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롯데맨 이대호는 왜 발끈했나?

입력 2017.02.01 (16:31) 수정 2017.02.0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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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가 돌아왔다. 일본과 미국에서 뛰다 친정팀 롯데로. 롯데의 상징과도 같았던 이대호가 6년 만에 복귀하면서 프로야구 올 시즌 개막 전부터 부산 사직구장은 벌써 들썩이는 듯하다. 롯데와 4년 150억 원에 계약한 이대호는 "롯데는 언젠가는 돌아와야 할 팀이고, 팬들을 위해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복귀 배경을 설명했다.

잔칫날 발끈하다

롯데 팬은 물론 프로야구 관중들이 이대호의 결정에 환호했다. 이대호는 기분 좋게 입단식에 참석했다. 한껏 웃어 보이며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반갑습니다! 6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서 기쁘고, 팬들 만나는 게 너무 설레고 좋습니다."

설렌 마음처럼 싱글벙글 웃었다. 그러나 이내 이대호의 얼굴엔 웃음기가 사라졌다. 입단 기자회견을 시작하자마자였다. 기분 좋은 날에 이대호는 왜 발끈했을까?

민감한 단어 '체중'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기자의 질문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현재 체중과 몸 상태가 어떤지를 물어봤는데 '체중'이라는 단어가 거슬렸던 듯하다. 해당 기자의 질문 의도는 단순했다. 사이판에서 개인훈련을 마치고 입국한 이대호는 검게 그을린 얼굴에 다소 홀쭉한 몸으로 입단식에 등장했다. 예전보다 '날렵(?)'해 보이는 그를 향해 체중이 많이 줄어든 것 같은데 몸무게가 얼마냐고 물었던 것이다. 이대호는 얼굴에 웃음기를 걷어낸 채 대답했다. 답변 도중 너털웃음을 쳤지만 불편한 기색은 숨기지 못했다.

"예, 뭐. 당연한 질문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야구하는데 몸무게가 중요합니까? 왜 몸무게를 알아야 합니까, 네?
좀 재밌는 질문이나 팬들이 궁금해하는 질문 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첫 질문부터 참…. 아……. 하하하... 네, 일단 몸 잘 만들고 있고 야구 잘할 수 있는 몸을 제가 만드는 거니까 야구하는데 체급 있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 네, 잘 만들겠습니다."


이대호 '살과의 전쟁'

이대호는 그동안 '이놈의 살' 때문에 꽤 고생했다. 지난 2015년 1월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이어트는 매년 하는 것 같다. 시즌 때는 살이 좀 빠진다. 경기하느라 식사를 늦게 해서.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편견이 많았다. '돼지가 어떻게 야구를 하느냐'는 편견 때문에 힘들었다. 그걸 깨는 데에만 몇 년이 걸렸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신인 시절에는 감독으로부터 '선수도 아니다.'라는 혹평까지 들었다. 2002년 롯데 지휘봉을 잡은 백인천 감독이 당시 100kg에 육박한 거구, 이대호에게 뼈아픈 말과 함께 혹독한 체중 감량을 지시했다. 그라운드와 사직구장 관중석 계단에서 쪼그려뛰기를 했고 무릎 연골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지금은 조선의 4번 타자로 불리는 이대호지만 당시에는 트레이드 대상에 올릴 정도로 팀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하는 전지훈련 때마다 이대호에겐 '살과의 전쟁'이라는 표현이 따라다녔다. 체중 감량을 위해 사이클 선수처럼 숙소에서 훈련장까지, 9km가 넘는 거리를 매일 자전거로 오가며 굵은 땀방울을 쏟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에서 뛰던 시절에도 스프링캠프에선 '체중 감량을 얼마나 했나'가 집중 관심이었다.

[관련 기사] ☞ 이대호, 첫 우승 향한 ‘매서운 질주’ (2011.01)

아주 극소수의 체중으로부터 해방된 분들을 제외하고 여자 대부분이라면 안다. 다이어트의 혹독함, 체중 감량의 심리적 압박감. 특히 이대호처럼 '홀~쭉'했던 시절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더더욱 절감할 것이다.


