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에 웬 승마장…여기도 최순실?

입력 2016.10.31 (17:58) 수정 2016.10.3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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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정상에 호텔과 레스토랑, 산장을 짓고 케이블카로 연결합니다. 능선을 따라 산악자전거(MTV)와 산악오토바이(ATV) 길을 냅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지난 2015년 제시한 설악산 산악종합관광 조감도입니다. 이런 시설을 들여놓고 관광객을 유치하자는 거죠. 적절성 여부를 떠나 특이한 점이 눈에 띕니다. 사진 중에 산악승마가 등장합니다. 조감도 왼쪽에는 산악 승마체험장이 있습니다. 설악산에 웬 승마장?

명산을 산지관광특구로 지정하자는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의 발표 자료. 산악승마가 등장한다. 2015년 7월.명산을 산지관광특구로 지정하자는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의 발표 자료. 산악승마가 등장한다. 2015년 7월.

강원도 지속성장 방안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발표 자료. 실외 승마 활성화를 주장한다.강원도 지속성장 방안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발표 자료. 실외 승마 활성화를 주장한다.

이승철 부회장은 당시 세미나에서 국내 승마장이 실내 위주라 재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나 몽골처럼 자연경관이 좋은 곳에 승마장을 만들어 승마를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이승철 부회장의 '산악 승마'는 설악산에만 등장하는 게 아닙니다.

강원도 산지관광 활성화 방안 전경련 발표 자료.강원도 산지관광 활성화 방안 전경련 발표 자료.

이 부회장은 평창 가리왕산도 산악 관광단지로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임도를 산악자전거나 산악오토바이 코스로 만들고 리조트 옆에 산악승마체험장을 짓자는 거죠. 설악산, 가리왕산에 산악 승마장이라니... 왜일까요? 여기서 최순실 씨가 떠오릅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나 조카 장시호 모두 승마 선수입니다. 평창에는 23만 제곱미터의 최순실 씨 일가 부동산도 있습니다.

2014년 10월 평창올림픽조직위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조기 추진”을 언급한 박근혜 대통령2014년 10월 평창올림픽조직위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조기 추진”을 언급한 박근혜 대통령

설악산 케이블카는 추진 과정에서도 최순실 씨의 인맥이 나타납니다. 2013년 7월, 박근혜 대통령은 강원도 지방업무 보고에 참석한 뒤 환경부에 오색 케이블카 추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그다지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과거 설악산 케이블카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자연경관과 멸종위기종 보전 논리가 개발 논리를 극복했던 겁니다. 그러나 2014년, 정부의 케이블카 추진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게 됩니다.

케이블카 확충 TF 첫 회의 결과.케이블카 확충 TF 첫 회의 결과.

2014년 9월, 정부 부처 관계자가 모인 이른바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TF'팀이 첫 회의를 열었습니다. 기재부와 환경부, 국토부, 안행부 그리고 문체부 담당자가 모였습니다. 회의 주제이자 결론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지원'이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환경부는 설악산 케이블카가 환경 검토 기준에 합당하도록 컨설팅 지원을 하라는 역할을 맡습니다. 국립공원 보전에 앞장서야 할 환경부가 오히려 컨설팅 지원이라니?

케이블카 확충 TF팀 3차 회의 결과. 지리산 케이블카 추진도 강조했다. 2014년 12월.케이블카 확충 TF팀 3차 회의 결과. 지리산 케이블카 추진도 강조했다. 2014년 12월.

9월 첫 회의를 시작한 TF팀은 12월 3차 회의에서 지리산 케이블카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합니다. 환경부와 산림청 관계자도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과거에는 지자체나 민간업체가 추진하는 케이블카 등 각종 개발 사업을 환경부나 산림청이 '보전' 논리로 맞선 데 반해 이번에는 거꾸로 환경부나 산림청이 '개발' 주체로 나선 겁니다. 이렇게 뒤집힌 사업 추진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이 회의를 주도한 부처는 문화체육부였습니다. 총괄 지휘자는 문체부 김종 제2차관입니다. 김종 2차관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등장하는 핵심 인물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김 차관은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였습니다. 그러다 2013년 10월 갑자기 문체부 제2차관으로 발탁됐습니다. 정유라 씨의 승마대회 특별감사 여파로 문체부 국,과장이 전격 경질된 직후의 파격적 인사였습니다.

김종 차관을 ‘비선 실세’로 지목해 검찰에 고발하는 민주당. 10월 31일 오전.김종 차관을 ‘비선 실세’로 지목해 검찰에 고발하는 민주당. 10월 31일 오전.

김종 차관은 최순실 씨와 함께 이른바 '비선 모임'에 모습을 나타냈을 뿐만 아니라 최 씨에게 인사청탁도 한 것으로 보도된 인물입니다. 이런 김종 차관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해 현재에 이른 겁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최순실과 측근들은 평창올림픽을 통해서 이권을 챙기려 하고 있다는 정황을 보면, 설악산 케이블카도 이들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서 계획된 것일 수 있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연관 기사] ☞ 문체부 보면 ‘최순실 게이트’ 보인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원은 설악산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의 멸종위기종 조사가 심하게 미흡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국립생태원 역시 환경영향평가서 일부가 현지조사를 증명할 자료가 없다며 부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가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급하게 추진하다보니 곳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는 겁니다.

[연관 기사] ☞ “미흡한 조사, 심각한 훼손 우려”…그래도 케이블카?

[연관 기사] ☞ 부실투성이 현지 조사…설악산 예우가 이 정도?

'산악관광산업'을 주창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자금 출연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케이블카 TF팀을 책임진 문체부 김종제2차관은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려 사표를 냈습니다. 무엇보다 이른바 '규제 완화'의 하나로 케이블카를 추진한 박근혜 대통령 역시 비정상적인 업무 행태 때문에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관련된 핵심 인물들이 대부분 국민적 공분의 당사자가 된 상황입니다.

