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4년 뒤엔 가라테와 경쟁…‘닭싸움’ 논란 계속되면?

입력 2016.08.25 (14:48) 수정 2016.08.2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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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우 올림픽 태권도에서 5개의 메달(금 2, 동 3)이 쏟아졌지만, 태권도인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경기가 지루하다'하는 평가가 유난히 많았기 때문이다.

■ 태권도, '닭싸움' 논란 왜 나왔나?

전자호구 시스템에 따라 선수들은 점수를 얻기 위해 호구만 맞추려는 전술로 일관했고, 화끈한 발차기 기술은 보기 어려웠다. 다리를 들고 얼굴을 가볍게 내려 찍으려는 시도가 이어졌고, 팬들 사이에선 '발 펜싱', '닭싸움', '제기차기'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결승전에서 문대성 선수의 멋진 발차기 K.O승 장면이 인터넷에서 회자된 것도 그런 아쉬움을 반영한다.

[연관기사] ☞ 문대성 K.O. ‘돌려차기’가 아니라고?

흥미 면에서 '박한' 평가를 받았던 태권도가 4년 뒤에는 더 큰 도전을 맞게 된다. 태권도의 라이벌 격인 가라테(공수도, 空手道)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첫 선을 보이기 때문이다.

가라테의 올림픽 입성을 위해 일본 체육계는 그동안 전방위적인 스포츠 외교 활동을 펼쳤다. 결국 지난 3일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가라테는 소프트볼, 서핑, 클라이밍, 스케이트보드와 함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가라테 등 5개 종목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한 지난 4일 열린 IOC 총회 모습. 사진= IOC 웹페이지 캡쳐가라테 등 5개 종목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한 지난 4일 열린 IOC 총회 모습. 사진= IOC 웹페이지 캡쳐

가라테는 일본에서 탄생한 무도로 약 8만명이 선수로 등록해 각종 경기를 치르고 있다.


가라테는 이미 태권도 못지 않은 수련 인구를 확보했다. 태권도가 204개국 1억명 정도가 수련하고 있는 데, 가라테도 이와 비슷한 규모의 수련 인구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0년부터 16년째 올림픽 정식종목인 태권도와 맞먹는 수준으로 세를 불린 것은 일본 체육계의 노력 덕이다.

가라테는 전통공수도(슨도메 룰)와 실전공수도(풀 컨택풀) 방식으로 나뉘는데 올림픽은 전자의 방식으로 치러진다. 실전공수는 직접 타격을 하지만, 전통공수도는 직접 타격은 하지 않는다.

국제가라테 협회는 올림픽에 대비해 게임 룰을 정비하고 여러가지 흥미 요소를 도입했다. 격투기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객관적인 승부 가리기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국제 공수도연맹 관계자는 "포인트제로 운영되면서 흥미가 반감된 태권도와 달리 가라테는 얼굴이나 몸통 공격 등 기술이 다양하고 격투기로서의 특성을 간직하고 있다"며 "태권도보다 주목을 더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라테는 도쿄올림픽에서 모두 8개의 메달이 걸려 있다. 선수가 1대1로 대전하는 '대련'에는 남녀 각각 금메달 3개씩 총 6개의 금메달이 주어진다. 찌르기, 발차기 등의 정확한 동작을 겨루는 '품새'에선 남녀 각각 1개씩 모두 2개의 금메달이 걸린다.

가라테의 올림픽 입성에 태권도인들이 긴장하는 이유는 태생적으로 두 종목이 유사한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 맨 몸으로 겨루는 격투기 종목 인 데다, 경기 방식도 비슷하다.

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반면, 가라테가 그동안 올림픽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가라테는 2012년 런던올림픽과 이번 리우 올림픽대회의 정식종목 후보로 올랐지만 태권도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최종 투표에서 좌절됐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리우올림픽 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리우올림픽 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라테가 올림픽 종목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오히려 태권도의 입지가 위험해질 수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투기 종목이 시대적 추세에 안 맞는다며 가급적 줄이려는 IOC 분위기를 감안하면 태권도가 정신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원 세계 태권도연맹(WTF)총재는 "가라테의 본고장인 도쿄 하늘에서 태권도와 가라테 경기가 동시에 있어서 서로 비교될 수밖에 없다. IOC위원들이 경기를 보는데 가라데 경기가 더 낫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된다.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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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 4년 뒤엔 가라테와 경쟁…‘닭싸움’ 논란 계속되면?
    • 입력 2016-08-25 14:48:41
    • 수정2016-08-25 15:17:55
    종합

이번 리우 올림픽 태권도에서 5개의 메달(금 2, 동 3)이 쏟아졌지만, 태권도인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경기가 지루하다'하는 평가가 유난히 많았기 때문이다.

