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② 삵, 수달, 담비도 로드킬…멸종 가속화 우려

입력 2016.06.20 (16:09) 수정 2016.06.22 (14:5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0년 11월.
충북 속리산 부근 국도에서 산양이 차에 치어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큰 뿔과 쪼개진 발굽. 멸종위기에 놓인 1급 보호 동물로 천연기념물입니다.

산양 뿐 아닙니다.
로드킬은 동물의 종류를 가리지 않습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담비, 남생이, 독수리까지 멸종 위협에 시달리는 동물들이 잇달아 차에 치어 도로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멸종위기 삵...213마리 고속도로서 로드킬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이 한국도로공사에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06년부터 10년 동안 전국 고속도로에서만 200마리가 넘는 삵이 로드킬로 죽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멸종위기 1급으로 전국적으로 개체 수 파악이 어려운 수달도 지난 10년 간 19마리가 고속도로를 건너다 로드킬로 죽었습니다.
특히 삵은 몸집이 중간 정도 되는 야생동물 가운데서 한번 움직일 때 행동반경이 2~3km정도로, 매일 먼 거리를 이동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국의 도로 밀도는 1 평방킬로미터당 1.2킬로미터...



결국 삵은 도로를 다른 동물에 비해 자주 건너야 했기 때문에 다른 동물에 비해 로드킬 숫자가 월등히 많을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멸종위기종임에도 불구하고 보호받지 못하고 점점 그 개체 수가 줄고 있는 삵의 현실입니다.
멸종위기 2급인 담비도 마찬가집니다. 담비의 행동권은 25~60km. 담비가 이동할 때 건너야 하는 도로는 최소한 30개에서 100개에 이릅니다.
야생동물전문가들은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환경부 멸종위기 1급 수달의 운명도, 천연기념물 제324-2호 수리부엉이의 운명도 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국립공원은 안전?...10년 간 69마리 로드킬

설악산, 오대산 등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에 사는 야생동물들도 로드킬에서 안전하지는 않았습니다. 포유류와 조류만으로 한정했을 때 지난 10년 간 전국 국립공원을 지나는 도로에서만 멸종위기에 놓인 야생동물과 천연기념물 69마리가 차에 치어 죽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동물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삵으로 모두 38마리가 죽었습니다. 천연기념물인 수달, 하늘다람쥐도 각각 3마리가 로드킬당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도로에 죽어있는 동물의 사체를 먹기 위해 내려앉았던 조류들도 변을 당했습니다. 천연기념물인 소쩍새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매 등 새들은 상위 포식자로 로드킬로 죽은 동물들의 사체를 먹기 위해 도로에 내려앉았다 2차 로드킬로 죽음을 당했습니다. 특히 매와 수리부엉이 등 몸집이 큰 조류의 경우 날아오르기 위해 어느 정도의 활주로가 필요한 만큼 시속 80km 이상의 속도로 닥쳐오는 차를 피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고속도로 뿐 아니라 일반 국도와 지방도로, 시, 군도 등을 지나는 야생동물의 로드킬은 한 해 수만 건에 이릅니다.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형편에 집계되지 않지만, 이 가운데 멸종위기종들의 로드킬도 적지 않을 것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로드킬, 멸종위기종의 멸종 가속화

현재 우리나라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과 II급 생물 51종과 195종 가운데 양서류, 파충류를 포함한 야생동물은 모두 88종류입니다. 이 가운데 하늘다람쥐, 담비 등은 전국적으로 개체 수가 많지 않아 종의 존속 자체에 빨간 불이 켜진 상황입니다.
서울대 수의학과 김영준 박사는 “야생동물의 조난 원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교통사고”라고 진단합니다. “질병이나 탈진 등 자연적 원인으로 조난당한 경우는 26.9%이고 교통사고나 중독 등 비자연적 사고는 73.1%에 이른다”며 멸종위기종의 절멸 위협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로드킬이라고 설명합니다.

밀려드는 개발로 점점 줄어드는 서식지...야생동물들이 로드킬당해 죽거나, 이동이 어려워 가족 간 교배가 이뤄지는 어떠한 경우라도 생물 다양성은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먹이사슬의 최상단에 있는 인간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요? 

