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찬성표’ 뇌물죄 뇌관되나

입력 2016.12.04 (22:31) 수정 2016.12.0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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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결정하는 주주 총회.

합병이 무산되면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상황.

찬성 측과 반대 측은 2시간이 넘도록 팽팽히 맞섰습니다.

<녹취> 주주총회 당시 : "적용(합병 승인)을 해야 됩니다. (합병하면 달라지나요? 합병하면 달라져요?) 그렇지 않으면 살아나갈 수가 없어요."

결과는 합병안 가결.

당시 삼성물산 지분 11%를 가진 국민연금의 찬성 표가 합병안 가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녹취> 최치훈(삼성물산 사장/지난해 7월) : "저희 회사를 지지해주시고 믿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요."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국정조사 첫날 기관 보고에 출석했습니다.

관심은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국민연금이 왜 찬성했는지, 의사결정 과정에 집중됐습니다.

<녹취> 이종구(국정조사 위원/새누리당) :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복지부 장관하고도 협의 안했다, 청와대하고도 부총리하고도 얘기 안 했다. 보고는 사후에 받았다 그러면 거기에 왜 앉아계신 거예요?"

<녹취> 문형표(국민연금공단 이사장) : "거기에 대해서는, 전술적인 투자 결정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나 공단이사장이 관여하지 않습니다."

특히 자문기구인 외부 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질문이 집중됐습니다.

<녹취> 이용주(국정조사 위원/국민의당)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해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 열어서 논의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던 게 맞죠? (예,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절차를 밟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녹취> 문형표(국민연금공단 이사장) : "규정에 따라서 투자위원회에서 결정이 곤란할 경우 전문위원회로 갈 수 있었겠습니다만 제가 아는 바로는 규정대로 그렇게 충실하게 진행을 시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 보유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위한 자문기구로, 국민연금 가입자와 정부, 연구기관이 추천하는 9명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됩니다.

국민연금이 요청하는 안건에 대해 검토 의견을 제출하는 기구인데,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서는 국민연금이 검토 요청을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6년 국민연금 전문위원회 출범을 주도했던 김우찬 교수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김우찬(고려대 교수/전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 : "그동안에 이렇게 논란이 많은 안건을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올리지 않은 경우가 없었습니다, 단 한 번도. 가장 민감한 사안이었거든요.그 이전에 덜 민감한 사안도 다 올렸는데 이것을 올리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얘기입니다."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묻지 않고 내부 회의만으로 찬성 입장을 정해진 것이 알려지자 전문위원들은 자체적으로 임시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이 회의를 앞두고 문형표 당시 복지부장관은 전문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녹취> 문형표(국민연금공단 이사장) : "투자 결정이 확정된 이후에 전화를 드렸고요, 문제 제기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상황 파악을 하기 위해서 전화드린 것뿐입니다."

당시 국민연금 전문위원 중 한명은 "전문위원회에 요청하지 않은 것에 대해 언론에 성명서라도 발표할까봐 그랬던 것 같다"고 취재진에게 밝혔습니다.

전문위원들이 회의를 거쳐 작성한 공문을 입수했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과 관련해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전문위원회에 판단을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했다"면서 "외부의 영향력이 배제될 수 있도록 독립성이 강화되고 보호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당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 A(음성변조) : "이거는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의 전횡이다. 그러면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가 요청하는 사항은 반드시 넘기도록 규정을 바꾸자고 요청한 지 1년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상정조차 안되고 있어요."

앞서 KBS가 입수한 국민연금 내부 보고서에도 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것이 "부적절"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녹취> 당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 B(음성변조) : "저는 반대죠. 안 되는 합병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녹취> 당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 C(음성변조) : "우리가 논의를 할 수 있어야 될텐데 소집 안 해주니 방법이 없었어요."

국민연금 측은 전문위원회를 반드시 거쳐야하는 것은 아니며 외압도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이완영(국정조사 위원/새누리당) : "삼성물산 합병 관련해서 청와대나 외부의 요청이나 압력이 있었습니까?"

<녹취> 문형표(국민연금공단 이사장) : "예, 제가 분명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저한테는 어떤 압력이나 외압이 없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손해를 볼 게 분명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을 왜 국민연금이 그대로 받아들였는지도 풀어야할 의문입니다.

국정조사에서는 국민연금 측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합병 비율 변경을 요청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국민연금이 합병 비율이 불리하게 책정됐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는 겁니다.

