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특강] 인간은 왜 이렇게 불완전한 존재일까?

입력 2016.09.21 (08:45) 수정 2016.09.2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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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서 알파고가 승리하면서 큰 충격을 주었죠.

인간과 컴퓨터 간의 게임에서 인간이 지기 시작한 것은 이미 1997년의 일이었습니다.

IBM의 딥블루라는 컴퓨터는 세계 체스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를 막판에 외통수로 이겨버렸죠.

IBM 관계자나 컴퓨터 과학자들에게는 환호성을 지를 만한 기쁜 일이었지만, 이를 지켜보는 인류에게는 씁쓸하기 이를 데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인간은 왜 이렇게 불완전한 존재일까? 컴퓨터는 점점 더 정밀하고 정확해지는데...

과연 그럴까요?

오늘 <아침에 특강>에서는 인간과 컴퓨터의 능력이 어떻게 다른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인간과 컴퓨터는 목적 자체가 다른 지능체계를 가졌습니다. 컴퓨터가 인간보다 뛰어나서 인간이 범하는 오류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저지르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다는 설명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컴퓨터의 목적은 바로 연산과 저장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지닌 지적 시스템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대생인 지영은 친구 진희와 자신이 어제 소개팅을 한 남학생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어제 소개팅 한 남자 어땠어?” 이 질문에 지영은 “응 키는 176센치미터, 얼굴에 작은 점 3개 정도 있었고 피부는 약간 검더라. 신발은 검은색 구두를 신었어” 진희는 짜증을 냅니다. “아니 내 말은 그래서 그 사람 어땠냐고”

진희가 짜증냈던 이유 이해하실 겁니다.

컴퓨터는 어떤 대상을 있는그대로 저장하고 복원한다면, 인간은 그 대상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기억이라는 그릇에 담습니다. 그러니 인간이 문언가를 기억해 낸다는 것은 무언가에 대한 ‘ 나의 이해’를 끄집어내는 것이죠.

한번, 실험을 살펴볼까요?

이와 같은 단어들을 하나씩 차례로 2-3초 간 보여줍니다. 모든 단어를 보여 준 직후에는 517에서 13씩 계속 빼기와 같은 과제를 냅니다. 504, 491, 478... 과 같이 계속해서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다음에 사람들에게 자신이 본 단어를 가능한 한 많이 써보라고 합니다.

국내외에서 다양한 계층을 상대로 실험해 본 결과 최소 50%, 많게는 80%의 사람이 ‘창문’을 기억해 냈다고 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요? 창문이라는 단어는 보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구성요소들을 결합한 단어인 창문을 떠올리게 된 것입니다. 이런 과정이 우리 인간의 기억인 겁니다.

이왕 컴퓨터와 인간의 차이점에 대해 말하고 있으니 한 가지만 더 말해보죠.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수도 이름을 아시나요”라고 물으면 대부분은 “네”라고 대답할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엔 어떨까요? “과테말라에서 일곱 번째로 큰 도시의 이름을 아시나요?”

아마도 “아니요” 라는 대답이 매우 빠르게 나올 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두뇌가 지닌 특별한 능력이며 최소한 현재까지 컴퓨터에 없는 기능입니다.

컴퓨터에 파일이 없다면 상당한 시간을 소모하면서 하드디스크까지 검색해 본 후에야 “그런 파일은 찾지 못했습니다.”와 같은 메시지를 보여주겠죠.

이것을 심리학 용어로 메타인지라고 하는데요. 쉽게 말해 무엇을 배우거나 실행할 때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이렇게 몇 가지만 생각해봐도 인간의 생각은 매우 복잡하고 여러 가지 기능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더욱 중요한 점은 이러한 기능들이 서로 복잡하고도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생각을 이해하려면 우선 차분하고 진득한 마음으로 공부해야만 합니다.

단편적으로 이럴 땐 이렇게 하라는 식의 자기계발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자신에 대한 불만이 있고,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면 진득하게 자신을 탐구하십시오.

