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결혼? 이 사람아 문제는 연애야!

입력 2016.09.2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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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혼활(婚活)이라는 말이 있다. 결혼의 혼(婚)과 활동의 활(活)을 합친 단어로 한마디로 말하면 결혼을 하기 위해 선도 보고, 미팅도 하고 하는 일련의 행위들을 일컫는다 생각하면 되겠다.

결혼하기 위한 활동을 왜 단어로까지 만들었을까? 그건 역설적으로 일본 사회에서의 결혼 연령이 점점 늦어지고 혼인율이 떨어지면서, 만혼이 노동력 감소와 인구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결혼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는 '혼활추진의원연맹'이 생기고, 정부에서는 매년 3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책정해 결혼 장려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나라가 '출생률 높이기'를 중심으로 정책을 편다면, 일본은 결혼이라는 그 이전 단계에도 신경을 쓴다고 보면 될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에서는 이제 구청에서 주선해 수백 명이 단체 미팅을 한다는 이야기가 크게 뉴스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 결혼에 맞춘 정책이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결혼을 하게 하려고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지만, 일본 청춘들이 아예 연애 경험이 없어 자리를 만들어도 도통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메이지대 야스다 생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조사결과 20대 남성의 53%, 여성의 34%가 한 번도 연애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30대를 봐도 남성 38%, 여성 25%가 연애 경험이 없었다.

문제는 이런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것. 3년 전인 2013년 조사에서는 연애 경험이 없다고 답한 20대 남성이 30.2%에 불과했는데, 20%p 넘게 비율이 급증했다. 20대 여성의 경우도 3년 만에 연애 무경험 비율이 27.9%에서 34%로 늘어났다. 30대도 연애 무경험 비율이 늘어나긴 마찬가지.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걸 가장 알 수가 없어요"라고 말한다면, 아무리 선을 봐도 결혼까지 골인은 난망. 결혼이 문제가 아니라 연애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올만하다.

틈새시장일까? 그래서 최근 생겨난 것이 이른바 연애학교. 반년 수업에 300만 원을 내야 하지만 이미 300명 정도가 수강했다는 곳이 있을 정도로 성업이다. 강좌를 통해 대화법, 데이트 장소 등등 기본적인 것을 가르치고, 직접 미팅을 주선해 전문강사가 동석한 뒤 중간중간에 코치를 해주며 남녀를 이어준다.

참가자들은 "돈은 전혀 아깝지 않다"는 반응이다. 잠재된 수요를 이끌어냈다고나 할까?

낮은 출생률 면에서는 단연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수준을 자랑하고 있는 우리나라. 이미 3포 세대라 하여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단편적인 출산율 높이기 정책을 벗어나 좀 다층적이고 다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필요하면 연애를 가르치고 보조해서라도 말이다.

[연관기사] ☞ [뉴스광장] 결혼은 커녕 연애도 못하는 日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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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결혼? 이 사람아 문제는 연애야!
    • 입력 2016-09-22 14:21:34
    취재후·사건후
일본에는 혼활(婚活)이라는 말이 있다. 결혼의 혼(婚)과 활동의 활(活)을 합친 단어로 한마디로 말하면 결혼을 하기 위해 선도 보고, 미팅도 하고 하는 일련의 행위들을 일컫는다 생각하면 되겠다.

결혼하기 위한 활동을 왜 단어로까지 만들었을까? 그건 역설적으로 일본 사회에서의 결혼 연령이 점점 늦어지고 혼인율이 떨어지면서, 만혼이 노동력 감소와 인구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결혼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는 '혼활추진의원연맹'이 생기고, 정부에서는 매년 3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책정해 결혼 장려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나라가 '출생률 높이기'를 중심으로 정책을 편다면, 일본은 결혼이라는 그 이전 단계에도 신경을 쓴다고 보면 될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에서는 이제 구청에서 주선해 수백 명이 단체 미팅을 한다는 이야기가 크게 뉴스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 결혼에 맞춘 정책이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결혼을 하게 하려고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지만, 일본 청춘들이 아예 연애 경험이 없어 자리를 만들어도 도통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메이지대 야스다 생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조사결과 20대 남성의 53%, 여성의 34%가 한 번도 연애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30대를 봐도 남성 38%, 여성 25%가 연애 경험이 없었다.

문제는 이런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것. 3년 전인 2013년 조사에서는 연애 경험이 없다고 답한 20대 남성이 30.2%에 불과했는데, 20%p 넘게 비율이 급증했다. 20대 여성의 경우도 3년 만에 연애 무경험 비율이 27.9%에서 34%로 늘어났다. 30대도 연애 무경험 비율이 늘어나긴 마찬가지.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걸 가장 알 수가 없어요"라고 말한다면, 아무리 선을 봐도 결혼까지 골인은 난망. 결혼이 문제가 아니라 연애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올만하다.

틈새시장일까? 그래서 최근 생겨난 것이 이른바 연애학교. 반년 수업에 300만 원을 내야 하지만 이미 300명 정도가 수강했다는 곳이 있을 정도로 성업이다. 강좌를 통해 대화법, 데이트 장소 등등 기본적인 것을 가르치고, 직접 미팅을 주선해 전문강사가 동석한 뒤 중간중간에 코치를 해주며 남녀를 이어준다.

참가자들은 "돈은 전혀 아깝지 않다"는 반응이다. 잠재된 수요를 이끌어냈다고나 할까?

낮은 출생률 면에서는 단연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수준을 자랑하고 있는 우리나라. 이미 3포 세대라 하여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단편적인 출산율 높이기 정책을 벗어나 좀 다층적이고 다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필요하면 연애를 가르치고 보조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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