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톡] ⑦ 몰락한 야후…‘황금낙하산’의 경고

입력 2016.08.1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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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구글의 퍼스트레이디로 불렸던 젊은 여성이 있다. 명문 스탠퍼드대를 수석졸업하고 구글의 창립멤버로 뛰어들어 눈부신 성장을 만들어낸 컴퓨터 엔지니어다. 2012년 7월 그녀는 37살의 나이에 야후의 최고경영자로 자리를 옮긴다.

구글 퍼스트레이디, 야후 뛰어들다

인터넷 시대를 선도하다 구글의 등장 이후 쇠락해가던 야후의 이사회가 경쟁업체 핵심 인재를 깜짝 영입하는 승부수였다. 그렇게 등장한 실리콘밸리의 스타, 슈퍼모델 같은 외모로도 유명한 야후의 CEO 마리사 메이어다.

마리사 메이어는 실리콘밸리를 대표해 해마다 다보스포럼의 주요 토론자로 참석한다.마리사 메이어는 실리콘밸리를 대표해 해마다 다보스포럼의 주요 토론자로 참석한다.

엔지니어 출신이라 경영 경험이 없다, 야후가 회생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일부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야후의 임직원들은 메이어를 열렬히 환영했다. 그녀는 닷컴 시대의 영광을 되찾아줄 구원투수이자 야후의 희망으로 여겨졌다.

일부 야후 직원들은 당시 오바마 대통령 후보 포스터와 슬로건(희망)을 본떠 만든 포스터로 그녀에 대한 기대를 표현했다.일부 야후 직원들은 당시 오바마 대통령 후보 포스터와 슬로건(희망)을 본떠 만든 포스터로 그녀에 대한 기대를 표현했다.

끝내 몰락한 야후, CEO 메리사는?

4년이 흐른 지난달, 야후는 핵심부문인 인터넷 사업을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에 매각하고 사실상의 투자회사로 변모한다. 야후를 살리겠다고 뛰어든 스타 CEO 메이어가 끝내 두 손을 든 것이다.

인수 기업이 사업을 어떻게 재편할지, 회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야후 임직원들의 미래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메이어도 일단 야후에 남을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인수작업이 끝나면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매각금액은 48억 달러(5조 5천억 원), 야후의 전성기 시가총액의 4%에 불과한 금액이다. 그러나 야후 임직원들과 언론이 더욱 주목하는 돈이 있다. 메리사가 떠나면서 받게 될 거액의 퇴직급여, 그녀가 타게 될 '황금낙하산(golden parachute)'이다.

황금낙하산 탄 실리콘밸리 스타

황금낙하산….
기업이 임기가 남아 있는 경영진에게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퇴직금 외에 현금과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잔여 임기 동안의 보수 등을 상당한 수준으로 보장해주는 것을 말한다.

1980년대 미국 월가에서 등장한 이 관행은 기업을 인수하려는 측에 부담을 줌으로써 적대적 인수합병을 어렵게 하고, 최고경영자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 경영에 집중하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황금낙하산은 그러나 적대적 인수합병의 방어수단이라는 애초 목적보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가져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수합병이 없는 평상시에는 경영자의 해임이 어려워지고, 인수합병이 진행되면 주주보다는 경영자의 재산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제대로 회사를 경영하는 대신 인수합병을 진행해 한 몫을 챙기려는 전문 경영인이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황금낙하산을 탄 많은 미국의 경영자들이 회사는 망하게 하고 자신은 더 큰 부를 챙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제 실리콘밸리의 스타 메이어도 그 대열에 오르게 된 셈이다.


기업 임원 보수 조사업체 에퀼라(Equilar)에 따르면 그녀가 최고경영자 자리를 내놓을 경우 받게 될 황금낙하산은 5천5백만 달러(약 603억 원)에 이른다. 한때는 1억 5천만 달러를 넘었지만, 주가가 하락하면서 떨어졌다고 한다. 그래도 2005년 이후 15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이뿐만 아니다. 메이어는 지난해 3천6백만 달러(약 395억 원)의 연봉을 받았다. 2014년에는 4천2백만 달러(약 460억 원)를 받아 미국에서 가장 많은 급여를 받은 여성이었다. 이렇게 막대한 연봉과 소유주식, 스톡옵션에 별도의 퇴직수당까지 합하면 그녀가 4년 재임 기간 중 야후에서 챙겨가는 총 금액은 2억 천8백만 달러(약 2,391억 원)에 이른다는 게 에퀼라의 분석이다.


