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산악회 동료에게 총 쏜 여성…“앙심 품고”

입력 2016.12.13 (08:32) 수정 2016.12.13 (09:3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멘트>

지난 일요일 오후 서울에 한 주택가에서 촬영된 사진입니다.

구급 요원들 사이로 한 여성이 쓰러져 있습니다.

여성은 다리에 모두 3발의 총상을 입었는데, 이 중 두 발은 다리를 관통했습니다.

여성에게 엽총을 쏜 범인은 범행 뒤 태연히 현장에 남아있다 바로 붙잡혔습니다.

총을 쏜 사람은 40대 여성으로 피해자와는 2년 정도 같은 산악회에서 활동해 온 동료였습니다.

가해 여성은 범행에 사용할 엽총을 구하기 위해 수렵 면허 시험까지 보며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대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대낮에 도심에서 이런 황당한 범행을 저지른 걸까요?

사건의 내막을 한번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한 여성이 긴 막대처럼 보이는 물건을 손에 들고 주택가로 걸어갑니다.

그리고 잠시 뒤, 여성이 향한 곳에선 난데없는 굉음이 울려 퍼졌습니다.

<녹취> 목격자 A(음성변조) : “폭탄 터진 줄 알았어요. 뭐 터진 줄 알았다고요. 지금도 머리 아파요. 놀래서. 엄청 크게 들렸어요.”

<녹취> 목격자 B(음성변조) : “자동차 펑크가 가다가 팡 터지는 소리 그 정도가 연달아 세 번 났으니까. 한 번도 아니고요.”

휴일의 적막을 깨트린 폭발음.

잠시 뒤 골목에는 119구급차량과 경찰차가 연이어 도착했습니다.

<녹취> 출동 구급대원 : “사람을 살려달라고 ‘사람 살려’ 외친다고 이런 식으로 최초 신고가 들어왔거든요.”

신고를 받고 달려간 현장에는 39살 여성 조 모 씨가 고통을 호소하며 누워있었습니다.

그런데 조 씨의 상처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녹취> 출동 구급대원 : “책에서만 사진으로만 봤던 그런 상처를 본 거죠. 보니까 확실히 알겠더라고요. 총상이 구나. 서울 한복판 주택가에서 총상을 볼 확률이 거의 없잖아요. 저희 같은 경우도 사실상 처음 봤고…….”

조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크게 다쳤습니다.

도심 속 주택가에서 총을 들고 나타나 조 씨를 쏜 사람은 46살 유 모 씨였습니다.

범행 후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던 유 씨는 자신의 범행을 순순히 시인했습니다.

<인터뷰> 이진학(서울 중랑경찰서 강력계장) : "‘차 좀 빼주세요. 주차 잘못됐습니다.’ 이렇게 피해자를 유인해서 범행했습니다."

유 씨는 차를 빼달라며 모르는 사람 인척 조 씨에게 연락했지만 유 씨는 사실 조 씨를 이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유 씨와 조 씨가 2년 남짓 같은 산악회에서 활동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두 사람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인터뷰> 이진학(서울 중랑경찰서 강력계장) : "원정 산악 때 버스 좌석 문제로 다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거로 서로 실랑이를 하다가……."

지난봄, 산악회가 지방으로 산행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당시 버스 안에서 두 사람이 좌석 문제로 다툼을 벌였다는 겁니다.

이후 유 씨는 산행을 다녀와서도 마음속 앙금을 걷어내지 못했다는데요.

<녹취> 이진학(서울 중랑경찰서 강력계장) :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 계속 서로 비방하고 이런 게 좀 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5월에 활동 정지 2개월이 됐고요. 그 뒤로도 계속 그러니까 영구제명 조치를 당해서 불만이 생긴 거죠."

결국, 유 씨는 인터넷에 수차례 조 씨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고, 이 같은 행동이 문제가 돼 결국, 6년 동안 활동해 온 산악회에서 탈퇴를 당한 겁니다.

유 씨는 이 모든 게 조 씨 때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녹취> 이진학(서울 중랑경찰서 강력계장) : "6년 전부터 거기 활동해서 그게 전부였대요, 인생에. 자기보다 늦게 들어온 여자가 자기 그렇게 하니까 그게 너무 화가 났나 봐요."

결국 조 씨에게 앙갚음을 하기로 마음먹은 유 씨.

그가 복수의 방법으로 선택한 건 바로 엽총이었습니다.

<녹취> 이진학(서울 중랑경찰서 강력계장) : "(복수할) 준비했을 거예요. 계속. 150만 원 주고 샀대요."

지난 9월, 수렵용으로 가장해 엽총과 총탄 10발을 구입한 유 씨.

하지만 벼뤄왔던 복수를 바로 실행에 옮기진 못했습니다.

산악회 산행이 있을 때만 만난 사이였던 터라 유 씨는 조 씨의 연락처는 물론, 집 주소도 알지 못했던 겁니다.

