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떠도는 ‘재활 난민’…수십 차례 “짐 싸라”

입력 2016.06.20 (07:38) 수정 2016.06.2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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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재활 난민'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입원한 지 두세 달이면 쫓겨나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을 말합니다.

입·퇴원을 반복하며 병원 수십 곳을 돌아다닌 환자도 있는데요.

왜 아직도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이충헌 의학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마비된 팔을 조심스럽게 펴 보는 20대 남성, 14살 때 뇌출혈로 쓰러져 사지가 마비됐습니다.

이후 7년간의 재활치료 기간 옮겨 다닌 병원이 스무 곳이 넘습니다.

<녹취> 이은희(뇌병변장애인 가족) : "3개월이면 있을 수가 없거든요. 그럼 3개월 되면 또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또 옮기고..."

지난 1월, 공사장에서 추락해 척수손상을 입은 이 40대 환자도 5개월간 종합병원 네 군데를 옮겨 다녀야 했습니다.

<인터뷰> 이상진(척수 손상 환자) : "좀 좋아질 만하면 나가야 된다 옮겨야 된다고 해서 심적으로 많이 부담이 되고..."

병원은 경영상의 이유를 댑니다.

입원한 지 두세 달이 되면 보험공단이 입원료를 40%가량 깎아 지급하기 때문입니다.

<녹취> 이상운(재활의학과 전문의) : "이제 개원한 지 3개월 됐는데 저희 병원 환자 중 벌써 40명 이상이 두 번째 달부터 깎였습니다."

과잉 진료나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다는 취지지만, 문제는 재활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들에게까지 똑같은 잣대를 적용한다는 점입니다.

환자의 상태에 대한 보다 꼼꼼한 심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뇌졸중 등으로 인한 뇌병변장애 환자만 25만 명, 이 가운데 장기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4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더욱이 노인 인구 증가로 낙상으로 인한 골절, 만성 심장 폐 질환 환자가 늘면서 기능회복을 위한 재활치료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이런 환자들을 위한 재활전문병원이 설립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이충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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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0 08:11:04
    • 수정2016-06-20 10: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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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난민'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입원한 지 두세 달이면 쫓겨나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을 말합니다.

입·퇴원을 반복하며 병원 수십 곳을 돌아다닌 환자도 있는데요.

왜 아직도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이충헌 의학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마비된 팔을 조심스럽게 펴 보는 20대 남성, 14살 때 뇌출혈로 쓰러져 사지가 마비됐습니다.

이후 7년간의 재활치료 기간 옮겨 다닌 병원이 스무 곳이 넘습니다.

<녹취> 이은희(뇌병변장애인 가족) : "3개월이면 있을 수가 없거든요. 그럼 3개월 되면 또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또 옮기고..."

지난 1월, 공사장에서 추락해 척수손상을 입은 이 40대 환자도 5개월간 종합병원 네 군데를 옮겨 다녀야 했습니다.

<인터뷰> 이상진(척수 손상 환자) : "좀 좋아질 만하면 나가야 된다 옮겨야 된다고 해서 심적으로 많이 부담이 되고..."

병원은 경영상의 이유를 댑니다.

입원한 지 두세 달이 되면 보험공단이 입원료를 40%가량 깎아 지급하기 때문입니다.

<녹취> 이상운(재활의학과 전문의) : "이제 개원한 지 3개월 됐는데 저희 병원 환자 중 벌써 40명 이상이 두 번째 달부터 깎였습니다."

과잉 진료나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다는 취지지만, 문제는 재활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들에게까지 똑같은 잣대를 적용한다는 점입니다.

환자의 상태에 대한 보다 꼼꼼한 심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뇌졸중 등으로 인한 뇌병변장애 환자만 25만 명, 이 가운데 장기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4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더욱이 노인 인구 증가로 낙상으로 인한 골절, 만성 심장 폐 질환 환자가 늘면서 기능회복을 위한 재활치료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이런 환자들을 위한 재활전문병원이 설립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이충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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