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김정남 암살’ 北 정부 개입 정황 속속 확인

입력 2017.02.25 (07:50) 수정 2017.02.2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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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김정남 암살 사건에 북한이 정권 차원에서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북한 외교관이 용의자로 지목받고 독살에 쓰인 독극물의 종류도 특정됐지만 북한은 오히려 말레이시아 경찰을 비난하다 거센 역풍을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에 대해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묻는 국제사회의 압박도 가시화되고 있는데요.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잇따라 확인되고 있는 북한 정권의 암살 개입 정황과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을 짚어봤습니다.

맹유나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김정남의 뒤로, 한 여성이 접근합니다.

뛰어오르듯 거구의 김정남을 덮쳐, 공격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2.3 초.

김정남을 앞뒤에서 공격한 두 여성은 신속하게 사라집니다.

당황한 김정남이 공항직원에게 누군가 자신의 얼굴을 문질렀다는 몸짓을 합니다.

30분 뒤 김정남은 사망했습니다.

<녹취> 칼리드 아부 바카르(말레이시아 경찰청장/지난 22일) : “경찰 조사에 따르면 두 여성은 몇 번에 걸친 연습 뒤에 이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 암살에 신경성 독가스인 ‘VX’가 쓰였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호흡기와 눈 등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는 강력한 유독물질입니다.

북한은 사건 초기부터 현지 경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공개 비난했습니다.

<녹취> 강철(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지난 20일) : “말레이시아 경찰이 사인을 밝히지 않았고, 용의자에 대한 범죄 증거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대외매체를 통한 첫 공식반응에서 이번 사건이, 남한의 각본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더니, 말레이시아에 공동조사를 요구했습니다.

<녹취> 강철(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지난 23일) : “우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공동 조사를 제안합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2014년 북한 무인기 사건 때도 보였던 북한의 물타기 수법이라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인터뷰> 김정봉(한중대 석좌교수/前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보 비서관) : “공동조사를 주장하는 것은 일단 말레이시아가 응할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공동조사를 하자는 우리의 정의로운 태도에 대해서 말레이시아 당국이 반대했기 때문에 현재 말레이시아에 발표는 전부 다 허구다, 하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 허구라는 주장을 만들기 위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서 공동조사를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번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해 그의 장남 김한솔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정일의 장손이라는 위상 때문에 김정남처럼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다 김정남의 신원을 법적으로 확인하고 그 시신을 어디로 인도할지 결정하기 위해서 김한솔의 DNA 채취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사건 관련성을 부인하는 북한의 주장과 달리 북한 정부 차원에서 암살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지난 22일, 말레이시아 경찰은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용의자 두 명의 신원을 추가 공개했습니다.

특히 주목되는 인물은 북한 대사관 직원, 2등 서기관 현광성.

북한 정부 당국자가 지목된 겁니다.

<녹취> 칼리드 아부 바카르(말레이시아 경찰청장/지난 22일) : “(언제 소환 요청 했습니까?) 오늘 했습니다. (왔나요? 안 왔나요?) 그의 의향을 물어봤지만, 아직 오진 않았습니다.”

북한 국영 항공사인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도 용의자라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김정남 암살 사건 용의자가 10명을 넘어선 가운데, 그 중 8명이 북한 국적자입니다.

사건 당일인 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

용의자 세 명이 출국하는 장면입니다.

이미 신원이 공개된 리지현과 홍송학, 그리고 리재남.

출국 수속을 밟는 이들은 활짝 웃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중국을 거치는 통상경로 대신 자카르타와 두바이, 블라디보스토크로 빙 돌아서 평양으로 들어가며 경찰의 추적을 피했다고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검거된 리정철은 3년간의 말레이시아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연락책과 후방 지원 역할을 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인터뷰> 김동식(前 남파 공작원) : “저 정도로 하려면 국가적인 차원에서 개입을 하지 않으면 못하는 거예요. 그런 차원에서 이제 봤을 때에는 이번에 그 여러 명이 이제 동시에 가담하고 여러 명이 같이 움직였잖아요? 그런 걸 봐서는 저는 정찰총국 산하에 정찰국이나 아니면 그.. 노동당에서 넘어간 정찰총국 산하에 작전국 이쪽 요원들이 이번 작전에 동원되지 않았나...”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인 두 여성 용의자는 사건에 앞서 쇼핑몰과 공원에서 예행 연습을 했다고 현지 경찰은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김정남을 직접 공격한 용의자, 베트남 여성 흐엉은, 방송 오디션에도 참가했던 연예인 지망생으로 자신의 SNS에 비빔밥 사진을 올리는 등 평소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 등 외신은 전했습니다.

