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전직 대통령 아들까지 협박한 ‘조폭’

입력 2016.11.10 (08:31) 수정 2016.11.1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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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폭력 조직이 강남 한복판에서 상대 조직원들과 대치하고 유명 드라마 촬영장에 난입해 제작진을 폭행합니다.

또 전직 대통령 아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기도 합니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모두 현실 속 사건들입니다.

바로 전국 최대 폭력조직인 통합 범서방파가 저지른 일들입니다.

범서방파는 과거 주먹 세계를 평정한 김태촌이 만든 서방파를 계승한 조직으로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해 왔습니다.

김태촌 사망 이후에도 조직이 이어져 왔는데 최근 조직원 81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들의 행각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2년 경기도 고양시의 한 결혼식장.

한 남성이 고급 승용차에 몸을 싣자 건장한 남성들이 90도로 고개를 숙입니다.

이번엔 서울의 한 식당. 승강기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올라타자 이번에도 건장한 청년들의 깍듯한 인사가 이어집니다.

이들은 국내 3대 폭력 조직 중 하나인 통합 범서방파 조직원들.

통합 범서방파는 지난 1977년 김태촌이 결성한 서방파를 계승한 조직입니다.

<인터뷰> 한윤성(경위/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김태촌이라는 사람이 실질적인 어떤 명령을 하진 않았지만 범서방파라는 이름을 가지고 현재까지 활동하는 조직폭력배들은 아직은 김태촌을 정신적인 지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방파는 90년대 범죄와의 전쟁 이후, 작은 조직으로 쪼개졌는데요.

2008년, 이들 중 서울 지역 내 3개의 세력이 의기투합해 통합 범서방파가 만들어졌습니다.

<인터뷰> 한윤성(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위) : “함평 범서방, 화곡 범서방, 연신내 식구 조직폭력배 60명이 거기 모였어요. “지금 이 시간부터 나이순으로 형님, 아우 정해서 인사하고 하자. 그래서 우리가 하나의 범서방으로 가자.”

결성 이후 통합 범서방파는 전국의 각종 이권 사업에 관여하며 세력 확장에 나섭니다.

이 과정에서 협박과 폭력을 일삼았는데 피해자 중엔 놀랍게도 전직 대통령의 아들도 있었습니다.

용인의 한 부지.

이 땅은 2012년엔 A 건설사의 소유였습니다.

당시 건설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 씨에게 거래 대금 400억 원을 줘야 했는데 100억 원이 부족하자 이 땅을 담보로 설정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건설사는 부도가 나게 됐고 전재용 씨는 못 받은 100억 원을 회수하고자 공매 절차를 통해 이 땅을 처분하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건설사는 공매를 통해 토지가 팔리면 시가보다 싸게 팔릴 거라고 우려해 모종의 계획을 꾸밉니다.

통합 범서방파의 간부 조 모 씨에게 이 땅이 공매 매물로 나오지 못하도록 훼방을 놔달라고 의뢰한 겁니다.

의뢰를 받은 조 씨는 40명이 넘는 조직원들을 이끌고 해당 토지 컨테이너에 머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도 해당 건설사에 받을 돈이 있다며 유치권을 행사한 겁니다.

<인터뷰> 한윤성(경위/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덩치도 크고 체형도 우람하고 표정도 험악한데 그런 친구들이 사람들이 들어오면 욕을 하고 왜 들어 오느냐는 식으로 하다 보면 매입자들은 들어오지 못하고 실사를 못 할 거 아닙니까. 그런 식으로 업무 방해를 했던 거죠.”

이렇게 20일이 지나자 전 씨 측이 먼저 손을 들고 문제 해결을 위해 이들에게 협상을 제안했습니다.

이들은 협상 테이블에 앉아 황당한 제안을 했습니다.

해당 토지에서 떠나는 대가로 5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전 씨는 조정을 거쳐 범서방파에 결국 20억 원을 줬습니다.

<인터뷰> 조병화(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팀장) : “타협을 보다가 20억에 결정이 돼서 유치권을 푸는 조건으로 그렇게 해서 이게 20억을 갈취하게 된 겁니다.”

사실 이 사건 이전에 범서방파가 개입했던 유명한 사건이 있습니다.

지난 2009년 드라마 아이리스 세트장에서 일어난 폭력 사건인데요.