재택근무 폐지 등 독단적 리더십

지난 4년간 그녀가 보여온 리더십도 비판 대열에 올랐다. 임신 중 CEO 자리에 오른 그녀는 이른바 '야후병'을 치유하겠다며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먼저 많은 야후 직원들이 선호하던 재택근무를 없애버렸다. 직원들은 물론 빌 게이츠 등 많은 기업인이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며 비판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바로가기] ☞ ① ‘육아휴직’ 각서?…도요타발 재택근무가 부러운 이유

다음은 인력감축. 수시로 정리해고를 단행해 3분 1이 넘는 직원들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자신이 일했던 구글 등에서 많은 인재는 영입했지만, 이들 또한 대부분 등을 돌리며 퇴사대열에 가담했다. 야후에 15개월 있다 떠난 한 명에게는 메이어의 퇴직수당보다 많은 돈을 지급해 '먹튀'논란이 일기도 했다.

"너무 자기중심적이다, 모든 일을 독단적으로 결정한다, 임원회의를 소집해놓고 매번 늦게 참석한다. 말년의 스티브 잡스처럼 결벽증이 있다.". 미국언론들은 퇴사한 경영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메이어가 임직원의 신뢰를 잃은 게 가장 큰 실수였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태에서 손을 대는 사업들은 줄줄이 실패했고, 실적은 개선되지 않았다. 인력감축 등으로 생긴 여력으로 블로그 플랫폼인 텀블러 등 수십 개의 IT 기업을 인수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새로운 사업 전략보다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따라가는 데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침몰하는 야후호에서 화려한 파티

메이어는 지난해 말 회사 매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좋아하는 임직원들을 초청한 사내 호화파티를 열어 비판을 받았다. 파티 비용만 7백만 달러로 언론은 추정했다.메이어는 지난해 말 회사 매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좋아하는 임직원들을 초청한 사내 호화파티를 열어 비판을 받았다. 파티 비용만 7백만 달러로 언론은 추정했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녀의 하이 패션과 고급아파트, 대형 파티 등 호화로운 생활은 언론의 지속적인 주목을 받았다. 유명 패션쇼에 회사자금 수백만 달러를 지원하고, 회사에서 입는 옷도 늘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만든 작품이었다.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호텔 펜트하우스는 초고가의 팝아트 작품, 유리공예품들로 가득하고 수시로 호화로운 칵테일 파티가 열려 비판을 받기도 했다.

출처 : 비지니스인사이드출처 : 비지니스인사이드

물론 메이어는 언론이 자신을 성차별적인 시선으로 보도한다며 항변했지만, 직원들로부터도 공감을 사지 못했다. 그녀는 이제 야후 임직원들로부터 희망이 아니라 아르헨티나의 비운의 퍼스트레이디 '에비타'로 불린다고 한다.

늘어나는 황금낙하산…모럴해저드 악용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실기업 CEO들이 막대한 연봉을 챙기는 것이 문제가 되면서 미국 정부는 황금낙하산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른바 도드-프랭크 법을 통해 주주들의 동의를 얻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온갖 편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황금낙하산을 도입하는 기업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1990년대에는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60%가 도입했었는데 이제 8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경영권의 변동 없이도 경영자가 막대한 퇴직금을 챙겨가는 경우가 많아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어떨까?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조사를 보면 국내에서도 상장사 10곳 가운데 한 곳(10.8%)이 황금 낙하산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비중은 낮지만 2001년 처음 도입된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퇴직보상 규모 하한액을 보면 50억 원 이상이 72개사, 100억 원도 21개사, 300억 원을 하한액으로 정한 회사도 3개사에 이르고 있다.

국내 첫 도입사례인 옵셔널벤처스의 대표는 회사의 퇴출 위기를 앞두고 퇴직금 지급규정을 바꾸는 방식으로 황금낙하산을 악용해 46억 원을 챙겼고, 회사는 이듬해 상장 폐지됐다. 경영권의 방어수단이 아니라 부실 경영진의 모럴해저드 수단이 된 것이다.