결국 이번 사건은 평양에서 온 공작원과 현지 북한 대사관의 외교관 등이 조직적으로 기획, 가담하고, 동남아 여성 2명을 행동대원으로 앞세운 청부 암살 작전으로 윤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북한 국적의 4명의 인물이 평양으로 도피했고 또 북한 외교관과 고려항공 직원들은 면책 특권을 주장함으로써 북한 당국의 소행을 직접적으로 밝힐 수 있는 스모킹 건을 찾아내야 하는데 일단 북한인들이 탈출을 하고 2등 서기관이 대사관에 은신함으로써 결국은 영구 추방되는 사건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에 충격을 준 김정남 암살 사건.

북한의 관련성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국제사회도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하려는 논의를 하고 있고, 다음 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이번 사건이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우리 정부는 내다봤습니다.

이와 함께 김정남을 보호해왔던 중국의 움직임도 주목되는데요.

이번 사건이 북한에 국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짚어봤습니다.

북한 대사관 앞에 말레이시아 여당의원 등 30여명이 몰려가 항의를 합니다.

자국 국제공항에서 테러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북한이 오히려 말레이시아 경찰을 비난하자 이를 규탄하는 겁니다.

북한과 맺고 있는 무비자 협정을 철회하는 등 외교관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녹취> 카이룰 아즈완 하룬(말레이시아 상원의원/지난 23일) : “우리 수사기관이 외세와 결탁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레이시아 주권에 대한 무례입니다.”

말레이시아 문화관광부 장관은 북한이 국제법을 지키지 않는 깡패국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 중국 상무부가 올해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중단한다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녹취> 봉황 위성 TV(지난 18일) : “올해 수입을 잠정 중단하는 북한산 석탄은 세관에서 신고 받은 석탄과 아직 통관 수속을 밟지 않은 것도 포함됩니다. ”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기준에 따른 일정 물량을 이미 수입한 결과라지만 중국의 보호를 받던 김정남이 암살된 직후 이 같은 발표가 나오자 배경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사실상 중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직접 중국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명색이 대국이라 자처하는 나라가 줏대도 없이 미국의 장단에 춤춘다고 공격했습니다.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과 이복형 김정남.

중국과 각별한 관계를 갖던 이들이 차례로 제거되고 북중 간 긴장과 갈등도 노출된 상황.

우리 정부는 이번 암살 사건이 향후 북중 관계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임성남(외교부 제1차관/지난 23일) : “(김정남 암살과 관련해) 모든 것이 다 사실로 드러나게 된다면 북중관계에도 일정한 정도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한 달을 맞은 미국에선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녹취> 브래드 셔먼(美 민주당 하원의원/지난 16일) : “김정남의 죽음은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절대 해제하지 말았어야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음 달 발표되는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에도 이번 암살 사건이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당장 모레 시작되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이 사안이 주요하게 논의될 것으로 우리 정부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녹취> 윤병세(외교부 장관/지난 23일) : “(김정남 암살 사건이) 잔인하고 반인륜적인 형태로 일어났기 때문에 북핵 문제와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영국과 EU의 시각은 과거와는 좀 차원이 다르다.”

특히 당장은 아니라도 향후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회부하는 동력과 자료를 제공할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인터뷰> 태영호(前 영국 주재 북한 공사) : “이번에 김정남이 죽어가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전 세계가 다 보았거든요. 이것은 앞으로 우리가 충분히 김정은을 살인자로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수 있는 큰 증거를 확보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이 북한 내부로 퍼져 최고지도자의 친족 청부 살해 소식을 주민들이 접한다면, 국제사회의 파장 못지않게 충격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됩니다.

<인터뷰>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 “결국은 아래로부터 위로 가해지는 압력의 수위가 높아진다는 거죠. 그러니까 저런 약간 정상이 아닌 지도자, 저런 패륜적이고 잔악무도한 지도자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과연 희망이 있을까, 저 사람이 앞으로 무슨 짓을 할까. 민심이 폭발로 이어진다고 하면 이건 위로 향하는 압력이 가중된다는 소리거든요.”

이번 사건이 결국 김정은 정권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인터뷰>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국제사회가 도덕적인 차원에서 접근을 하게 되고 김정은 체제에 비인권적인 문제를 부각시키는 그런 소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본다면 김정은 체제가 국제사회로부터 상당한 고립에 빠지는 그런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김정남 암살 사건 직후 첫 공개 행보 때 초점 흐린 시선을 보였던 김정은.

