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고가품 ‘싹쓸이 쇼핑’…위조 카드에 속수무책

입력 2017.03.27 (08:33) 수정 2017.03.2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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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백화점을 돌며 고가의 가방과 시계 등을 대량으로 사들인 외국인들이 얼마 전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판매점 직원들은 그저 돈 많은 외국인 관광객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위조된 신용 카드로 물건을 샀던 겁니다.

해외 위조 카드 범죄 조직이 한국을 표적으로 삼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복제가 쉬운 구형 마그네틱 카드를 이용한 결제가 아직까지 자유롭다는 점을 노린 겁니다.

위조 카드 승인에 따른 피해는 우선 카드사가 책임을 지지만, 가맹점도 본인 확인 등을 소홀히하면 책임을 떠안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10일 부산에 있는 한 아울렛 매장입니다.

쇼핑 가방을 여러 개 든 외국인 남성이 시계 판매점에서 물건을 살핍니다.

<녹취> 시계 매장 관계자(음성변조) : "처음 들어왔을 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시더라고요. 한 바퀴 둘러보시곤 말없이 그냥 나가셨습니다. 5분 뒤에 다시 오시더니 특정 브랜드를 얘기하시면서 시계 좀 보여 달라고 하셨습니다."

고가의 시계 2개를 별다른 고민 없이 선뜻 구입하겠다고 합니다.

<녹취> 시계 매장 관계자(음성변조) : "한번 껴보시고 바로 두 개를 구입하시겠다고 금액은 150만 원, 하나가 한 200만 원 정도."

이어서 백만 원이 넘는 시계 하나를 더 달라고 합니다.

<녹취> 시계 매장 관계자(음성변조) : "시계를 (포장하고) 준비하는 동안, 또 다른 브랜드 하나를 더 달라고 하셨습니다. 120만 원 가량 되는 시계를. 그래서 총 3개를 구매했습니다."

해외 카드사의 카드를 제시하고, 결제까지 모두 마쳤습니다.

<녹취> 시계 매장 관계자(음성변조) : "결제를 할 때 신용카드를 하나 주셨는데, 갑자기 다른 것으로 해야겠다 하시면서 다른 카드로 주셨어요. 결제를 했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이 남성은 가방 매장으로 이동해 여행용 가방까지 구입했습니다.

<녹취> 가방 매장 관계자(음성변조) : "한 분이 오셨고, 양손에 이제 쇼핑을 많이 하셔가지고 쇼핑백을 이렇게 다 들고 오셨어요. 천천히 보시고 이렇게 바로 (가방을) 선택한 것이 6분, 7분 (걸렸어요.)"

이곳에서도 신용 카드로 가방 값을 치렀습니다.

<녹취> 가방 매장 관계자(음성변조) : "(카드 결제할 때, 승인 거절이 되거나 그랬었나요?) 그런 것 전혀 없었어요. 자연스럽게 처리가 되고 일반 카드랑 다를 것이 없었어요.

그런데 매장을 나선 직후, 이 남성은 경찰에 체포됩니다.

<녹취> "(여권 있나요? 이름이 무엇입니까?)...."

경찰의 붙잡힌 남성은 말레이시아 국적의 A모 씨.

위조된 카드로 부산 일대 백화점과 아울렛을 돌며, 시계와 가방 등 고가의 물건을 사드린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닷새 뒤, 부산시내 한 백화점에서도 말레이시아인 두 명이 같은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A씨와 함께 구속됐습니다.

<녹취> 위조 카드 결제 매장 관계자(음성변조) : "한 1, 2분 뒤에 바로 전화가 왔었어요. 고객님 나가시고 카드사에서요. 카드사에서 (위조 카드) 의심되는 용의자라서 추적을 하고 있다. 경찰서에서 출동을 했으니 같이 협조 좀 해 달라."

이들 3명은 모두 같은 일행으로, 구매 금액의 10%를 수수료로 준다는 위조 카드 조직의 제안을 받고, 한국으로 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서장석(부산 금정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팀장) : "(말레이시아) 브로커에 의해서 이 카드가 위조돼서 자기들이 가지고 왔고, 국내에서 명품을 구매해서 자기들 나라로 가지고 가서 브로커한테 넘기면 그 대가로 (구매액의) 10퍼센트 정도를 받기로 계약을 했습니다."

