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 ‘외교거점’에서 ‘테러거점’으로?

입력 2017.02.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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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룸푸르는 말레이시아의 최대 도시이자 수도다. 다양한 문화와 쇼핑 명소로 이름난 곳이다. 관광지를 연계한 각종 국제회의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북한 입장에서 쿠알라룸푸르는 공작원이 활동하기에 좋은 곳이다.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상호 무비자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남북한의 대사관이 있고, 남북문제와 관련한 비공식 접촉도 이뤄진다. 지난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북한 식당 종업원들도 말레이시아 루트를 이용했다.

北-말레이, 44년 우방...외교 단절되나?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이다.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한 취재를 위해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이다.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한 취재를 위해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1971년 첫 통상을 시작으로 1973년 6월 외교관계를 맺었다. 같은 해 12월 북한은 주(駐)말레이시아대사관을 개설했다. 말레이시아는 2004년 3월 주(駐)북한대사관을 열었다.

김정일 시대인 2009년에는 두 나라가 비자 없이 왕래할 수 있는 사이로 발전했다. 2011년부터 평양과 쿠알라룸푸르 사이에 고려항공 직항 편이 취항하기도 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로 2014년 중단됨)

헬프대학교는 말레이시아 명문 사립대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있다. 이 대학에는 100여 명의 한국 유학생과 북한 외교관 자녀 10명 정도가 공부하고 있다.헬프대학교는 말레이시아 명문 사립대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있다. 이 대학에는 100여 명의 한국 유학생과 북한 외교관 자녀 10명 정도가 공부하고 있다.

2013년 말레이시아 헬프(Help) 대학교가 김정은에게 명예 경제학 박사 학위를 주는 등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도 양국 관계는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중국 상하이의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이 말레이시아 탈북 루트를 통해 한국에 입국하면서 두 나라 관계에 파열음이 생겼다.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수사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손을 치켜올려 여성 용의자 2명이 김정남의 얼굴에 독극물을 발랐다고 말하고 있다.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수사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손을 치켜올려 여성 용의자 2명이 김정남의 얼굴에 독극물을 발랐다고 말하고 있다.

김정남 암살 사건에 연루된 북한 국적의 용의자 2명에 대한 신원이 추가로 드러났다.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 현광성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로 밝혀졌다. 북한이 개입했다는 증거다.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북한 대사의 추방과 양국 간에 체결된 비자 면제협정의 폐기, 평양주재 자국 대사관 폐쇄 등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관 기사] [뉴스9] “北, 도 넘은 깡패 국가”…말레이-북한 격한 대립

남북관계 공식 회담 장소로 활용

KEDO 1차회담 개최 결과에 대해 정성일 북한측 대변인이 설명하고 있다. (1995년 9월)KEDO 1차회담 개최 결과에 대해 정성일 북한측 대변인이 설명하고 있다. (1995년 9월)

1995년 9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은 쿠알라룸푸르에서 경수로 공급협정에 관한 제1차 회담을 가졌다.

회담에서는 같은 해 6월 합의된 북-미간 쿠알라룸푸르 경수로 협상 결과를 확인하고 공급 협정에 포함할 내용에 대한 양측의 기본입장을 타진했다.

비록 한국은 KEDO라는 모자를 쓰고 회담에 참여했지만 북핵 문제를 놓고 북한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이전에는 북-미 양국이 핵 회담을 주도해 한국은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제3자의 입장이었다.

 북한지역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 6구에 대한 미국 송환행사가 열리고 있다. (2007년 4월, 서울 용산 주한미군기지) 북한지역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 6구에 대한 미국 송환행사가 열리고 있다. (2007년 4월, 서울 용산 주한미군기지)

2000년 6월에는 북-미간 중단됐던 유해발굴회담이 쿠알라룸푸르에서 재개됐다. 6.25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병사들의 유해 발굴 작업을 5차례에 걸쳐 벌이기로 합의했다.

북한은 1954년 정전협정과 관련규정에 따라 6.25전쟁에 참전했던 미군유해 1천869구를 미국에 일괄 송환했다. 3천여 구로 추산되는 잔여 유해에 대해서는 1990년부터 발굴한 유해를 미국에 인도했다. 1996년부터는 북한과 미국이 공동으로 유해 발굴 작업을 벌여왔다.

남북관계 비밀 접촉 장소로 활용

[연관 기사] [뉴스9] 北-美 말레이서 극비 접촉…북핵 대화 시도? (2016.10.21.)

지난해 10월 21일과 22일, 북한과 미국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극비리에 접촉했다.

북한은 한성렬 외무상 부상과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 등 5명이 참석했다. 미국에서는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와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등 4명이 참석했다.

북한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기에 앞서 미국과 평화조약 체결을 주장했다. 반면에 미국은 핵무기 중단이 먼저라는 기본입장을 고수했다. 이렇다 할 진전 없이 입장 차이만 확인한 자리였다.

북한은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접촉 장소를 중국보다는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를 선호하고 있다. 이들 나라들이 북한에 우호적인데다 비밀을 유지하는데 중국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무비자, 北 공작원 자유롭게 입출국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야경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야경

북한은 10년 전부터 말레이시아를 공작 활동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비동맹국가와 외교를 중시해 온 북한은 말레이시아와 각별한 친선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비자 없이 말레이시아를 자유롭게 왕래하고 있다. 북한이 외교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쿠알라룸푸르는 말레이시아의 문화와 쇼핑의 중심지다. 마이스산업(MICE)도 번창해 연중 관광객들로 붐빈다.

※ MICE산업은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이벤트와 전시(Events &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국제회의를 뜻하는 '컨벤션'이 회의나 포상 관광, 각종 전시·박람회 등 복합적인 산업의 의미로 해석되면서 생겨난 개념이다.