당시 조직폭력배 몇 명이 방송인 강병규 씨와 함께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장에 난입해 제작진을 집단 폭행해 논란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경찰 수사에서 당시 사건에 범서방파가 10여명을 촬영 현장에 보내는 등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인터뷰> 한윤성(경위/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두목 장씨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운영하면서 이제 연예인들과 일부 친분이 있었고 조직원들을 제작 현장에 투입을 해서 드라마 제작진을 폭행한 것입니다.”

같은 해 8월에는 전북 김제의 한 교회 강제 집행 현장에서 집행관 행세를 하며 100여 명의 신도들을 집단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의 행태는 거침없었습니다.

같은해 11월에는 강남 한복판에서 150명의 조직원이 모여 또 다른 폭력 조직인 칠성파와 흉기를 들고 대치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한윤성(경위/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부산 칠성파 조직원들이 상경한다는 얘기를 들고 범서방파 조직원 150명이 두목의 명을 받아 대치했던 사건입니다.”

다행히 경찰의 제지로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났지만 이후, 통합 범서방파는 경찰의 집중적인 추적을 받게 됩니다.

게다가 2013년 정신적인 지주인 김태촌 사망 이후 세력이 약해지면서 핵심 간부들이 하나, 둘 검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조직원들은 최근까지도 비밀리에 조직원을 모으고 관리하면서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인터뷰> 한윤성(경위/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다른 조직과 흔히 얘기하는 전쟁이나 어떤 폭력행사가 있을 때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이런 행동강령을 그때 주입을 받고 스스로 체득하는 거죠.”

실제로 조직원들이 합숙했던 경기도 일산의 한 오피스텔을 찾아가 봤습니다.

<녹취> 오피스텔 주민(음성변조) : “여름엔 문신에다가 깍두기 머리하고 몇 명이라고는 얘기 못 하겠고 왔다 갔다 했었어요. 왔다 갔다…….”

이들은 경찰이 점점 수사망을 좁혀오자, 수사 방해를 위해 조직원들에게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 정신병이 있다고 진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이재원(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대장) : “광수대에서 조사받고 나온 조직원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은 후에 정신병이 있다고 다시 진술하라고 하는 등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수사 방해를 시도하였습니다.”

경찰은 두목 장 모 씨를 포함해 17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64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경찰은 앞으로 수도권에 있는 나머지 폭력조직 소탕에도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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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전직 대통령 아들까지 협박한 ‘조폭’
    • 입력 2016-11-10 08:32:26
    • 수정2016-11-10 09: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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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조직이 강남 한복판에서 상대 조직원들과 대치하고 유명 드라마 촬영장에 난입해 제작진을 폭행합니다.

또 전직 대통령 아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기도 합니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모두 현실 속 사건들입니다.

바로 전국 최대 폭력조직인 통합 범서방파가 저지른 일들입니다.

범서방파는 과거 주먹 세계를 평정한 김태촌이 만든 서방파를 계승한 조직으로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해 왔습니다.

김태촌 사망 이후에도 조직이 이어져 왔는데 최근 조직원 81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들의 행각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2년 경기도 고양시의 한 결혼식장.

한 남성이 고급 승용차에 몸을 싣자 건장한 남성들이 90도로 고개를 숙입니다.

이번엔 서울의 한 식당. 승강기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올라타자 이번에도 건장한 청년들의 깍듯한 인사가 이어집니다.

이들은 국내 3대 폭력 조직 중 하나인 통합 범서방파 조직원들.

통합 범서방파는 지난 1977년 김태촌이 결성한 서방파를 계승한 조직입니다.

<인터뷰> 한윤성(경위/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김태촌이라는 사람이 실질적인 어떤 명령을 하진 않았지만 범서방파라는 이름을 가지고 현재까지 활동하는 조직폭력배들은 아직은 김태촌을 정신적인 지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방파는 90년대 범죄와의 전쟁 이후, 작은 조직으로 쪼개졌는데요.

2008년, 이들 중 서울 지역 내 3개의 세력이 의기투합해 통합 범서방파가 만들어졌습니다.

<인터뷰> 한윤성(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위) : “함평 범서방, 화곡 범서방, 연신내 식구 조직폭력배 60명이 거기 모였어요. “지금 이 시간부터 나이순으로 형님, 아우 정해서 인사하고 하자. 그래서 우리가 하나의 범서방으로 가자.”

결성 이후 통합 범서방파는 전국의 각종 이권 사업에 관여하며 세력 확장에 나섭니다.

이 과정에서 협박과 폭력을 일삼았는데 피해자 중엔 놀랍게도 전직 대통령의 아들도 있었습니다.

