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지구온난화 충격, 잔지바르를 강타하다!

입력 2016.09.26 (14:26) 수정 2016.09.2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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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치(閾値)는 "외부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는 최소한의 자극"이다. 환경 변화는 일정 수준을 넘기 전까지는 감각으로 알아채기 어렵다. 생물이 둔해서라기보다는, 역치를 넘어서는 순간에야 예상치 못했던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최소 자극'을 넘어서는 순간부터는 상황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역치는 때때로 생존의 문제가 된다.

'역치의 충격', 지구온난화 잔지바르 강타

잔지바르 섬 어민이 썰물 때를 이용해 해초를 수확하고 있다. 잔지바르 섬 어민이 썰물 때를 이용해 해초를 수확하고 있다.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잔지바르 섬 어촌 주민들은 이 '역치의 충격'을 온몸으로 겪고 있다. 잔지바르는 아프리카 내 최대 해초 생산지다. 해초는 이 섬 어촌 주민 80% 이상의 생계유지 수단이기도 하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 해초의 수확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지난 50년간 잔지바르 섬 주변의 바닷물 온도는 평균 0.78℃ 올랐다. '50년간 0.78℃'는 자칫 대수롭지 않은 변화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더딘 변화'는 올해 드디어 역치를 넘어서 환경뿐 아니라 경제적인 충격까지 초래했다.

탄자니아 농림수산부가 파악한 잔지바르 섬 해초 수확량은 2014년 1만 4,000톤, 2015년 1만 6,000톤으로 그동안 꾸준히 규모가 늘어왔다. 하지만 온난화의 타격이 본격화된 올해는 생산량이 8,000톤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섬 주변 한낮의 해수면 온도는 31℃까지 올라간다. 해초가 성장하는 데 최적 조건은 25℃다. 수온이 30℃를 넘으면 '바다의 사막화'로 불리는 백화(白化) 현상이 촉진된다. 해초를 비롯해 산호 등 수생 식물의 생존이 어려워진다. 양식 기술이 없어 주로 썰물 때 연안에 자라난 해초를 채집해 온 어촌 주민들에게 수온 상승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해초 품질에도 타격..수입 1년 새 1/4로 떨어져

 뜨거운 바닷물 온도 때문에 해초 곳곳이 손상됐다. 뜨거운 바닷물 온도 때문에 해초 곳곳이 손상됐다.

잔지바르 어촌 주민 살라마 알리(Salama Ali·46·여) 씨는 13년째 해초 채집으로 생계를 잇고 있다. 해초를 팔아 번 돈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아이 5명을 학교에 보냈다. 고됐지만 안정적으로 유지됐던 삶이 올해 들어서는 완전히 파괴됐다. 알리 씨는 "유일한 돈벌이였던 해초 수확량이 줄어 당황스럽다.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한다.

그나마 수확한 해초들까지 끝 부분이 녹아내리는 등 품질 역시 타격을 입었다. 잔지바르 자치정부 수산국은 올해 해초 가격이 1kg당 370 탄자니아 실링, 한화로 200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해 가격과 비교해 38% 떨어진 수치다.

해초는 식용·의약품·화장품 등 용도가 다양해 잔지바르의 대표 수출품이었지만, 최근에는 그 길도 막혔다. 수확량과 값이 각각 절반씩 떨어진 탓에 실제 어촌 주민의 수입은 지난해와 비교해 1/4로 급감했다.

탄자니아 정부는 해초 녹아내림 현상이 온난화로 인한 질병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기초 자료가 부족해 원인을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잔지바르 섬 온난화 문제, 대책 있나?

 KBS와 잔지바르 어촌 주민들이 해초 수확량 급감 현상을 두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KBS와 잔지바르 어촌 주민들이 해초 수확량 급감 현상을 두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해초는 관광, 향신료에 이은 잔지바르 섬의 대표 산업이다. 지난해 해초 수출로 거둬들인 수익은 90억 탄자니아 실링(한화 약 50억 원)이다. 2만 4,000가구가 해초에 의존해 생계를 꾸리고 있다.

영국의 개발도상국 원조 기관인 UK AID는 2012년 잔지바르 섬 기후 보고서에서 섬 기온이 2050년까지 최고 2℃, 2100년에는 최고 4℃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해초 수확량이 미래에는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는 탄자니아 정부 차원의 주민 지원 대책은 현재 마련되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열대 지역에서나 발견되던 해초 서식지가 늘었다는 소식이 종종 기사화되고 있다. 잔지바르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바다도 식생 변화를 빠르게 겪고 있는 셈이다.

여름철 무더위를 제외하면 아직 개개인에게 지구온난화는 와 닿지 않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온난화가 역치를 넘어 환경을 급변시킨 뒤에는 돌이킬 수가 없다. 기업과 개인이 화석연료 사용을 꾸준히 줄여나가야 하는 이유다.