<녹취> 박영선(국정조사 위원/더불어민주당) : "합병비율 변경에 대해 얘기했다는 것은 국민연금 스스로가 합병비율에 문제가 있다고 문제의식이 있어서 갔다는 소리 아니에요?"

<녹취> 정재영(국민연금공단 책임투자팀장) : "합병비율이 저희 내부분석에 의하면 삼성물산 주주에게 약간 불리한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을 수정해 줄 수 있는지 (삼성에) 요청드린 사안입니다."

당시 삼성이 제시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은 0.35 대 1.

제일모직 주식이 많은 이재용 부회장이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을 지배하고,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지배력을 대폭 확대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인터뷰>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삼성물산은 이재용 부회장의 직접적인 통제에 있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재용 부회장이 거의 지분이 없었어요. 그래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시킴으로 인해서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던 3% 정도의 전자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효과를 준 것이죠."

당시 국민연금의 일부 투자자문기관들은 삼성물산에게 불리한 비율 때문에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며 합병 반대를 권고했습니다.

최근 공개된 국민연금 내부 보고서에서도 자체 리서치팀이 평가한 적정 비율은 0.45:1이며, 이 비율을 삼성 측의 합병 비율과 비교하면 1,852억 원이 손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합병으로 인한 미래 수익을 고려해 합병 비율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해명합니다.

<녹취> 문형표(국민연금공단 이사장) : "미래가치-현재가치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 당시의 저희는 5조 원 정도의 시너지를 예상을 했었습니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지난해 5월 무렵에도 국민연금의 의심스러운 투자가 있었습니다.

합병 기준 주가에 반영되는 지난해 4월부터 국민연금은 167만 주, 990억 원 어치의 삼성물산 주식을 내다팔았습니다.

대량 매도가 이어지면서 6만 원 대였던 삼성물산 주식은 5만 원대까지 떨어졌고, 이 가격을 기준으로 합병 비율이 결정됩니다.

그런데 5월 들어 엘리엇의 등장으로 삼성물산 주식이 크게 오르자 국민연금은 190만 주, 천3백억 원 어치를 사들입니다.

싸게 팔았던 삼성물산 주식을 비싼 값에 되산 겁니다.

<인터뷰>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자산 운용의 이익 극대화,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익을 극대화시킨다는 측면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일련의 패턴입니다."

<인터뷰> 신재연(변호사/삼성물산 소액주주 소송 대리인) : "왜 샀느냐 국민연금은 그때. 삼성물산이 삼성 쪽에서 합병을 성사시켜야 되는데 이 찬성표가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었어요."

국민연금은 이에 대해 주식을 판 것은 주식시장 하락에 따른 판단이었고 주식을 다시 산 것은 합병으로 주가가 오를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지난달 23일, 검찰이 국민연금공단 본사를 압수수색했습니다.

같은 날 검찰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사무실도 압수수색했습니다.

국민연금과 청와대, 삼성그룹의 연결고리를 찾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삼성은 최순실이 실소유한 독일 회사에 35억 원을 송금하고, 해외법인을 통해 43억원을 보내 승마용 말을 구입하는 등 최 씨 측을 지원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삼성은 또,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 관련 법인에 후원한 16억 원,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에 기부한 204억 원 등 3백억 원 까까운 돈을 내놨습니다.

관심은 뇌물죄 성립 여부입니다.

삼성 측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을 조건으로 최순실 측에 돈을 지원했는지, 이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 등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은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할 특검이 풀어야할 과제입니다.

<녹취> 김정범(변호사) : "사건과 관련해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대통령을 만나고 또 관련자들을 만났다는 거 자체가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한 사건이라고 생각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가성이죠. 돈을 제공하게 된 것이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한 것이냐. 그 다음에 대통령이랄지 안종범전 수석의 경우에 직무와 어떤 관련성이 있느냐."

만약, 뇌물죄가 입증될 경우 현재 소액주주들이 진행하고 있는 삼성물산 합병 무효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특정 개인에 대한 지원이 아니었으며 대가성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국민연금은 2천만 명의 가입자와 가족들의 노후자금입니다.

만약 특정 개인이나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이용됐다면 대다수 국민이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는 막중한 사안입니다.

