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전직 대통령의 악연

입력 2017.03.26 (22:35) 수정 2017.03.26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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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섰습니다.

<녹취> 박근혜(전 대통령) :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검찰 수사를 받는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되는 순간입니다.

<녹취> 전두환(전 대통령) : "검찰의 태도는 더 이상의 진상 규명을 위한것이라기보다는..."

<녹취> 노태우(전 대통령) : "정말 미안합니다.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습니다."

<녹취> 노무현(전 대통령) :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지금까지 총 11명의 대통령이 배출됐습니다.

그런데 이 중 전두환과, 노태우, 노무현, 박근혜 등 모두 4명의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됐습니다.

검찰총장 등 수많은 기관장을 임명하며 최고의 권력을 휘두르던 대통령이 검찰에 불려가는 불운의 역사가 끝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되풀이되고 있는 전직 대통령과 검찰의 인연과 악연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 한복판을 막힘없이 달리는 차량.

검찰 청사로 향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타고 있습니다

취재진들의 취재 경쟁은 도로에서도 하늘 위에서도 벌어졌습니다.

국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착잡한 심정으로 이 순간을 지켜봤습니다.

탄핵 선고 뒤 첫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인 박 전 대통령.

안내를 위해 기다리던 서울중앙지검 임원주 사무국장의 인사를 받으며 옅은 미소를 띠던 박 대통령은 이내 표정이 굳어집니다.

차에서 내려 약 15미터 가량을 걸어 포토라인에 섰습니다.

<녹취> 박근혜(전 대통령) :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29자 분량 두 문장의 짧은 소회만 밝힌 채 조사실로 향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운명은 이제 검찰의 손에 맡겨진 상태.

전직 국가원수인 박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건 김수남 검찰총장입니다.

피의자 신분의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검찰 조직의 수장 김수남 검찰총장.

두 사람의 묘한 인연은 30년 전으로 거스러 올라갑니다.

김수남 총장의 부친인 김기택씨는 1986년부터 1988년까지 영남대 7대 총장으로 재임했습니다.

당시 영남학원의 이사장은 박 전 대통령.

김기택 씨는 1988년 총장에서 물러난 이후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적이었던 이명박 당시 후보를 공개 지지했습니다.

이후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고, 김수남 수원지검장은 고검장 승진에서 탈락했습니다.

이를 두고 대통령과 부친과의 악연때문에 김수남 당시 수원지검장이 피해를 본다는 말들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절치부심하던 김수남 총장은 2013년 하반기 이석기 옛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했습니다.

김수남 당시 수원지검장은 이례적으로 직접 수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김수남(당시 수원지검장) : "김일성·김정일 노작 등 북한 원전과 북한 영화를 교재로 주체사상 학습을 전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통진당 사건 수사 이후 김수남 총장은 고검장급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김수남 총장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수사를 맡게 됩니다.

당시에도 비선 실세 의혹이 제기됐지만 증거가 없는 허위 내용이라며 박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결론이 내려졌고, 문건 유출에 가담한 이들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2015년 12월 박 전 대통령이 김수남 당시 대검 차장을 직접 검찰총장으로 발탁하게 된 데는 이 두 사건 처리가 결정적으로 역할을 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김 총장은 당시 취임식에서 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뜻의 법불아귀를 언급하며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총장 임명권자에서 피의자 신분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의 판단에 따라 신병 처리가 결정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대통령과 검찰의 관계가 역전된 것은 이번만이 아닙니다.

취임초 인사 문제를 둘러싼 검찰의 집단 반발 속에 평검사와의 대화를 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녹취> 노무현(전 대통령/2003년 전국 검사와의 대화) :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죠?"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상층부에 대해 믿지 못하겠다며 노골적으로 불신감을 드러내자 당시 김각영 검찰총장은 불만을 표시하며 사퇴했습니다.

