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성 K.O. ‘돌려차기’가 아니라고?

입력 2016.08.23 (12:11) 수정 2016.08.2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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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 태권도 종목에 출전한 5명의 태극전사들이 모두 값진 메달을 따내는(금 2개· 동 3개) 성과를 올렸지만, '경기가 지루하다'하는 평가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공격 동작인 발차기가 가격보다는 '터치패드에 갖다대기' 수준이어서 박진감이 없다는 비판이 대부분인데, 이와 비교해서 자주 거론되는 것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문대성 선수 경기다.

당시 남자 80㎏이상급 결승에 출전한 문 선수는 상대인 그리스 선수의 턱을 정확히 발로 가격해 KO시켰다. 당시 거의 모든 언론에서 이 KO승 순간을 톱으로 보도하며 수많은 기사들을 쏟아냈는데, 지금까지도 한국 태권도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발차기로 꼽힌다.


그런데 사실 이 발차기는 '돌려차기'가 아니라 '후려차기'다. 두 발차기는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히 다른 기술이다. 회전이 안쪽으로 이뤄지면서 발등이나 앞축을 쓰는 건 '돌려차기', 바깥쪽으로 돌리면서 발바닥이나 뒤축을 쓰는 건 '후려차기'다. 국기원(www.kukkiwon.or.kr)이 정한 규정에 따른 명칭과 분류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오혜리 선수를 '만년 2인자'에서 세계 1위로 우뚝 세운 주요 공신, 일명 '전갈차기'는 어떨까? 오 선수의 주특기로 소개된 이 발차기는 '전갈이 꼬리를 세워 공격할 때와 비슷한 모습'이라고 해서 이 같은 별칭이 붙었는데, 거의 모든 언론에서 '내려찍기'로 소개했다.


하지만 '내려찍기'라는 태권도 기술은 없다. '내려차기'가 맞다.

그럼 '날라차기'가 맞을까, '날아차기'가 맞을까? 둘 다 틀리다. 아예 태권도 발차기에 없는 용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한 발을 먼저 차올린 후 공중에서 다른 발로 차는' 동작은 '나래차기'다.

'나래차기'와 비슷하지만, 몸을 뒤쪽으로 돌리며 뛰어 차는 '돌개차기'는 흔히 '뒤돌려차기'로 잘못 쓰이고있다.



    출처 : Samsung Sports

"그거나 그거나~", "뜻만 통하면 되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가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점에서 사정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해당 종목의 기원이 된 나라에서 쓰는 주요 용어를, 국제무대에서도 그대로 차용해 쓰기 때문이다.

실제로 "감점" "갈려(두 선수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떨어질 것을 명령하는 용어)" 등의 용어를 국제 심판들이 경기에서 우리말 그대로 쓰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같은 내용은 국제 경기에 적용되는 태권도의 규칙과 규정을 만드는 '세계태권도연맹(www.worldtaekwondofederation.net)'이 정한 것으로 <경기규칙 및 해설(2015)>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앞서도 살펴봤듯이,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조차 정확한 용어가 쓰이지 않다보니 해외에서는 더더욱 제멋대로인 상황이다. 비틀어 차거나 돌면서 차는 기술은 'spin kick' 'turn kick'같은 광범위한 표현으로 제각각 쓰고 있다.

국기원은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 2010년 '쉽고 간결하고 통일성있게' 다듬은 <태권도 기술용어집>을 새롭게 발표했다.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고 전세계에서 동일한 명칭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지만, 6년이 지난 지금도 올림픽 해설을 맡은 전문가나 언론에서조차 이를 제대로 알지 못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기원은 용어집 발간 이후 전파나 교육이 부족했던 점을 인정했다.

또 동작을 설명하는 삽화나 사진이 없어, 현재 글로만 이뤄진 용어집으로는 동작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것도 부족한 점으로 지적돼 왔다고 밝혔다. '얼굴막기' 등 일부 용어는 설명이 잘못됐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어, 내년에 다시 전체적인 보완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국기원은 설명했다.