10년 넘게 체중과 힘겹고 지긋지긋한 싸움을 해 온 이대호. 그에겐 민감했던 단어 '체중'. 롯데 복귀 기자회견에서 나온 이대호의 발끈 답변엔 이런 속사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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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롯데맨 이대호는 왜 발끈했나?
    • 입력 2017-02-01 16:31:27
    • 수정2017-02-01 16:31:58
    취재K
이대호가 돌아왔다. 일본과 미국에서 뛰다 친정팀 롯데로. 롯데의 상징과도 같았던 이대호가 6년 만에 복귀하면서 프로야구 올 시즌 개막 전부터 부산 사직구장은 벌써 들썩이는 듯하다. 롯데와 4년 150억 원에 계약한 이대호는 "롯데는 언젠가는 돌아와야 할 팀이고, 팬들을 위해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복귀 배경을 설명했다.

잔칫날 발끈하다

롯데 팬은 물론 프로야구 관중들이 이대호의 결정에 환호했다. 이대호는 기분 좋게 입단식에 참석했다. 한껏 웃어 보이며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반갑습니다! 6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서 기쁘고, 팬들 만나는 게 너무 설레고 좋습니다."

설렌 마음처럼 싱글벙글 웃었다. 그러나 이내 이대호의 얼굴엔 웃음기가 사라졌다. 입단 기자회견을 시작하자마자였다. 기분 좋은 날에 이대호는 왜 발끈했을까?

민감한 단어 '체중'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기자의 질문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현재 체중과 몸 상태가 어떤지를 물어봤는데 '체중'이라는 단어가 거슬렸던 듯하다. 해당 기자의 질문 의도는 단순했다. 사이판에서 개인훈련을 마치고 입국한 이대호는 검게 그을린 얼굴에 다소 홀쭉한 몸으로 입단식에 등장했다. 예전보다 '날렵(?)'해 보이는 그를 향해 체중이 많이 줄어든 것 같은데 몸무게가 얼마냐고 물었던 것이다. 이대호는 얼굴에 웃음기를 걷어낸 채 대답했다. 답변 도중 너털웃음을 쳤지만 불편한 기색은 숨기지 못했다.

"예, 뭐. 당연한 질문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야구하는데 몸무게가 중요합니까? 왜 몸무게를 알아야 합니까, 네?
좀 재밌는 질문이나 팬들이 궁금해하는 질문 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첫 질문부터 참…. 아……. 하하하... 네, 일단 몸 잘 만들고 있고 야구 잘할 수 있는 몸을 제가 만드는 거니까 야구하는데 체급 있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 네, 잘 만들겠습니다."


이대호 '살과의 전쟁'

이대호는 그동안 '이놈의 살' 때문에 꽤 고생했다. 지난 2015년 1월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이어트는 매년 하는 것 같다. 시즌 때는 살이 좀 빠진다. 경기하느라 식사를 늦게 해서.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편견이 많았다. '돼지가 어떻게 야구를 하느냐'는 편견 때문에 힘들었다. 그걸 깨는 데에만 몇 년이 걸렸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신인 시절에는 감독으로부터 '선수도 아니다.'라는 혹평까지 들었다. 2002년 롯데 지휘봉을 잡은 백인천 감독이 당시 100kg에 육박한 거구, 이대호에게 뼈아픈 말과 함께 혹독한 체중 감량을 지시했다. 그라운드와 사직구장 관중석 계단에서 쪼그려뛰기를 했고 무릎 연골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지금은 조선의 4번 타자로 불리는 이대호지만 당시에는 트레이드 대상에 올릴 정도로 팀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하는 전지훈련 때마다 이대호에겐 '살과의 전쟁'이라는 표현이 따라다녔다. 체중 감량을 위해 사이클 선수처럼 숙소에서 훈련장까지, 9km가 넘는 거리를 매일 자전거로 오가며 굵은 땀방울을 쏟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에서 뛰던 시절에도 스프링캠프에선 '체중 감량을 얼마나 했나'가 집중 관심이었다.

[관련 기사] ☞ 이대호, 첫 우승 향한 ‘매서운 질주’ (2011.01)

아주 극소수의 체중으로부터 해방된 분들을 제외하고 여자 대부분이라면 안다. 다이어트의 혹독함, 체중 감량의 심리적 압박감. 특히 이대호처럼 '홀~쭉'했던 시절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더더욱 절감할 것이다.


10년 넘게 체중과 힘겹고 지긋지긋한 싸움을 해 온 이대호. 그에겐 민감했던 단어 '체중'. 롯데 복귀 기자회견에서 나온 이대호의 발끈 답변엔 이런 속사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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