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100자루의 사연…76세에 깨친 한글

입력 2016.07.23 (06:51) 수정 2016.07.23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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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백세 시대라고 할 만큼 수명이 길어져 평생교육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칠십이 넘어 한글을 처음 배우면서 몽당연필이 100자루 넘게 생길 만큼 열심히 공부해 배움의 기쁨을 일깨워주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할머니의 연필에 담긴 사연을 김수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첫 번째 문제입니다. 두꺼비"

만학도들의 열기가 한여름 날씨만큼 뜨겁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필통 가득 몽당연필을 채운 칠순의 여학생이 눈에 띕니다.

<녹취> "두꺼비 신랑"

어릴 적 왼쪽 눈이 안 보여 학교를 그만두면서 글을 배우지 못했던 76살 임순재 할머니.

자식 넷을 홀로 키우며 식당일을 전전하느라 60여 년 만에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인터뷰> 임순재(강원도 철원군) : "은행 가서 돈 찾는 건 억지로 찾는데 거기선 못 써요, 떨려서. 이제 배우고 나서는 주소 같은 건 (쓸 수 있어요)."

수없이 글자를 쓰고 지우며 모으기 시작한 시작한 몽당연필.

수술한 허리 통증에 중간에 공부를 그만 둔적도 있지만, 몽당 연필은 한 해 한 해 쌓여가 이제는 백 다섯 자루째 모았습니다.

<인터뷰> 정춘근(한글 학교 선생님) : "허리 수술을 받고 오셨어요. 5분~10분 (글씨를) 쓰고 서 있다가 또 앉아서 쓰시고…."

평생 자식을 위해 살아왔지만, 글자 한자 직접 가르쳐주지 못한 미안함.

그 고마움을 담아 직접 편지를 쓰고 싶은 게 할머니의 마지막 꿈입니다.

<녹취> 임순재 : "고맙단 얘기도 쓰고 싶지요. 내가 못 해준 것도 좀 그렇고 저들한테 내가 많이 신세를 지고 사니까 내가 뭘 배워, 해주지도 못했는데"

KBS 뉴스 김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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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당연필 100자루의 사연…76세에 깨친 한글
    • 입력 2016-07-23 07:26:39
    • 수정2016-07-23 07: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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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백세 시대라고 할 만큼 수명이 길어져 평생교육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칠십이 넘어 한글을 처음 배우면서 몽당연필이 100자루 넘게 생길 만큼 열심히 공부해 배움의 기쁨을 일깨워주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할머니의 연필에 담긴 사연을 김수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첫 번째 문제입니다. 두꺼비"

만학도들의 열기가 한여름 날씨만큼 뜨겁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필통 가득 몽당연필을 채운 칠순의 여학생이 눈에 띕니다.

<녹취> "두꺼비 신랑"

어릴 적 왼쪽 눈이 안 보여 학교를 그만두면서 글을 배우지 못했던 76살 임순재 할머니.

자식 넷을 홀로 키우며 식당일을 전전하느라 60여 년 만에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인터뷰> 임순재(강원도 철원군) : "은행 가서 돈 찾는 건 억지로 찾는데 거기선 못 써요, 떨려서. 이제 배우고 나서는 주소 같은 건 (쓸 수 있어요)."

수없이 글자를 쓰고 지우며 모으기 시작한 시작한 몽당연필.

수술한 허리 통증에 중간에 공부를 그만 둔적도 있지만, 몽당 연필은 한 해 한 해 쌓여가 이제는 백 다섯 자루째 모았습니다.

<인터뷰> 정춘근(한글 학교 선생님) : "허리 수술을 받고 오셨어요. 5분~10분 (글씨를) 쓰고 서 있다가 또 앉아서 쓰시고…."

평생 자식을 위해 살아왔지만, 글자 한자 직접 가르쳐주지 못한 미안함.

그 고마움을 담아 직접 편지를 쓰고 싶은 게 할머니의 마지막 꿈입니다.

<녹취> 임순재 : "고맙단 얘기도 쓰고 싶지요. 내가 못 해준 것도 좀 그렇고 저들한테 내가 많이 신세를 지고 사니까 내가 뭘 배워, 해주지도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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