위조 카드 조직은 제품 사진과 구매 갯수, 색상 정보 등을 공유하며 이들에게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매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인터뷰> 서장석(부산 금정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팀장) : "아주 조직적으로 범행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건 구매책이 물건을 고르고 있을 때 주변에서 망을 보는 감시책이 따로 있었어요. (현지로) 운반하는 범인들이 또 있었고."

발견된 위조 신용카드는 모두 60여장.

결제 과정에서 카드 승인이 거절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카드로 바꿔 결제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이홍연(경사/부산 금정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승인이 거절되고 이러면 범인 입장에서는 사실 불안하잖아요. 이 일당은 그냥 여유롭게 있는 카드를 계속 꺼내놓는 거예요. 세금 환급을 받으려고 그것에 대해서 영수증을 끊어 달라 이런 여유까지 보였을 정도니까."

이런 수법으로 부산 일대 13곳의 매장에서 모두 2천 3백만 원어치 물건을 사들였습니다.

지난해에도 말레이시아 국적 남성 2명이 국내로 들어와 이틀 동안 위조카드로 1억 5천 만 원어치의 물건을 사들였습니다.

중국인도 6천만 원 상당의 화장품을 위조 카드로 구입하다가 적발됐습니다.

모두 복제가 쉬운 마그네틱 방식의 구형 카드를 사용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복제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IC카드 단말기는 국내에선 내년 7월 전면 시행을 앞둔 상황.

때문에 구형 마그네틱 카드가 아직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노린 해외 위조 카드 조직의 표적이 된 겁니다.

가맹점 입장에선 서명이나 여권 확인 등 본인 확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위조카드 사용에 따른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본인 확인 절차를 소홀히 했을 경우엔 가맹점도 책임을 질수 있다고 약관에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카드 가맹점 업주(음성변조) : "(결제 진행하실 때 본인 확인하세요?) 안 해, 안 해 안 해. 그냥 서명해 주세요 하면 자기가 서명하면 그 사람이 서명했나 보다 하지. (서명이 달라도) 그것을 누가 당신 것 맞아요? 그렇게 물어보고 장사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바빠 죽겠는데. 손님도 불편해하지. 불쾌해하고."

'승인거절'이 반복되거나, 여러 장의 카드를 번갈아 낼 경우, 카드사에 연락해 위조 카드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피해를 막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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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고가품 ‘싹쓸이 쇼핑’…위조 카드에 속수무책
    • 입력 2017-03-27 08:37:39
    • 수정2017-03-27 09: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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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백화점을 돌며 고가의 가방과 시계 등을 대량으로 사들인 외국인들이 얼마 전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판매점 직원들은 그저 돈 많은 외국인 관광객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위조된 신용 카드로 물건을 샀던 겁니다.

해외 위조 카드 범죄 조직이 한국을 표적으로 삼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복제가 쉬운 구형 마그네틱 카드를 이용한 결제가 아직까지 자유롭다는 점을 노린 겁니다.

위조 카드 승인에 따른 피해는 우선 카드사가 책임을 지지만, 가맹점도 본인 확인 등을 소홀히하면 책임을 떠안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10일 부산에 있는 한 아울렛 매장입니다.

쇼핑 가방을 여러 개 든 외국인 남성이 시계 판매점에서 물건을 살핍니다.

<녹취> 시계 매장 관계자(음성변조) : "처음 들어왔을 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시더라고요. 한 바퀴 둘러보시곤 말없이 그냥 나가셨습니다. 5분 뒤에 다시 오시더니 특정 브랜드를 얘기하시면서 시계 좀 보여 달라고 하셨습니다."

고가의 시계 2개를 별다른 고민 없이 선뜻 구입하겠다고 합니다.

<녹취> 시계 매장 관계자(음성변조) : "한번 껴보시고 바로 두 개를 구입하시겠다고 금액은 150만 원, 하나가 한 200만 원 정도."

이어서 백만 원이 넘는 시계 하나를 더 달라고 합니다.

<녹취> 시계 매장 관계자(음성변조) : "시계를 (포장하고) 준비하는 동안, 또 다른 브랜드 하나를 더 달라고 하셨습니다. 120만 원 가량 되는 시계를. 그래서 총 3개를 구매했습니다."

해외 카드사의 카드를 제시하고, 결제까지 모두 마쳤습니다.

<녹취> 시계 매장 관계자(음성변조) : "결제를 할 때 신용카드를 하나 주셨는데, 갑자기 다른 것으로 해야겠다 하시면서 다른 카드로 주셨어요. 결제를 했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이 남성은 가방 매장으로 이동해 여행용 가방까지 구입했습니다.

