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학부모 모르게 초등 남학생 ‘주요 부위’ 검사 논란

입력 2016.06.14 (21:47) 수정 2016.06.1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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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기사] ☞ [뉴스라인] 학교·학부모 몰래…‘주요 부위’ 검사 논란

■ 사전 예고 없이 초등학교 남학생들 '주요 부위' 검사

최근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에서 긴급 학부모 회의가 소집됐다. 신체검사 과정에서 사전 예고 없이 남학생들의 '주요 부위' 검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검사는 학부모들에게 사전에 안내되지 않았다. 교사들도 전혀 알지 못한 채 검사는 진행됐다. 그 날의 검사는 어떻게 이뤄졌고, 아이들의 기억에는 어떻게 남아있을까?

지난달 말. 키와 몸무게를 잰 남학생들은 가림막이 쳐진 강당 구석으로 갔다. 그런데 의사는 대뜸 가림막 안으로 들어온 아이에게 바지를 벗고 '주요 부위'를 보여 달라고 했다. 생식기 기형(잠복고환) 검사를 한다는 이유였다. 검사 과정에서 의사는 일부 아동의 주요 부위를 손으로 만지기까지 했다.

아이들이 반응은 다양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 바지를 벗으라 하니 기분이 나빴다", "깜짝 놀랐다"는 얘기부터 "놀랐지만 부끄럽지는 않았다"는 반응까지. 하지만 하나같이 그날의 검사는 "이상했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황당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너는 했냐? 나는 안했다", "나는 만져봤다", "나는 안 만져보더라" 웃으면서 말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학부모들은 가볍게 웃고 넘길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 "그런 검사를 하는 줄 몰랐어요"... 교사들은 어디에?

해당 학교는 외부 검진업체에 학생 신체검사를 맡겼다. 그래서 검사 진행 역시 업체 주도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처음에 가림막은 두 개였다. 하지만 '주요 부위' 검사를 해야겠다고 판단한 의사는 추가로 가림막을 쳐달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사방이 가림막으로 막힌 공간에서 검사가 이뤄졌다. 학교 측은 이런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



당시 검사의 총책임자인 보건교사는 1학년과 4학년 검사가 동시에 이뤄지다 보니 가림막 안에서 어떤 검사가 이뤄졌는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4학년 남학생 전체에 대한 검사가 끝나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통상적인 신체검사에서 비뇨기계 검사는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상상조차 못 했다며 "알았더라면 검사를 막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 학교, 뒤늦게 사과 안내문 발송

뒤늦게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이런 검사가 이뤄졌고, 사전에 고지되지 않았다며 사과 안내문을 발송했다. 피해 아동이 있다면 심리 치료를 돕고, 또 성교육도 진행하겠다는 내용이다.

■ 의사, '전문성 발휘, 선의로 한 검사'

통상적인 신체 검사에서 이뤄지지 않는 '주요 부위' 검사를 해당 의사는 도대체 왜 한걸까? 취재진은 검사를 한 의사를 직접 만나 그 이유를 물었다. 해당 의사가 밝힌 이유는 이렇다. 본인이 '비뇨기과 전문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혹시 있을지 모를 기형(잠복고환) 검사를 해준 것이라는 것이다. 선의로 전문성을 발휘해 한 검사였는데 오해를 받는 게 억울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학교측에 알리지 않은 이유도 물었다. 필요한 검진이라고 생각해 학교나 학부모에 먼저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소 부끄러울 수는 있지만 검사 과정에서 누구나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성적 수치심보다 중요한 건 '검진'이라고 강조했다.

잠복고환과 같은 소아 생식기 기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검사를 했다는 의사의 말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정말 필요한 검사인지 궁금했다. 대한비뇨기학회에 서면 질의한 결과 "잠복고환은 생후 6개월 이후로 발견되면 수술을 하는 것"으로 "초등학교 4학년 정도면 효과 대비 비용을 생각할 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늦어도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검사와 수술을 해야한다"는 게 비뇨기학회의 공식 입장이다.



중요한 것은 '건강검진 지침'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교육부 지침을 보면 '비뇨기' 항목 검진은 "이상 증상이 있거나 희망하는 자에 한해", 또 "검진시 반드시 보호자나 간호사와 함께"라고 명시돼 있다.



