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보면 ‘최순실 게이트’ 보인다

입력 2016.10.2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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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들어 가장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부처가 문화체육관광부이다.

이번 정부의 역점 사업인 ‘문화 융성’과 ‘체육’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융성’ 관련 사업은 2014년 8월 김종덕 장관이 취임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된다.

김종덕 장관은 당시 홍익대 미대 교수였다.

문화계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인물로 한때 영상 관련 회사를 운영했던 시각 디자이너였다.

그런데 문체부 장관으로 내려온 것이다.

다들 그 배경이 궁금했다.

제자 덕이라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정권 실세와 친한 제자가 적극 천거해 입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 제자가 바로 차은택 씨이다.

2015년 12월, 서울 청계천로 문화창조벤처단지 마무리 공사 현장을 방문한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과 차은택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왼쪽)2015년 12월, 서울 청계천로 문화창조벤처단지 마무리 공사 현장을 방문한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과 차은택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왼쪽)

광고 감독 출신인 차 씨는 미르재단 이사진 선임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문화계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의심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차 씨도 같은 달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다.

차 씨는 그 뒤 문체부 산하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을 맡아 문화융성 관련 사업을 주도한다.

27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관계자 등이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문체부 문화콘텐츠산업실 콘텐츠정책관실을 압수 수색하고 있다.27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관계자 등이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문체부 문화콘텐츠산업실 콘텐츠정책관실을 압수 수색하고 있다.

김 장관 취임 두 달 뒤 문체부에는 대대적인 물갈이 작업이 이뤄진다.

1급 공무원 6명으로 부터 일괄 사표를 받은 뒤 그 가운데 3명을 물러나게 한다.

이후 단행된 1급 인사에선 기획재정부 국장이었던 윤태용 씨가 1급으로 승진해 문체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으로 이동한다.

경제부처 국장이 문체부 실장으로 옮긴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 관가에서 온갖 억측이 난무했다.

문화콘텐츠산업실은 이번에 미르재단 설립 인가 과정에서 직원이 세종에서 서울까지 출장을 왔다고 해 논란이 된 그 부서이다.

유진룡 전임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말 안 듣고 버틸 사람은 다 나가라는 정권의 신호이자 이후 진행될 미르 재단, K스포츠 재단 설립 사업에 걸림돌이 될 만한 사람들을 미리 정리하는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아이로니컬하게 문체부는 이번 정부에서 바람 잘 날이 없었지만 조직은 크게 확대됐다.

기존에 있던 4개 실(室)이 무려 7개 실로 늘어났다.

외교부와 행정자치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4개의 실이, 기획재정부, 교육부 등에 3개의 실이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조직이 엄청 커진 것이다.

이후 전개될 문화융성과 체육 관련 사업을 위한 조직 정비였다.

그해 11월에는 차 씨의 외삼촌인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임명된다.

교육문화수석실은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를 관장하는 청와대 조직이다.

차 씨와 관련된 문화계 인사는 또 있다.

차 씨의 대학원 박사과정 스승인 김형수 연세대 교수는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을 지냈고, 차 씨와 광고 관련 일을 같이 했던 송성각 씨는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의 자리를 차지했다.

차 씨가 문화계 황태자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25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김종 문체부 2차관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25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김종 문체부 2차관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문화 쪽에 차은택 씨가 있다면 체육 쪽에는 김종 차관이 있다.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였던 김 차관은 2013년 10월 문체부 제2차관으로 전격 발탁된다.

그는 학부 때는 미디어를, 대학원에서는 스포츠마케팅을 전공한 뒤 국내 프로야구단 홍보과장을 거쳐 대학 강단에 섰다.

발탁 당시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과의 인연이다, 이재만 총무비서관 추천이다 등의 이야기가 나돌았다.

문체부 제2차관은 체육과 관광 정책, 그리고 국가 홍보를 담당한다.

발탁 당시 문체부 체육정책실에는 인사 파동이 있었다.

김 차관 취임 한 달 전인 2013년 9월 체육국장인 노태강 씨와 체육과장인 진재수 씨가 동시에 경질된 것이다.