<녹취> 가방 매장 관계자(음성변조) : "한 분이 오셨고, 양손에 이제 쇼핑을 많이 하셔가지고 쇼핑백을 이렇게 다 들고 오셨어요. 천천히 보시고 이렇게 바로 (가방을) 선택한 것이 6분, 7분 (걸렸어요.)"

이곳에서도 신용 카드로 가방 값을 치렀습니다.

<녹취> 가방 매장 관계자(음성변조) : "(카드 결제할 때, 승인 거절이 되거나 그랬었나요?) 그런 것 전혀 없었어요. 자연스럽게 처리가 되고 일반 카드랑 다를 것이 없었어요.

그런데 매장을 나선 직후, 이 남성은 경찰에 체포됩니다.

<녹취> "(여권 있나요? 이름이 무엇입니까?)...."

경찰의 붙잡힌 남성은 말레이시아 국적의 A모 씨.

위조된 카드로 부산 일대 백화점과 아울렛을 돌며, 시계와 가방 등 고가의 물건을 사드린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닷새 뒤, 부산시내 한 백화점에서도 말레이시아인 두 명이 같은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A씨와 함께 구속됐습니다.

<녹취> 위조 카드 결제 매장 관계자(음성변조) : "한 1, 2분 뒤에 바로 전화가 왔었어요. 고객님 나가시고 카드사에서요. 카드사에서 (위조 카드) 의심되는 용의자라서 추적을 하고 있다. 경찰서에서 출동을 했으니 같이 협조 좀 해 달라."

이들 3명은 모두 같은 일행으로, 구매 금액의 10%를 수수료로 준다는 위조 카드 조직의 제안을 받고, 한국으로 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서장석(부산 금정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팀장) : "(말레이시아) 브로커에 의해서 이 카드가 위조돼서 자기들이 가지고 왔고, 국내에서 명품을 구매해서 자기들 나라로 가지고 가서 브로커한테 넘기면 그 대가로 (구매액의) 10퍼센트 정도를 받기로 계약을 했습니다."

위조 카드 조직은 제품 사진과 구매 갯수, 색상 정보 등을 공유하며 이들에게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매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인터뷰> 서장석(부산 금정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팀장) : "아주 조직적으로 범행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건 구매책이 물건을 고르고 있을 때 주변에서 망을 보는 감시책이 따로 있었어요. (현지로) 운반하는 범인들이 또 있었고."

발견된 위조 신용카드는 모두 60여장.

결제 과정에서 카드 승인이 거절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카드로 바꿔 결제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이홍연(경사/부산 금정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승인이 거절되고 이러면 범인 입장에서는 사실 불안하잖아요. 이 일당은 그냥 여유롭게 있는 카드를 계속 꺼내놓는 거예요. 세금 환급을 받으려고 그것에 대해서 영수증을 끊어 달라 이런 여유까지 보였을 정도니까."

이런 수법으로 부산 일대 13곳의 매장에서 모두 2천 3백만 원어치 물건을 사들였습니다.

지난해에도 말레이시아 국적 남성 2명이 국내로 들어와 이틀 동안 위조카드로 1억 5천 만 원어치의 물건을 사들였습니다.

중국인도 6천만 원 상당의 화장품을 위조 카드로 구입하다가 적발됐습니다.

모두 복제가 쉬운 마그네틱 방식의 구형 카드를 사용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복제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IC카드 단말기는 국내에선 내년 7월 전면 시행을 앞둔 상황.

때문에 구형 마그네틱 카드가 아직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노린 해외 위조 카드 조직의 표적이 된 겁니다.

가맹점 입장에선 서명이나 여권 확인 등 본인 확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위조카드 사용에 따른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본인 확인 절차를 소홀히 했을 경우엔 가맹점도 책임을 질수 있다고 약관에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카드 가맹점 업주(음성변조) : "(결제 진행하실 때 본인 확인하세요?) 안 해, 안 해 안 해. 그냥 서명해 주세요 하면 자기가 서명하면 그 사람이 서명했나 보다 하지. (서명이 달라도) 그것을 누가 당신 것 맞아요? 그렇게 물어보고 장사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바빠 죽겠는데. 손님도 불편해하지. 불쾌해하고."

'승인거절'이 반복되거나, 여러 장의 카드를 번갈아 낼 경우, 카드사에 연락해 위조 카드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피해를 막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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