미래에 벌어질 온난화 충격을 막기 위해 미국·일본을 비롯한 60개국은 2015년 12월 파리기후협약을 맺었다.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해 지구의 평균 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는 계획이다.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었던 1997년 교토의정서와 달리 파리협정은 개발도상국까지 의무를 지키도록 명시했다. 지구 생태계 전체를 파괴할 자극까지 다다르지 않도록, 전 세계가 파리협약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

[연관기사] ☞ [뉴스광장] 온난화 잔지바르 강타…해초 수확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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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지구온난화 충격, 잔지바르를 강타하다!
    • 입력 2016-09-26 14:26:34
    • 수정2016-09-26 14:27:16
    취재후·사건후
역치(閾値)는 "외부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는 최소한의 자극"이다. 환경 변화는 일정 수준을 넘기 전까지는 감각으로 알아채기 어렵다. 생물이 둔해서라기보다는, 역치를 넘어서는 순간에야 예상치 못했던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최소 자극'을 넘어서는 순간부터는 상황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역치는 때때로 생존의 문제가 된다. '역치의 충격', 지구온난화 잔지바르 강타 잔지바르 섬 어민이 썰물 때를 이용해 해초를 수확하고 있다.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잔지바르 섬 어촌 주민들은 이 '역치의 충격'을 온몸으로 겪고 있다. 잔지바르는 아프리카 내 최대 해초 생산지다. 해초는 이 섬 어촌 주민 80% 이상의 생계유지 수단이기도 하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 해초의 수확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지난 50년간 잔지바르 섬 주변의 바닷물 온도는 평균 0.78℃ 올랐다. '50년간 0.78℃'는 자칫 대수롭지 않은 변화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더딘 변화'는 올해 드디어 역치를 넘어서 환경뿐 아니라 경제적인 충격까지 초래했다. 탄자니아 농림수산부가 파악한 잔지바르 섬 해초 수확량은 2014년 1만 4,000톤, 2015년 1만 6,000톤으로 그동안 꾸준히 규모가 늘어왔다. 하지만 온난화의 타격이 본격화된 올해는 생산량이 8,000톤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섬 주변 한낮의 해수면 온도는 31℃까지 올라간다. 해초가 성장하는 데 최적 조건은 25℃다. 수온이 30℃를 넘으면 '바다의 사막화'로 불리는 백화(白化) 현상이 촉진된다. 해초를 비롯해 산호 등 수생 식물의 생존이 어려워진다. 양식 기술이 없어 주로 썰물 때 연안에 자라난 해초를 채집해 온 어촌 주민들에게 수온 상승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해초 품질에도 타격..수입 1년 새 1/4로 떨어져  뜨거운 바닷물 온도 때문에 해초 곳곳이 손상됐다. 잔지바르 어촌 주민 살라마 알리(Salama Ali·46·여) 씨는 13년째 해초 채집으로 생계를 잇고 있다. 해초를 팔아 번 돈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아이 5명을 학교에 보냈다. 고됐지만 안정적으로 유지됐던 삶이 올해 들어서는 완전히 파괴됐다. 알리 씨는 "유일한 돈벌이였던 해초 수확량이 줄어 당황스럽다.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한다. 그나마 수확한 해초들까지 끝 부분이 녹아내리는 등 품질 역시 타격을 입었다. 잔지바르 자치정부 수산국은 올해 해초 가격이 1kg당 370 탄자니아 실링, 한화로 200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해 가격과 비교해 38% 떨어진 수치다. 해초는 식용·의약품·화장품 등 용도가 다양해 잔지바르의 대표 수출품이었지만, 최근에는 그 길도 막혔다. 수확량과 값이 각각 절반씩 떨어진 탓에 실제 어촌 주민의 수입은 지난해와 비교해 1/4로 급감했다. 탄자니아 정부는 해초 녹아내림 현상이 온난화로 인한 질병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기초 자료가 부족해 원인을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잔지바르 섬 온난화 문제, 대책 있나?  KBS와 잔지바르 어촌 주민들이 해초 수확량 급감 현상을 두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해초는 관광, 향신료에 이은 잔지바르 섬의 대표 산업이다. 지난해 해초 수출로 거둬들인 수익은 90억 탄자니아 실링(한화 약 50억 원)이다. 2만 4,000가구가 해초에 의존해 생계를 꾸리고 있다. 영국의 개발도상국 원조 기관인 UK AID는 2012년 잔지바르 섬 기후 보고서에서 섬 기온이 2050년까지 최고 2℃, 2100년에는 최고 4℃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해초 수확량이 미래에는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는 탄자니아 정부 차원의 주민 지원 대책은 현재 마련되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열대 지역에서나 발견되던 해초 서식지가 늘었다는 소식이 종종 기사화되고 있다. 잔지바르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바다도 식생 변화를 빠르게 겪고 있는 셈이다. 여름철 무더위를 제외하면 아직 개개인에게 지구온난화는 와 닿지 않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온난화가 역치를 넘어 환경을 급변시킨 뒤에는 돌이킬 수가 없다. 기업과 개인이 화석연료 사용을 꾸준히 줄여나가야 하는 이유다. 미래에 벌어질 온난화 충격을 막기 위해 미국·일본을 비롯한 60개국은 2015년 12월 파리기후협약을 맺었다.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해 지구의 평균 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는 계획이다.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었던 1997년 교토의정서와 달리 파리협정은 개발도상국까지 의무를 지키도록 명시했다. 지구 생태계 전체를 파괴할 자극까지 다다르지 않도록, 전 세계가 파리협약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 [연관기사] ☞ [뉴스광장] 온난화 잔지바르 강타…해초 수확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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