<녹취> 김각영(전 검찰총장/2003년 사퇴 기자회견) :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임기에도 불구하고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재임 중 검찰 개혁방안을 두고 검찰과 힘겨루기를 이어가던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뇌물 수수혐의로 검찰에 소환됐습니다.

<녹취> 노무현(전 대통령) : "국민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 실망시켜 드려 죄송합니다."

노 전 태통령을 조사한 사람은 당시 중수1과장이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

검찰은 조사 당일에만 3차례에 걸쳐 언론브리핑을 하며 노 전 대통령의 진술 내용과 태도 등을 상세하게 전하기도 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하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고심했던 당시 검찰 수장은 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임채진 검찰총장이었습니다.

소환조사 이후 3주 넘게 검찰이 장고를 거듭하던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은 "상상할 수 없는 변고로 국민을 슬프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인간적인 고뇌로 평상심을 유지하기 힘들다"며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전직 대통령과 검찰의 악연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됐습니다.

<녹취> KBS뉴스(1995년) : "이들은 집 앞 골목을 나서자마자 취재차량을 따돌리기 위해 일부러 연희동을 한 바퀴 돈 뒤 양화대교 쪽으로 내달렸습니다."

4천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소환된 곳은 대검찰청 청사.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신축공사가 시작됐던 건물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내가 지은 청사에서 조사를 받게 됐다며" 서글픈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녹취> 노태우(전 대통령) : "정말 미안합니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습니다."

한 달뒤, 이번엔 12.12로 내란죄 혐의를 받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검찰이 소환을 통보를 합니다.

<녹취> 전두환(전 대통령) : "검찰의 태도는 더 이상의 진상규명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다분히 현 정국의 정치적인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보아..."

정치적 탄압이라고 반발하며 소환에 불응하고 고향 합천으로 내려간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결국 검찰에 체포돼 안양교도소에 수감되고 말았습니다.

첨찰청사에 도착해 조사가 끝나기까지 21 시간, 역대 전직 대통령 검찰조사 중 가장 긴 시간을 보내고 박 전 대통령이 검찰청사를 나섭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검찰청사를 떠났습니다.

<녹취> 박근혜(전 대통령) : "(아직도 혐의 다 부인하시는겁니까? 국민께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

우여곡절을 겪은 이전 사례들에 비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큰 무리 없이 진행됐습니다.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조사 직후 "검찰에 경의를 표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취재진들에게 보내기도 했습니다.

검찰과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13가지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혐의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등과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 조사 당일 검찰은 자정 전에 조사를 끝냈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은 7시간 반 동안이나 검찰이 작성한 진술 조서를 열람했습니다.

<인터뷰> 김경수(변호사/전 대구고검장) : "검사가 그때 조사할 때는 이렇게 조사를 했는데 거기에다가 뭔가를 부기해 달라, 바꿔 달라. 이렇게 얘기하면 그거를 '검사는 이렇게 적었으나 피의자는 이렇게 주장하기 때문에 이렇게 채워준다.' 부기를 해줍니다. 그러니까 (양측 입장) 둘 다가 남을 수는 있습니다."

대면조사를 마무리한 검찰은 이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습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여전히 법과 원칙만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수남(검찰총장) : "그 문제는 오로지 법과 원칙 그리고 수사 상황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이미 구속된 관련자들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과 도주 우려나 증거 인멸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

<인터뷰> 여상원(변호사) : "이런 사건 같으면 검찰총장이 아마 결정합니다. 어떻게 볼 것인가 국민 여론을 반영할 것인가, 법원칙적인 면에서 처리할 것인가 지금 많이 고심하고 있고..."

<녹취> "이제는 구속이다!"

한쪽에선 박 전 대통령의 구속수사를 주장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녹취> "수사 안돼..."

또 한쪽에선 검찰수사에 반발한 이들이 길바닥에 드러누웠습니다.

민심은 갈라져 있지만 전직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비극의 헌정사가 참담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역대 대통령의 검찰 소환이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은 한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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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과 전직 대통령의 악연
    • 입력 2017-03-26 22:57:39
    • 수정2017-03-26 2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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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섰습니다.

