의뢰를 받은 대학 교수들도 보고서를 조작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이어졌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LED 추모 행사

그리고 최근 몇 년간 수없이 보아온 사고와 판박이.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사고도 비정상의 집합체다. 스크린도어 사고와 마찬가지로 희생자들은 관련 업무의 하도급 업체 직원들과 일용직 근로자들이었다.

[연관 기사]☞ [뉴스해설] 하도급 뒷전에 밀린 ‘안전’(2016.6.3)

사고 전에도 문제의 공사 현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작업이 진행되었다. 여태껏 해온 것처럼 별다른 사고가 없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서둘러 작업을 마치는 것이 중요했다.

자격증 여부는 애초에 묻지도 않았다. 안전 교육도 없었다. 환풍기도 경보기도 없었다. 안전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가스통도 용접기도 지정된 보관소에 가지 않았다. 그 틈에 보이지 않는 가스는 지하 공간에 켜켜히 쌓여만 갔다. 그리고 아까운 목숨들이 스러져갔다.

남양주 지하철 사고 현장 감식

밀폐된 것과 큰 차이 없는 지하 공간이었지만 밀폐된 공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용접기능사 자격증이 필요 없는 현장이었다고 한다. 애매한 규정과 유권 해석으로 또 많은 관계자들이 사고 책임에서 벗어나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변칙과 반칙, 불법과 편법, 그리고...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많은 반성과 함께 우리 사회 곳곳에서 부패 척결에 나서고 있으나 여전히 돈과 권력과 편함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야가 널려있다.

끝 없이 불거져 나오는 방위산업 관련 비리, 분야를 가리지 않고 펼쳐지는 낙하산 논란. 인기 스포츠 경기의 승부 조작과 심판 매수 사건. 미술계의 대작, 위작 논란까지. 분야와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상식 밖의 반칙과 불법이 횡횡하고 있다.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사람들이 불이익을 보는 세상이 21세기를 진입한 지 한참되는 지금도 당연시되고 있는 것이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기조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은 가운데 올해 초 황교안 국무총리는 부패 방지 4대 백신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부정과 비리를 근절하고 대한민국이 더욱 깨끗한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강조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부패방지 4대 백신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16.1.12.)

곧 부정 청탁과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인 이른바 김영란 법도 곧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사회 전반에 걸친 부조리와 불법 행위 등은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잇단 비리와 부정 행위 속에 정부와 법 집행 기관에 대한 불신도 한몫하고 있다.

법이 있고 사람 사는 세상에 범법 행위나 비리가 없을 수 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정하고 공평하게 법이 집행되고 죄를 지은 만큼 처벌을 받는다는 원칙과 사회적 룰이 지켜진다면 편법과 불법, 반칙과 변칙이 발붙일 자리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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