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실종, 골든타임을 잡아라!

입력 2016.06.12 (22:28) 수정 2016.06.12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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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인터뷰> 정현강 고대 의대 교수 : "(치매로 인해) 판단 능력이 깨지니까, 환자분들이 호소하는 것 중에 자고 일어나서 본인 집인데도 불구하고 집에 가야된다고 보따리를 싸가지고 나가신다거나..."

<인터뷰> 정승기(치매 실종자 아들) : "하늘로 솟은 것도 아니고, 땅으로 꺼진 것도 아닐텐데..."

<인터뷰> 장성희(치매 실종자 아내) : "전단을 그만큼 뿌리고, 현수막 그만큼 걸고..."

<인터뷰> 윤양숙(파주경찰서 실종수사팀장) : "많이 이탈 하면 수색 범위를 어떻게 잡아야할지 모르기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오프닝>

치매는 우리 국민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중 하나죠.

그런데 치매 환자 가족들에겐 또 다른 두려움이 있습니다.

환자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입니다.

특히 요즘같이 바깥 활동이 잦아지는 시기에는 치매 실종자들이 늘어납니다.

치매 실종자를 찾는데도 이른바 골든타임이 있습니다.

실종을 막을 수 있는 방법까지 함께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안녕하세요, 저희 아버지시거든요. 치매기가 있으셔서 나가셨는데..."

지난달 15일 아침, 백승민씨 아버지 백현기씨는 집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실종된 지 한달 남짓.

소방공무원인 아들 백승민씨는 밤낮 없이 아버지가 계실만한 곳을 찾아 다녔습니다.

전단도 4천 장가까이 돌렸습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저희 아버지신데, 공원에 올라갔다가 실종됐거든요. "혹시 이 근처 지나가시거나 보시면 연락좀..."

<인터뷰> 백승민(치매 실종자 아들) : "북구 전체를 다 뒤지거나 전단지 붙이고 다녔고, 이정도로 대구에서 안나오는 거 보니까, 저희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게 아닌가 싶어서...."

백 씨의 아버지는 10여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가벼운 치매 증상을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혼자서 운동을 하고, 약을 챙겨 먹고, 도서관에 가는 것 같은 일상생활이 가능했습니다.

<인터뷰> 장성희(실종자 아내) : "먹는 걸 잘 먹여서 그런지,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생각외로 진짜 좋아졌거든요."

종종 길을 잃어버리곤 했지만 그때마다 스스로 집을 찾아왔기에 가족들도 큰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실종 당일 아파트 앞을 지나 늘 가던 공원 앞 CCTV에 모습이 찍힌 후로 사라진 백씨의 행방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인터뷰> 장성희(실종자 아내) : "두드려 맞고, 꼼짝도 못하고 어디 처박혀 있는 것 같고, 만약에 대구시에 있으면 어디에서 제보고 들어오고... 전단을 그만큼 뿌리고, 현수막 그만큼 걸고..."

도로 옆 기둥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현수막 끈을 고쳐 묶고 있는 정승기씨.

<인터뷰> 정승기(실종자 아들) : "퇴근하면서 한 번씩 보고 가죠. (퇴근을 원래 이쪽 길로 하세요?) 이 길 아닙니다. 원래 외곽을 타고 부천으로 넘어가야 되는데..."

정 씨의 어머니 여영옥씨도 지난 2월 21일, 이곳 영등포구 서울교 남단에서 실종됐습니다.

여든 네 살의 노모는 한강에 물고기를 놓아주는 방생을 다녀오겠다며 혼자 버스를 타고 부천에서 여의도까지 왔다가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실종 전, 초기 치매 증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실종으로 이어지리라고는 생각 못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인터뷰> 정승기(실종자 아들) : "하늘로 솟은 것도 아니고, 땅으로 꺼진 것도 아닐텐데, 3개월 이상 찾지 못하다 보니까, 많이 답답하죠..."