지금까지 <아침에 특강- 심리학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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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1 08:47:44
    • 수정2016-09-21 09: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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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서 알파고가 승리하면서 큰 충격을 주었죠.

인간과 컴퓨터 간의 게임에서 인간이 지기 시작한 것은 이미 1997년의 일이었습니다.

IBM의 딥블루라는 컴퓨터는 세계 체스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를 막판에 외통수로 이겨버렸죠.

IBM 관계자나 컴퓨터 과학자들에게는 환호성을 지를 만한 기쁜 일이었지만, 이를 지켜보는 인류에게는 씁쓸하기 이를 데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인간은 왜 이렇게 불완전한 존재일까? 컴퓨터는 점점 더 정밀하고 정확해지는데...

과연 그럴까요?

오늘 <아침에 특강>에서는 인간과 컴퓨터의 능력이 어떻게 다른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인간과 컴퓨터는 목적 자체가 다른 지능체계를 가졌습니다. 컴퓨터가 인간보다 뛰어나서 인간이 범하는 오류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저지르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다는 설명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컴퓨터의 목적은 바로 연산과 저장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지닌 지적 시스템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대생인 지영은 친구 진희와 자신이 어제 소개팅을 한 남학생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어제 소개팅 한 남자 어땠어?” 이 질문에 지영은 “응 키는 176센치미터, 얼굴에 작은 점 3개 정도 있었고 피부는 약간 검더라. 신발은 검은색 구두를 신었어” 진희는 짜증을 냅니다. “아니 내 말은 그래서 그 사람 어땠냐고”

진희가 짜증냈던 이유 이해하실 겁니다.

컴퓨터는 어떤 대상을 있는그대로 저장하고 복원한다면, 인간은 그 대상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기억이라는 그릇에 담습니다. 그러니 인간이 문언가를 기억해 낸다는 것은 무언가에 대한 ‘ 나의 이해’를 끄집어내는 것이죠.

한번, 실험을 살펴볼까요?

이와 같은 단어들을 하나씩 차례로 2-3초 간 보여줍니다. 모든 단어를 보여 준 직후에는 517에서 13씩 계속 빼기와 같은 과제를 냅니다. 504, 491, 478... 과 같이 계속해서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다음에 사람들에게 자신이 본 단어를 가능한 한 많이 써보라고 합니다.

국내외에서 다양한 계층을 상대로 실험해 본 결과 최소 50%, 많게는 80%의 사람이 ‘창문’을 기억해 냈다고 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요? 창문이라는 단어는 보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구성요소들을 결합한 단어인 창문을 떠올리게 된 것입니다. 이런 과정이 우리 인간의 기억인 겁니다.

이왕 컴퓨터와 인간의 차이점에 대해 말하고 있으니 한 가지만 더 말해보죠.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수도 이름을 아시나요”라고 물으면 대부분은 “네”라고 대답할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엔 어떨까요? “과테말라에서 일곱 번째로 큰 도시의 이름을 아시나요?”

아마도 “아니요” 라는 대답이 매우 빠르게 나올 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두뇌가 지닌 특별한 능력이며 최소한 현재까지 컴퓨터에 없는 기능입니다.

컴퓨터에 파일이 없다면 상당한 시간을 소모하면서 하드디스크까지 검색해 본 후에야 “그런 파일은 찾지 못했습니다.”와 같은 메시지를 보여주겠죠.

이것을 심리학 용어로 메타인지라고 하는데요. 쉽게 말해 무엇을 배우거나 실행할 때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이렇게 몇 가지만 생각해봐도 인간의 생각은 매우 복잡하고 여러 가지 기능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더욱 중요한 점은 이러한 기능들이 서로 복잡하고도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생각을 이해하려면 우선 차분하고 진득한 마음으로 공부해야만 합니다.

단편적으로 이럴 땐 이렇게 하라는 식의 자기계발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자신에 대한 불만이 있고,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면 진득하게 자신을 탐구하십시오.

지금까지 <아침에 특강- 심리학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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