<녹취> 박근혜(전 대통령) :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검찰 수사를 받는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되는 순간입니다.

<녹취> 전두환(전 대통령) : "검찰의 태도는 더 이상의 진상 규명을 위한것이라기보다는..."

<녹취> 노태우(전 대통령) : "정말 미안합니다.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습니다."

<녹취> 노무현(전 대통령) :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지금까지 총 11명의 대통령이 배출됐습니다.

그런데 이 중 전두환과, 노태우, 노무현, 박근혜 등 모두 4명의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됐습니다.

검찰총장 등 수많은 기관장을 임명하며 최고의 권력을 휘두르던 대통령이 검찰에 불려가는 불운의 역사가 끝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되풀이되고 있는 전직 대통령과 검찰의 인연과 악연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 한복판을 막힘없이 달리는 차량.

검찰 청사로 향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타고 있습니다

취재진들의 취재 경쟁은 도로에서도 하늘 위에서도 벌어졌습니다.

국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착잡한 심정으로 이 순간을 지켜봤습니다.

탄핵 선고 뒤 첫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인 박 전 대통령.

안내를 위해 기다리던 서울중앙지검 임원주 사무국장의 인사를 받으며 옅은 미소를 띠던 박 대통령은 이내 표정이 굳어집니다.

차에서 내려 약 15미터 가량을 걸어 포토라인에 섰습니다.

<녹취> 박근혜(전 대통령) :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29자 분량 두 문장의 짧은 소회만 밝힌 채 조사실로 향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운명은 이제 검찰의 손에 맡겨진 상태.

전직 국가원수인 박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건 김수남 검찰총장입니다.

피의자 신분의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검찰 조직의 수장 김수남 검찰총장.

두 사람의 묘한 인연은 30년 전으로 거스러 올라갑니다.

김수남 총장의 부친인 김기택씨는 1986년부터 1988년까지 영남대 7대 총장으로 재임했습니다.

당시 영남학원의 이사장은 박 전 대통령.

김기택 씨는 1988년 총장에서 물러난 이후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적이었던 이명박 당시 후보를 공개 지지했습니다.

이후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고, 김수남 수원지검장은 고검장 승진에서 탈락했습니다.

이를 두고 대통령과 부친과의 악연때문에 김수남 당시 수원지검장이 피해를 본다는 말들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절치부심하던 김수남 총장은 2013년 하반기 이석기 옛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했습니다.

김수남 당시 수원지검장은 이례적으로 직접 수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김수남(당시 수원지검장) : "김일성·김정일 노작 등 북한 원전과 북한 영화를 교재로 주체사상 학습을 전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통진당 사건 수사 이후 김수남 총장은 고검장급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김수남 총장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수사를 맡게 됩니다.

당시에도 비선 실세 의혹이 제기됐지만 증거가 없는 허위 내용이라며 박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결론이 내려졌고, 문건 유출에 가담한 이들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2015년 12월 박 전 대통령이 김수남 당시 대검 차장을 직접 검찰총장으로 발탁하게 된 데는 이 두 사건 처리가 결정적으로 역할을 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김 총장은 당시 취임식에서 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뜻의 법불아귀를 언급하며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총장 임명권자에서 피의자 신분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의 판단에 따라 신병 처리가 결정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대통령과 검찰의 관계가 역전된 것은 이번만이 아닙니다.

취임초 인사 문제를 둘러싼 검찰의 집단 반발 속에 평검사와의 대화를 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녹취> 노무현(전 대통령/2003년 전국 검사와의 대화) :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죠?"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상층부에 대해 믿지 못하겠다며 노골적으로 불신감을 드러내자 당시 김각영 검찰총장은 불만을 표시하며 사퇴했습니다.