경찰 20여 명이 동원돼, 수중 수색까지 벌였지만 어머니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정승기(실종자 아들) : "반신반의해요. 살아계신 것도 같고...아니면 안좋은 생각으로 그런 일이 생긴 것도 같고..."

이렇게 치매를 앓는 중에 실종되는 환자수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2011년 7천6백여 명에서 지난해에는 9천 명을 넘었습니다.

치매에 걸리면 기억력 뿐 아니라 상황 인지능력과 공간 지각력이 퇴화됩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집 밖으로 돌아다니는 성향을 띕니다.

신체 활동에 큰 문제가 없는 초기 치매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인터뷰> 정현강(교수/고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판단 능력이 깨지니까, 환자분들이 흔히 호소하는 것 중에 자고 일어나서 본인 집인데도 불구하고 집에 가야된다고 보따리를 싸가지고 나가신다거나, 살고 있는 자기 집인데도 집인지 모르고 나가시게 되는 경우..."

특히 치매 실종은 날씨가 따뜻해지고 바깥 활동이 늘어나는 5월에서 9월 사이에 집중됩니다.

이 기간 동안 매달 7백여 명의 실종자가 발생합니다.

겨울철보다 30% 가까이 많습니다.

지난해 치매 실종자의 90%는 하루 내에 발견됐습니다.

또, 7%는 3일 안에 발견됐습니다.

문제는 3일이 지나도 찾지 못한 나머지 3%.

실종된 지 3일이 넘어가면 실종자를 찾을 확률이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인터뷰> 윤양숙(파주경찰서 실종수사팀장) : "많이 이탈을 하면 수색 범위를 어떻게 잡아야할지 모르기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또, 실종 24시간 안에 찾지 못하면 절반 이상이 사망 등에 이른다는 해외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실종 이후 24시간을 실종 치매 환자 수색에 가장 중요한 골든 타임이라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서기용(서울지방경찰청 아동청소년 계장) : "사고력부터 식사, 인지능력, 이런 것들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기가 위험하다 싶으면 보호할 수있는 방안을 찾는 것도 굉장히 힘들고, 위험도가 굉장히 높아지는 거죠."

치매 실종을 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

<녹취> "할머니, 저 왔어요. 교회 갔다 오셨죠? 거기서 식사하셨어요?"

치매에 걸린 원국희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유일한 보호자인 부인 강영례 할머니.

노부부가 사는 집에 아들같은 손님, 최종일 경장이 찾아왔습니다.

<녹취> "어르신, 더우시죠? (선풍기) 잘 닦아놨으니까 올해 그냥 쓰시면 될거예요."

강영례 할머니는 최 경장을 통해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의 위치를 조회할 수 있는 '배회감지기'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인터뷰> 강영례(경기도 여주시) : "몇 번을 잃어버렸어, 몇 번을. 병원에 가면 여기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하면 어디로 나가는거야. 어디로 나가면... 못 찾는 거지."

'배회감지기'는 휴대용 위치추적장치로 보호자가 치매 노인의 위치를 문자로 전송받을 수 있습니다.

또 실종자가 배회감지기의 긴급버튼을 누르면 보호자에게 바로 연락이 갑니다.

65세 이상 장기요양 등급이 있는 치매 환자는 월 3천 4백원 정도를 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기기를 대여받을 수 있습니다.

최 경장은 휴대전화가 없는 할머니를 대신해 원국희 할아버지의 보호자 역할을 맡았습니다.

<인터뷰> 최종일(경장/여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계) : "기본적으로 할머니께서 휴대전화를 갖고 계시지 않기 때문에 직접 SOS를 눌러서 연락을 할 수는 없구요. 그러다 보니까, 휴대폰 안에 경찰관 번호를 입력해 놨습니다."

실제로 지난 3월, 장을 보러 나갔다가 할아버지의 손을 놓친 할머니는 '배회감지기' 덕에 할아버지를 찾았습니다.

