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트마 간디의 ‘7대 사회악’과 박근혜 대통령

입력 2016.11.2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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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 '인도 독립의 아버지'이자 세계적으로 위대한 사상가로 평가를 받고 있는 마하트마 간디의 본명이다. '위대한 영혼'이란 뜻의 '마하트마'는 인도의 시인 타고르가 그를 칭송하며 쓴 별칭이다.

1869년 유복한 관리의 아들로 태어난 간디는 영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영국 식민지였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일하다 겪은 인종차별에 저항하면서 정치운동가로 변신했고 1914년부터 비폭력·무저항 독립투쟁을 펼치면서 본격적으로 인도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56살이던 1925년 마하트마 간디는 '청년 인도'라는 잡지에 '사회를 병들게 하는 7대 사회악'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한다. 마하트마 간디가 제시한 국가 정체성을 갖추지 못한 인도가 피해야 할 7대 사회악은

▲ 원칙 없는 정치(Politics without principle),

▲ 노동 없는 부(Wealth without work),

▲ 양심 없는 쾌락(Pleasure without conscience),

▲ 인격 없는 교육(Knowledge without character),

▲ 도덕성 없는 상거래(Commerce without morality),

▲ 인간성 없는 과학(Science without humanity),

▲ 희생 없는 신앙(Worship without sacrifice) 등이다.


뉴델리에 있는 마하트마 간디 추모 공원묘지 기념석에도 새겨져 있는 이 글귀는 새로운 내용은 없지만 읽어볼수록 담고 있는 의미가 깊게 느껴진다. 간디의 7대 사회악은 1925년대 인도 사회는 물론 공간적으로는 전 세계, 시간상으로는 현대 사회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지도자들은 인도를 방문할 때 간디 추모공원을 찾아가 이 구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 구절이 새겨져 있는 깃발을 선물 받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 자신의 나라 미래상을 제시하면서 이 글을 인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2010년 1월 당시 일본 총리였던 하토야마 유키오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앞으로 일본은 우애 사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시한 건 "간디가 말한 7대 사회악'을 일본땅에서 없애겠다"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 “지금까지도 가슴에 와 닿는 말씀”

대한민국의 박근혜 대통령도 2014년 1월 인도를 방문했을 때 다른 국가 정상들처럼 마하트마 간디 추모공원을 찾아 간디의 7대 사회악에 대한 설명을 듣고 7대 사회악이 새겨진 깃발을 선물로 받았다. 7대 사회악에 대한 설명을 듣는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도 와 닿는 말씀"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2014년 1월 박근혜 대통령이 마하트마 간디 추모공원을 방문해 관계자들로부터 간디가 제시한 7대 사회악이 새겨진 깃발을 선물로 받고 있다.2014년 1월 박근혜 대통령이 마하트마 간디 추모공원을 방문해 관계자들로부터 간디가 제시한 7대 사회악이 새겨진 깃발을 선물로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마하트마 간디 추모 공원 방명록에 "마하트마 간디님이 생전에 추구했던 정의롭고 평화로운 인류사회가 구현되기를 바랍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간디가 제시한 '7대 사회악'의 해소에 앞장서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적은 글이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쓴 마하트마 간디 추모 공원 방명록박 대통령이 쓴 마하트마 간디 추모 공원 방명록

[연관기사] ☞ 박 대통령, 간디 뜻 기리며…한국 공예전도 관람

다시 2016년 11월 대한민국. 간디가 말한 '7대 사회악'은 척결됐는가? 아니면 거꾸로 가고 있지는 않은가? 간디가 제시한 7대 사회악 척결과정에서 우선순위나 경중은 없겠지만 어쨋든 가장 먼저 내세운 게 '원칙 없는 정치'였다.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 앞서 치러진 4.11 총선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자격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조한 말이다. 당시 박근혜 위원장이 나타날 때마다 수많은 인파가 모여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고 박근혜 위원장은 '원칙과 신뢰를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그리고 국민들은 '원칙과 신뢰를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하지만 당선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은 달라졌다. 선거 운동 시절 약속했던 각종 복지 공약은 폐기되거나 수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어떤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을 '국정 농단의 공범'으로 규정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강조하던 과거 모습과는 달리 국가 법질서 유지의 근간 조직이라던 검찰마저 송두리째 부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이 '원칙 없는 정치'의 상징이 돼버렸다는 한탄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국민의 눈에 보이지 않는 청와대 깊숙한 곳에서 벌어진 일이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이에 분노한 많은 국민이 매 주말마다 광장으로 달려가 촛불을 들고 있다. 그리고 그 숫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마치 간디가 된 심정으로 비폭력 저항 운동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촛불 집회 현장에는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성 없는 상거래',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신앙' 등 박근혜 정부가 만들어낸 7대 사회악 피해자들의 절규가 넘쳐나고 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헌법 1조를 외치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더는 국민들이 부끄러워하는 지도자가 아닌 어디에 내놓아도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지도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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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하트마 간디의 ‘7대 사회악’과 박근혜 대통령
    • 입력 2016-11-26 13:57:49
    취재K
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 '인도 독립의 아버지'이자 세계적으로 위대한 사상가로 평가를 받고 있는 마하트마 간디의 본명이다. '위대한 영혼'이란 뜻의 '마하트마'는 인도의 시인 타고르가 그를 칭송하며 쓴 별칭이다.

