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한 조사, 심각한 훼손 우려”…그래도 케이블카?

입력 2016.09.20 (17:34) 수정 2016.09.2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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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가 적정하게 이뤄지지 않았음'

'생태 현황 파악이 매우 미흡함'
'자료 제시가 미흡함'
'식물보호대책을 재검토해야 함'
'서식지 훼손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됨'

양양군청이 제출한 설악산 케이블카의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하 연구원)의 검토 의견입니다. 한마디로 "심각하게 부실하다"는 겁니다. 당연히 이런 환경영향평가서를 근거로 한 케이블카 설치는 부적절하다는 견해가 검토서 곳곳에서 비칩니다. 대체 환경영향평가서의 어떤 점이 잘못됐다는 걸까요?

첫 번째로 지적되는 점은 부실한 조사입니다. 특히 설악산의 대표적 멸종위기종인 산양에 대한 조사가 '충분하고 적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케이블카 예정지에서 포착된 산양케이블카 예정지에서 포착된 산양

산양의 경우 4~5월에 태어나서 6월이면 어미가 어린 산양을 함께 데리고 다니며 포육합니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서는 12월~4월까지만 조사했을 뿐입니다. 출산과 포육이 집중된 시기인 5, 6월의 조사는 아예 없습니다. 이 때문에 연구원은 환경영향평가서가 '산양의 분포, 주요 이동로, 계절별 이동로 및 이동 패턴 등 산양 관련 생태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에는 매우 미흡'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덧붙여 '충분한 시간적(계절적) 조사와 정밀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본적으로 1년간의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거지요.

파란 점이 산양 흔적 관찰 지점. 상부 정류장 부근에 흔적이 밀집돼 있다.파란 점이 산양 흔적 관찰 지점. 상부 정류장 부근에 흔적이 밀집돼 있다.

연구원은 산양을 조사하기 위한 무인 카메라 설치도 부실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인카메라 70대 대부분이 지주와 삭도노선에 편중돼 직접영향권(반경 500m)과 간접영향권(반경 1km)에는 불과 15대만 설치됐다는 겁니다. 특히 산양의 이동로 보전에 핵심 지역인 상부 정류장 지역에 단 9대의 무인카메라만 설치된 것은 적정한 조사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담비담비

다른 멸종위기종에 대한 조사 역시 문제였습니다. 연구원은 담비의 경우 낮에 이동하는 습성이 있는 만큼 케이블카와 탐방객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담비의 분포와 행동영역에 대한 보다 면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하늘다람쥐의 경우도 봄철 단 4차례에 시행된 조사밖에 없다며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연구원은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역이 아고산 지대로 희귀 식물이 많은 만큼 여기에 대한 보호 대책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환경영향평가서가 희귀식물 6종(국화방망이, 백작약, 나도옥잠화, 연영초, 만병초, 참배암차즈기)에 대해 이식 계획을 제시했지만 '그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이식 후 생존 및 생육을 담보할 수 있는 계획으로 보기 어렵다'고 명시했습니다. 더구나 이식보다는 현지 보존이 우선시돼야 하는데도 '훼손 최소화를 확인할 수 있는 대안 비교 등의 자료 제시가 미흡'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케이블카 상류 정류장 설치 예정지케이블카 상류 정류장 설치 예정지

훼손이 예상되는 수목량에 있어서도 '자연환경영향검토서'에서는 352주로 제시했다가 '환경영향평가서'에서 603주로 추정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식생 훼손 정도를 '자연환경영향검토서' 수준으로 줄일 수 있도록 훼손수목량의 적정성을 재검토하라는 겁니다.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연구원은 상부 정류장의 경우 서식지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른 건축물도 대안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의 추진 방식 이외에 다른 방식도 다양하게 검토하라는 겁니다.

연평균 기온이 5도 이하인 설악산 아고산대. 상록침엽수림대로 식물학적으로 보전가치가 높다.연평균 기온이 5도 이하인 설악산 아고산대. 상록침엽수림대로 식물학적으로 보전가치가 높다.

국책기관인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에 이렇게 꼼꼼하게 비판적으로 지적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연구원이 제출한 검토의견서 뒷부분을 보면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연구원은 설악산이 1982년 유네스코에 의해 우리나라 최초로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설정됐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 2005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의해 '경관보호구역'에서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점도 언급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이런 평가는 '설악산이 경관적으로 온전성이 보전되어야 함과 동시에 생태적 온전성을 유지시켜야 하는 근본적인 내재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더구나 설악산 정상부는 '백두대간의 마루금의 일부로서 한반도 자연환경의 핵심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입니다. 연구원은 특히 '설악산 해발고도 1,500m 이상 지역은 희귀성이란 측면에서 근본적이고 무한한 내적 가치를 가지고 있어 높은 보존적 당위성을 지닌다'고 평가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연구원은 케이블카 예정지가 '전 국토의 1.5%에 불과한 공원자연보존지구에 속하는 지역으로 환경영향을 고려할 때 원형보존이 우선시 되어야 할 공간역'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연구원의 이번 검토의견서를 비롯해 다른 전문기관과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한 뒤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협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는 의견서에서 지적된 내용 등이 환경영향평가서에서 보완되도록 양양군청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연구원이 지적한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인 '계절적 조사'를 보완할 경우 적어도 5월부터 11월까지 추가 조사가 필요합니다. 내년 1년은 더 조사가 필요한 거죠.

자연은 한번 훼손되면 다시 원형을 회복할 수 없습니다. 수천, 수만 년 동안 우리 생태계의 중심에 있었던 설악산, 그 원형을 훼손하기에 1년, 2년의 조사는 여전히 부족해 보입니다.