<인터뷰> 최종일(경장/여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계) : "오일장이 서니까, 사람이 너무 많잖아요. 다행히 5미터 안으로 GPS가 찍히니까, 가까운 파출소에서 사람을 보내서 할아버지를찾았죠. 10분만에 찾았어요."

문제는 배회감지기 보급률이 저조하다는 겁니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47만 명 가운데 지난해 기준 3천 백여 명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소득층엔 임대료가 부담스럽고, 휴대도 번거로운데다, 분실할 경우 단말기 값을 물어내야 하는 것 등이 이유로 꼽힙니다.

<인터뷰> 최종일(경장/여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계) : "여름철에는 반팔이시고, 목에다 걸고 다니니까 넣을 데도 없고, 덥고, 세수하다 보면 물에 빠지기도 하니까요."

<녹취> "우리 친구들이 오늘 하는 것은 길을 잃었을 때 경찰서에 가면 집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등록할 거예요."

경찰서에서 유치원으로 찾아와 부모 동의 하에 어린이들의 신상 정보와 지문을 등록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실종될 경우를 대비해 등록해두는 것입니다.

<녹취> "여기 카메라 봅시다, 하나, 둘!"

실종 아동을 찾기 위해 시작된 이 등록 프로그램은 치매 환자까지 대상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실종됐을 경우 경찰이 실종자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할 수 있어 초기 수사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치매 환자의 등록율은 5% 대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신창훈(경장/양천경찰서 여성청소년계) : "등록할 수 있는 구심점이 적다고 보고 있습니다. 어린이나 유치원생들에 비해서 등록을 진행시킬 수 있는 주최 기관이 적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지기능 장애가 의심되는 70대 남성이 치매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녹취> "아까 10개의 단어를 보여드리면서 읽으셨잖아요. 그 중에 기억나는 거 모두 말해주세요. (왕, 팔, 다리, 싹....)"

집중력과 암기력이 정상 범위 내에 있는지 평가하고.

<녹취> "아버님, 똑같이 그리신 거예요?"

공간 인지능력도 검사합니다.

<인터뷰> 강영수(임상심리사) : "뇌 사진 같은 경우는 각각의 신경을 사진을 찍어서 바로 보면 알 수 있는데, 기억력 같은 것은 그런 사진을 찍는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이런 신경심리 검사라고..."

치매는 주로 알츠하이머 병 등 퇴행성 뇌질환이나 뇌혈관 질환으로 뇌조직이 손상되면서 일어납니다.

고혈압, 당뇨, 비만 등을 조절하고 흡연과 과음을 삼가는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치료법도 없어 사전 검사가 중요합니다.

서울의 경우 현재 25개 자치구에서 치매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돕는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치매 지원 프로그램 참가자 : "자꾸 기억력이 없어져서, 보건소에서 전화했더니 여기 치매 지원센터를 가르쳐 주더라구. 그래서 지금 한 달 보름째 하고 있어."

서울을 벗어나면 이런 지원 시설을 갖춘 곳이 아직은 많지 않다는 게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지난해 기준 660만 명.

이중 10%가 넘는 67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습니다.

병이 진행될수록 가족들이 겪는 걱정과 고통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이수길(치매 환자 가족) : "전진만 하지, 후진이 없으니까... 무너지는 걸 보면 옆에서 보호자들이 기가 막힌 일이지. 가슴이 딱딱 막히고, 숨을 못 쉬고, 머이런 상황들이 한 두번이 아니야."

<인터뷰> 김 모 씨(치매 환자 가족) : "막 폭력쓰고, 이럴때는 내가 밥을 못 먹었어요. 남편도 못 알아보고 달려들고, 도둑이라고 하고..."