그러던 11월 초, 유 씨는 탈퇴 당한 산악회에서 북한산 산행모임을 가진다는 정보를 듣게 됩니다.

<인터뷰> 이진학(서울 중랑경찰서 강력계장) : "피해자 집을 알아내려고 11월에 산행을 하는 걸 알았습니다. 뒤풀이까지 보고 집을 따라가서 집을 알아둔 다음에……."

뒤풀이를 마치고 돌아가는 조 씨의 뒤를 밟아 결국, 집 주소를 확인한 겁니다.

수렵기간인 지난 11일 새벽. 유 씨는 경찰서에 맡겨뒀던 총과 총탄을 찾아 복수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7시쯤 되는 거 같은데요. 6시 45분."

트리거락이라고 쏘지 못하게끔 잠금장치를 해놓은 게 있어요. 트리거락 다 부착이 되어 있고 해서 그냥 찾아간 거죠.

수렵장 인근 경찰서에서만 풀 수 있는 잠금장치도 조 씨의 복수를 막지 못했습니다.

절단기로 잠금장치를 부숴버리고 조 씨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 겁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아주 멀쩡하더라고요. 태연하더라고요. 옆의 주민인 줄 알았다니까. 그렇게 태연스럽게 이야기하다가 자기가 범인이라고 자진 신고를 하더라고 경찰한테."

사소한 자리싸움에서 시작된 엽기적인 범행. 하지만 복수의 이유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습니다.

수렵용 엽총을 구매해 총포 소지허가를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20여 일.

<녹취> 총포사 관계자(음성변조) : "수렵 면허 시험을 봐서 합격해야 되고요. 정신 감정을 받아야 하고요. 정신과 가서. 그리고 일반 병원 가서 마약 종류 5가지에 대한 검사를 또 받아야 해요."

또 신체검사에 총포안전교육까지, 유 씨는 이 모든 절차를 오로지 조 씨에 복수를 위해 이수했고 수렵장이 개장하는 겨울까지 기다렸습니다.

전문가는 조 씨와의 자리싸움이 유 씨에게는 단순한 다툼 이상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염건령(연구위원/한국 범죄학연구소) : "하나의 조직인 산악회에서 어느 정도 자기의 인정 받음을 원했던 것 같고요. 자리다툼을 본인의 어떤 영역 싸움으로 인식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자신이 공격했지만, 실제 피해자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경우에는 피해망상이나 상황에 대해서 과대해석의 망상 증세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이고요."

경찰은 유 씨가 치밀한 계획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살인미수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산악회 동료에게 총 쏜 여성…“앙심 품고”
    • 입력 2016-12-13 08:40:57
    • 수정2016-12-13 09:35:11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지난 일요일 오후 서울에 한 주택가에서 촬영된 사진입니다.

구급 요원들 사이로 한 여성이 쓰러져 있습니다.

여성은 다리에 모두 3발의 총상을 입었는데, 이 중 두 발은 다리를 관통했습니다.

여성에게 엽총을 쏜 범인은 범행 뒤 태연히 현장에 남아있다 바로 붙잡혔습니다.

총을 쏜 사람은 40대 여성으로 피해자와는 2년 정도 같은 산악회에서 활동해 온 동료였습니다.

가해 여성은 범행에 사용할 엽총을 구하기 위해 수렵 면허 시험까지 보며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대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대낮에 도심에서 이런 황당한 범행을 저지른 걸까요?

사건의 내막을 한번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한 여성이 긴 막대처럼 보이는 물건을 손에 들고 주택가로 걸어갑니다.

그리고 잠시 뒤, 여성이 향한 곳에선 난데없는 굉음이 울려 퍼졌습니다.

<녹취> 목격자 A(음성변조) : “폭탄 터진 줄 알았어요. 뭐 터진 줄 알았다고요. 지금도 머리 아파요. 놀래서. 엄청 크게 들렸어요.”

<녹취> 목격자 B(음성변조) : “자동차 펑크가 가다가 팡 터지는 소리 그 정도가 연달아 세 번 났으니까. 한 번도 아니고요.”

휴일의 적막을 깨트린 폭발음.

잠시 뒤 골목에는 119구급차량과 경찰차가 연이어 도착했습니다.

<녹취> 출동 구급대원 : “사람을 살려달라고 ‘사람 살려’ 외친다고 이런 식으로 최초 신고가 들어왔거든요.”

신고를 받고 달려간 현장에는 39살 여성 조 모 씨가 고통을 호소하며 누워있었습니다.

그런데 조 씨의 상처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녹취> 출동 구급대원 : “책에서만 사진으로만 봤던 그런 상처를 본 거죠. 보니까 확실히 알겠더라고요. 총상이 구나. 서울 한복판 주택가에서 총상을 볼 확률이 거의 없잖아요. 저희 같은 경우도 사실상 처음 봤고…….”

조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크게 다쳤습니다.

도심 속 주택가에서 총을 들고 나타나 조 씨를 쏜 사람은 46살 유 모 씨였습니다.

