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특강] 대화로 시작하는 ‘밥상머리 교육’

입력 2017.02.23 (08:46) 수정 2017.02.2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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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태성입니다.

제가 한번 여쭈어 보겠습니다.

오늘 혹시 아침 식사하시면서 자식이 있으시다면 아이들과 나눈 대화 내용은 무엇이었나요?

요즘은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해서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통해 아이들이 반듯하게 자라도록 유도하자는 운동이 있지요.

자, 그러면 조선 시대 식사 시간의 모습은 어떠했을까요?

지금과 한 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지금은 겸상입니다.

상 하나, 지금은 식탁이 많겠죠.

식탁에 모두 둘러 앉아 식구들이 함께 밥을 먹는 것.

이것을 겸상이라 합니다.

그러나 조선 시대는 겸상 하지 않습니다.

주로 독상을 받습니다.

아이가 일곱 살만 되어도 독상을 받지요.

왜일까요? 일곱 살만 되도 독상을 받는 건 그만큼 주체적 인격을 존중한다는 표면적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다른 이면도 있습니다.

조선 전기 중종 때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조선 시대 가장 큰 범죄의 유형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반역죄와 강상죄입니다.

반역죄는 역모를 꾀하는 것인데요.

강상죄는 무엇일까요?

강상죄는 자식이 부모를 죽이거나, 아내가 남편을 죽이거나, 노비가 주인을 죽이거나 뭐 이런 경우입니다.

강상죄인 경우는 거의 사형입니다.

처자식들은 관노비가 되기도 하구요.

강상죄 범인의 집은 다 부수어 버려 흔적을 없애고 거기에 연못까지 팝니다.

여기에 그치는 게 아닙니다.

강상죄 범인이 살던 마을은 강등되고, 그 마을 사또는 파면됩니다.

대형사건이지요.

그런데 조선 중종 때 ‘이동’이란 사람이 밥 먹다 말고 밥그릇으로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명백히 패륜, 강상죄입니다.

이 사람의 운명은 어찌될까요? 감이 오시죠? 사형.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사람은 사형당하지 않아요.

정상 참작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아니, 강상죄인데 사형을 면하게 해 준 그 정상 참작이라는 게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궁금하시죠.

바로 아버지와 아들이 한 밥상에서 밥을 먹었다는 것입니다.

즉, 부자 겸상을 했다는 거예요. 이것이 정상 참작의 이유가 된 겁니다.

이해가 안되시죠? 이해를 시켜 드리죠.

조선 시대는 일반적으로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밥상에서 밥을 먹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왜 일까요? 아버지가 밥상에서 아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이 뭐가 있을까요?

“밥 먹는 꼴이 그게 뭐냐. 똑바로 앉아”와 같은 잔소리 아닐까요?

예절의 나라 조선 시대는 더했겠죠. 그러니 밥이 잘 넘어가겠어요?

개도 밥 먹을 때는 건드리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아까 일곱 살이면 독상을 받는다고 했는데 이유가 주체적 인격 존중이라 했죠.

그 이면에는 아버지와 아들의 불필요한 갈등을 막기 위함도 있었습니다.

아... 정녕 아버지와 아들은 이렇게 멀리 있는 것일까요?

그런데 조선 시대 남자들끼리 겸상이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일까요? 바로 할아버지와 손자인 경우는 가능합니다.

할아버지의 손자 사랑 엄청나잖아요.

조금 실수해도 다 예뻐 보이고, 눈 감아 줄 수 있고... 그래서 조선 시대는 어린 아이들 교육을 아버지가 아니라 주로 할아버지가 했습니다.

영조와 아들 사도 세자의 관계. 험악하잖아요.

결국 아들 뒤주에 가둬 죽이잖습니까.

그렇게 무시무시한 영조도 자신의 손자 정조에게만은 애틋합니다.

요즘 가족이 만나 대화 나누는 시간이 적다고 하죠.

그래서 가정교육을 위해서 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저는 대화 시간보다도 대화법이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말 한마디라도 따뜻한 애정을 담는 대화법.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보내는 넉넉하고 애틋한 말 한마디.