정부는 2050년엔 우리나라 노인 치매 환자 수가 271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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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 실종, 골든타임을 잡아라!
    • 입력 2016-06-12 23:04:40
    • 수정2016-06-12 23:28:35
    취재파일K
<프롤로그>

<인터뷰> 정현강 고대 의대 교수 : "(치매로 인해) 판단 능력이 깨지니까, 환자분들이 호소하는 것 중에 자고 일어나서 본인 집인데도 불구하고 집에 가야된다고 보따리를 싸가지고 나가신다거나..."

<인터뷰> 정승기(치매 실종자 아들) : "하늘로 솟은 것도 아니고, 땅으로 꺼진 것도 아닐텐데..."

<인터뷰> 장성희(치매 실종자 아내) : "전단을 그만큼 뿌리고, 현수막 그만큼 걸고..."

<인터뷰> 윤양숙(파주경찰서 실종수사팀장) : "많이 이탈 하면 수색 범위를 어떻게 잡아야할지 모르기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오프닝>

치매는 우리 국민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중 하나죠.

그런데 치매 환자 가족들에겐 또 다른 두려움이 있습니다.

환자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입니다.

특히 요즘같이 바깥 활동이 잦아지는 시기에는 치매 실종자들이 늘어납니다.

치매 실종자를 찾는데도 이른바 골든타임이 있습니다.

실종을 막을 수 있는 방법까지 함께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안녕하세요, 저희 아버지시거든요. 치매기가 있으셔서 나가셨는데..."

지난달 15일 아침, 백승민씨 아버지 백현기씨는 집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실종된 지 한달 남짓.

소방공무원인 아들 백승민씨는 밤낮 없이 아버지가 계실만한 곳을 찾아 다녔습니다.

전단도 4천 장가까이 돌렸습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저희 아버지신데, 공원에 올라갔다가 실종됐거든요. "혹시 이 근처 지나가시거나 보시면 연락좀..."

<인터뷰> 백승민(치매 실종자 아들) : "북구 전체를 다 뒤지거나 전단지 붙이고 다녔고, 이정도로 대구에서 안나오는 거 보니까, 저희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게 아닌가 싶어서...."

백 씨의 아버지는 10여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가벼운 치매 증상을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혼자서 운동을 하고, 약을 챙겨 먹고, 도서관에 가는 것 같은 일상생활이 가능했습니다.

<인터뷰> 장성희(실종자 아내) : "먹는 걸 잘 먹여서 그런지,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생각외로 진짜 좋아졌거든요."

종종 길을 잃어버리곤 했지만 그때마다 스스로 집을 찾아왔기에 가족들도 큰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실종 당일 아파트 앞을 지나 늘 가던 공원 앞 CCTV에 모습이 찍힌 후로 사라진 백씨의 행방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인터뷰> 장성희(실종자 아내) : "두드려 맞고, 꼼짝도 못하고 어디 처박혀 있는 것 같고, 만약에 대구시에 있으면 어디에서 제보고 들어오고... 전단을 그만큼 뿌리고, 현수막 그만큼 걸고..."

도로 옆 기둥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현수막 끈을 고쳐 묶고 있는 정승기씨.

<인터뷰> 정승기(실종자 아들) : "퇴근하면서 한 번씩 보고 가죠. (퇴근을 원래 이쪽 길로 하세요?) 이 길 아닙니다. 원래 외곽을 타고 부천으로 넘어가야 되는데..."

정 씨의 어머니 여영옥씨도 지난 2월 21일, 이곳 영등포구 서울교 남단에서 실종됐습니다.

여든 네 살의 노모는 한강에 물고기를 놓아주는 방생을 다녀오겠다며 혼자 버스를 타고 부천에서 여의도까지 왔다가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실종 전, 초기 치매 증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실종으로 이어지리라고는 생각 못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인터뷰> 정승기(실종자 아들) : "하늘로 솟은 것도 아니고, 땅으로 꺼진 것도 아닐텐데, 3개월 이상 찾지 못하다 보니까, 많이 답답하죠..."

