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직접 겨냥…초강경 오바마, 왜?

입력 2016.07.07 (18:36) 수정 2016.07.07 (19:2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집권 6개월을 남겨두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직접 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초강수 대북제재를 선택했다.

미국 국무부는 6일(현지시간)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기록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재무부는 이를 근거로 북한의 개인 15명과 기관 8명을 제재 대상으로 발표했다. 제재 대상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포함됐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미국의 제재 대상에 직접적으로 포함된 것은 처음이다. 이미 대량살상무기(WMD) 등과 관련됐다는 혐의 등으로 제재 대상에 올라있는 개인 4명과 기관 3곳을 빼면 개인 11명과 기관 5곳이 신규 제재 대상에 올랐다.



김정은·국방위도 제재 명단에

이번 조치는 지난 2월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첫 대북제재강화법(H.R. 757)에 대한 후속조치다. 법안은 국무장관이 인권유린과 내부 검열 등에 책임이 있는 북한 인사들과 구체적 행위를 120일 내에 의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제출이 다소 미뤄져 정해진 시한보다 20여 일 늦은 어제(6일) 제출됐다. 보고서는 북한의 핵심 기관인 국방위원회(지난 6월 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회'로 대체됨)와 당 조직지도부,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선전선동부, 정찰총국 등의 인권 침해 행위가 적시돼 있다.

보고서는 북한이 재판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사형이나 강제적 실종, 임의 체포나 구금, 고문 등을 자행해왔다고 강조했다. 정치범 수용소인 '관리소'에는 어린아이와 가족을 포함해 8~12만 명이 수용돼 있고 강도 높은 강제노동이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최고기관인 국방위원회(지난 6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회'로 바뀜)에 대해서는 "김정은 집권 이후 고위 관리들의 사형이 늘었다"고 적시했고, 국가보위부에 대해서는 "수용소 안에서 즉결 처형과 불법 처벌, 각종 고문과 성폭행, 강제 낙태까지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인민보안부는 "자백을 받기 위한 성폭력과 천장에 매달아놓기, 장시간 유해환경에 노출하거나 매질하는 등의 학대행위를 자행한다"고 표현했고, 정찰총국은 "한국과 일본 국민들을 납치하고 여러 암살 시도에 연루돼 있다"고 지목했다.



[바로가기] ☞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북한의 인권침해와 검열에 대한 보고서’
[바로가기] ☞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발표한 제재 대상자 명단

최고지도자 겨냥한 대북제재 ‘완결판’

미국의 이번 발표는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계속 강도를 더해온 미국의 대북 제재 조치 중에서도 최고 강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인권 침해를 정면으로 건드리면서 그 주범으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지목했다는 점에서다. 미국은 지난 수십 년 간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를 문제 삼아왔지만 최고지도자를 책임자로 직접 거론한 적은 없다.



[연관 기사] ☞ 미국의 무시무시한 대북제재법…홍두깨 될까 (2016.2.19)
[연관 기사] ☞ 미국 새 대북행정명령…노동자 송출 차단에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2016.3.17)

이번 발표에는 강경한 대북 압박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가 정해진 시한 안에 북한 인권침해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해야 하는 것은 법으로 정해져 있어 바꿀 수 없지만, 제재 명단을 발표하는 시점은 정부 임의로 미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행정부는 김정은 위원장 뿐 아니라 김 위원장 체제의 핵심 인물들, 국방위원회(현 국무위원회) 등 북한의 핵심기관까지 한꺼번에 제재 대상으로 지목했다. 미국은 인권과 북핵 문제는 별개라고 말하고 있지만,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북한의 지속적 움직임이나 미군기지가 있는 괌까지 사정거리 안에 둔 무수단 미사일 발사 등 잇단 도발이 미국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 당대회와 6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명실상부한 '최고지도자'가 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핵개발을 포기하고 대화에 나서라는 미국의 경고로도 받아들여진다.

차기 美 행정부도 북·미 관계 ‘먹구름’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르면 미국 입국이 금지되고 미국 내 자금이 동결되거나 거래가 중단된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의 경제 거래가 거의 없어 제재 조치가 김 위원장 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을 건드린데다 '최고 존엄'인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겨냥했기 때문에 북한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임기가 6개월 남짓 남은 오바마 행정부 하에서 북미 관계 개선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북한의 획기적 인권 개선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기 행정부의 북미관계 개선도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 등을 강행할 경우에는 남북 관계 경색도 더 장기화될 수 있다.

[연관 기사] ☞ [이슈&한반도] 2016 북한 인권을 말한다 (2016.7.2)

정부는 이번 미국 정부의 제재 조치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환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개별 국가나 국제기구 차원에서 취하는 북한 인권 관련 최초의 제재 조치"라며 "다면적인 대북 제재를 지속 강화해 나가고자 하는 미국의 단호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한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는 관료들을 구체적으로 지정, 이들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김정은 직접 겨냥…초강경 오바마, 왜?
    • 입력 2016-07-07 18:36:24
    • 수정2016-07-07 19:22:18
    취재K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집권 6개월을 남겨두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직접 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초강수 대북제재를 선택했다.