'세계태권도연맹'측은 특히 국제대회에서 쓰는 기술용어를 정립하고 전파해야 할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당장 변화나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용어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 한 이유가 클 것이다.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는 분명 선수들의 경기 결과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분명한 경기 용어를 정립하고 전파하는 것 역시, 올림픽 주요종목의 종주국이 갖춰야 할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자료첨부]
☞ 태권도 기술용어집/국기원(2010)
☞ 경기규칙 및 해설/세계태권도연맹(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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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대성 K.O. ‘돌려차기’가 아니라고?
    • 입력 2016-08-23 12:11:32
    • 수정2016-08-23 15:29:41
    취재K
리우올림픽 태권도 종목에 출전한 5명의 태극전사들이 모두 값진 메달을 따내는(금 2개· 동 3개) 성과를 올렸지만, '경기가 지루하다'하는 평가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공격 동작인 발차기가 가격보다는 '터치패드에 갖다대기' 수준이어서 박진감이 없다는 비판이 대부분인데, 이와 비교해서 자주 거론되는 것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문대성 선수 경기다. 당시 남자 80㎏이상급 결승에 출전한 문 선수는 상대인 그리스 선수의 턱을 정확히 발로 가격해 KO시켰다. 당시 거의 모든 언론에서 이 KO승 순간을 톱으로 보도하며 수많은 기사들을 쏟아냈는데, 지금까지도 한국 태권도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발차기로 꼽힌다. 그런데 사실 이 발차기는 '돌려차기'가 아니라 '후려차기'다. 두 발차기는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히 다른 기술이다. 회전이 안쪽으로 이뤄지면서 발등이나 앞축을 쓰는 건 '돌려차기', 바깥쪽으로 돌리면서 발바닥이나 뒤축을 쓰는 건 '후려차기'다. 국기원(www.kukkiwon.or.kr)이 정한 규정에 따른 명칭과 분류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오혜리 선수를 '만년 2인자'에서 세계 1위로 우뚝 세운 주요 공신, 일명 '전갈차기'는 어떨까? 오 선수의 주특기로 소개된 이 발차기는 '전갈이 꼬리를 세워 공격할 때와 비슷한 모습'이라고 해서 이 같은 별칭이 붙었는데, 거의 모든 언론에서 '내려찍기'로 소개했다. 하지만 '내려찍기'라는 태권도 기술은 없다. '내려차기'가 맞다. 그럼 '날라차기'가 맞을까, '날아차기'가 맞을까? 둘 다 틀리다. 아예 태권도 발차기에 없는 용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한 발을 먼저 차올린 후 공중에서 다른 발로 차는' 동작은 '나래차기'다. '나래차기'와 비슷하지만, 몸을 뒤쪽으로 돌리며 뛰어 차는 '돌개차기'는 흔히 '뒤돌려차기'로 잘못 쓰이고있다.
    출처 : Samsung Sports "그거나 그거나~", "뜻만 통하면 되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가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점에서 사정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해당 종목의 기원이 된 나라에서 쓰는 주요 용어를, 국제무대에서도 그대로 차용해 쓰기 때문이다. 실제로 "감점" "갈려(두 선수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떨어질 것을 명령하는 용어)" 등의 용어를 국제 심판들이 경기에서 우리말 그대로 쓰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같은 내용은 국제 경기에 적용되는 태권도의 규칙과 규정을 만드는 '세계태권도연맹(www.worldtaekwondofederation.net)'이 정한 것으로 <경기규칙 및 해설(2015)>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앞서도 살펴봤듯이,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조차 정확한 용어가 쓰이지 않다보니 해외에서는 더더욱 제멋대로인 상황이다. 비틀어 차거나 돌면서 차는 기술은 'spin kick' 'turn kick'같은 광범위한 표현으로 제각각 쓰고 있다. 국기원은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 2010년 '쉽고 간결하고 통일성있게' 다듬은 <태권도 기술용어집>을 새롭게 발표했다.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고 전세계에서 동일한 명칭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지만, 6년이 지난 지금도 올림픽 해설을 맡은 전문가나 언론에서조차 이를 제대로 알지 못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기원은 용어집 발간 이후 전파나 교육이 부족했던 점을 인정했다. 또 동작을 설명하는 삽화나 사진이 없어, 현재 글로만 이뤄진 용어집으로는 동작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것도 부족한 점으로 지적돼 왔다고 밝혔다. '얼굴막기' 등 일부 용어는 설명이 잘못됐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어, 내년에 다시 전체적인 보완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국기원은 설명했다. '세계태권도연맹'측은 특히 국제대회에서 쓰는 기술용어를 정립하고 전파해야 할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당장 변화나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용어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 한 이유가 클 것이다.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는 분명 선수들의 경기 결과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분명한 경기 용어를 정립하고 전파하는 것 역시, 올림픽 주요종목의 종주국이 갖춰야 할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자료첨부] ☞ 태권도 기술용어집/국기원(2010) ☞ 경기규칙 및 해설/세계태권도연맹(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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