그 뒤 공개 행보를 이어가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남 암살로 북한 정권의 잔인함과 허술함, 나아가 좌충우돌하는 행태까지 드러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이 더 이상 핵과 미사일로 주변국을 위협하고 반인륜적 테러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국제사회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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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7-02-25 08: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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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사건에 북한이 정권 차원에서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북한 외교관이 용의자로 지목받고 독살에 쓰인 독극물의 종류도 특정됐지만 북한은 오히려 말레이시아 경찰을 비난하다 거센 역풍을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에 대해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묻는 국제사회의 압박도 가시화되고 있는데요.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잇따라 확인되고 있는 북한 정권의 암살 개입 정황과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을 짚어봤습니다.

맹유나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김정남의 뒤로, 한 여성이 접근합니다.

뛰어오르듯 거구의 김정남을 덮쳐, 공격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2.3 초.

김정남을 앞뒤에서 공격한 두 여성은 신속하게 사라집니다.

당황한 김정남이 공항직원에게 누군가 자신의 얼굴을 문질렀다는 몸짓을 합니다.

30분 뒤 김정남은 사망했습니다.

<녹취> 칼리드 아부 바카르(말레이시아 경찰청장/지난 22일) : “경찰 조사에 따르면 두 여성은 몇 번에 걸친 연습 뒤에 이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 암살에 신경성 독가스인 ‘VX’가 쓰였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호흡기와 눈 등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는 강력한 유독물질입니다.

북한은 사건 초기부터 현지 경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공개 비난했습니다.

<녹취> 강철(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지난 20일) : “말레이시아 경찰이 사인을 밝히지 않았고, 용의자에 대한 범죄 증거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대외매체를 통한 첫 공식반응에서 이번 사건이, 남한의 각본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더니, 말레이시아에 공동조사를 요구했습니다.

<녹취> 강철(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지난 23일) : “우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공동 조사를 제안합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2014년 북한 무인기 사건 때도 보였던 북한의 물타기 수법이라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인터뷰> 김정봉(한중대 석좌교수/前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보 비서관) : “공동조사를 주장하는 것은 일단 말레이시아가 응할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공동조사를 하자는 우리의 정의로운 태도에 대해서 말레이시아 당국이 반대했기 때문에 현재 말레이시아에 발표는 전부 다 허구다, 하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 허구라는 주장을 만들기 위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서 공동조사를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번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해 그의 장남 김한솔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정일의 장손이라는 위상 때문에 김정남처럼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다 김정남의 신원을 법적으로 확인하고 그 시신을 어디로 인도할지 결정하기 위해서 김한솔의 DNA 채취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사건 관련성을 부인하는 북한의 주장과 달리 북한 정부 차원에서 암살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지난 22일, 말레이시아 경찰은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용의자 두 명의 신원을 추가 공개했습니다.

특히 주목되는 인물은 북한 대사관 직원, 2등 서기관 현광성.

북한 정부 당국자가 지목된 겁니다.

<녹취> 칼리드 아부 바카르(말레이시아 경찰청장/지난 22일) : “(언제 소환 요청 했습니까?) 오늘 했습니다. (왔나요? 안 왔나요?) 그의 의향을 물어봤지만, 아직 오진 않았습니다.”

북한 국영 항공사인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도 용의자라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김정남 암살 사건 용의자가 10명을 넘어선 가운데, 그 중 8명이 북한 국적자입니다.

사건 당일인 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

용의자 세 명이 출국하는 장면입니다.

이미 신원이 공개된 리지현과 홍송학, 그리고 리재남.

출국 수속을 밟는 이들은 활짝 웃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중국을 거치는 통상경로 대신 자카르타와 두바이, 블라디보스토크로 빙 돌아서 평양으로 들어가며 경찰의 추적을 피했다고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검거된 리정철은 3년간의 말레이시아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연락책과 후방 지원 역할을 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인터뷰> 김동식(前 남파 공작원) : “저 정도로 하려면 국가적인 차원에서 개입을 하지 않으면 못하는 거예요. 그런 차원에서 이제 봤을 때에는 이번에 그 여러 명이 이제 동시에 가담하고 여러 명이 같이 움직였잖아요? 그런 걸 봐서는 저는 정찰총국 산하에 정찰국이나 아니면 그.. 노동당에서 넘어간 정찰총국 산하에 작전국 이쪽 요원들이 이번 작전에 동원되지 않았나...”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인 두 여성 용의자는 사건에 앞서 쇼핑몰과 공원에서 예행 연습을 했다고 현지 경찰은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김정남을 직접 공격한 용의자, 베트남 여성 흐엉은, 방송 오디션에도 참가했던 연예인 지망생으로 자신의 SNS에 비빔밥 사진을 올리는 등 평소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 등 외신은 전했습니다.