체육 담당 주무 국장과 과장이 동시에 자리에서 내려온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그 배경에는 그해 봄에 열린 상주 승마대회에 대한 특별 감사가 있었다.

최순실 씨는 딸인 정유라 씨가 이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에 그치자 심판 판정에 불만을 갖고 민원을 제기한다.

문체부는 이에 대해 특별 감사를 벌였는데 감사 뒤 제출한 보고서가 화근이 됐다.

최순실 측과 반대 측 모두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김종 제2차관이 부임한 후 제1차관 소관이었던 관광·레저 등의 업무가 넘어오고 그 뒤 체육관광정책실이 체육정책실과 관광정책실로 확대되자 김 차관이 문체부의 실세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았다.

2014년 10월 30일, 늘품체조 시범 행사에 참석한 김종 문체부 제2차관2014년 10월 30일, 늘품체조 시범 행사에 참석한 김종 문체부 제2차관

김 차관과 관련해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차은택 씨와 미스코리아 출신 헬스 트레이너인 정아름 씨가 함께 만든 것으로 알려진 ‘늘품체조’에도 김 차관이 있었다.

김 차관은 체육담당 국장과 과장, 실무자까지 대동하고 일반인이 개발한‘늘품체조’ 시범 행사장을 찾았다.

정부는 이미 2억 원을 들여 ‘코리아체조’를 개발했으나 ‘늘품체조’가 새로운 국민체조로 채택됐다.

2014년 11월 말에 열린 늘품체조 발표회. 박근혜 대통령과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2014년 11월 말에 열린 늘품체조 발표회. 박근혜 대통령과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연관기사] ☞ [단독] 국민체조 ‘오락가락’ … 늘품체조가 뭐길래?

최근에는 김 차관이 최순실 측에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TV조선은 “최순실 씨 최측근이 공개한 인사 청탁 이메일 주소가 김종 차관의 것으로 확인됐다”며 김 차관이 최 씨 측에 이메일로 인사 청탁을 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체육인재육성재단 해산, K스포츠재단 승인 등과 관련해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김 차관은 개각 때마다 꿋꿋이 자리를 지켜 역대 최장수 차관 기록을 세우고 있다.

유진룡, 김종덕 장관을 모셨으며 지금은 조윤선 장관과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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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체부 보면 ‘최순실 게이트’ 보인다
    • 입력 2016-10-28 16:36:38
    취재K
박근혜 정부 들어 가장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부처가 문화체육관광부이다.

이번 정부의 역점 사업인 ‘문화 융성’과 ‘체육’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융성’ 관련 사업은 2014년 8월 김종덕 장관이 취임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된다.

김종덕 장관은 당시 홍익대 미대 교수였다.

문화계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인물로 한때 영상 관련 회사를 운영했던 시각 디자이너였다.

그런데 문체부 장관으로 내려온 것이다.

다들 그 배경이 궁금했다.

제자 덕이라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정권 실세와 친한 제자가 적극 천거해 입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 제자가 바로 차은택 씨이다.

2015년 12월, 서울 청계천로 문화창조벤처단지 마무리 공사 현장을 방문한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과 차은택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왼쪽)
광고 감독 출신인 차 씨는 미르재단 이사진 선임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문화계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의심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차 씨도 같은 달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다.

차 씨는 그 뒤 문체부 산하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을 맡아 문화융성 관련 사업을 주도한다.

27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관계자 등이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문체부 문화콘텐츠산업실 콘텐츠정책관실을 압수 수색하고 있다.
김 장관 취임 두 달 뒤 문체부에는 대대적인 물갈이 작업이 이뤄진다.

1급 공무원 6명으로 부터 일괄 사표를 받은 뒤 그 가운데 3명을 물러나게 한다.

이후 단행된 1급 인사에선 기획재정부 국장이었던 윤태용 씨가 1급으로 승진해 문체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으로 이동한다.

경제부처 국장이 문체부 실장으로 옮긴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 관가에서 온갖 억측이 난무했다.

문화콘텐츠산업실은 이번에 미르재단 설립 인가 과정에서 직원이 세종에서 서울까지 출장을 왔다고 해 논란이 된 그 부서이다.