[연관 기사] ☞ ① 여기가 로드킬 다발지역…최초 제작 “야생동물 로드킬” 지도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로드킬② 삵, 수달, 담비도 로드킬…멸종 가속화 우려
    • 입력 2016-06-20 16:09:03
    • 수정2016-06-22 14:57:36
    데이터룸
2010년 11월.
충북 속리산 부근 국도에서 산양이 차에 치어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큰 뿔과 쪼개진 발굽. 멸종위기에 놓인 1급 보호 동물로 천연기념물입니다.

산양 뿐 아닙니다.
로드킬은 동물의 종류를 가리지 않습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담비, 남생이, 독수리까지 멸종 위협에 시달리는 동물들이 잇달아 차에 치어 도로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멸종위기 삵...213마리 고속도로서 로드킬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이 한국도로공사에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06년부터 10년 동안 전국 고속도로에서만 200마리가 넘는 삵이 로드킬로 죽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멸종위기 1급으로 전국적으로 개체 수 파악이 어려운 수달도 지난 10년 간 19마리가 고속도로를 건너다 로드킬로 죽었습니다.
특히 삵은 몸집이 중간 정도 되는 야생동물 가운데서 한번 움직일 때 행동반경이 2~3km정도로, 매일 먼 거리를 이동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국의 도로 밀도는 1 평방킬로미터당 1.2킬로미터...



결국 삵은 도로를 다른 동물에 비해 자주 건너야 했기 때문에 다른 동물에 비해 로드킬 숫자가 월등히 많을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멸종위기종임에도 불구하고 보호받지 못하고 점점 그 개체 수가 줄고 있는 삵의 현실입니다.
멸종위기 2급인 담비도 마찬가집니다. 담비의 행동권은 25~60km. 담비가 이동할 때 건너야 하는 도로는 최소한 30개에서 100개에 이릅니다.
야생동물전문가들은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환경부 멸종위기 1급 수달의 운명도, 천연기념물 제324-2호 수리부엉이의 운명도 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국립공원은 안전?...10년 간 69마리 로드킬

설악산, 오대산 등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에 사는 야생동물들도 로드킬에서 안전하지는 않았습니다. 포유류와 조류만으로 한정했을 때 지난 10년 간 전국 국립공원을 지나는 도로에서만 멸종위기에 놓인 야생동물과 천연기념물 69마리가 차에 치어 죽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동물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삵으로 모두 38마리가 죽었습니다. 천연기념물인 수달, 하늘다람쥐도 각각 3마리가 로드킬당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도로에 죽어있는 동물의 사체를 먹기 위해 내려앉았던 조류들도 변을 당했습니다. 천연기념물인 소쩍새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매 등 새들은 상위 포식자로 로드킬로 죽은 동물들의 사체를 먹기 위해 도로에 내려앉았다 2차 로드킬로 죽음을 당했습니다. 특히 매와 수리부엉이 등 몸집이 큰 조류의 경우 날아오르기 위해 어느 정도의 활주로가 필요한 만큼 시속 80km 이상의 속도로 닥쳐오는 차를 피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고속도로 뿐 아니라 일반 국도와 지방도로, 시, 군도 등을 지나는 야생동물의 로드킬은 한 해 수만 건에 이릅니다.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형편에 집계되지 않지만, 이 가운데 멸종위기종들의 로드킬도 적지 않을 것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로드킬, 멸종위기종의 멸종 가속화

현재 우리나라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과 II급 생물 51종과 195종 가운데 양서류, 파충류를 포함한 야생동물은 모두 88종류입니다. 이 가운데 하늘다람쥐, 담비 등은 전국적으로 개체 수가 많지 않아 종의 존속 자체에 빨간 불이 켜진 상황입니다.
서울대 수의학과 김영준 박사는 “야생동물의 조난 원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교통사고”라고 진단합니다. “질병이나 탈진 등 자연적 원인으로 조난당한 경우는 26.9%이고 교통사고나 중독 등 비자연적 사고는 73.1%에 이른다”며 멸종위기종의 절멸 위협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로드킬이라고 설명합니다.

밀려드는 개발로 점점 줄어드는 서식지...야생동물들이 로드킬당해 죽거나, 이동이 어려워 가족 간 교배가 이뤄지는 어떠한 경우라도 생물 다양성은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먹이사슬의 최상단에 있는 인간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요? 

[연관 기사] ☞ ① 여기가 로드킬 다발지역…최초 제작 “야생동물 로드킬” 지도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