미국 국무부는 6일(현지시간)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기록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재무부는 이를 근거로 북한의 개인 15명과 기관 8명을 제재 대상으로 발표했다. 제재 대상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포함됐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미국의 제재 대상에 직접적으로 포함된 것은 처음이다. 이미 대량살상무기(WMD) 등과 관련됐다는 혐의 등으로 제재 대상에 올라있는 개인 4명과 기관 3곳을 빼면 개인 11명과 기관 5곳이 신규 제재 대상에 올랐다.



김정은·국방위도 제재 명단에

이번 조치는 지난 2월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첫 대북제재강화법(H.R. 757)에 대한 후속조치다. 법안은 국무장관이 인권유린과 내부 검열 등에 책임이 있는 북한 인사들과 구체적 행위를 120일 내에 의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제출이 다소 미뤄져 정해진 시한보다 20여 일 늦은 어제(6일) 제출됐다. 보고서는 북한의 핵심 기관인 국방위원회(지난 6월 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회'로 대체됨)와 당 조직지도부,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선전선동부, 정찰총국 등의 인권 침해 행위가 적시돼 있다.

보고서는 북한이 재판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사형이나 강제적 실종, 임의 체포나 구금, 고문 등을 자행해왔다고 강조했다. 정치범 수용소인 '관리소'에는 어린아이와 가족을 포함해 8~12만 명이 수용돼 있고 강도 높은 강제노동이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최고기관인 국방위원회(지난 6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회'로 바뀜)에 대해서는 "김정은 집권 이후 고위 관리들의 사형이 늘었다"고 적시했고, 국가보위부에 대해서는 "수용소 안에서 즉결 처형과 불법 처벌, 각종 고문과 성폭행, 강제 낙태까지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인민보안부는 "자백을 받기 위한 성폭력과 천장에 매달아놓기, 장시간 유해환경에 노출하거나 매질하는 등의 학대행위를 자행한다"고 표현했고, 정찰총국은 "한국과 일본 국민들을 납치하고 여러 암살 시도에 연루돼 있다"고 지목했다.



[바로가기] ☞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북한의 인권침해와 검열에 대한 보고서’
[바로가기] ☞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발표한 제재 대상자 명단

최고지도자 겨냥한 대북제재 ‘완결판’

미국의 이번 발표는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계속 강도를 더해온 미국의 대북 제재 조치 중에서도 최고 강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인권 침해를 정면으로 건드리면서 그 주범으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지목했다는 점에서다. 미국은 지난 수십 년 간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를 문제 삼아왔지만 최고지도자를 책임자로 직접 거론한 적은 없다.



[연관 기사] ☞ 미국의 무시무시한 대북제재법…홍두깨 될까 (2016.2.19)
[연관 기사] ☞ 미국 새 대북행정명령…노동자 송출 차단에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2016.3.17)

이번 발표에는 강경한 대북 압박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가 정해진 시한 안에 북한 인권침해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해야 하는 것은 법으로 정해져 있어 바꿀 수 없지만, 제재 명단을 발표하는 시점은 정부 임의로 미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행정부는 김정은 위원장 뿐 아니라 김 위원장 체제의 핵심 인물들, 국방위원회(현 국무위원회) 등 북한의 핵심기관까지 한꺼번에 제재 대상으로 지목했다. 미국은 인권과 북핵 문제는 별개라고 말하고 있지만,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북한의 지속적 움직임이나 미군기지가 있는 괌까지 사정거리 안에 둔 무수단 미사일 발사 등 잇단 도발이 미국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 당대회와 6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명실상부한 '최고지도자'가 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핵개발을 포기하고 대화에 나서라는 미국의 경고로도 받아들여진다.

차기 美 행정부도 북·미 관계 ‘먹구름’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르면 미국 입국이 금지되고 미국 내 자금이 동결되거나 거래가 중단된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의 경제 거래가 거의 없어 제재 조치가 김 위원장 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을 건드린데다 '최고 존엄'인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겨냥했기 때문에 북한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임기가 6개월 남짓 남은 오바마 행정부 하에서 북미 관계 개선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북한의 획기적 인권 개선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기 행정부의 북미관계 개선도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 등을 강행할 경우에는 남북 관계 경색도 더 장기화될 수 있다.

[연관 기사] ☞ [이슈&한반도] 2016 북한 인권을 말한다 (2016.7.2)

정부는 이번 미국 정부의 제재 조치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환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개별 국가나 국제기구 차원에서 취하는 북한 인권 관련 최초의 제재 조치"라며 "다면적인 대북 제재를 지속 강화해 나가고자 하는 미국의 단호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한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는 관료들을 구체적으로 지정, 이들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