결국 이번 사건은 평양에서 온 공작원과 현지 북한 대사관의 외교관 등이 조직적으로 기획, 가담하고, 동남아 여성 2명을 행동대원으로 앞세운 청부 암살 작전으로 윤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북한 국적의 4명의 인물이 평양으로 도피했고 또 북한 외교관과 고려항공 직원들은 면책 특권을 주장함으로써 북한 당국의 소행을 직접적으로 밝힐 수 있는 스모킹 건을 찾아내야 하는데 일단 북한인들이 탈출을 하고 2등 서기관이 대사관에 은신함으로써 결국은 영구 추방되는 사건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에 충격을 준 김정남 암살 사건.

북한의 관련성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국제사회도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하려는 논의를 하고 있고, 다음 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이번 사건이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우리 정부는 내다봤습니다.

이와 함께 김정남을 보호해왔던 중국의 움직임도 주목되는데요.

이번 사건이 북한에 국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짚어봤습니다.

북한 대사관 앞에 말레이시아 여당의원 등 30여명이 몰려가 항의를 합니다.

자국 국제공항에서 테러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북한이 오히려 말레이시아 경찰을 비난하자 이를 규탄하는 겁니다.

북한과 맺고 있는 무비자 협정을 철회하는 등 외교관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녹취> 카이룰 아즈완 하룬(말레이시아 상원의원/지난 23일) : “우리 수사기관이 외세와 결탁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레이시아 주권에 대한 무례입니다.”

말레이시아 문화관광부 장관은 북한이 국제법을 지키지 않는 깡패국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 중국 상무부가 올해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중단한다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녹취> 봉황 위성 TV(지난 18일) : “올해 수입을 잠정 중단하는 북한산 석탄은 세관에서 신고 받은 석탄과 아직 통관 수속을 밟지 않은 것도 포함됩니다. ”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기준에 따른 일정 물량을 이미 수입한 결과라지만 중국의 보호를 받던 김정남이 암살된 직후 이 같은 발표가 나오자 배경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사실상 중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직접 중국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명색이 대국이라 자처하는 나라가 줏대도 없이 미국의 장단에 춤춘다고 공격했습니다.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과 이복형 김정남.

중국과 각별한 관계를 갖던 이들이 차례로 제거되고 북중 간 긴장과 갈등도 노출된 상황.

우리 정부는 이번 암살 사건이 향후 북중 관계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임성남(외교부 제1차관/지난 23일) : “(김정남 암살과 관련해) 모든 것이 다 사실로 드러나게 된다면 북중관계에도 일정한 정도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한 달을 맞은 미국에선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녹취> 브래드 셔먼(美 민주당 하원의원/지난 16일) : “김정남의 죽음은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절대 해제하지 말았어야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음 달 발표되는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에도 이번 암살 사건이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당장 모레 시작되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이 사안이 주요하게 논의될 것으로 우리 정부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녹취> 윤병세(외교부 장관/지난 23일) : “(김정남 암살 사건이) 잔인하고 반인륜적인 형태로 일어났기 때문에 북핵 문제와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영국과 EU의 시각은 과거와는 좀 차원이 다르다.”

특히 당장은 아니라도 향후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회부하는 동력과 자료를 제공할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인터뷰> 태영호(前 영국 주재 북한 공사) : “이번에 김정남이 죽어가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전 세계가 다 보았거든요. 이것은 앞으로 우리가 충분히 김정은을 살인자로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수 있는 큰 증거를 확보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이 북한 내부로 퍼져 최고지도자의 친족 청부 살해 소식을 주민들이 접한다면, 국제사회의 파장 못지않게 충격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됩니다.

<인터뷰>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 “결국은 아래로부터 위로 가해지는 압력의 수위가 높아진다는 거죠. 그러니까 저런 약간 정상이 아닌 지도자, 저런 패륜적이고 잔악무도한 지도자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과연 희망이 있을까, 저 사람이 앞으로 무슨 짓을 할까. 민심이 폭발로 이어진다고 하면 이건 위로 향하는 압력이 가중된다는 소리거든요.”

이번 사건이 결국 김정은 정권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인터뷰>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국제사회가 도덕적인 차원에서 접근을 하게 되고 김정은 체제에 비인권적인 문제를 부각시키는 그런 소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본다면 김정은 체제가 국제사회로부터 상당한 고립에 빠지는 그런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김정남 암살 사건 직후 첫 공개 행보 때 초점 흐린 시선을 보였던 김정은.

그 뒤 공개 행보를 이어가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남 암살로 북한 정권의 잔인함과 허술함, 나아가 좌충우돌하는 행태까지 드러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이 더 이상 핵과 미사일로 주변국을 위협하고 반인륜적 테러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국제사회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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