앞으로 진행될 특검과 대통령 대면 조사에서도 국민연금에 대한 외압 의혹이 가장 폭발력있는 뇌관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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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연금 찬성표’ 뇌물죄 뇌관되나
    • 입력 2016-12-04 22:32:14
    • 수정2016-12-04 23:37:35
    취재파일K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결정하는 주주 총회.

합병이 무산되면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상황.

찬성 측과 반대 측은 2시간이 넘도록 팽팽히 맞섰습니다.

<녹취> 주주총회 당시 : "적용(합병 승인)을 해야 됩니다. (합병하면 달라지나요? 합병하면 달라져요?) 그렇지 않으면 살아나갈 수가 없어요."

결과는 합병안 가결.

당시 삼성물산 지분 11%를 가진 국민연금의 찬성 표가 합병안 가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녹취> 최치훈(삼성물산 사장/지난해 7월) : "저희 회사를 지지해주시고 믿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요."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국정조사 첫날 기관 보고에 출석했습니다.

관심은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국민연금이 왜 찬성했는지, 의사결정 과정에 집중됐습니다.

<녹취> 이종구(국정조사 위원/새누리당) :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복지부 장관하고도 협의 안했다, 청와대하고도 부총리하고도 얘기 안 했다. 보고는 사후에 받았다 그러면 거기에 왜 앉아계신 거예요?"

<녹취> 문형표(국민연금공단 이사장) : "거기에 대해서는, 전술적인 투자 결정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나 공단이사장이 관여하지 않습니다."

특히 자문기구인 외부 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질문이 집중됐습니다.

<녹취> 이용주(국정조사 위원/국민의당)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해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 열어서 논의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던 게 맞죠? (예,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절차를 밟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녹취> 문형표(국민연금공단 이사장) : "규정에 따라서 투자위원회에서 결정이 곤란할 경우 전문위원회로 갈 수 있었겠습니다만 제가 아는 바로는 규정대로 그렇게 충실하게 진행을 시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 보유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위한 자문기구로, 국민연금 가입자와 정부, 연구기관이 추천하는 9명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됩니다.

국민연금이 요청하는 안건에 대해 검토 의견을 제출하는 기구인데,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서는 국민연금이 검토 요청을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6년 국민연금 전문위원회 출범을 주도했던 김우찬 교수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김우찬(고려대 교수/전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 : "그동안에 이렇게 논란이 많은 안건을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올리지 않은 경우가 없었습니다, 단 한 번도. 가장 민감한 사안이었거든요.그 이전에 덜 민감한 사안도 다 올렸는데 이것을 올리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얘기입니다."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묻지 않고 내부 회의만으로 찬성 입장을 정해진 것이 알려지자 전문위원들은 자체적으로 임시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이 회의를 앞두고 문형표 당시 복지부장관은 전문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녹취> 문형표(국민연금공단 이사장) : "투자 결정이 확정된 이후에 전화를 드렸고요, 문제 제기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상황 파악을 하기 위해서 전화드린 것뿐입니다."

당시 국민연금 전문위원 중 한명은 "전문위원회에 요청하지 않은 것에 대해 언론에 성명서라도 발표할까봐 그랬던 것 같다"고 취재진에게 밝혔습니다.

전문위원들이 회의를 거쳐 작성한 공문을 입수했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과 관련해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전문위원회에 판단을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했다"면서 "외부의 영향력이 배제될 수 있도록 독립성이 강화되고 보호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당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 A(음성변조) : "이거는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의 전횡이다. 그러면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가 요청하는 사항은 반드시 넘기도록 규정을 바꾸자고 요청한 지 1년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상정조차 안되고 있어요."

앞서 KBS가 입수한 국민연금 내부 보고서에도 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것이 "부적절"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녹취> 당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 B(음성변조) : "저는 반대죠. 안 되는 합병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녹취> 당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 C(음성변조) : "우리가 논의를 할 수 있어야 될텐데 소집 안 해주니 방법이 없었어요."

국민연금 측은 전문위원회를 반드시 거쳐야하는 것은 아니며 외압도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이완영(국정조사 위원/새누리당) : "삼성물산 합병 관련해서 청와대나 외부의 요청이나 압력이 있었습니까?"

<녹취> 문형표(국민연금공단 이사장) : "예, 제가 분명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저한테는 어떤 압력이나 외압이 없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손해를 볼 게 분명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을 왜 국민연금이 그대로 받아들였는지도 풀어야할 의문입니다.

국정조사에서는 국민연금 측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합병 비율 변경을 요청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국민연금이 합병 비율이 불리하게 책정됐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는 겁니다.