[연관기사] ☞ ‘산양 핵심 서식지 관통’… 그래도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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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0 17:34:31
    • 수정2016-09-20 17:42:26
    취재K
'조사가 적정하게 이뤄지지 않았음' '생태 현황 파악이 매우 미흡함' '자료 제시가 미흡함' '식물보호대책을 재검토해야 함' '서식지 훼손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됨' 양양군청이 제출한 설악산 케이블카의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하 연구원)의 검토 의견입니다. 한마디로 "심각하게 부실하다"는 겁니다. 당연히 이런 환경영향평가서를 근거로 한 케이블카 설치는 부적절하다는 견해가 검토서 곳곳에서 비칩니다. 대체 환경영향평가서의 어떤 점이 잘못됐다는 걸까요? 첫 번째로 지적되는 점은 부실한 조사입니다. 특히 설악산의 대표적 멸종위기종인 산양에 대한 조사가 '충분하고 적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케이블카 예정지에서 포착된 산양 산양의 경우 4~5월에 태어나서 6월이면 어미가 어린 산양을 함께 데리고 다니며 포육합니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서는 12월~4월까지만 조사했을 뿐입니다. 출산과 포육이 집중된 시기인 5, 6월의 조사는 아예 없습니다. 이 때문에 연구원은 환경영향평가서가 '산양의 분포, 주요 이동로, 계절별 이동로 및 이동 패턴 등 산양 관련 생태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에는 매우 미흡'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덧붙여 '충분한 시간적(계절적) 조사와 정밀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본적으로 1년간의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거지요. 파란 점이 산양 흔적 관찰 지점. 상부 정류장 부근에 흔적이 밀집돼 있다. 연구원은 산양을 조사하기 위한 무인 카메라 설치도 부실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인카메라 70대 대부분이 지주와 삭도노선에 편중돼 직접영향권(반경 500m)과 간접영향권(반경 1km)에는 불과 15대만 설치됐다는 겁니다. 특히 산양의 이동로 보전에 핵심 지역인 상부 정류장 지역에 단 9대의 무인카메라만 설치된 것은 적정한 조사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담비 다른 멸종위기종에 대한 조사 역시 문제였습니다. 연구원은 담비의 경우 낮에 이동하는 습성이 있는 만큼 케이블카와 탐방객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담비의 분포와 행동영역에 대한 보다 면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하늘다람쥐의 경우도 봄철 단 4차례에 시행된 조사밖에 없다며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연구원은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역이 아고산 지대로 희귀 식물이 많은 만큼 여기에 대한 보호 대책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환경영향평가서가 희귀식물 6종(국화방망이, 백작약, 나도옥잠화, 연영초, 만병초, 참배암차즈기)에 대해 이식 계획을 제시했지만 '그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이식 후 생존 및 생육을 담보할 수 있는 계획으로 보기 어렵다'고 명시했습니다. 더구나 이식보다는 현지 보존이 우선시돼야 하는데도 '훼손 최소화를 확인할 수 있는 대안 비교 등의 자료 제시가 미흡'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케이블카 상류 정류장 설치 예정지 훼손이 예상되는 수목량에 있어서도 '자연환경영향검토서'에서는 352주로 제시했다가 '환경영향평가서'에서 603주로 추정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식생 훼손 정도를 '자연환경영향검토서' 수준으로 줄일 수 있도록 훼손수목량의 적정성을 재검토하라는 겁니다.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연구원은 상부 정류장의 경우 서식지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른 건축물도 대안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의 추진 방식 이외에 다른 방식도 다양하게 검토하라는 겁니다. 연평균 기온이 5도 이하인 설악산 아고산대. 상록침엽수림대로 식물학적으로 보전가치가 높다. 국책기관인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에 이렇게 꼼꼼하게 비판적으로 지적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연구원이 제출한 검토의견서 뒷부분을 보면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연구원은 설악산이 1982년 유네스코에 의해 우리나라 최초로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설정됐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 2005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의해 '경관보호구역'에서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점도 언급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이런 평가는 '설악산이 경관적으로 온전성이 보전되어야 함과 동시에 생태적 온전성을 유지시켜야 하는 근본적인 내재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더구나 설악산 정상부는 '백두대간의 마루금의 일부로서 한반도 자연환경의 핵심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입니다. 연구원은 특히 '설악산 해발고도 1,500m 이상 지역은 희귀성이란 측면에서 근본적이고 무한한 내적 가치를 가지고 있어 높은 보존적 당위성을 지닌다'고 평가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연구원은 케이블카 예정지가 '전 국토의 1.5%에 불과한 공원자연보존지구에 속하는 지역으로 환경영향을 고려할 때 원형보존이 우선시 되어야 할 공간역'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연구원의 이번 검토의견서를 비롯해 다른 전문기관과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한 뒤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협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는 의견서에서 지적된 내용 등이 환경영향평가서에서 보완되도록 양양군청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연구원이 지적한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인 '계절적 조사'를 보완할 경우 적어도 5월부터 11월까지 추가 조사가 필요합니다. 내년 1년은 더 조사가 필요한 거죠. 자연은 한번 훼손되면 다시 원형을 회복할 수 없습니다. 수천, 수만 년 동안 우리 생태계의 중심에 있었던 설악산, 그 원형을 훼손하기에 1년, 2년의 조사는 여전히 부족해 보입니다. [연관기사] ☞ ‘산양 핵심 서식지 관통’… 그래도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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