경찰 20여 명이 동원돼, 수중 수색까지 벌였지만 어머니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정승기(실종자 아들) : "반신반의해요. 살아계신 것도 같고...아니면 안좋은 생각으로 그런 일이 생긴 것도 같고..."

이렇게 치매를 앓는 중에 실종되는 환자수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2011년 7천6백여 명에서 지난해에는 9천 명을 넘었습니다.

치매에 걸리면 기억력 뿐 아니라 상황 인지능력과 공간 지각력이 퇴화됩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집 밖으로 돌아다니는 성향을 띕니다.

신체 활동에 큰 문제가 없는 초기 치매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인터뷰> 정현강(교수/고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판단 능력이 깨지니까, 환자분들이 흔히 호소하는 것 중에 자고 일어나서 본인 집인데도 불구하고 집에 가야된다고 보따리를 싸가지고 나가신다거나, 살고 있는 자기 집인데도 집인지 모르고 나가시게 되는 경우..."

특히 치매 실종은 날씨가 따뜻해지고 바깥 활동이 늘어나는 5월에서 9월 사이에 집중됩니다.

이 기간 동안 매달 7백여 명의 실종자가 발생합니다.

겨울철보다 30% 가까이 많습니다.

지난해 치매 실종자의 90%는 하루 내에 발견됐습니다.

또, 7%는 3일 안에 발견됐습니다.

문제는 3일이 지나도 찾지 못한 나머지 3%.

실종된 지 3일이 넘어가면 실종자를 찾을 확률이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인터뷰> 윤양숙(파주경찰서 실종수사팀장) : "많이 이탈을 하면 수색 범위를 어떻게 잡아야할지 모르기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또, 실종 24시간 안에 찾지 못하면 절반 이상이 사망 등에 이른다는 해외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실종 이후 24시간을 실종 치매 환자 수색에 가장 중요한 골든 타임이라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서기용(서울지방경찰청 아동청소년 계장) : "사고력부터 식사, 인지능력, 이런 것들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기가 위험하다 싶으면 보호할 수있는 방안을 찾는 것도 굉장히 힘들고, 위험도가 굉장히 높아지는 거죠."

치매 실종을 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

<녹취> "할머니, 저 왔어요. 교회 갔다 오셨죠? 거기서 식사하셨어요?"

치매에 걸린 원국희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유일한 보호자인 부인 강영례 할머니.

노부부가 사는 집에 아들같은 손님, 최종일 경장이 찾아왔습니다.

<녹취> "어르신, 더우시죠? (선풍기) 잘 닦아놨으니까 올해 그냥 쓰시면 될거예요."

강영례 할머니는 최 경장을 통해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의 위치를 조회할 수 있는 '배회감지기'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인터뷰> 강영례(경기도 여주시) : "몇 번을 잃어버렸어, 몇 번을. 병원에 가면 여기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하면 어디로 나가는거야. 어디로 나가면... 못 찾는 거지."

'배회감지기'는 휴대용 위치추적장치로 보호자가 치매 노인의 위치를 문자로 전송받을 수 있습니다.

또 실종자가 배회감지기의 긴급버튼을 누르면 보호자에게 바로 연락이 갑니다.

65세 이상 장기요양 등급이 있는 치매 환자는 월 3천 4백원 정도를 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기기를 대여받을 수 있습니다.

최 경장은 휴대전화가 없는 할머니를 대신해 원국희 할아버지의 보호자 역할을 맡았습니다.

<인터뷰> 최종일(경장/여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계) : "기본적으로 할머니께서 휴대전화를 갖고 계시지 않기 때문에 직접 SOS를 눌러서 연락을 할 수는 없구요. 그러다 보니까, 휴대폰 안에 경찰관 번호를 입력해 놨습니다."