<녹취> 김각영(전 검찰총장/2003년 사퇴 기자회견) :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임기에도 불구하고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재임 중 검찰 개혁방안을 두고 검찰과 힘겨루기를 이어가던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뇌물 수수혐의로 검찰에 소환됐습니다.

<녹취> 노무현(전 대통령) : "국민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 실망시켜 드려 죄송합니다."

노 전 태통령을 조사한 사람은 당시 중수1과장이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

검찰은 조사 당일에만 3차례에 걸쳐 언론브리핑을 하며 노 전 대통령의 진술 내용과 태도 등을 상세하게 전하기도 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하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고심했던 당시 검찰 수장은 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임채진 검찰총장이었습니다.

소환조사 이후 3주 넘게 검찰이 장고를 거듭하던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은 "상상할 수 없는 변고로 국민을 슬프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인간적인 고뇌로 평상심을 유지하기 힘들다"며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전직 대통령과 검찰의 악연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됐습니다.

<녹취> KBS뉴스(1995년) : "이들은 집 앞 골목을 나서자마자 취재차량을 따돌리기 위해 일부러 연희동을 한 바퀴 돈 뒤 양화대교 쪽으로 내달렸습니다."

4천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소환된 곳은 대검찰청 청사.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신축공사가 시작됐던 건물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내가 지은 청사에서 조사를 받게 됐다며" 서글픈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녹취> 노태우(전 대통령) : "정말 미안합니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습니다."

한 달뒤, 이번엔 12.12로 내란죄 혐의를 받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검찰이 소환을 통보를 합니다.

<녹취> 전두환(전 대통령) : "검찰의 태도는 더 이상의 진상규명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다분히 현 정국의 정치적인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보아..."

정치적 탄압이라고 반발하며 소환에 불응하고 고향 합천으로 내려간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결국 검찰에 체포돼 안양교도소에 수감되고 말았습니다.

첨찰청사에 도착해 조사가 끝나기까지 21 시간, 역대 전직 대통령 검찰조사 중 가장 긴 시간을 보내고 박 전 대통령이 검찰청사를 나섭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검찰청사를 떠났습니다.

<녹취> 박근혜(전 대통령) : "(아직도 혐의 다 부인하시는겁니까? 국민께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

우여곡절을 겪은 이전 사례들에 비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큰 무리 없이 진행됐습니다.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조사 직후 "검찰에 경의를 표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취재진들에게 보내기도 했습니다.

검찰과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13가지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혐의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등과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 조사 당일 검찰은 자정 전에 조사를 끝냈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은 7시간 반 동안이나 검찰이 작성한 진술 조서를 열람했습니다.

<인터뷰> 김경수(변호사/전 대구고검장) : "검사가 그때 조사할 때는 이렇게 조사를 했는데 거기에다가 뭔가를 부기해 달라, 바꿔 달라. 이렇게 얘기하면 그거를 '검사는 이렇게 적었으나 피의자는 이렇게 주장하기 때문에 이렇게 채워준다.' 부기를 해줍니다. 그러니까 (양측 입장) 둘 다가 남을 수는 있습니다."

대면조사를 마무리한 검찰은 이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습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여전히 법과 원칙만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수남(검찰총장) : "그 문제는 오로지 법과 원칙 그리고 수사 상황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이미 구속된 관련자들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과 도주 우려나 증거 인멸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

<인터뷰> 여상원(변호사) : "이런 사건 같으면 검찰총장이 아마 결정합니다. 어떻게 볼 것인가 국민 여론을 반영할 것인가, 법원칙적인 면에서 처리할 것인가 지금 많이 고심하고 있고..."

<녹취> "이제는 구속이다!"

한쪽에선 박 전 대통령의 구속수사를 주장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녹취> "수사 안돼..."

또 한쪽에선 검찰수사에 반발한 이들이 길바닥에 드러누웠습니다.

민심은 갈라져 있지만 전직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비극의 헌정사가 참담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역대 대통령의 검찰 소환이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은 한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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