학교나 검진업체, 의사는 관련 지침을 숙지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해당 검사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와는 별개로 관련 기관이 모두 규정을 어긴 것이다. 해당 학교 교장은 "사전에 학교가 미리 알지 못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알리지 못한 절차상의 문제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학교와 업체는 당사자들의 사과로 이 문제를 정리하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는 근본적인 사태 해결을 위해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일이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진정 접수를 받은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사건의 '아동 인권 침해'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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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학부모 모르게 초등 남학생 ‘주요 부위’ 검사 논란
    • 입력 2016-06-14 21:47:38
    • 수정2016-06-14 23: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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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기사] ☞ [뉴스라인] 학교·학부모 몰래…‘주요 부위’ 검사 논란 ■ 사전 예고 없이 초등학교 남학생들 '주요 부위' 검사 최근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에서 긴급 학부모 회의가 소집됐다. 신체검사 과정에서 사전 예고 없이 남학생들의 '주요 부위' 검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검사는 학부모들에게 사전에 안내되지 않았다. 교사들도 전혀 알지 못한 채 검사는 진행됐다. 그 날의 검사는 어떻게 이뤄졌고, 아이들의 기억에는 어떻게 남아있을까? 지난달 말. 키와 몸무게를 잰 남학생들은 가림막이 쳐진 강당 구석으로 갔다. 그런데 의사는 대뜸 가림막 안으로 들어온 아이에게 바지를 벗고 '주요 부위'를 보여 달라고 했다. 생식기 기형(잠복고환) 검사를 한다는 이유였다. 검사 과정에서 의사는 일부 아동의 주요 부위를 손으로 만지기까지 했다. 아이들이 반응은 다양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 바지를 벗으라 하니 기분이 나빴다", "깜짝 놀랐다"는 얘기부터 "놀랐지만 부끄럽지는 않았다"는 반응까지. 하지만 하나같이 그날의 검사는 "이상했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황당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너는 했냐? 나는 안했다", "나는 만져봤다", "나는 안 만져보더라" 웃으면서 말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학부모들은 가볍게 웃고 넘길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 "그런 검사를 하는 줄 몰랐어요"... 교사들은 어디에? 해당 학교는 외부 검진업체에 학생 신체검사를 맡겼다. 그래서 검사 진행 역시 업체 주도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처음에 가림막은 두 개였다. 하지만 '주요 부위' 검사를 해야겠다고 판단한 의사는 추가로 가림막을 쳐달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사방이 가림막으로 막힌 공간에서 검사가 이뤄졌다. 학교 측은 이런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 당시 검사의 총책임자인 보건교사는 1학년과 4학년 검사가 동시에 이뤄지다 보니 가림막 안에서 어떤 검사가 이뤄졌는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4학년 남학생 전체에 대한 검사가 끝나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통상적인 신체검사에서 비뇨기계 검사는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상상조차 못 했다며 "알았더라면 검사를 막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 학교, 뒤늦게 사과 안내문 발송 뒤늦게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이런 검사가 이뤄졌고, 사전에 고지되지 않았다며 사과 안내문을 발송했다. 피해 아동이 있다면 심리 치료를 돕고, 또 성교육도 진행하겠다는 내용이다. ■ 의사, '전문성 발휘, 선의로 한 검사' 통상적인 신체 검사에서 이뤄지지 않는 '주요 부위' 검사를 해당 의사는 도대체 왜 한걸까? 취재진은 검사를 한 의사를 직접 만나 그 이유를 물었다. 해당 의사가 밝힌 이유는 이렇다. 본인이 '비뇨기과 전문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혹시 있을지 모를 기형(잠복고환) 검사를 해준 것이라는 것이다. 선의로 전문성을 발휘해 한 검사였는데 오해를 받는 게 억울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학교측에 알리지 않은 이유도 물었다. 필요한 검진이라고 생각해 학교나 학부모에 먼저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소 부끄러울 수는 있지만 검사 과정에서 누구나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성적 수치심보다 중요한 건 '검진'이라고 강조했다. 잠복고환과 같은 소아 생식기 기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검사를 했다는 의사의 말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정말 필요한 검사인지 궁금했다. 대한비뇨기학회에 서면 질의한 결과 "잠복고환은 생후 6개월 이후로 발견되면 수술을 하는 것"으로 "초등학교 4학년 정도면 효과 대비 비용을 생각할 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늦어도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검사와 수술을 해야한다"는 게 비뇨기학회의 공식 입장이다. 중요한 것은 '건강검진 지침'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교육부 지침을 보면 '비뇨기' 항목 검진은 "이상 증상이 있거나 희망하는 자에 한해", 또 "검진시 반드시 보호자나 간호사와 함께"라고 명시돼 있다. 학교나 검진업체, 의사는 관련 지침을 숙지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해당 검사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와는 별개로 관련 기관이 모두 규정을 어긴 것이다. 해당 학교 교장은 "사전에 학교가 미리 알지 못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알리지 못한 절차상의 문제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학교와 업체는 당사자들의 사과로 이 문제를 정리하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는 근본적인 사태 해결을 위해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일이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진정 접수를 받은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사건의 '아동 인권 침해'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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