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공장 등록까지 10개월…공단의 ‘갑질’ 현장

입력 2016.09.16 (13:13) 수정 2016.09.1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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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화공단 벤처단지경기도 시화공단 벤처단지

적법하게 절차를 밟아서 벤처단지에 입주한 벤처업체들이 정작 공장 등록을 하지 못해 10개월 동안이나 노심초사하고 있다. 하지만 인허가권을 가진 한국산업단지공단 측은 법대로 하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냐며 오히려 반문한다. 이러니 '갑질'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정부는 기회만 있으면 창조경제와 벤처 창업 활성화를 외치고 있지만, 민원인과 인허가기관의 눈높이 차이는 너무나 크다. 일선 현장에서 '규제 완화'는 여전히 딴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수도권 최대규모의 국가공단인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에는 최근 곳곳에 벤처단지들이 들어서고 있다. 2백여 곳이 이미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이후 벤처기업들은 공장 등록을 하지 못해 곤경에 빠져 있다.

벤처기업이 공장 등록을 못하면 여러가지 불이익이 생긴다. 자체 공장을 갖추고 직접 상품을 생산했다는 증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정부 입찰이나 과제에 참여하려고 할 때 불이익이 있거나 아예 참가 자체를 못하게 된다고 한다.

시화공단의 공장 등록 인허가권을 가진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어떤 입장일까? 벤처단지가 들어선 곳은 '산업시설구역'이 아니라 '지원시설구역'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공장이 들어설 수가 없다는 것이다.

벤처기업들을 '제조 벤처'와 '비제조 벤처'로 나누고, 이 가운데 물건을 만드는 제조벤처 이른바 '공장형 벤처'는 입주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공단 측의 입장이다. 따라서 공장등록을 해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제품을 만드는 '공장형 벤처기업'이 여기저기에 들어서면 소음이나 먼지가 발생해 민원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도 공단의 반대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취재팀이 입수한 입주 당시 문서취재팀이 입수한 입주 당시 문서

하지만 벤처기업들은 산업단지공단이 말을 바꿨다고 꼬집는다. 취재팀이 입수한 입주 당시 문서에는 '벤처육성 특별법'에 따라 공단의 지원구역 내 벤처집적시설에는 '예외적으로' 공장 등록이 허용된다고 돼 있다. 이 문서는 산업단지공단의 공장등록 담당 전임자가 1년 전에 스스로 만들어 직인까지 찍은 공식 문서이다.

시화공단에 있는 벤처기업들은 바로 이 문서를 그대로 믿고 입주한 것이다. 그런데 담당자가 바뀌면서 방침이 갑자기 달라지게 되면서 공장 등록을 못 하게 됐다는 이야기이다.

‘갑질’피해 호소하는 민원인‘갑질’피해 호소하는 민원인

벤처기업들과 벤처단지개발사가 여기저기 민원을 내고 언론사에 제보를 하기 시작하자 산업단지공단은 10개월 만에 공장 등록을 허가했다. 공단 측은 뒤늦게라도 허가를 해줬으니 이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느냐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동안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 특히 공장등록이 가능하다는 공문을 보고 땅을 사서 벤처단지를 건설해오던 업체 측에 대해 공단 측은 '이제 공장을 못 지으니 땅을 포기하라'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업체 측이 이미 지급한 수십억 원에 이르는 계약금은 돌려받기 어려울 텐데, 그 손실은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이 같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민원인은 인허가 당국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고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공장등록 방침과 관련해 공단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법 해석과 행정 절차상 미진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공단 측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부 감사를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 감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민원인들은 지켜보고 있다. 

[연관기사] ☞ [뉴스9] [현장추적] 벤처기업 육성은커녕 되레 ‘인허가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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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공장 등록까지 10개월…공단의 ‘갑질’ 현장
    • 입력 2016-09-16 13:13:53
    • 수정2016-09-16 13:17:19
    취재후·사건후
경기도 시화공단 벤처단지 적법하게 절차를 밟아서 벤처단지에 입주한 벤처업체들이 정작 공장 등록을 하지 못해 10개월 동안이나 노심초사하고 있다. 하지만 인허가권을 가진 한국산업단지공단 측은 법대로 하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냐며 오히려 반문한다. 이러니 '갑질'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정부는 기회만 있으면 창조경제와 벤처 창업 활성화를 외치고 있지만, 민원인과 인허가기관의 눈높이 차이는 너무나 크다. 일선 현장에서 '규제 완화'는 여전히 딴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수도권 최대규모의 국가공단인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에는 최근 곳곳에 벤처단지들이 들어서고 있다. 2백여 곳이 이미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이후 벤처기업들은 공장 등록을 하지 못해 곤경에 빠져 있다. 벤처기업이 공장 등록을 못하면 여러가지 불이익이 생긴다. 자체 공장을 갖추고 직접 상품을 생산했다는 증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정부 입찰이나 과제에 참여하려고 할 때 불이익이 있거나 아예 참가 자체를 못하게 된다고 한다. 시화공단의 공장 등록 인허가권을 가진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어떤 입장일까? 벤처단지가 들어선 곳은 '산업시설구역'이 아니라 '지원시설구역'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공장이 들어설 수가 없다는 것이다. 벤처기업들을 '제조 벤처'와 '비제조 벤처'로 나누고, 이 가운데 물건을 만드는 제조벤처 이른바 '공장형 벤처'는 입주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공단 측의 입장이다. 따라서 공장등록을 해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제품을 만드는 '공장형 벤처기업'이 여기저기에 들어서면 소음이나 먼지가 발생해 민원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도 공단의 반대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취재팀이 입수한 입주 당시 문서 하지만 벤처기업들은 산업단지공단이 말을 바꿨다고 꼬집는다. 취재팀이 입수한 입주 당시 문서에는 '벤처육성 특별법'에 따라 공단의 지원구역 내 벤처집적시설에는 '예외적으로' 공장 등록이 허용된다고 돼 있다. 이 문서는 산업단지공단의 공장등록 담당 전임자가 1년 전에 스스로 만들어 직인까지 찍은 공식 문서이다. 시화공단에 있는 벤처기업들은 바로 이 문서를 그대로 믿고 입주한 것이다. 그런데 담당자가 바뀌면서 방침이 갑자기 달라지게 되면서 공장 등록을 못 하게 됐다는 이야기이다. ‘갑질’피해 호소하는 민원인 벤처기업들과 벤처단지개발사가 여기저기 민원을 내고 언론사에 제보를 하기 시작하자 산업단지공단은 10개월 만에 공장 등록을 허가했다. 공단 측은 뒤늦게라도 허가를 해줬으니 이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느냐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동안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 특히 공장등록이 가능하다는 공문을 보고 땅을 사서 벤처단지를 건설해오던 업체 측에 대해 공단 측은 '이제 공장을 못 지으니 땅을 포기하라'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업체 측이 이미 지급한 수십억 원에 이르는 계약금은 돌려받기 어려울 텐데, 그 손실은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이 같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민원인은 인허가 당국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고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공장등록 방침과 관련해 공단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법 해석과 행정 절차상 미진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공단 측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부 감사를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 감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민원인들은 지켜보고 있다.  [연관기사] ☞ [뉴스9] [현장추적] 벤처기업 육성은커녕 되레 ‘인허가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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