■ 태권도, '닭싸움' 논란 왜 나왔나?

전자호구 시스템에 따라 선수들은 점수를 얻기 위해 호구만 맞추려는 전술로 일관했고, 화끈한 발차기 기술은 보기 어려웠다. 다리를 들고 얼굴을 가볍게 내려 찍으려는 시도가 이어졌고, 팬들 사이에선 '발 펜싱', '닭싸움', '제기차기'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결승전에서 문대성 선수의 멋진 발차기 K.O승 장면이 인터넷에서 회자된 것도 그런 아쉬움을 반영한다.

[연관기사] ☞ 문대성 K.O. ‘돌려차기’가 아니라고?

흥미 면에서 '박한' 평가를 받았던 태권도가 4년 뒤에는 더 큰 도전을 맞게 된다. 태권도의 라이벌 격인 가라테(공수도, 空手道)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첫 선을 보이기 때문이다.

가라테의 올림픽 입성을 위해 일본 체육계는 그동안 전방위적인 스포츠 외교 활동을 펼쳤다. 결국 지난 3일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가라테는 소프트볼, 서핑, 클라이밍, 스케이트보드와 함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가라테 등 5개 종목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한 지난 4일 열린 IOC 총회 모습. 사진= IOC 웹페이지 캡쳐
가라테는 일본에서 탄생한 무도로 약 8만명이 선수로 등록해 각종 경기를 치르고 있다.


가라테는 이미 태권도 못지 않은 수련 인구를 확보했다. 태권도가 204개국 1억명 정도가 수련하고 있는 데, 가라테도 이와 비슷한 규모의 수련 인구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0년부터 16년째 올림픽 정식종목인 태권도와 맞먹는 수준으로 세를 불린 것은 일본 체육계의 노력 덕이다.

가라테는 전통공수도(슨도메 룰)와 실전공수도(풀 컨택풀) 방식으로 나뉘는데 올림픽은 전자의 방식으로 치러진다. 실전공수는 직접 타격을 하지만, 전통공수도는 직접 타격은 하지 않는다.

국제가라테 협회는 올림픽에 대비해 게임 룰을 정비하고 여러가지 흥미 요소를 도입했다. 격투기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객관적인 승부 가리기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국제 공수도연맹 관계자는 "포인트제로 운영되면서 흥미가 반감된 태권도와 달리 가라테는 얼굴이나 몸통 공격 등 기술이 다양하고 격투기로서의 특성을 간직하고 있다"며 "태권도보다 주목을 더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라테는 도쿄올림픽에서 모두 8개의 메달이 걸려 있다. 선수가 1대1로 대전하는 '대련'에는 남녀 각각 금메달 3개씩 총 6개의 금메달이 주어진다. 찌르기, 발차기 등의 정확한 동작을 겨루는 '품새'에선 남녀 각각 1개씩 모두 2개의 금메달이 걸린다.

가라테의 올림픽 입성에 태권도인들이 긴장하는 이유는 태생적으로 두 종목이 유사한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 맨 몸으로 겨루는 격투기 종목 인 데다, 경기 방식도 비슷하다.

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반면, 가라테가 그동안 올림픽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가라테는 2012년 런던올림픽과 이번 리우 올림픽대회의 정식종목 후보로 올랐지만 태권도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최종 투표에서 좌절됐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리우올림픽 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라테가 올림픽 종목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오히려 태권도의 입지가 위험해질 수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투기 종목이 시대적 추세에 안 맞는다며 가급적 줄이려는 IOC 분위기를 감안하면 태권도가 정신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원 세계 태권도연맹(WTF)총재는 "가라테의 본고장인 도쿄 하늘에서 태권도와 가라테 경기가 동시에 있어서 서로 비교될 수밖에 없다. IOC위원들이 경기를 보는데 가라데 경기가 더 낫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된다.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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