쿠알라룸푸르는 북한 공작원이 활동하기에 좋은 곳이다. 평양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주요 인사를 납치하거나 암살하는데 다른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분석이다.

김정남 암살 사건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발생했다.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특별한 관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연관 기사] [이슈 앤 한반도] ‘김정남 암살’ 北 정부 개입 정황 속속 확인(2017.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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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알라룸푸르 ‘외교거점’에서 ‘테러거점’으로?
    • 입력 2017-02-25 09:00:12
    취재K
쿠알라룸푸르는 말레이시아의 최대 도시이자 수도다. 다양한 문화와 쇼핑 명소로 이름난 곳이다. 관광지를 연계한 각종 국제회의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북한 입장에서 쿠알라룸푸르는 공작원이 활동하기에 좋은 곳이다.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상호 무비자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남북한의 대사관이 있고, 남북문제와 관련한 비공식 접촉도 이뤄진다. 지난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북한 식당 종업원들도 말레이시아 루트를 이용했다.

北-말레이, 44년 우방...외교 단절되나?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이다.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한 취재를 위해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1971년 첫 통상을 시작으로 1973년 6월 외교관계를 맺었다. 같은 해 12월 북한은 주(駐)말레이시아대사관을 개설했다. 말레이시아는 2004년 3월 주(駐)북한대사관을 열었다.

김정일 시대인 2009년에는 두 나라가 비자 없이 왕래할 수 있는 사이로 발전했다. 2011년부터 평양과 쿠알라룸푸르 사이에 고려항공 직항 편이 취항하기도 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로 2014년 중단됨)

헬프대학교는 말레이시아 명문 사립대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있다. 이 대학에는 100여 명의 한국 유학생과 북한 외교관 자녀 10명 정도가 공부하고 있다.
2013년 말레이시아 헬프(Help) 대학교가 김정은에게 명예 경제학 박사 학위를 주는 등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도 양국 관계는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중국 상하이의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이 말레이시아 탈북 루트를 통해 한국에 입국하면서 두 나라 관계에 파열음이 생겼다.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수사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손을 치켜올려 여성 용의자 2명이 김정남의 얼굴에 독극물을 발랐다고 말하고 있다.
김정남 암살 사건에 연루된 북한 국적의 용의자 2명에 대한 신원이 추가로 드러났다.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 현광성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로 밝혀졌다. 북한이 개입했다는 증거다.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북한 대사의 추방과 양국 간에 체결된 비자 면제협정의 폐기, 평양주재 자국 대사관 폐쇄 등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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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공식 회담 장소로 활용

KEDO 1차회담 개최 결과에 대해 정성일 북한측 대변인이 설명하고 있다. (1995년 9월)
1995년 9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은 쿠알라룸푸르에서 경수로 공급협정에 관한 제1차 회담을 가졌다.

회담에서는 같은 해 6월 합의된 북-미간 쿠알라룸푸르 경수로 협상 결과를 확인하고 공급 협정에 포함할 내용에 대한 양측의 기본입장을 타진했다.

비록 한국은 KEDO라는 모자를 쓰고 회담에 참여했지만 북핵 문제를 놓고 북한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이전에는 북-미 양국이 핵 회담을 주도해 한국은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제3자의 입장이었다.

 북한지역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 6구에 대한 미국 송환행사가 열리고 있다. (2007년 4월, 서울 용산 주한미군기지)
2000년 6월에는 북-미간 중단됐던 유해발굴회담이 쿠알라룸푸르에서 재개됐다. 6.25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병사들의 유해 발굴 작업을 5차례에 걸쳐 벌이기로 합의했다.

북한은 1954년 정전협정과 관련규정에 따라 6.25전쟁에 참전했던 미군유해 1천869구를 미국에 일괄 송환했다. 3천여 구로 추산되는 잔여 유해에 대해서는 1990년부터 발굴한 유해를 미국에 인도했다. 1996년부터는 북한과 미국이 공동으로 유해 발굴 작업을 벌여왔다.

남북관계 비밀 접촉 장소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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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1일과 22일, 북한과 미국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극비리에 접촉했다.

북한은 한성렬 외무상 부상과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 등 5명이 참석했다. 미국에서는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와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등 4명이 참석했다.

북한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기에 앞서 미국과 평화조약 체결을 주장했다. 반면에 미국은 핵무기 중단이 먼저라는 기본입장을 고수했다. 이렇다 할 진전 없이 입장 차이만 확인한 자리였다.

북한은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접촉 장소를 중국보다는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를 선호하고 있다. 이들 나라들이 북한에 우호적인데다 비밀을 유지하는데 중국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무비자, 北 공작원 자유롭게 입출국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야경
북한은 10년 전부터 말레이시아를 공작 활동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비동맹국가와 외교를 중시해 온 북한은 말레이시아와 각별한 친선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비자 없이 말레이시아를 자유롭게 왕래하고 있다. 북한이 외교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쿠알라룸푸르는 말레이시아의 문화와 쇼핑의 중심지다. 마이스산업(MICE)도 번창해 연중 관광객들로 붐빈다.

※ MICE산업은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이벤트와 전시(Events &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국제회의를 뜻하는 '컨벤션'이 회의나 포상 관광, 각종 전시·박람회 등 복합적인 산업의 의미로 해석되면서 생겨난 개념이다.

쿠알라룸푸르는 북한 공작원이 활동하기에 좋은 곳이다. 평양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주요 인사를 납치하거나 암살하는데 다른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분석이다.

김정남 암살 사건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발생했다.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특별한 관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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