황금낙하산과는 반대로 주석낙하산(tin parachute)이라는 제도도 있다.
적대적 인수합병 때 경영자가 아닌 일반 직원에게 일시에 많은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해 매수하는 기업의 의지를 떨어뜨리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개념만 존재할 뿐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 제도를 도입했다는 기업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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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11 14:49:41
    김종명의 직장인 톡
한때 구글의 퍼스트레이디로 불렸던 젊은 여성이 있다. 명문 스탠퍼드대를 수석졸업하고 구글의 창립멤버로 뛰어들어 눈부신 성장을 만들어낸 컴퓨터 엔지니어다. 2012년 7월 그녀는 37살의 나이에 야후의 최고경영자로 자리를 옮긴다.

구글 퍼스트레이디, 야후 뛰어들다

인터넷 시대를 선도하다 구글의 등장 이후 쇠락해가던 야후의 이사회가 경쟁업체 핵심 인재를 깜짝 영입하는 승부수였다. 그렇게 등장한 실리콘밸리의 스타, 슈퍼모델 같은 외모로도 유명한 야후의 CEO 마리사 메이어다.

마리사 메이어는 실리콘밸리를 대표해 해마다 다보스포럼의 주요 토론자로 참석한다.
엔지니어 출신이라 경영 경험이 없다, 야후가 회생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일부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야후의 임직원들은 메이어를 열렬히 환영했다. 그녀는 닷컴 시대의 영광을 되찾아줄 구원투수이자 야후의 희망으로 여겨졌다.

일부 야후 직원들은 당시 오바마 대통령 후보 포스터와 슬로건(희망)을 본떠 만든 포스터로 그녀에 대한 기대를 표현했다.
끝내 몰락한 야후, CEO 메리사는?

4년이 흐른 지난달, 야후는 핵심부문인 인터넷 사업을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에 매각하고 사실상의 투자회사로 변모한다. 야후를 살리겠다고 뛰어든 스타 CEO 메이어가 끝내 두 손을 든 것이다.

인수 기업이 사업을 어떻게 재편할지, 회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야후 임직원들의 미래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메이어도 일단 야후에 남을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인수작업이 끝나면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매각금액은 48억 달러(5조 5천억 원), 야후의 전성기 시가총액의 4%에 불과한 금액이다. 그러나 야후 임직원들과 언론이 더욱 주목하는 돈이 있다. 메리사가 떠나면서 받게 될 거액의 퇴직급여, 그녀가 타게 될 '황금낙하산(golden parachute)'이다.

황금낙하산 탄 실리콘밸리 스타

황금낙하산….
기업이 임기가 남아 있는 경영진에게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퇴직금 외에 현금과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잔여 임기 동안의 보수 등을 상당한 수준으로 보장해주는 것을 말한다.

1980년대 미국 월가에서 등장한 이 관행은 기업을 인수하려는 측에 부담을 줌으로써 적대적 인수합병을 어렵게 하고, 최고경영자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 경영에 집중하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황금낙하산은 그러나 적대적 인수합병의 방어수단이라는 애초 목적보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가져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수합병이 없는 평상시에는 경영자의 해임이 어려워지고, 인수합병이 진행되면 주주보다는 경영자의 재산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제대로 회사를 경영하는 대신 인수합병을 진행해 한 몫을 챙기려는 전문 경영인이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황금낙하산을 탄 많은 미국의 경영자들이 회사는 망하게 하고 자신은 더 큰 부를 챙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제 실리콘밸리의 스타 메이어도 그 대열에 오르게 된 셈이다.


기업 임원 보수 조사업체 에퀼라(Equilar)에 따르면 그녀가 최고경영자 자리를 내놓을 경우 받게 될 황금낙하산은 5천5백만 달러(약 603억 원)에 이른다. 한때는 1억 5천만 달러를 넘었지만, 주가가 하락하면서 떨어졌다고 한다. 그래도 2005년 이후 15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이뿐만 아니다. 메이어는 지난해 3천6백만 달러(약 395억 원)의 연봉을 받았다. 2014년에는 4천2백만 달러(약 460억 원)를 받아 미국에서 가장 많은 급여를 받은 여성이었다. 이렇게 막대한 연봉과 소유주식, 스톡옵션에 별도의 퇴직수당까지 합하면 그녀가 4년 재임 기간 중 야후에서 챙겨가는 총 금액은 2억 천8백만 달러(약 2,391억 원)에 이른다는 게 에퀼라의 분석이다.