유진룡 전임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말 안 듣고 버틸 사람은 다 나가라는 정권의 신호이자 이후 진행될 미르 재단, K스포츠 재단 설립 사업에 걸림돌이 될 만한 사람들을 미리 정리하는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아이로니컬하게 문체부는 이번 정부에서 바람 잘 날이 없었지만 조직은 크게 확대됐다.

기존에 있던 4개 실(室)이 무려 7개 실로 늘어났다.

외교부와 행정자치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4개의 실이, 기획재정부, 교육부 등에 3개의 실이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조직이 엄청 커진 것이다.

이후 전개될 문화융성과 체육 관련 사업을 위한 조직 정비였다.

그해 11월에는 차 씨의 외삼촌인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임명된다.

교육문화수석실은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를 관장하는 청와대 조직이다.

차 씨와 관련된 문화계 인사는 또 있다.

차 씨의 대학원 박사과정 스승인 김형수 연세대 교수는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을 지냈고, 차 씨와 광고 관련 일을 같이 했던 송성각 씨는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의 자리를 차지했다.

차 씨가 문화계 황태자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25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김종 문체부 2차관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문화 쪽에 차은택 씨가 있다면 체육 쪽에는 김종 차관이 있다.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였던 김 차관은 2013년 10월 문체부 제2차관으로 전격 발탁된다.

그는 학부 때는 미디어를, 대학원에서는 스포츠마케팅을 전공한 뒤 국내 프로야구단 홍보과장을 거쳐 대학 강단에 섰다.

발탁 당시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과의 인연이다, 이재만 총무비서관 추천이다 등의 이야기가 나돌았다.

문체부 제2차관은 체육과 관광 정책, 그리고 국가 홍보를 담당한다.

발탁 당시 문체부 체육정책실에는 인사 파동이 있었다.

김 차관 취임 한 달 전인 2013년 9월 체육국장인 노태강 씨와 체육과장인 진재수 씨가 동시에 경질된 것이다.

체육 담당 주무 국장과 과장이 동시에 자리에서 내려온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그 배경에는 그해 봄에 열린 상주 승마대회에 대한 특별 감사가 있었다.

최순실 씨는 딸인 정유라 씨가 이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에 그치자 심판 판정에 불만을 갖고 민원을 제기한다.

문체부는 이에 대해 특별 감사를 벌였는데 감사 뒤 제출한 보고서가 화근이 됐다.

최순실 측과 반대 측 모두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김종 제2차관이 부임한 후 제1차관 소관이었던 관광·레저 등의 업무가 넘어오고 그 뒤 체육관광정책실이 체육정책실과 관광정책실로 확대되자 김 차관이 문체부의 실세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았다.

2014년 10월 30일, 늘품체조 시범 행사에 참석한 김종 문체부 제2차관
김 차관과 관련해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차은택 씨와 미스코리아 출신 헬스 트레이너인 정아름 씨가 함께 만든 것으로 알려진 ‘늘품체조’에도 김 차관이 있었다.

김 차관은 체육담당 국장과 과장, 실무자까지 대동하고 일반인이 개발한‘늘품체조’ 시범 행사장을 찾았다.

정부는 이미 2억 원을 들여 ‘코리아체조’를 개발했으나 ‘늘품체조’가 새로운 국민체조로 채택됐다.

2014년 11월 말에 열린 늘품체조 발표회. 박근혜 대통령과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연관기사] ☞ [단독] 국민체조 ‘오락가락’ … 늘품체조가 뭐길래?

최근에는 김 차관이 최순실 측에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TV조선은 “최순실 씨 최측근이 공개한 인사 청탁 이메일 주소가 김종 차관의 것으로 확인됐다”며 김 차관이 최 씨 측에 이메일로 인사 청탁을 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체육인재육성재단 해산, K스포츠재단 승인 등과 관련해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김 차관은 개각 때마다 꿋꿋이 자리를 지켜 역대 최장수 차관 기록을 세우고 있다.

유진룡, 김종덕 장관을 모셨으며 지금은 조윤선 장관과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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