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 제주 관통할 듯…‘나리’ 악몽 대비해야

입력 2016.10.04 (13:40) 수정 2016.10.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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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호 태풍 ‘나리’(좌)와 올해 18호 태풍 ‘차바’(우)2007년 11호 태풍 ‘나리’(좌)와 올해 18호 태풍 ‘차바’(우)

9년 전인 2007년 9월 15일, 11호 태풍 '나리'가 제주 남쪽 해상까지 접근해 왔다. 태풍은 일본 오키나와 부근을 지나며 중심 기압 940hPa의 '매우 강'한 태풍으로 발달했다. 바로 다음 날 제주 통과가 예상됐지만 크기가 '소형'으로 작았기 때문인지 관심과 대비는 적었다.

다음 날인 16일 낮, '나리'는 예상대로 제주 성산 부근을 지났다. 태풍은 기대처럼 별 탈 없이 한반도를 지났을까.

■ 2007년 태풍 '나리'...제주에서만 13명 숨져

2007년 9월 16일 태풍 ‘나리’ 북상 당시 제주 지역 모습2007년 9월 16일 태풍 ‘나리’ 북상 당시 제주 지역 모습

[연관기사] ☞ 제주, 하루 최고 560mm 내려…섬 전체 물에 잠겨(2007년 9월 16일)

태풍이 통과한 뒤 뉴스를 되짚어보자. "이 같은 폭우로 제주시 중심부를 흐르는 4대 하천이 모두 범람하면서 10여 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거나 실종됐습니다"

제주는 물 빠짐이 좋아 홍수가 흔치 않은 지역이다. 그럼에도 태풍이 통과하는 동안 제주 곳곳에 시간당 100mm 가까운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나리'의 영향으로 제주에서만 13명이 숨지고, 천 3백 여 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18호 '차바', '나리'와 닮은 꼴 진로

4일 현재 제주 남쪽 먼 해상까지 북상한 태풍 '차바'는 '나리'와 진로 면에서 매우 유사하다. 두 태풍 모두 일본 오키나와 서쪽을 지난 뒤 북쪽으로 이동해 제주를 향하는 진로를 택했다. '차바'의 실제 진로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제주 부근까지는 '나리'의 판박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태풍 ‘나리’ 진로도(좌)와 태풍 ‘차바’ 예상 진로도(우, 기상청 4일 13시 발표)태풍 ‘나리’ 진로도(좌)와 태풍 ‘차바’ 예상 진로도(우, 기상청 4일 13시 발표)


몸집에 비해 강한 강도를 나타내는 것도 두 태풍의 유사점이다. 가을 태풍의 특징이기도 하다. '차바'는 4일(오늘) 오전 9시 현재 중심 기압 940hPa의 매우 강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강도에 비해 크기는 중형, 강풍 반경은 300km로 작은 편이다. 제주 상륙이 예상되는 5일(내일) 새벽에도 강도는 '강'급을 유지하겠지만, 크기는 소형으로 작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리'와 비슷한 강도와 크기다.

이동 속도 빨라 비보다는 '바람 태풍'될 듯

차이점은 있다. 계절적으로 '차바'는 '나리'보다 20일 가량 늦게 북상해왔다. 가을이 깊어가며 태풍이 끌어올린 수증기의 양은 적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제주 부근까지 북상한 뒤에는 강한 편서풍을 만나 이동 속도도 빨라지고 급격히 동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전망된다. '나리'가 많은 수증기를 머금은 채 느리게 제주를 통과해 큰 비를 뿌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기상청은 이번 태풍에 있어 제주도는 비보다 바람에 더 주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5일(내일)까지 제주와 남해안, 영남 동해안에는 최대 초속 30미터가 넘는 강한 바람이 예상된다. 해상에서는 최대 8m의 매우 높은 물결이 일고, 제주와 남해안, 동해안에는 너울이 방파제를 넘을 위험도 있다. 특히 경남 해안 지역은 태풍이 접근하는 5일(오전) 만조 시간대가 겹칠 것으로 예상돼 해안가에서는 침수나 안전 사고에 주의가 요구된다.

■4일(오늘) 밤 ~ 5일(내일) 오전이 최대 고비

'나비'에 비해서는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비의 양도 만만치 않다. 5일(내일)까지 제주 산간에 최고 400mm 이상, 영남 해안에 최고 250mm 이상, 제주 해안가는 80에서 200mm, 남부 지방, 울릉도, 독도에는 50에서 150mm의 비가 예상된다. 태풍이 스쳐 지나는 영남 해안 지역에서도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진 피해 복구 작업이 한창인 경주 지역에도 또 다시 강한 비바람이 예상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지역별로 태풍의 영향 시기를 보면 제주도는 4일(오늘) 저녁 ~ 5일(내일) 아침, 전남 지역은 4일(오늘) 밤 ~ 5일(내일) 오전, 영남 지방은 5일(내일) 새벽 ~ 낮이 될 전망이다.