용인의 한 부지.

이 땅은 2012년엔 A 건설사의 소유였습니다.

당시 건설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 씨에게 거래 대금 400억 원을 줘야 했는데 100억 원이 부족하자 이 땅을 담보로 설정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건설사는 부도가 나게 됐고 전재용 씨는 못 받은 100억 원을 회수하고자 공매 절차를 통해 이 땅을 처분하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건설사는 공매를 통해 토지가 팔리면 시가보다 싸게 팔릴 거라고 우려해 모종의 계획을 꾸밉니다.

통합 범서방파의 간부 조 모 씨에게 이 땅이 공매 매물로 나오지 못하도록 훼방을 놔달라고 의뢰한 겁니다.

의뢰를 받은 조 씨는 40명이 넘는 조직원들을 이끌고 해당 토지 컨테이너에 머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도 해당 건설사에 받을 돈이 있다며 유치권을 행사한 겁니다.

<인터뷰> 한윤성(경위/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덩치도 크고 체형도 우람하고 표정도 험악한데 그런 친구들이 사람들이 들어오면 욕을 하고 왜 들어 오느냐는 식으로 하다 보면 매입자들은 들어오지 못하고 실사를 못 할 거 아닙니까. 그런 식으로 업무 방해를 했던 거죠.”

이렇게 20일이 지나자 전 씨 측이 먼저 손을 들고 문제 해결을 위해 이들에게 협상을 제안했습니다.

이들은 협상 테이블에 앉아 황당한 제안을 했습니다.

해당 토지에서 떠나는 대가로 5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전 씨는 조정을 거쳐 범서방파에 결국 20억 원을 줬습니다.

<인터뷰> 조병화(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팀장) : “타협을 보다가 20억에 결정이 돼서 유치권을 푸는 조건으로 그렇게 해서 이게 20억을 갈취하게 된 겁니다.”

사실 이 사건 이전에 범서방파가 개입했던 유명한 사건이 있습니다.

지난 2009년 드라마 아이리스 세트장에서 일어난 폭력 사건인데요.

당시 조직폭력배 몇 명이 방송인 강병규 씨와 함께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장에 난입해 제작진을 집단 폭행해 논란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경찰 수사에서 당시 사건에 범서방파가 10여명을 촬영 현장에 보내는 등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인터뷰> 한윤성(경위/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두목 장씨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운영하면서 이제 연예인들과 일부 친분이 있었고 조직원들을 제작 현장에 투입을 해서 드라마 제작진을 폭행한 것입니다.”

같은 해 8월에는 전북 김제의 한 교회 강제 집행 현장에서 집행관 행세를 하며 100여 명의 신도들을 집단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의 행태는 거침없었습니다.

같은해 11월에는 강남 한복판에서 150명의 조직원이 모여 또 다른 폭력 조직인 칠성파와 흉기를 들고 대치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한윤성(경위/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부산 칠성파 조직원들이 상경한다는 얘기를 들고 범서방파 조직원 150명이 두목의 명을 받아 대치했던 사건입니다.”

다행히 경찰의 제지로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났지만 이후, 통합 범서방파는 경찰의 집중적인 추적을 받게 됩니다.

게다가 2013년 정신적인 지주인 김태촌 사망 이후 세력이 약해지면서 핵심 간부들이 하나, 둘 검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조직원들은 최근까지도 비밀리에 조직원을 모으고 관리하면서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인터뷰> 한윤성(경위/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다른 조직과 흔히 얘기하는 전쟁이나 어떤 폭력행사가 있을 때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이런 행동강령을 그때 주입을 받고 스스로 체득하는 거죠.”

실제로 조직원들이 합숙했던 경기도 일산의 한 오피스텔을 찾아가 봤습니다.

<녹취> 오피스텔 주민(음성변조) : “여름엔 문신에다가 깍두기 머리하고 몇 명이라고는 얘기 못 하겠고 왔다 갔다 했었어요. 왔다 갔다…….”

이들은 경찰이 점점 수사망을 좁혀오자, 수사 방해를 위해 조직원들에게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 정신병이 있다고 진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이재원(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대장) : “광수대에서 조사받고 나온 조직원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은 후에 정신병이 있다고 다시 진술하라고 하는 등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수사 방해를 시도하였습니다.”

경찰은 두목 장 모 씨를 포함해 17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64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경찰은 앞으로 수도권에 있는 나머지 폭력조직 소탕에도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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