밥상머리 교육은 바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보냈던 사랑이 넘치는 대화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오늘 저녁은 꼭 그런 겸상 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침에 특강> 최태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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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에 특강] 대화로 시작하는 ‘밥상머리 교육’
    • 입력 2017-02-23 08:49:35
    • 수정2017-02-23 09: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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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태성입니다.

제가 한번 여쭈어 보겠습니다.

오늘 혹시 아침 식사하시면서 자식이 있으시다면 아이들과 나눈 대화 내용은 무엇이었나요?

요즘은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해서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통해 아이들이 반듯하게 자라도록 유도하자는 운동이 있지요.

자, 그러면 조선 시대 식사 시간의 모습은 어떠했을까요?

지금과 한 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지금은 겸상입니다.

상 하나, 지금은 식탁이 많겠죠.

식탁에 모두 둘러 앉아 식구들이 함께 밥을 먹는 것.

이것을 겸상이라 합니다.

그러나 조선 시대는 겸상 하지 않습니다.

주로 독상을 받습니다.

아이가 일곱 살만 되어도 독상을 받지요.

왜일까요? 일곱 살만 되도 독상을 받는 건 그만큼 주체적 인격을 존중한다는 표면적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다른 이면도 있습니다.

조선 전기 중종 때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조선 시대 가장 큰 범죄의 유형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반역죄와 강상죄입니다.

반역죄는 역모를 꾀하는 것인데요.

강상죄는 무엇일까요?

강상죄는 자식이 부모를 죽이거나, 아내가 남편을 죽이거나, 노비가 주인을 죽이거나 뭐 이런 경우입니다.

강상죄인 경우는 거의 사형입니다.

처자식들은 관노비가 되기도 하구요.

강상죄 범인의 집은 다 부수어 버려 흔적을 없애고 거기에 연못까지 팝니다.

여기에 그치는 게 아닙니다.

강상죄 범인이 살던 마을은 강등되고, 그 마을 사또는 파면됩니다.

대형사건이지요.

그런데 조선 중종 때 ‘이동’이란 사람이 밥 먹다 말고 밥그릇으로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명백히 패륜, 강상죄입니다.

이 사람의 운명은 어찌될까요? 감이 오시죠? 사형.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사람은 사형당하지 않아요.

정상 참작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아니, 강상죄인데 사형을 면하게 해 준 그 정상 참작이라는 게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궁금하시죠.

바로 아버지와 아들이 한 밥상에서 밥을 먹었다는 것입니다.

즉, 부자 겸상을 했다는 거예요. 이것이 정상 참작의 이유가 된 겁니다.

이해가 안되시죠? 이해를 시켜 드리죠.

조선 시대는 일반적으로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밥상에서 밥을 먹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왜 일까요? 아버지가 밥상에서 아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이 뭐가 있을까요?

“밥 먹는 꼴이 그게 뭐냐. 똑바로 앉아”와 같은 잔소리 아닐까요?

예절의 나라 조선 시대는 더했겠죠. 그러니 밥이 잘 넘어가겠어요?

개도 밥 먹을 때는 건드리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아까 일곱 살이면 독상을 받는다고 했는데 이유가 주체적 인격 존중이라 했죠.

그 이면에는 아버지와 아들의 불필요한 갈등을 막기 위함도 있었습니다.

아... 정녕 아버지와 아들은 이렇게 멀리 있는 것일까요?

그런데 조선 시대 남자들끼리 겸상이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일까요? 바로 할아버지와 손자인 경우는 가능합니다.

할아버지의 손자 사랑 엄청나잖아요.

조금 실수해도 다 예뻐 보이고, 눈 감아 줄 수 있고... 그래서 조선 시대는 어린 아이들 교육을 아버지가 아니라 주로 할아버지가 했습니다.

영조와 아들 사도 세자의 관계. 험악하잖아요.

결국 아들 뒤주에 가둬 죽이잖습니까.

그렇게 무시무시한 영조도 자신의 손자 정조에게만은 애틋합니다.

요즘 가족이 만나 대화 나누는 시간이 적다고 하죠.

그래서 가정교육을 위해서 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저는 대화 시간보다도 대화법이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말 한마디라도 따뜻한 애정을 담는 대화법.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보내는 넉넉하고 애틋한 말 한마디.

밥상머리 교육은 바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보냈던 사랑이 넘치는 대화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오늘 저녁은 꼭 그런 겸상 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침에 특강> 최태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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