범행 후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던 유 씨는 자신의 범행을 순순히 시인했습니다.

<인터뷰> 이진학(서울 중랑경찰서 강력계장) : "‘차 좀 빼주세요. 주차 잘못됐습니다.’ 이렇게 피해자를 유인해서 범행했습니다."

유 씨는 차를 빼달라며 모르는 사람 인척 조 씨에게 연락했지만 유 씨는 사실 조 씨를 이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유 씨와 조 씨가 2년 남짓 같은 산악회에서 활동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두 사람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인터뷰> 이진학(서울 중랑경찰서 강력계장) : "원정 산악 때 버스 좌석 문제로 다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거로 서로 실랑이를 하다가……."

지난봄, 산악회가 지방으로 산행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당시 버스 안에서 두 사람이 좌석 문제로 다툼을 벌였다는 겁니다.

이후 유 씨는 산행을 다녀와서도 마음속 앙금을 걷어내지 못했다는데요.

<녹취> 이진학(서울 중랑경찰서 강력계장) :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 계속 서로 비방하고 이런 게 좀 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5월에 활동 정지 2개월이 됐고요. 그 뒤로도 계속 그러니까 영구제명 조치를 당해서 불만이 생긴 거죠."

결국, 유 씨는 인터넷에 수차례 조 씨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고, 이 같은 행동이 문제가 돼 결국, 6년 동안 활동해 온 산악회에서 탈퇴를 당한 겁니다.

유 씨는 이 모든 게 조 씨 때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녹취> 이진학(서울 중랑경찰서 강력계장) : "6년 전부터 거기 활동해서 그게 전부였대요, 인생에. 자기보다 늦게 들어온 여자가 자기 그렇게 하니까 그게 너무 화가 났나 봐요."

결국 조 씨에게 앙갚음을 하기로 마음먹은 유 씨.

그가 복수의 방법으로 선택한 건 바로 엽총이었습니다.

<녹취> 이진학(서울 중랑경찰서 강력계장) : "(복수할) 준비했을 거예요. 계속. 150만 원 주고 샀대요."

지난 9월, 수렵용으로 가장해 엽총과 총탄 10발을 구입한 유 씨.

하지만 벼뤄왔던 복수를 바로 실행에 옮기진 못했습니다.

산악회 산행이 있을 때만 만난 사이였던 터라 유 씨는 조 씨의 연락처는 물론, 집 주소도 알지 못했던 겁니다.

그러던 11월 초, 유 씨는 탈퇴 당한 산악회에서 북한산 산행모임을 가진다는 정보를 듣게 됩니다.

<인터뷰> 이진학(서울 중랑경찰서 강력계장) : "피해자 집을 알아내려고 11월에 산행을 하는 걸 알았습니다. 뒤풀이까지 보고 집을 따라가서 집을 알아둔 다음에……."

뒤풀이를 마치고 돌아가는 조 씨의 뒤를 밟아 결국, 집 주소를 확인한 겁니다.

수렵기간인 지난 11일 새벽. 유 씨는 경찰서에 맡겨뒀던 총과 총탄을 찾아 복수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7시쯤 되는 거 같은데요. 6시 45분."

트리거락이라고 쏘지 못하게끔 잠금장치를 해놓은 게 있어요. 트리거락 다 부착이 되어 있고 해서 그냥 찾아간 거죠.

수렵장 인근 경찰서에서만 풀 수 있는 잠금장치도 조 씨의 복수를 막지 못했습니다.

절단기로 잠금장치를 부숴버리고 조 씨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 겁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아주 멀쩡하더라고요. 태연하더라고요. 옆의 주민인 줄 알았다니까. 그렇게 태연스럽게 이야기하다가 자기가 범인이라고 자진 신고를 하더라고 경찰한테."

사소한 자리싸움에서 시작된 엽기적인 범행. 하지만 복수의 이유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습니다.

수렵용 엽총을 구매해 총포 소지허가를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20여 일.

<녹취> 총포사 관계자(음성변조) : "수렵 면허 시험을 봐서 합격해야 되고요. 정신 감정을 받아야 하고요. 정신과 가서. 그리고 일반 병원 가서 마약 종류 5가지에 대한 검사를 또 받아야 해요."

또 신체검사에 총포안전교육까지, 유 씨는 이 모든 절차를 오로지 조 씨에 복수를 위해 이수했고 수렵장이 개장하는 겨울까지 기다렸습니다.

전문가는 조 씨와의 자리싸움이 유 씨에게는 단순한 다툼 이상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염건령(연구위원/한국 범죄학연구소) : "하나의 조직인 산악회에서 어느 정도 자기의 인정 받음을 원했던 것 같고요. 자리다툼을 본인의 어떤 영역 싸움으로 인식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자신이 공격했지만, 실제 피해자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경우에는 피해망상이나 상황에 대해서 과대해석의 망상 증세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이고요."

경찰은 유 씨가 치밀한 계획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살인미수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