실제로 지난 3월, 장을 보러 나갔다가 할아버지의 손을 놓친 할머니는 '배회감지기' 덕에 할아버지를 찾았습니다.

<인터뷰> 최종일(경장/여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계) : "오일장이 서니까, 사람이 너무 많잖아요. 다행히 5미터 안으로 GPS가 찍히니까, 가까운 파출소에서 사람을 보내서 할아버지를찾았죠. 10분만에 찾았어요."

문제는 배회감지기 보급률이 저조하다는 겁니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47만 명 가운데 지난해 기준 3천 백여 명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소득층엔 임대료가 부담스럽고, 휴대도 번거로운데다, 분실할 경우 단말기 값을 물어내야 하는 것 등이 이유로 꼽힙니다.

<인터뷰> 최종일(경장/여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계) : "여름철에는 반팔이시고, 목에다 걸고 다니니까 넣을 데도 없고, 덥고, 세수하다 보면 물에 빠지기도 하니까요."

<녹취> "우리 친구들이 오늘 하는 것은 길을 잃었을 때 경찰서에 가면 집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등록할 거예요."

경찰서에서 유치원으로 찾아와 부모 동의 하에 어린이들의 신상 정보와 지문을 등록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실종될 경우를 대비해 등록해두는 것입니다.

<녹취> "여기 카메라 봅시다, 하나, 둘!"

실종 아동을 찾기 위해 시작된 이 등록 프로그램은 치매 환자까지 대상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실종됐을 경우 경찰이 실종자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할 수 있어 초기 수사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치매 환자의 등록율은 5% 대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신창훈(경장/양천경찰서 여성청소년계) : "등록할 수 있는 구심점이 적다고 보고 있습니다. 어린이나 유치원생들에 비해서 등록을 진행시킬 수 있는 주최 기관이 적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지기능 장애가 의심되는 70대 남성이 치매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녹취> "아까 10개의 단어를 보여드리면서 읽으셨잖아요. 그 중에 기억나는 거 모두 말해주세요. (왕, 팔, 다리, 싹....)"

집중력과 암기력이 정상 범위 내에 있는지 평가하고.

<녹취> "아버님, 똑같이 그리신 거예요?"

공간 인지능력도 검사합니다.

<인터뷰> 강영수(임상심리사) : "뇌 사진 같은 경우는 각각의 신경을 사진을 찍어서 바로 보면 알 수 있는데, 기억력 같은 것은 그런 사진을 찍는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이런 신경심리 검사라고..."

치매는 주로 알츠하이머 병 등 퇴행성 뇌질환이나 뇌혈관 질환으로 뇌조직이 손상되면서 일어납니다.

고혈압, 당뇨, 비만 등을 조절하고 흡연과 과음을 삼가는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치료법도 없어 사전 검사가 중요합니다.

서울의 경우 현재 25개 자치구에서 치매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돕는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치매 지원 프로그램 참가자 : "자꾸 기억력이 없어져서, 보건소에서 전화했더니 여기 치매 지원센터를 가르쳐 주더라구. 그래서 지금 한 달 보름째 하고 있어."

서울을 벗어나면 이런 지원 시설을 갖춘 곳이 아직은 많지 않다는 게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지난해 기준 660만 명.

이중 10%가 넘는 67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습니다.

병이 진행될수록 가족들이 겪는 걱정과 고통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이수길(치매 환자 가족) : "전진만 하지, 후진이 없으니까... 무너지는 걸 보면 옆에서 보호자들이 기가 막힌 일이지. 가슴이 딱딱 막히고, 숨을 못 쉬고, 머이런 상황들이 한 두번이 아니야."

<인터뷰> 김 모 씨(치매 환자 가족) : "막 폭력쓰고, 이럴때는 내가 밥을 못 먹었어요. 남편도 못 알아보고 달려들고, 도둑이라고 하고..."

정부는 2050년엔 우리나라 노인 치매 환자 수가 271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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