재택근무 폐지 등 독단적 리더십

지난 4년간 그녀가 보여온 리더십도 비판 대열에 올랐다. 임신 중 CEO 자리에 오른 그녀는 이른바 '야후병'을 치유하겠다며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먼저 많은 야후 직원들이 선호하던 재택근무를 없애버렸다. 직원들은 물론 빌 게이츠 등 많은 기업인이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며 비판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바로가기] ☞ ① ‘육아휴직’ 각서?…도요타발 재택근무가 부러운 이유

다음은 인력감축. 수시로 정리해고를 단행해 3분 1이 넘는 직원들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자신이 일했던 구글 등에서 많은 인재는 영입했지만, 이들 또한 대부분 등을 돌리며 퇴사대열에 가담했다. 야후에 15개월 있다 떠난 한 명에게는 메이어의 퇴직수당보다 많은 돈을 지급해 '먹튀'논란이 일기도 했다.

"너무 자기중심적이다, 모든 일을 독단적으로 결정한다, 임원회의를 소집해놓고 매번 늦게 참석한다. 말년의 스티브 잡스처럼 결벽증이 있다.". 미국언론들은 퇴사한 경영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메이어가 임직원의 신뢰를 잃은 게 가장 큰 실수였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태에서 손을 대는 사업들은 줄줄이 실패했고, 실적은 개선되지 않았다. 인력감축 등으로 생긴 여력으로 블로그 플랫폼인 텀블러 등 수십 개의 IT 기업을 인수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새로운 사업 전략보다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따라가는 데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침몰하는 야후호에서 화려한 파티

메이어는 지난해 말 회사 매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좋아하는 임직원들을 초청한 사내 호화파티를 열어 비판을 받았다. 파티 비용만 7백만 달러로 언론은 추정했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녀의 하이 패션과 고급아파트, 대형 파티 등 호화로운 생활은 언론의 지속적인 주목을 받았다. 유명 패션쇼에 회사자금 수백만 달러를 지원하고, 회사에서 입는 옷도 늘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만든 작품이었다.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호텔 펜트하우스는 초고가의 팝아트 작품, 유리공예품들로 가득하고 수시로 호화로운 칵테일 파티가 열려 비판을 받기도 했다.

출처 : 비지니스인사이드
물론 메이어는 언론이 자신을 성차별적인 시선으로 보도한다며 항변했지만, 직원들로부터도 공감을 사지 못했다. 그녀는 이제 야후 임직원들로부터 희망이 아니라 아르헨티나의 비운의 퍼스트레이디 '에비타'로 불린다고 한다.

늘어나는 황금낙하산…모럴해저드 악용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실기업 CEO들이 막대한 연봉을 챙기는 것이 문제가 되면서 미국 정부는 황금낙하산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른바 도드-프랭크 법을 통해 주주들의 동의를 얻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온갖 편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황금낙하산을 도입하는 기업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1990년대에는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60%가 도입했었는데 이제 8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경영권의 변동 없이도 경영자가 막대한 퇴직금을 챙겨가는 경우가 많아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어떨까?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조사를 보면 국내에서도 상장사 10곳 가운데 한 곳(10.8%)이 황금 낙하산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비중은 낮지만 2001년 처음 도입된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퇴직보상 규모 하한액을 보면 50억 원 이상이 72개사, 100억 원도 21개사, 300억 원을 하한액으로 정한 회사도 3개사에 이르고 있다.

국내 첫 도입사례인 옵셔널벤처스의 대표는 회사의 퇴출 위기를 앞두고 퇴직금 지급규정을 바꾸는 방식으로 황금낙하산을 악용해 46억 원을 챙겼고, 회사는 이듬해 상장 폐지됐다. 경영권의 방어수단이 아니라 부실 경영진의 모럴해저드 수단이 된 것이다.

황금낙하산과는 반대로 주석낙하산(tin parachute)이라는 제도도 있다.
적대적 인수합병 때 경영자가 아닌 일반 직원에게 일시에 많은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해 매수하는 기업의 의지를 떨어뜨리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개념만 존재할 뿐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 제도를 도입했다는 기업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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