충분한 검토 없이 정부의 일방적 의지로 추진된 4대강 사업은 지금도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한번 훼손된 자연은 원상 회복할 수 없습니다. 설악산이 4대강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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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악산에 웬 승마장…여기도 최순실?
    • 입력 2016-10-31 17:58:34
    • 수정2016-10-31 20:28:46
    취재K
설악산 정상에 호텔과 레스토랑, 산장을 짓고 케이블카로 연결합니다. 능선을 따라 산악자전거(MTV)와 산악오토바이(ATV) 길을 냅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지난 2015년 제시한 설악산 산악종합관광 조감도입니다. 이런 시설을 들여놓고 관광객을 유치하자는 거죠. 적절성 여부를 떠나 특이한 점이 눈에 띕니다. 사진 중에 산악승마가 등장합니다. 조감도 왼쪽에는 산악 승마체험장이 있습니다. 설악산에 웬 승마장?

명산을 산지관광특구로 지정하자는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의 발표 자료. 산악승마가 등장한다. 2015년 7월.
강원도 지속성장 방안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발표 자료. 실외 승마 활성화를 주장한다.
이승철 부회장은 당시 세미나에서 국내 승마장이 실내 위주라 재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나 몽골처럼 자연경관이 좋은 곳에 승마장을 만들어 승마를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이승철 부회장의 '산악 승마'는 설악산에만 등장하는 게 아닙니다.

강원도 산지관광 활성화 방안 전경련 발표 자료.
이 부회장은 평창 가리왕산도 산악 관광단지로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임도를 산악자전거나 산악오토바이 코스로 만들고 리조트 옆에 산악승마체험장을 짓자는 거죠. 설악산, 가리왕산에 산악 승마장이라니... 왜일까요? 여기서 최순실 씨가 떠오릅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나 조카 장시호 모두 승마 선수입니다. 평창에는 23만 제곱미터의 최순실 씨 일가 부동산도 있습니다.

2014년 10월 평창올림픽조직위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조기 추진”을 언급한 박근혜 대통령
설악산 케이블카는 추진 과정에서도 최순실 씨의 인맥이 나타납니다. 2013년 7월, 박근혜 대통령은 강원도 지방업무 보고에 참석한 뒤 환경부에 오색 케이블카 추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그다지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과거 설악산 케이블카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자연경관과 멸종위기종 보전 논리가 개발 논리를 극복했던 겁니다. 그러나 2014년, 정부의 케이블카 추진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게 됩니다.

케이블카 확충 TF 첫 회의 결과.
2014년 9월, 정부 부처 관계자가 모인 이른바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TF'팀이 첫 회의를 열었습니다. 기재부와 환경부, 국토부, 안행부 그리고 문체부 담당자가 모였습니다. 회의 주제이자 결론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지원'이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환경부는 설악산 케이블카가 환경 검토 기준에 합당하도록 컨설팅 지원을 하라는 역할을 맡습니다. 국립공원 보전에 앞장서야 할 환경부가 오히려 컨설팅 지원이라니?

케이블카 확충 TF팀 3차 회의 결과. 지리산 케이블카 추진도 강조했다. 2014년 12월.
9월 첫 회의를 시작한 TF팀은 12월 3차 회의에서 지리산 케이블카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합니다. 환경부와 산림청 관계자도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과거에는 지자체나 민간업체가 추진하는 케이블카 등 각종 개발 사업을 환경부나 산림청이 '보전' 논리로 맞선 데 반해 이번에는 거꾸로 환경부나 산림청이 '개발' 주체로 나선 겁니다. 이렇게 뒤집힌 사업 추진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이 회의를 주도한 부처는 문화체육부였습니다. 총괄 지휘자는 문체부 김종 제2차관입니다. 김종 2차관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등장하는 핵심 인물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김 차관은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였습니다. 그러다 2013년 10월 갑자기 문체부 제2차관으로 발탁됐습니다. 정유라 씨의 승마대회 특별감사 여파로 문체부 국,과장이 전격 경질된 직후의 파격적 인사였습니다.

김종 차관을 ‘비선 실세’로 지목해 검찰에 고발하는 민주당. 10월 31일 오전.
김종 차관은 최순실 씨와 함께 이른바 '비선 모임'에 모습을 나타냈을 뿐만 아니라 최 씨에게 인사청탁도 한 것으로 보도된 인물입니다. 이런 김종 차관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해 현재에 이른 겁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최순실과 측근들은 평창올림픽을 통해서 이권을 챙기려 하고 있다는 정황을 보면, 설악산 케이블카도 이들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서 계획된 것일 수 있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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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원은 설악산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의 멸종위기종 조사가 심하게 미흡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국립생태원 역시 환경영향평가서 일부가 현지조사를 증명할 자료가 없다며 부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가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급하게 추진하다보니 곳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는 겁니다.

[연관 기사] ☞ “미흡한 조사, 심각한 훼손 우려”…그래도 케이블카?

[연관 기사] ☞ 부실투성이 현지 조사…설악산 예우가 이 정도?

'산악관광산업'을 주창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자금 출연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케이블카 TF팀을 책임진 문체부 김종제2차관은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려 사표를 냈습니다. 무엇보다 이른바 '규제 완화'의 하나로 케이블카를 추진한 박근혜 대통령 역시 비정상적인 업무 행태 때문에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관련된 핵심 인물들이 대부분 국민적 공분의 당사자가 된 상황입니다.

충분한 검토 없이 정부의 일방적 의지로 추진된 4대강 사업은 지금도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한번 훼손된 자연은 원상 회복할 수 없습니다. 설악산이 4대강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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