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무자격자, 2년 동안 서울구치소 ‘불법 접견’

입력 2016.10.24 (07:03) 수정 2016.10.24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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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 기사] ☞ [뉴스광장] 변호인 무자격자, 구치소 마음대로 들락날락

3조 원대 '사기대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5년형이 확정된 '모뉴엘' 박홍석 대표의 미국 형사사건 변호를 맡은 미국 변호사가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박 씨를 2년여 동안 불법으로 접견했다가 적발된 사실이 드러났다. 국내 구치소에서 변호인 접견을 할 수 없는 미국 변호사가 장기간 접견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교정행정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미국 변호사 A씨가 지난 2014년부터 2년여 간 서울구치소에서 박 씨를 접견하다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박 씨의 미국 형사사건 변호를 맡은 A씨는 2014년 10월 사기대출이 적발돼 박 씨가 구속되자 서울구치소로 접견을 갔다. A씨는 접견 과정에서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발급 받은 '외국법자문사' 신분증을 냈다. 외국법자문사는 해외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대한변협에서 주는 자격으로, 외국법 자문, 국제중재사건 자문 등만 할 수 있다. 국내 사건 변호인으로 선임될 수 없으며, 국내 변호사만 할 수 있는 변호인 접견도 불가능하다.

A씨는 2014년 11월 쯤부터 최근까지 한 달에 한 번 꼴로 구치소에 접견을 갔다. 지난 11일 A씨가 제출한 외국법자문사 신분증을 서울구치소 직원이 이상하게 여기면서 2년여 동안 불법 접견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무부와 서울구치소는 "A씨가 접견 신청서에 변호사라고 적었고, 외국법자문사 신분증과 국내 변호사 신분증이 비슷하게 생겨서 직원들이 A씨를 국내 변호사로 착각하고 접견을 허용했다"고 해명했다.

외국법자문사 신분증과 변호사 신분증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앞면 윗 부분에 적힌 내용이 '외국법자문사신분증', '변호사신분증'으로 완전히 다르다. 신분증이 비슷해서 착각을 했다는 법무부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A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2년 전 첫 접견 때 자신이 미국 변호사라는 사실과 박 씨를 접견해야 하는 사정을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서울구치소가 설명을 듣고 접견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A씨는 접견을 할 때마다 외국법자문사 신분증을 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자신은 접견 신청서에 변호사로 적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A씨의 주장에 대해 법무부는 "A씨가 접견 신청서에 변호사라고 적었고, 신분증 때문에 직원이 A씨를 변호사로 오인한 것"이라며 A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A씨 주장에 대해) 확인 중"이라며 법무부와 다른 해명을 내놨다.

A씨 주장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교정행정의 허술함이 드러났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서울구치소가 현행법을 어기고 미국 변호사의 접견을 허용한 것이 된다. A씨의 주장이 거짓이라면 서울구치소가 신분증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변호인 접견을 허락한 상황이 된다.

법무부는 A씨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할 것인지 검토하고 있다. 서울구치소 직원 감찰에 대해서 법무부 관계자는 "사건 경위를 파악한 뒤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A씨를 적발한 이후 대한변협에 공문을 보내 오늘부터 변호인 접견 시 신분 확인 절차를 강화한다고 통보했다. 그동안에는 변호인이 구치소에 오면 정문에서 변호사 신분증만 확인했는데, 오늘부터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을 함께 확인한다. 접견 신청서에도 생년월일과 변호사등록증 발급번호, 변호사 등록번호 등을 추가로 적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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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호인 무자격자, 2년 동안 서울구치소 ‘불법 접견’
    • 입력 2016-10-24 07:03:04
    • 수정2016-10-24 07:34:03
    사회

[연관 기사] ☞ [뉴스광장] 변호인 무자격자, 구치소 마음대로 들락날락

3조 원대 '사기대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5년형이 확정된 '모뉴엘' 박홍석 대표의 미국 형사사건 변호를 맡은 미국 변호사가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박 씨를 2년여 동안 불법으로 접견했다가 적발된 사실이 드러났다. 국내 구치소에서 변호인 접견을 할 수 없는 미국 변호사가 장기간 접견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교정행정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미국 변호사 A씨가 지난 2014년부터 2년여 간 서울구치소에서 박 씨를 접견하다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박 씨의 미국 형사사건 변호를 맡은 A씨는 2014년 10월 사기대출이 적발돼 박 씨가 구속되자 서울구치소로 접견을 갔다. A씨는 접견 과정에서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발급 받은 '외국법자문사' 신분증을 냈다. 외국법자문사는 해외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대한변협에서 주는 자격으로, 외국법 자문, 국제중재사건 자문 등만 할 수 있다. 국내 사건 변호인으로 선임될 수 없으며, 국내 변호사만 할 수 있는 변호인 접견도 불가능하다.

A씨는 2014년 11월 쯤부터 최근까지 한 달에 한 번 꼴로 구치소에 접견을 갔다. 지난 11일 A씨가 제출한 외국법자문사 신분증을 서울구치소 직원이 이상하게 여기면서 2년여 동안 불법 접견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무부와 서울구치소는 "A씨가 접견 신청서에 변호사라고 적었고, 외국법자문사 신분증과 국내 변호사 신분증이 비슷하게 생겨서 직원들이 A씨를 국내 변호사로 착각하고 접견을 허용했다"고 해명했다.

외국법자문사 신분증과 변호사 신분증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앞면 윗 부분에 적힌 내용이 '외국법자문사신분증', '변호사신분증'으로 완전히 다르다. 신분증이 비슷해서 착각을 했다는 법무부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A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2년 전 첫 접견 때 자신이 미국 변호사라는 사실과 박 씨를 접견해야 하는 사정을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서울구치소가 설명을 듣고 접견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A씨는 접견을 할 때마다 외국법자문사 신분증을 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자신은 접견 신청서에 변호사로 적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A씨의 주장에 대해 법무부는 "A씨가 접견 신청서에 변호사라고 적었고, 신분증 때문에 직원이 A씨를 변호사로 오인한 것"이라며 A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A씨 주장에 대해) 확인 중"이라며 법무부와 다른 해명을 내놨다.

A씨 주장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교정행정의 허술함이 드러났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서울구치소가 현행법을 어기고 미국 변호사의 접견을 허용한 것이 된다. A씨의 주장이 거짓이라면 서울구치소가 신분증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변호인 접견을 허락한 상황이 된다.

법무부는 A씨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할 것인지 검토하고 있다. 서울구치소 직원 감찰에 대해서 법무부 관계자는 "사건 경위를 파악한 뒤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A씨를 적발한 이후 대한변협에 공문을 보내 오늘부터 변호인 접견 시 신분 확인 절차를 강화한다고 통보했다. 그동안에는 변호인이 구치소에 오면 정문에서 변호사 신분증만 확인했는데, 오늘부터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을 함께 확인한다. 접견 신청서에도 생년월일과 변호사등록증 발급번호, 변호사 등록번호 등을 추가로 적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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