이번 태풍은 당초 한, 중, 일, 미 기상청 모두 일본 규슈를 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모두의 전망과는 달리 3일(어제)부터 진로가 점점 더 한반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제주도를 통과하고 부산에 근접할 거란 진로는 태풍 북상에 불과 하루 앞두고 예고됐다. 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 본격적인 비바람은 4일(오늘) 저녁 제주도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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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풍 ‘차바’ 제주 관통할 듯…‘나리’ 악몽 대비해야
    • 입력 2016-10-04 13:40:15
    • 수정2016-10-04 17:20:09
    취재K
2007년 11호 태풍 ‘나리’(좌)와 올해 18호 태풍 ‘차바’(우) 9년 전인 2007년 9월 15일, 11호 태풍 '나리'가 제주 남쪽 해상까지 접근해 왔다. 태풍은 일본 오키나와 부근을 지나며 중심 기압 940hPa의 '매우 강'한 태풍으로 발달했다. 바로 다음 날 제주 통과가 예상됐지만 크기가 '소형'으로 작았기 때문인지 관심과 대비는 적었다. 다음 날인 16일 낮, '나리'는 예상대로 제주 성산 부근을 지났다. 태풍은 기대처럼 별 탈 없이 한반도를 지났을까. ■ 2007년 태풍 '나리'...제주에서만 13명 숨져 2007년 9월 16일 태풍 ‘나리’ 북상 당시 제주 지역 모습 [연관기사] ☞ 제주, 하루 최고 560mm 내려…섬 전체 물에 잠겨(2007년 9월 16일) 태풍이 통과한 뒤 뉴스를 되짚어보자. "이 같은 폭우로 제주시 중심부를 흐르는 4대 하천이 모두 범람하면서 10여 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거나 실종됐습니다" 제주는 물 빠짐이 좋아 홍수가 흔치 않은 지역이다. 그럼에도 태풍이 통과하는 동안 제주 곳곳에 시간당 100mm 가까운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나리'의 영향으로 제주에서만 13명이 숨지고, 천 3백 여 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18호 '차바', '나리'와 닮은 꼴 진로 4일 현재 제주 남쪽 먼 해상까지 북상한 태풍 '차바'는 '나리'와 진로 면에서 매우 유사하다. 두 태풍 모두 일본 오키나와 서쪽을 지난 뒤 북쪽으로 이동해 제주를 향하는 진로를 택했다. '차바'의 실제 진로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제주 부근까지는 '나리'의 판박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태풍 ‘나리’ 진로도(좌)와 태풍 ‘차바’ 예상 진로도(우, 기상청 4일 13시 발표) 몸집에 비해 강한 강도를 나타내는 것도 두 태풍의 유사점이다. 가을 태풍의 특징이기도 하다. '차바'는 4일(오늘) 오전 9시 현재 중심 기압 940hPa의 매우 강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강도에 비해 크기는 중형, 강풍 반경은 300km로 작은 편이다. 제주 상륙이 예상되는 5일(내일) 새벽에도 강도는 '강'급을 유지하겠지만, 크기는 소형으로 작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리'와 비슷한 강도와 크기다. 이동 속도 빨라 비보다는 '바람 태풍'될 듯 차이점은 있다. 계절적으로 '차바'는 '나리'보다 20일 가량 늦게 북상해왔다. 가을이 깊어가며 태풍이 끌어올린 수증기의 양은 적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제주 부근까지 북상한 뒤에는 강한 편서풍을 만나 이동 속도도 빨라지고 급격히 동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전망된다. '나리'가 많은 수증기를 머금은 채 느리게 제주를 통과해 큰 비를 뿌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기상청은 이번 태풍에 있어 제주도는 비보다 바람에 더 주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5일(내일)까지 제주와 남해안, 영남 동해안에는 최대 초속 30미터가 넘는 강한 바람이 예상된다. 해상에서는 최대 8m의 매우 높은 물결이 일고, 제주와 남해안, 동해안에는 너울이 방파제를 넘을 위험도 있다. 특히 경남 해안 지역은 태풍이 접근하는 5일(오전) 만조 시간대가 겹칠 것으로 예상돼 해안가에서는 침수나 안전 사고에 주의가 요구된다. ■4일(오늘) 밤 ~ 5일(내일) 오전이 최대 고비 '나비'에 비해서는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비의 양도 만만치 않다. 5일(내일)까지 제주 산간에 최고 400mm 이상, 영남 해안에 최고 250mm 이상, 제주 해안가는 80에서 200mm, 남부 지방, 울릉도, 독도에는 50에서 150mm의 비가 예상된다. 태풍이 스쳐 지나는 영남 해안 지역에서도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진 피해 복구 작업이 한창인 경주 지역에도 또 다시 강한 비바람이 예상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지역별로 태풍의 영향 시기를 보면 제주도는 4일(오늘) 저녁 ~ 5일(내일) 아침, 전남 지역은 4일(오늘) 밤 ~ 5일(내일) 오전, 영남 지방은 5일(내일) 새벽 ~ 낮이 될 전망이다. 이번 태풍은 당초 한, 중, 일, 미 기상청 모두 일본 규슈를 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모두의 전망과는 달리 3일(어제)부터 진로가 점점 더 한반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제주도를 통과하고 부산에 근접할 거란 진로는 태풍 북상에 불과 하루 앞두고 예고됐다. 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 본격적인 비바람은 4일(오늘) 저녁 제주도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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