<녹취> 박영선(국정조사 위원/더불어민주당) : "합병비율 변경에 대해 얘기했다는 것은 국민연금 스스로가 합병비율에 문제가 있다고 문제의식이 있어서 갔다는 소리 아니에요?"

<녹취> 정재영(국민연금공단 책임투자팀장) : "합병비율이 저희 내부분석에 의하면 삼성물산 주주에게 약간 불리한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을 수정해 줄 수 있는지 (삼성에) 요청드린 사안입니다."

당시 삼성이 제시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은 0.35 대 1.

제일모직 주식이 많은 이재용 부회장이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을 지배하고,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지배력을 대폭 확대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인터뷰>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삼성물산은 이재용 부회장의 직접적인 통제에 있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재용 부회장이 거의 지분이 없었어요. 그래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시킴으로 인해서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던 3% 정도의 전자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효과를 준 것이죠."

당시 국민연금의 일부 투자자문기관들은 삼성물산에게 불리한 비율 때문에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며 합병 반대를 권고했습니다.

최근 공개된 국민연금 내부 보고서에서도 자체 리서치팀이 평가한 적정 비율은 0.45:1이며, 이 비율을 삼성 측의 합병 비율과 비교하면 1,852억 원이 손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합병으로 인한 미래 수익을 고려해 합병 비율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해명합니다.

<녹취> 문형표(국민연금공단 이사장) : "미래가치-현재가치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 당시의 저희는 5조 원 정도의 시너지를 예상을 했었습니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지난해 5월 무렵에도 국민연금의 의심스러운 투자가 있었습니다.

합병 기준 주가에 반영되는 지난해 4월부터 국민연금은 167만 주, 990억 원 어치의 삼성물산 주식을 내다팔았습니다.

대량 매도가 이어지면서 6만 원 대였던 삼성물산 주식은 5만 원대까지 떨어졌고, 이 가격을 기준으로 합병 비율이 결정됩니다.

그런데 5월 들어 엘리엇의 등장으로 삼성물산 주식이 크게 오르자 국민연금은 190만 주, 천3백억 원 어치를 사들입니다.

싸게 팔았던 삼성물산 주식을 비싼 값에 되산 겁니다.

<인터뷰>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자산 운용의 이익 극대화,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익을 극대화시킨다는 측면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일련의 패턴입니다."

<인터뷰> 신재연(변호사/삼성물산 소액주주 소송 대리인) : "왜 샀느냐 국민연금은 그때. 삼성물산이 삼성 쪽에서 합병을 성사시켜야 되는데 이 찬성표가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었어요."

국민연금은 이에 대해 주식을 판 것은 주식시장 하락에 따른 판단이었고 주식을 다시 산 것은 합병으로 주가가 오를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지난달 23일, 검찰이 국민연금공단 본사를 압수수색했습니다.

같은 날 검찰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사무실도 압수수색했습니다.

국민연금과 청와대, 삼성그룹의 연결고리를 찾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삼성은 최순실이 실소유한 독일 회사에 35억 원을 송금하고, 해외법인을 통해 43억원을 보내 승마용 말을 구입하는 등 최 씨 측을 지원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삼성은 또,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 관련 법인에 후원한 16억 원,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에 기부한 204억 원 등 3백억 원 까까운 돈을 내놨습니다.

관심은 뇌물죄 성립 여부입니다.

삼성 측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을 조건으로 최순실 측에 돈을 지원했는지, 이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 등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은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할 특검이 풀어야할 과제입니다.

<녹취> 김정범(변호사) : "사건과 관련해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대통령을 만나고 또 관련자들을 만났다는 거 자체가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한 사건이라고 생각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가성이죠. 돈을 제공하게 된 것이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한 것이냐. 그 다음에 대통령이랄지 안종범전 수석의 경우에 직무와 어떤 관련성이 있느냐."

만약, 뇌물죄가 입증될 경우 현재 소액주주들이 진행하고 있는 삼성물산 합병 무효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특정 개인에 대한 지원이 아니었으며 대가성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국민연금은 2천만 명의 가입자와 가족들의 노후자금입니다.

만약 특정 개인이나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이용됐다면 대다수 국민이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는 막중한 사안입니다.

앞으로 진행될 특검과 대통령 대면 조사에서도 국민연금에 대한 외압 의혹이 가장 폭발력있는 뇌관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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