1869년 유복한 관리의 아들로 태어난 간디는 영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영국 식민지였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일하다 겪은 인종차별에 저항하면서 정치운동가로 변신했고 1914년부터 비폭력·무저항 독립투쟁을 펼치면서 본격적으로 인도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56살이던 1925년 마하트마 간디는 '청년 인도'라는 잡지에 '사회를 병들게 하는 7대 사회악'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한다. 마하트마 간디가 제시한 국가 정체성을 갖추지 못한 인도가 피해야 할 7대 사회악은

▲ 원칙 없는 정치(Politics without principle),

▲ 노동 없는 부(Wealth without work),

▲ 양심 없는 쾌락(Pleasure without conscience),

▲ 인격 없는 교육(Knowledge without character),

▲ 도덕성 없는 상거래(Commerce without morality),

▲ 인간성 없는 과학(Science without humanity),

▲ 희생 없는 신앙(Worship without sacrifice) 등이다.


뉴델리에 있는 마하트마 간디 추모 공원묘지 기념석에도 새겨져 있는 이 글귀는 새로운 내용은 없지만 읽어볼수록 담고 있는 의미가 깊게 느껴진다. 간디의 7대 사회악은 1925년대 인도 사회는 물론 공간적으로는 전 세계, 시간상으로는 현대 사회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지도자들은 인도를 방문할 때 간디 추모공원을 찾아가 이 구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 구절이 새겨져 있는 깃발을 선물 받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 자신의 나라 미래상을 제시하면서 이 글을 인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2010년 1월 당시 일본 총리였던 하토야마 유키오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앞으로 일본은 우애 사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시한 건 "간디가 말한 7대 사회악'을 일본땅에서 없애겠다"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 “지금까지도 가슴에 와 닿는 말씀”

대한민국의 박근혜 대통령도 2014년 1월 인도를 방문했을 때 다른 국가 정상들처럼 마하트마 간디 추모공원을 찾아 간디의 7대 사회악에 대한 설명을 듣고 7대 사회악이 새겨진 깃발을 선물로 받았다. 7대 사회악에 대한 설명을 듣는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도 와 닿는 말씀"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2014년 1월 박근혜 대통령이 마하트마 간디 추모공원을 방문해 관계자들로부터 간디가 제시한 7대 사회악이 새겨진 깃발을 선물로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마하트마 간디 추모 공원 방명록에 "마하트마 간디님이 생전에 추구했던 정의롭고 평화로운 인류사회가 구현되기를 바랍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간디가 제시한 '7대 사회악'의 해소에 앞장서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적은 글이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쓴 마하트마 간디 추모 공원 방명록
[연관기사] ☞ 박 대통령, 간디 뜻 기리며…한국 공예전도 관람

다시 2016년 11월 대한민국. 간디가 말한 '7대 사회악'은 척결됐는가? 아니면 거꾸로 가고 있지는 않은가? 간디가 제시한 7대 사회악 척결과정에서 우선순위나 경중은 없겠지만 어쨋든 가장 먼저 내세운 게 '원칙 없는 정치'였다.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 앞서 치러진 4.11 총선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자격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조한 말이다. 당시 박근혜 위원장이 나타날 때마다 수많은 인파가 모여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고 박근혜 위원장은 '원칙과 신뢰를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그리고 국민들은 '원칙과 신뢰를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하지만 당선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은 달라졌다. 선거 운동 시절 약속했던 각종 복지 공약은 폐기되거나 수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어떤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을 '국정 농단의 공범'으로 규정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강조하던 과거 모습과는 달리 국가 법질서 유지의 근간 조직이라던 검찰마저 송두리째 부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이 '원칙 없는 정치'의 상징이 돼버렸다는 한탄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국민의 눈에 보이지 않는 청와대 깊숙한 곳에서 벌어진 일이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이에 분노한 많은 국민이 매 주말마다 광장으로 달려가 촛불을 들고 있다. 그리고 그 숫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마치 간디가 된 심정으로 비폭력 저항 운동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촛불 집회 현장에는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성 없는 상거래',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신앙' 등 박근혜 정부가 만들어낸 7대 사회악 피해자들의 절규가 넘쳐나고 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헌법 1조를 외치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더는 국민들이 부끄러워하는 지도자가 아닌 어디에 내놓아도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지도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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